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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 인력이 희망이다
현대차 프레스금형기술1부 이종태 주임
“
현대차 울산공장 프레스금형기술1부 회의실.
벽면 한쪽에 22개의 상장이 사각제복을 입고 나란히 사열해 있다. 모두 대통령상·사장상 등 분임활동과 관련된 수상내역이다.
그렇잖아도 품질명장 이종태(47) 주임을 만나러오면서 귀띔으로 전해들은 ‘분임활동 예찬론자’라는 말이 생각났다. “저 가운데 1개만 빼고 모두 이 주임의 손을 거쳐 얻은 상장입니다.” 옆에 있던 동료가 한마디 거든다.
이 주임은 “조직 생활을 하면서 자기혼자 잘 났다고 설쳐대면 손가락질 받아요. 성과도 없고요”라고 운을 뗀 뒤 “혼자선 오리무중이던 것도, 여럿이 머릴 맞대고 있다보면 어떻게든 돌파구가 보입니다”고 말했다.
“우리 프레스금형 1부 직원이 427명이예요. 우리가 똘똘 뭉쳐 일하면 반드시 성과가 나왔고, 이는 비용절감을 통해 회사에 기여하죠. 또 개인에겐 포상금도 돌아오니 더더욱 즐거운 일 아닙니까”
골리앗에 견줄만한 분임활동의 힘
이같은 열정 때문인지, 그가 속한 프레스금형기술1부 기술과 보전반이 98년 이후 지금까지 분임활동과 관련해 수상한 횟수는 18차례. 현대차 울산공장에 947개 반·2326개의 분임조가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파워가 골리앗의 그것에 견줄만하다.
이종태 주임이 분임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79년 입사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현대차에 입사하기 전 마산에서 기술공무원 생활을 잠깐 했다.
“그때 제 짝지(짝꿍)가 차트사였어요. 글 쓰는 스타일이나, 쓴 글을 짜임새 있게 정리하는 것을 곁눈질로 많이 봤죠”라고 회고한 그는 현대차 입사 후 ‘곁눈질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컴퓨터’라는 용어만 알아들어도 눈물나게 반가웠던 시절, 회의나 발표할 일이 생기면 대형전지에 독하디 독한 매직펜 냄새를 맡으며 차트를 작성해야 했다. 오죽하면 매직펜에 ‘장시간 사용할 땐 환기를 잘 시켜 달라’고 친절한 부탁의 문구가 써 있었을까.
입사 1년도 채 되지 않아 분임조 활동을 하면서 차트발표를 도맡아 하다보니 자연스레 정열을 쏟게 됐다는 설명이다.
사장 상(賞)만 12차례 수상
그는 전국 분임조 경진대회 동상(2003년)으로 대통령상을 받았고, 전사 분임 경진대회 금상(2003년) 등 사장상만 12차례 수상했다. 이외에 1994년 품질명장, 2001년 신지식인으로 뽑혔다.
입사 후 27년 동안 회사 측에 제안한 아이디어만도 400~500여건. 탁월한 아이디어와 몸에 밴 성실성으로 사내 유일하게 특급제안(제안 최우수자) 2관왕에 오른 주인공이기도 하다.
“자기가 맡은 일에 조금만 신경 쓰면 주위에 아이템이 무궁무진해요”라며 “힘들고 어려울 때 보전반원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겸손해한다.
그는 한·일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2년 6월 사내 ‘브론즈 스타 2호’로 선정됐다. 브론즈 스타란 현대차가 지난 97년부터 도입한 제안 마일리지제도. 제안 누적점수가 5000~2만점에 도달하면 각각 ‘브론즈 스타’·‘실버 스타’·골드 스타’·‘퀄리티 챔피언’으로 구분되며, 부문별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기술 전수해주면 내 밥줄 끊어진다?
인터뷰하는 내내 이종태 주임은 6권의 낡은 노트를 애지중지 끼고 있었다. 입사이후 10년 동안 독신자 숙소에서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써내려간 ‘보전학 교과서’(?)다.
빛바랜 노트를 펼쳐보니 각종 기계에 대한 작동 및 수리방법, 고장 처리내용 등이 빼곡히 쓰여 있다. 곳곳에 기계장비 및 시스템을 직접 그린 그림도 눈에 띈다.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하더라도 기술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내가 아는 기술을 전수하면 내 밥줄이 끊어진다고 생각한거죠. 그래도 일일이 선배들을 찾아가 물어보고, 전문서적을 뒤져보면서 그날그날 있었던 일을 노트에 적어 내려갔어요”
그렇게 10여년을 하다보니 기계 보는 눈이 트이더라는 것. 그의 기름때 묻은 빛바랜 노트는 보전반 동료들의 기술지침서로 자리 잡았다.
3D 업종으로 전락한 보전업무
그는 금형보전반에 입사해 2005년 지금까지 장비 보전업무를 맡아왔다. 새로운 장비를 들여와 시운전해보고, 또 고장난 기계를 고치는 일이다.
하지만 보전업무는 최근 3D업종으로 분류될 만큼 사람들이 슬그머니 피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이 주임은 “보전의 가장 어려운 점은 급변하는 세상만큼 새로운 기계가 끊임없이 나온다는 점이죠. 즉 기계를 고치려면 평생 공부해야하는 곳이예요”라고 설명한다.
실례로 에어컨 신제품이 나오면 일반인들을 작동법만 알면 되지만 보전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사양이 나올 때마다 기계 특성을 이해하고, 공부해야 고칠 수 있기 때문.
그렇지만 금형부는 소형 선반부터 대형 프레스에 이르기까지 각종 장비가 집합된 곳이어서 본인 노력에 따라 다양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자랑한다. 또 이곳(울산공장)에서 만든 각종 제품이 현대차가 나가있는 세계 곳곳에 수출된다는 것도 뿌듯함을 더해주는 요소다.
장비개선으로 158억원 비용절감 이끌어
기계는 고장 나기 십상이고, 일을 하다보면 또 새로운 기계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그때마다 신기계로 교체할 수만도 없는 일. 그래서 근로자들은 분임활동을 통해 장비개선작업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아이디어가 있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장비개선에도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영진의 결단력에 따라 일이 되고 안 되고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언제나 믿고 지원해주신 김욱조 ·박형주 부사장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입니다”
2000년 9월. 세계적인 고속 금형가공기술 추세에 따라 고가의 고속가공 장비를 외국에서 도입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대당 18억 원짜리 기계니 얼추 어림잡아도 얼마나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지 짐작이 됐다.
이때 이 주임이 아이템을 내 27개월만에 기존 장비를 중고속기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장비 10대 개선만으로 158억원의 비용절감과 기계가공 평균시간을 대폭 단축, 126분 걸리던 금형작업이 42분 만에 가능케 됐다. 이는 곧 고품위 금형가공과 신 차종 개발기간 단축을 가져와 현대차 경쟁력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투철한 개선의식으로 6건 특허출원
이종태 주임의 가슴을 뿌듯하게 하는 또 다른 성과는 대형공작기계의 주요품인 스핀들의 국산화. 금형기계인 스핀들은 일본의 장비업체인 SNK사로부터 전량 수입해오던 제품이다.
하지만 스핀들의 부품인 테파(끝부분)가 파손되거나 마모되면 스핀들을 통째로 바꿔야하는 부당함(?)이 있었다. 더구나 대당 기계 가격이 4000만원에 달하는 데다, 주문을 하고도 6개월이 지나야 납품받을 수 있었다.
요즘이야 필요한 부품이나 부속을 따로 구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부속하나만 탈나도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이에 스핀들과 테파를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 ‘공작기계 스핀들 페타토즈 구조’ 특허를 받았다. 지금은 테파 하나를 교환하는데 100만원이면 오케이다. 현재 이 기술은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현대차 소재금형부·자동화기술부로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투철한 개선의식으로 문제점을 발굴, 생산현장의 산업재산권 보호와 각종 제안 등 특허 6건을 출원했다.
기술력은 얼마나 애착을 갖느냐의 문제
그는 기술이라는 게 알고 나면 쉽지만 알기까지가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처음 기술을 익히고 배울 때는 힘들었어요. 독하게 마음먹고 노력하니 내 것이 되더군요. 기술력은 결국 자기 스스로 얼마나 애착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 같아요. 애착이 있으면, 관심을 갖고, 관심을 갖다보면 노력하게 되니까 말이죠”
현재 현대차 품질명장협의회 회장직도 맡고 있는 그는, 자칫 가정 일에 소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중학생이 된 아들 녀석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집에서 읽고 있는 책을 제출하라는 과제가 있었어요. 그때 저에 대해 소개된 ‘2001 신지식인’이라는 책을 의기양양하게 제출했더라고요. 그 일이 있고 난후 아빠를 잘 따르는 것 같아요”라며 수줍어했다.
인터뷰가 막바지에 이를 즈음 이종태 주임은 스스로에게도 다짐하듯 말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톱 5’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勞)든 사(使)든 자기의 가진 것을 하나도 안 놓치려고 하면 안되겠죠. 올 노사협의 사안이 노동조합 1차 투표에서 가결된 것은 한결 성숙해진 노사관계를 나타낸다고 봅니다.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며 같이 살 방법을 찾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느낀점--
이런 사례를 보면서 재능이 노력을 앞선다는 나의 생각은 관철되고 노력하는 사람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어느 분야, 어느 직종이건 간에 선천적인 재능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노력뿐이라고 생각하고, 나 또한 내가 하고 있는 것과 내 인생의 성공을 위해서는 항상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