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를 마친 시간, 미술관에서 그림도 보고 싶고 콘서트홀에서 클래식 음악도 듣고 싶지만 너무 늦은 저녁이라면? 내 상황과 감정에 딱 들어맞는 ‘나만의 그림과 클래식’을 추천받고 싶다면? 예술과 친해지고 싶지만 어떤 그림을 보고 어떤 곡을 들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이 책과 휴대전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그림과 클래식을 즐길 수 있다. 내 방은 어느새 명화 가득한 루브르 미술관이 되고 쇼팽의 선율이 흘러나오는 콘서트홀이 된다.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림을 골라 QR코드로 음악을 듣고 글을 읽어보자.
최고의 클래식 해설가 안인모가 오늘 하루도 수고한 당신에게 따뜻한 위로의 그림과 클래식을 전해준다. 격려가 간절한 이에게는 응원이 담긴 그림과 클래식을, 쉼이 필요한 이에게는 휴식 같은 그림과 클래식을, 눈물이 멈추지 않는 이에게는 함께 울어줄 수 있는 그림과 클래식을 선물해 준다. 저자의 진심 어린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지고 더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지치고 힘든 우리 삶에서 음악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친구임을 강조하는 휴먼 피아니스트. 미술과도 사랑에 빠져 관련 강연과 콘서트를 진행 중이다. 많은 이들이 음악을 좀 더 가까이에서 향유하도록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그녀의 유튜브 ‘클래식이 알고싶다’는 누적 조회 수 1,200만 회, 팟캐스트는 3,000만 회를 넘어섰다.
진심이 담긴 그녀의 목소리는 그 울림뿐 아니라, 그 메시지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녀만의 감각적인 기획과 감성적인 표현 및 전달력은 독보적이다. 인생의 순간순간, 그녀가 들려주는 음악과 스토리텔링에 빠져보자.
이화여자대학교와 대학원에서 피아노를 공부하고, 미국 가톨릭대학교에서 피아노 연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클래식이 알고 싶다』 「낭만살롱」편과 「고전의 전당」편이 있다.
내 생일에 순수를 선물해요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흰 담비를 안은 여인〉 &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
|아픔과 소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고 싶을 땐 펑펑 울어요 : 클라우슨의 〈울고 있는 젊은이〉 & 글라주노프의 〈비올라 엘레지〉
아플 때 전해지는 누군가의 사랑 : 뭉크의 〈아픈 아이〉 & 쇼팽의 〈첼로 소나타〉 3악장
슬퍼도 쉘 위 댄스? : 호머의 〈여름밤〉 & 쇼팽의 〈왈츠 7번〉
메멘토 모리, 나의 죽음을 철학합니다 : 밀레이의 〈오필리아〉 & 바흐의 〈마르첼로의 협주곡〉 2악장
아모르 파티, 내 삶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요 : 칼로의 〈물이 내게 준 것〉 & 헨델의 〈미뉴에트〉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내 인생을 응원해! : 칼로의 〈수박, 인생이여, 만세〉 & 폰세의 〈작은 별〉
부록: 그림과 클래식 목록
책 속으로
일거리가 소나기 퍼붓듯이 갑자기 쏟아질 때가 있죠. 저는 아예 손을 못 대고 물러나본 적도 있어요.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마음이 지쳐버린 것이죠. 걱정과 고민이 많으면,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 오래 걸립니다. 그럴 때는 먼저 내 마음의 안쪽을 들여다봐요. 필요 없는 걱정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괜한 책임감에 내 탓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마음은 너무 여려서 좋은 걸로 채워놔도 늘 끙끙댑니다. 그런 마음을 먼저 깨끗이 빨고 청소하고 비워봐요. 마음의 비움이 필요할 때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소리,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선율을 따라가봅니다. [‘일거리가 밀려드는 날엔 마음부터 깨끗이 비워요’에서]
도시 노동자의 반복된 움직임을 그린 이 그림은 독일 작곡가 요한 파헬벨의〈캐논〉과 오버랩됩니다. 파헬벨의 〈캐논〉은 베이스에서 똑같은 화성 진행을 2마디씩 반복합니다. “레-라-시-파(샵)-솔-레-솔-라~.” 위 성부의 선율에 어떠한 변화가 있더라도 베이스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정해진 화성 진행을 반복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해서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오늘도 수고한 나를 위해’에서]
다리 위의 젊은 두 남녀, 한눈에 그저 예쁘기만 합니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구석구석 눈길을 줘봅니다. 그녀의 발그레한 왼쪽 뺨뿐 아니라 그녀를 향해 2시 방향으로 완전히 기대고 있는 그의 허리 각도는 이미 서로가 ‘내 인생의 바로 그 사람’임을 확신하고 있는 듯해요. 두 사람에게 아름다운 가을 풍경은 의미가 없겠지요. 이미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가진 기분일 테니까요. [‘사랑하면 닮아가요’에서]
슬픔과 고통의 C단조, 44박자, 몰토 아다지오로 ‘아주 느리고 차분하게’ 피아노가 터벅터벅 걸어가요. 피아노는 마치 포레가 흑흑흑흑 우는 듯, 같은 화음을 반복해요. 그 위로 첼로가 고개를 떨구고 흐느끼듯 선율을 강하게 그어대요. 포레는 돌려 말하지 않아요. 자신이 우는 모습을 악보에 그대로 써 내려갑니다. “왜! 왜! 우리가 헤어져야 해!” 포르티시모로 ‘강하게’ 소리칩니다. 묻고 또 물어요. [‘세상의 모든 이별은 아파요’에서]
이 그림의 웃음 포인트는 무료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꼬마의 자세와 표정이에요. 다리를 축 늘어뜨린 채 아무렇게나 앉아있는 모습에서는 멋지게 그려지고 싶다는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죠. 심지어 약간 심통이 난 듯도 해요. 자포자기한 채 멍 때리고 있는 꼬마에서 왼편의 강아지로 시선을 옮기면,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져 나와요. 꼬마의 ‘좋은 친구’ 역할을 다 하지 못한 강아지는 장렬하게 잠이 들고 말았으니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도 필요해요’에서]
도대체 얼마나 더 빨라야 할까요? 인류는 점점 더 빠른 것들을 탐하고 개발합니다. “빠름, 빠름”이라고 외치는 휴대전화 광고, “빠른 건 기차”의 기차보다 더 빠른 KTX, 10분을 1분으로 요약해 주는 ‘유튜브 쇼츠’까지 드뷔시의 〈조각배〉, 그리고 그림 속 젊은 연인의 한가롭고 평온한 뱃놀이. 이 모든 것들이 잠시라도 우리 마음을 ‘한가하고 느리게’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함께 즐겨봐요, ‘빠른’ 세상에서 ‘느린’ 즐거움을! [‘빠른 세상에서 느린 즐거움을 누려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