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hief's Diary : 대재앙-
#7.유인(誘引)
그날 밤, 국립 미술관 앞마당.
바스락.
구석 화단이 조그맣게 흔들렸다. 이제는 완전히 어두워져 버린 숲. 환한 보름달 빛이 내리는 화단 근처엔 도시의 빛도, 별빛조차도 다다르지 못했지만, 어느새 미술관 앞마당까지 다다른 유와 엘은 또 다른 빛이 되어 화단을 비추었다. 거기에 풀벌레 소리마저 잠재울 듯한 조그만 목소리.
“유 진입 완료. 그쪽은 준비 다 되었나요?”
“응. 미술관 치고는 보안이 꽤 허술한 편이라서 컴퓨터 기본 제어까지 여기로 넘어왔으니 편하게 움직여도 돼.”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걸 보면 정말로 해킹이 끝난 모양이었다. 유와 엘은 이번 일이 금방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화단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앞마당에는 동상 몇 개가 있었고, 입구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았지만 그 안에선 가끔씩 전등 빛이 왔다 갔다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유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입구 근처에 순찰병력. 감시 카메라로 볼 수 있나요?”
“아, 그게, 감시카메라가 두 개밖에 안 켜져 있어서 말이야.”
“예? 두 개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이어 들려온 엠의 답변에 따르면 ‘고대인의 눈물’이란 조각은 단독 방에 전시되어 있고 그 입구는 두 개의 문이 자리하고 있는데, 두 개의 문 근처 감시카메라만 켜져 있고 나머지는 수신선 끊어진 TV처럼 검고 하얀 점들만 정신없이 반짝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단독 방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으나 이윽고 들려오는 목소리는 낙관적이지 못했다. 단독 방은 2층 집 규모의 큰 공간에 홀라 존재했고, 그 곳까지 가는 길은 창문 하나 없는 밀실 통로이며 단독 방 역시 문이라곤 입구밖에 없단다.
“하지만 전체적인 랭크는 E 마이너스. 감지는 카메라를 통한 관찰밖에 없는 E랭크고, 대응속도는 F.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몰라. 지금 파악한 경비 숫자도 3명이 전부야.”
“마치 쳐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다는 것 같군. 아니, 가져가라면 가져가라는 건가?”
‘국립 시리즈’는 한결같이 감시카메라를 모두 돌리는 게 관습처럼 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기비니 수도비니 하는 것들은 모두 국가에서 내 주니 감시 카메라를 다 켜 놓든 화장실 열어 놓고 물바다를 만들어 내든 자신들과 상관없다는 심리에서였다. 그런데 감시카메라가 단 두 대? 다른 작품들은 상관이 없다는 뜻인가?
“그보다 오빠, 입구보다 다른 길로 가는 게 어때?”
“그래야겠다. 경비가 없다지만 들키지 않는 게 좋을 테니까. 그나저나 어디로 가려고?”
엘은 넌지시 미술관 한 쪽을 가리켰다. 입구 왼쪽 구석의 조그만 공간. 환풍구인 듯 했다. 유도 그 곳이 좋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왼쪽 환풍구로 다가갔다. 그 과정이 무척 조심스러웠지만 유와 엘은 이미 대충 하고 가자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덜커덕 덜컥 콱
환풍구 입구를 들고 몇 번을 사정없이 흔들자 무언가 툭 끊어지는 느낌과 함께 환풍구가 시커먼 입을 드러냈다. 둘은 각각 선글라스를 끼고 야간 식별장치를 가동시킨 뒤 앞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아야, 팔에 전기 올랐어.”
“쉿, 조용히 해.”
엘의 투덜거림을 얼른 틀어막은 유는 그대로 앞을 향해 기어갔다. 환풍구 자체가 그리 넓지 않았기 때문에 이동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그래도 이 길이 미술관 안쪽으로 진입하는 가장 안전하고 조용한 길이었다.
“그대로 죽 가면 막다른 길이 나올 거야. 거기서 내려와.”
엠의 안내에 따라 그들은 환풍구를 기어갔다. 이윽고 정말로 막다른 길이 나오자 유는 그 끝 주변을 자세히 살피다가 문을 차 열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동시에 유의 양손에 들린 베레타.
차칵 척
“……됐다. 아무도 없어.”
유의 말에 엘도 천천히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들은 야간 식별장치로 주변을 살폈다.
주변은 테이블, 의자, 멀리 주방도 있고 식기들도 보이는 것이 미술관 안에 있는 조그만 찻집인 듯 했다. 대체적으로 갈색을 많이 사용해 아늑한 느낌을 주었지만 휘영청 밝은 달에 비춰진 찻집은 오히려 마녀가 산다는 어둠의 숲에 온 듯 모든 게 을씨년스럽게만 느껴졌다.
“여긴 가게 같은데요. 어디로 가면 되죠?”
“가게 문을 나서면 미술관 중심에 도착하게 돼. 거기서부터는 2층 계단으로 올라간 뒤 반대쪽 조각 전시실을 통과해야 하고. 그쯤 되면 감시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큰 문 하나를 볼 수 있어. 거기가 고대인의 눈물이 있는 곳이지.”
일단 가게 문을 나서야 한다는 거지? 유는 고개를 끄덕이곤 곧바로 문을 잡아 당겼다. 달캉달캉 소리가 나는 게 잠긴 모양이었다. 재빠르게 위아래를 살핀 그는 문 위쪽에 회전식 걸쇠가 채워져 있는 걸 보고 그것을 잡아 돌려 문을 열었다.
그러나.
철커덕
“히익.”
이번에도 소리가 너무 컸다. 미술관 전체가 공명할 정도의 소리. 순간 유는 당황해했지만 침착하게 숨을 고르고 슬쩍 문 너머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누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는데, 예상대로 전등 빛이 재빠르게 찻집을 향했다. 동시에 들려오는 목소리.
“거기 누구냐!”
“윽, 숨어, 얼른!”
유의 호들갑에 덩달아 엘도 서둘러 숨을 곳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그들이 숨을 장소를 찾는 것보다 경비가 전등을 들고 달려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경비는 찻집의 투명한 유리창으로 안을 쳐다보더니 재빨리 문으로 다가가 그것을 열었다.
벌컥
“…….”
……침묵만이 감돌았다.
“여기 있는 거 다 안다! 썩 나오지 못해?”
경비는 버럭 소리를 질러대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찻집은 유령이라도 다녀간 것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경비는 품에서 베레타 M2권총을 꺼내들고는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추며 찻집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왔다. 역시 묵묵부답. 곧바로 그의 손전등은 찻집의 구석구석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테이블 밑, 의자 곁, 카운터 주변, 주방 안, 선반 위. 마지막으로 천장의 환풍구.
“쳇, 이리로 도망쳤나.”
경비는 환풍구가 휑하니 열려있는 걸 보고는 낭패라는 듯 혀를 차며 총을 내려놓았다. 대신 품에서 조그맣고 긴 무언가를 꺼냈다. 무전기였다.
“여긴 참새 2, 목표 발견. 카페에서 환풍구를 타고 도주한 듯 하다.”
“알았다, 참새 2. 본 위치로 돌아가라. 생쥐가 2차 시도를 할 때까지 독수리는 수면을 취할 것. 이상.”
왠지 불만스러운 본부의 명령에 경비는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더 이상은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걸 알고 바로 몸을 돌려 찻집을 벗어났다. 미련 때문에 유리창으로 찻집을 한 번 더 둘러보는 그였지만 인기척은 어느새 연기처럼 사라지고 난 뒤였다.
……침묵만이 감돌았다.
“……갔어?”
“그런 것 같은데. 끙차.”
조용한 찻집에서 한 차례 도란도란 말소리가 들리더니 주방 선반이 열렸다. 비어 있던 선반에 숨어 문을 닫은 채 찻집의 침묵을 기다리고 있던 그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엘이었다. 그녀는 고개만 빼꼼 내밀어 찻집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유에게 말했다.
“음……. 경비 아저씬 없어진 것 같아. 나와도 돼.”
“알았어.”
이윽고 유도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는 찻집의 한 벽면을 장식한 커튼 뒤에 숨어 있었는데, 발을 의자로 가리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 끝에 겨우 경비의 눈을 속일 수 있었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유에게 엘이 핀잔을 주었다.
“이 바보, 문소리가 났으면 그냥 가만히 있어야지, 왜 밖을 들여다보고 난리야?”
“미안, 미안. 들켰는지 안 들켰는지 궁금해서 그랬어.”
유는 엘에게 미안하단 한 마디를 건넸다. 그러나 얼굴은 호기심에 가득 반짝이고 있었다. 호기심보다는 의혹에 가까웠다. 참새, 독수리, 무전기를 쓰는 경비. 그가 환풍구를 쳐다보며 한 그 몇 마디가 무척이나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무슨 대화를 한 걸까? 혹시 이 곳에서 무슨 꿍꿍이라도 벌이는 걸까?
‘최대한 조심해야겠다.’
일단은 경비 범위에서 벗어난 것 같으니 이동하기는 한결 수월할 터였다. 그리 생각한 유는 아까와는 달리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역시 지독한 침묵. 움직이기가 거북할 정도의 지독한 침묵에서 유는 의심의 속삭임을 들었지만 이내 굳게 마음을 먹고 2층 계단으로 다가갔다. 엘은 유의 뒤를 따라다니면서도 주변의 소리와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였다. 1층 전시실 근처에서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렸지만 거리가 꽤 멀었고 근본적으로 그 쪽에서 유와 엘을 발견하지 못했으므로 그들은 약간의 여유를 갖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래도 결국엔 무언가에 쫓기듯 마구 계단을 타 올라가야 했다.
계단 끝에서 한 차례 고개를 내민 채 유는 사방을 살폈다. 좌우로 전시실 하나, 그리고 중앙에 조각전시실. 여기서는 두 사람의 목소리도 들려오는 게 확실히 누군가가 있었다. 유엘은 계단을 벗어나자마자 바로 앞에 있는 동상 뒤로 몸을 숨겼다. 한편으로 유는 계단 방향과 정 반대쪽에 있는 조각전시실까지의 거리를 재었다.
이윽고 왼쪽 전시실에서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뭐야, 시작하는 줄 알았더니 도로 기어들어간 거야? 빨리 집에 가야 하는데.”
“너 설마 오늘도 새벽까지 게임할 생각이냐?”
“그렇긴 하지. 내가 길드장이라서 안 들어가면 곤란하다고.”
“에효, 그러니까 30이 넘어가도록 애인이 없지. 정신 차리고 현실에 마음 좀 쏟아 부으라고.”
“흥, 지는 중사 자식한테 굽실굽실하는 주제에.”
둘은 이야기를 나누며 연신 주변으로 손전등을 비추었다. 그것이 동상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유와 엘은 재빨리 몸을 숨기고 두 사람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한 발, 두 발, 이윽고 멀어지는 소리.
“짜샤, 그건 처세술이야, 처세술. 알았냐?”
“헛, 참. 그럼 나보고 현실도피라는 건 뭔 뜻인데?”
더구나 대화도 점점 멀어져 갔다. 이 정도면 괜찮을라나 하는 생각에 엘이 비쭉 고개를 내밀었다. 그들은 동상을 지나쳐 오른쪽 문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엘은 아직도 숨어 있는 유의 등을 떠밀어 왼쪽 길로 조각 전시실 앞에까지 가도록 했다. 조각전시실 문 앞은 기둥이 두 개가 있어 잘만 하면 아까처럼 몸을 숨길 수도 있을 듯 했다.
문 앞을 그대로 비추고 있는 고정식 카메라가 영 마음에 안 들지만.
“엠, 이 카메라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요?”
“조각전시실 앞 카메라, 그러니까 너희가 보고 있는 카메라는 전원이 꺼져 있어. 하지만 그 안쪽 카메라의 촬영범위는 문 앞부터 반대쪽 문에 닿을 정도로 넓지……."
“그럼 문을 열자마자 들키게 될 거란 뜻 아녜요.”
“걱정 마. 여기서 어떻게든 해 볼 테니까.”
엠은 빌딩 옥상에서 미술관을 바라보며 컴퓨터를 조작했다. 제어까지 넘어왔지만 아무렇게나 조작했다간 상대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챌 터. 그렇다면 이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노이즈.
“여기서 몇 초 정도 노이즈를 흘릴게. 아마 화면이 정신없이 흔들릴 거야. 그 사이에 전시실 가장 구석으로 가.”
“네.”
“좋아, 간다.”
엠은 재빨리 키보드를 놀렸고, 잠시 후 엠의 목소리에 유와 엘은 재빨리 문을 열고 각각 좌우로 뛰어들었다. 전시실이 생각보다 넓었지만 그 양쪽 끝, 감시 카메라의 영역을 벗어나는 데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5초 정도 노이즈를 흘린 엠은 다시 그것을 복구했다. 경비실에선 아마 가슴을 쓸어내렸을 테지. 그대로 둘은 벽에 붙어선 채 반대쪽 문으로 다가갔고, 엠이 다시 한 번 노이즈를 흘릴 때 재빨리 문을 열어 복도에 다다랐다. 복도에도 카메라가 있었지만 복도 중간을 비추고 있었기 때문에 구석에 몸을 붙여 이동함으로써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문에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러나 엘이 문을 열려 할 즈음이었다.
“여기 뭔가 이상해. 문 열지 말자.”
“……뭐? 여기까지 와서 무슨 소리야?”
우여곡절 끝에 이 곳까지 왔는데 도로 돌아가자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엘이 반문했다. 하지만 유는 자기 나름대로의 근거를 들어 그것을 제지하려 했다. 경비의 무전 소리, 이상한 분위기, 은근히 싱거운 경비들, 가져갈 테면 가져가라는 듯한 느낌 등등 유가 생각한 모든 것은 근거가 되어 엘을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엘도 엠도 그의 의심을 불안감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다.
“에이, 별거 아닐 거야. 누가 우리 일하는 걸 알고 여기까지 오겠어?”
“물론 형사가 의뢰를 맡겼다는 게 나도 좀 그렇지만, 뭐 별 일 있겠어? 얼른 가자고.”
“그래도 영 불안한데…….”
그러고도 계속 의심을 하는 유. 하지만 엘은 문을 열고 말았다. 속이 텅 빈 2층 집같이 공허한 공간 가운데엔 고대인의 눈물이라는 손바닥만한 조각이 있었다. 엘은 조각을 집어들으려 했다.
그때였다.
팟
갑자기 사방에서 빛 무리가 쏟아지자 유와 엘은 눈을 가렸다. 순간 사방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소리들.
철커덕 척 차칵
“읏, 언제 이 많은 인원들이……!”
아까 야간 식별장치로 보았을 때만 해도 사람의 형체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쌌을 뿐만 아니라 2층 구석구석에까지 전부 사람들이 나타나 자신을 겨누는 것이 아닌가. 그제야 유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들은 경찰이고, 자신들은 감방과 다름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점을.
“엠, 엠! 경찰들에게 포위당했어요!”
유가 애타게 소리쳤다. 그러나 건너편에서도 반갑지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도 지금 공격받고 있어!……타앙……제길, 저격총……!……탕 타탕……안 되겠다, 위치 이탈! K를 불러올 테니까 최대한 빨리 그 곳에서 벗어나! 치직, 칫.”
“엠? 엠!”
마지막 소리를 끝으로 더 이상 엠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유는 암담한 얼굴을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엘도 조각을 가만히 내버려 둔 채 뒷걸음질치며 사방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저 차림은 경찰 특공대 특유의 전투용 제복이었다. 거기에 1층 30명가량의 보병들과 2층의 저격수들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40이 넘을 듯. 아버지라면 모를까, 자신에겐 무리였다.
“이제는 발악해도 소용없다. 너희는 이 곳을 벗어날 수 없어.”
한 남자가 권총을 든 채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몸에 방탄조끼를 두르고 있는 그 남자는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일반 비즈니스맨과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유는 한 번도 그를 본 적이 없었지만 대충 그가 누구인지를 짐작하곤 조그맣게 입을 열었다.
“당신이 우릴 이 꼴로 내몬 의뢰인인가요?”
“그렇지. 의뢰인으로서 너희들을 배신한 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흉악범인 너희에게 자비를 베풀 필요는 없겠지. 순순히 체포되어라.”
강 형사는 군총을 겨눈 채 한 손으로 수갑 두 개를 꺼냈다. 그리고 점차 다가오는 그. 하지만 어느 순간 유는 재빨리 베레타를 치켜들었다.
차칵
“오지 마요.”
강 형사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추었다. 물론 상대가 전자탄을 쏘기 때문에 자신은 죽지 않겠지만 지휘자 격인 자신이 쓰러지면 이들을 다스릴 사람이 없어지는 꼴이었고, 유와 엘이 이 자리에서 죽는 꼴은 자신도 바라지 않는 까닭이었다. 이들은, 이들은 지하에서 땅을 치며 자신의 도둑질을 후회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여기서 너희들이 죽는 건 원하지 않는다.”
“저희도 잡히는 건 원하지 않습니다.”
“이대로 있으면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이대로 있으며 어떻게라도 빠져나갈 순 없을 테죠.”
“……그럼, 막 나가자는 건가?”
하지만 유는 대답하지 않았다. 유와 엘은 차가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얼마 후 엘이 물었다.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우리가 도망가면 쫓아올 건가요?”
“당연하지.”
“잡히면 어떻게 되나요?”
“재판관 맘이겠지만 내 생각에 너희는 상당한 징역형을 선고받게 될 것이다. 아니, 나이가 어리니 좀 줄어들지도.”
“아하~. 그러세요?”
긴장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엘. 그러나 강 형사는 수갑을 치켜들며 입을 열었다.
“자, 이 수갑을 받아라. 피의자의 권리는 나중에 상세히 설명해 주지. 묵비권은 지금부터라도 행사할 수 있으니 걱정 말거라.”
조금씩 다가오는 수갑, 천천히 조여 오는 포위망. 그제야 엘도 긴장되는지 데저트 이글을 빼들었지만 자신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함께 사방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잘 아는 그녀이기에 도통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강 형사의 발은 어느덧 금방이라도 그들을 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그때 유가 싱긋 웃으며 강 형사에게 입을 열었다.
“그럼 놀아볼까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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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_@;; 너무 붙어있고 배경과 글자 색까지...@@
배경 덕에 분위기는 있다만 계속 보면 눈이아파질것 같아요 ㅠㅠ
...음...결국엔 바꿀 때가 된 것인가 ㄱ-...
잘 읽었어요 ㅇ ㅅㅇa
놀다니..왠지 무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