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K-식품·소비재를 부른다
농산가공품 수요 높아…한우·커피·기능성 제품 인기
라오스는 지난 2014년 ‘꽃보다 청춘’의 국내 방영 이후 한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 2019년에만 20만 명이 방문했다.
이후 코로나19로 한국인 관광객은 급감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태국, 베트남, 중국에 이어 4위에 올라 회복세를 보였다. 덩달아 K-식품과 소비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주목받은 한국 특산물 판촉전=지난해 6월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콕콕메가마트에서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특산물 판촉전이 열렸다. 울주군 소재 14개 중소기업이 샘플을 전시하고 판매에 나섰는데 현지 소비자들이 쉴 새 없이 현장을 찾아 일부 품목은 하루 만에 동이 나기도 했다. 특히 AIDC 등 현지 농업 대기업을 비롯해 58개 바이어가 현장을 찾아 한국 제품을 둘러봤다.
콕콕메가마트의 라오스 내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이 확대되는 가운데 일부 대형 바이어를 중심으로 투자 제안도 잇따랐다. 이들은 현지에 투자하면 제품가격을 낮출 수 있다며 공동 투자를 권유했다.
콕콕메가마트는 코라오그룹 소유다. 코라오그룹은 연 매출 12억 달러의 동남아 최대 한상기업으로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에 진출했다. 현대, 기아자동차 제조 및 유통, 인도차이나은행, 골프장, 스마트 농업, 가구 유통, 물류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라오스에서는 ‘국민 기업’으로 불린다.
콕콕메가마트는 코라오그룹의 식품 및 소비재 유통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오프라인 중심이지만 온라인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쇼핑몰 오픈을 앞두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배달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비엔티안 퐁시누안 지역에 있는 8000㎡의 쇼핑센터가 거점이지만 연내 이보다 큰 쇼핑몰을 2개 더 열 계획이다.
코라오그룹은 자동차 사업을 통해 전국 물류망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라오스 지방 소도시에서 소매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했다. 2000개 매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완성될 경우 라오스 전역에 공급체계를 갖추게 된다.
콕콕메가마트는 지난해 3월 문을 열었지만 비엔티안 내 주요 유통망으로 안착한 모습이다. 기존 유통망에 제대로 진입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컸지만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신상품을 중심으로 시장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단기간에 주도권을 잡았다.
◆한우의 선풍적 인기=이번 판촉전에 참가했던 14개 기업 중 9개는 내수기업으로, 처음으로 수출계약을 맺었다. 제품 자체만으로는 현지 수요를 가늠하기 어려웠으나 현장 판매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어떤 고객층에게 어떤 제품이 접근 가능한지 판단하는 기회가 됐다.
라오스 소비자들에게 최고 인기 품목은 한우였다. 울산축산농협은 한우를 가공한 사골곰탕, 장조림, 육포를 선보였는데 현지 한인교포뿐만 아니라 라오스인들의 구매율도 높았다. 특히 사골곰탕은 제품을 내놓는 즉시 팔려나갔다. 현지인들에게 생소한 장조림, 육포도 판매가 호조였고 시식회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이한 것은 행사 기간 중 로스구이용 한우를 구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소비자와 바이어가 많았다는 점이다. 비엔티안 내 대형 마트 구매 담당자뿐만 아니라 한식당 대표들도 한우를 공급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반응이었다. 당초 로스구이용 한우는 가격이 높아 후발 개도국인 라오스에서는 소비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지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다.
울산축산농협은 시장 가능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행사 기간 중 콕콕메가마트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두 기관이 협력해 시장 기회를 계속 엿보자는 취지다.
현지의 한국 식당 관계자는 “조만간 식당 고급화를 추진할 계획인데 한우를 메뉴에 포함시킬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행사 참가를 위해 현지를 방문한 울산축산농협 관계자도 “라오스에는 한우가 수출된 적이 없는 데다 수요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어 소량만 준비했는데 하루 만에 다 팔려서 놀랐다”며 “한우 가공품은 수출이 가능하겠지만 로스구이용은 양국 사이에 검역협정이 맺어지지 않아 어떻게 풀어갈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3대째 참기름과 들기름을 연구 중인 옛간이란 회사의 제품도 전량 판매됐다. 특히 라오스에서 찾기 어려운 들기름은 라오스 한인교포들 간에 입소문을 타고 반나절 만에 동이 났다. 언양전통식품 고추장과 된장도 인기였다. 현지인들은 방부제를 쓰지 않고 순수 한국 원재료로 만든 품목이라고 하자 맛을 보는 등 관심을 보였다.
기능성 제품의 가능성도 확인됐다. 특히 알로에 사포나리아로 만든 다양한 기능성 제품은 라오스 대기업 3곳으로부터 잇따라 러브콜을 받았다. 알로에 재배농장 조성 관련 투자 오퍼도 있었다. 알로에는 라오스에서 새로운 제품은 아니지만 사포나리아 품종의 독특한 향과 기능에 반한 분위기였다.
오릭바이오는 항산화, 피로 회복 등에 필요한 영양제 제조업체로, 예상과 달리 수요가 많았다. 라오스는 한국의 인삼과 홍삼에 익숙한데 새로운 제품에 관심을 보였다. 씨엔에프코리아는 믹스커피를 생산하는 업체인데 홍삼을 함유한 커피 등을 소개해 인기를 끌었다. 당초 라오스는 커피 생산국으로 외국산 커피 가공품에 관심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장 반응은 달랐다. 수아아이는 천연광물 순지트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소개했는데 한 바이어가 샘플 전량을 구매했다.
◆K-식품 인기의 배경 ‘K-콘텐츠’=라오스는 사회주의 국가여서 다른 아세안(ASEAN) 국가에 비해 한류의 저변이 넓지 못하다. 반면 사회관계서비스(SNS) 접속에 제한이 없고 전체 국민 중 휴대폰 사용자가 85%가 넘을 정도로 스마트폰이 보편화돼 있다. 비엔티안 시민들은 PC는 없지만 스마트폰은 다들 갖고 있을 정도다.
KOTRA 무역관이 대학생 위주의 라오스 젊은 층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은 K-팝과 K-드라마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하고 있다. 조사 대상자들에게 한류를 접하게 된 콘텐츠를 물었더니 ‘K-팝’과 ‘K-드라마’가 각각 57.5%와 42.5%를 차지했다. K-팝을 접한 미디어는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순이고 K-드라마는 ‘유튜브’, ‘넷플릭스’, ‘틱톡’ 순이다. 선호하는 K-팝 가수는 ‘블랙핑크’, ‘BTS’ 이외에 SNS 파급효과가 큰 ‘지코’가 꼽혔다. K-드라마에서는 주로 키가 크고 피부가 깨끗한 남성 배우가 인기였다.
K-드라마와 K-팝을 구별해 각각의 설문 대상군에 해당 한류를 통해 제품을 구매했거나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답변으로 ‘K-푸드’가 1위를 차지했다. 한류 콘텐츠의 유형과 관계없이 K-푸드에 관심이 많았다.
◆지자체 중심의 정부 지원 필요성=2022년 기준 라오스 농산가공품 시장은 1억7500만 달러다. 시장 점유율은 태국(60.9%), 베트남(33.4%), 일본(3.3%) 순이고 한국은 1.2%로 5위에 그쳤다. 한국 가공식품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감안하면 크게 미흡한 성적이다.
라오스는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위축됐고 아직도 어려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라오스-중국 고속철도 개통 이후 베트남(붕앙 항구), 태국(람차방 항구)과의 철도 연결이 잇따라 추진될 예정이어서 우리 수출기업들의 물류비 부담도 점차 완화될 전망이다. 또한 중국 기업들의 라오스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현지 소비시장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너무 늦기 전에 라오스 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한편 울주군 특산물 판촉전을 계기로 우리 중소기업의 후발 개도국 진출 시 정부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라오스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감안해 우리 내수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KOTRA 무역관은 “이와 함께 라오스에서 한우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양국 간 검역협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라오스 식약처는 적절한 서류만 갖춰진다면 한우 수입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KOTRA 비엔티안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