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에 올라 시동 버튼을 누른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소음과 진동(NVH)에 대한 만족감이다. 계측 장비에서도 뛰어난 정숙성이 잘 표현되었지만 체감으로 느끼는 소음 억제 능력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굳이 비교 대상을 찾자면 정숙성으로 유명한 렉서스 정도인데 이들의 주력 상품과 비교했을 때 유사하거나 오히려 약간 더 좋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적어도 기존에 잘하던 NVH에 대해서도 한층 더 노력을 기울였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스티어링 휠을 통해 지는 진동 또한 느끼기 힘든 수준이다.
시내 주행을 시작하며 ECO모드로 설정했다. 그리고 도로에 나서며 가속페달을 밟는다. 뭔가 이상하다. 가속페달을 조작해도 한박자 아니 두박자 뒤에 엔진이 반응하는 느낌이다. 페달과 스로틀간의 통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일까? 다른 차량들과 페이스를 맞추며 달리기 위해서는 가속페달 조작량을 늘려야 한다. 기존 일부 현대 기아차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 적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 주행모드를 Normal로 설정해 봤다. 역시나 답답함은 가시지 않는다. 연비를 위한 것이라 생각은 하지만 적어도 배기량에 어울리는 가속감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페달 조작량을 상당 부분 늘려 잡아야 한다. 다행히 Sport 모드에 설정하면 답답함이 완화되지만 초기 움직임 등의 반응은 여전히 아쉽다.
제네시스에는 3.3을 기본으로 3.8리터 엔진이 탑재되며 미국 사양에는 V8버전도 장착된다. 사실 이런 답답한 가속이 나오는 것은 3.3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번 3월경 시승했던 3.8 버전 역시 배기량에 어울리지 않는 묵직함(?)을 보였던 바 있다. 때문에 같은 차체를 가진 3.3 버전서 이런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
미국서 제네시스 V8 버전을 시승한 컬럼니스트는 다른 매체 담당자와 함께 시승하다 차에서 내려 후드를 열어봤다고 전해왔다. 아무래도 V8 버전치고 가속력이 둔해 V6 사양의 3.8 버전 시승차를 잘못 탄 것이 아닐까 싶었다는 것이다.
우리팀이 테스트한 제네시스는 3.3 모던에 AWD가 장착된 것으로 다른 트림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옵션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옵션이 추가된 풀옵션 버전의 경우는 이보다 더 답답한 가속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0~100km/h 내외에서의 가속이 답답하다는 것은 30~40대 소비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줄 것 같다. 물론 기존 쏘나타 2.0급에서 업그레이드를 했다면 약간이나마 만족감을 얻겠지만 그랜저HG 2.4~3.0급 운전자가 제네시스에 오른다면 이런 주행질감을 혀를 내두를 것이다.
원인을 꼽자면 차체 무게의 증가다. 실질적으로 우리팀이 테스트한 제네시스는 근소한 차이로 2톤을 넘어서는 육중한 몸무게를 자랑했다. 이는 동급 모델 대비 약 100Kg 이상 무거운 무게다. 참고로 우리팀이 테스트했던 BMW 535i xDrive 버전이 약 1,895Kg 수준의 무게를 보였던 바 있다.
535iX에는 다소 무거운 다기능의 '컴포트 시트'를 비롯해 다양한 편의장비가 기본 장착된다. 다시말해 풀옵션 사양의 제네시스는 더 큰 무게의 증가로 더 답답한 가속을 갖는다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결론적으로 차체 무게의 증가가 동력계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무게의 증가로 얻어낸 것도 있다. 무엇보다 승차감의 향상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현대차는 차체가 약해 큰 쇼크가 전달된 이후 발생된 여진으로 승차감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은 차량 구입 후 3년 이후부터 뚜렷하게 부각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이런 강성 저하를 잘 느끼지 못한다. 강성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확하고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매일 그 차를 이용하는 소비자 역시 적응하게 되는 것이 이유다.
사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에쿠스도 강성은 엉망이다. 몇 년전 법인차량으로 구매돼 3년동안 4만km를 달렸던 에쿠스를 4일간 타본 적이 있었다. 기자들이 타는 것은 늘 신차라 컨디션이 좋은 상태였지만 당시의 에쿠스는 기사분이 몰았던 차량임에도 차체 강성이 좋지 못했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억지스레 승차감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 쇼크나 고속 주행에 대응하는 차체의 능력은 준중형차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제네시스는 강성에서 뚜렷한 강점을 보여준다. 큰 쇼크 발생 이후에도 여진을 남기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3.8 버전으로 다소 거친 노면을 달려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 때도 차체에 대한 믿음만은 충분했다. 또한 이런 차체는 안전성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새로운 북미 시장의 충돌 테스트 기준을 무난하게 통과했다는 것도 자랑이 된다.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맞물린 탄탄한 차체는 승차감이라는 요소로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전한다. 이는 제네시스를 바라보는 보수층의 소비자들이 크게 선호할 부분이다.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도 적당하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시내 주행서 필요로 하는 적정 수준서 잘 타협이 되어 있는 만큼 다양한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운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시내 주행을 하며 느낄 수 있었던 제네시스의 경쟁력은 뚜렷했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최고의 정숙성.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느껴지는 답답함은 현대차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고속 환경으로 제네시스를 옮겨본다. 3.3리터 엔진을 장착한 모델치고 80~120km/h까지 가속을 하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전체적인 가속성능은 2.5리터급 세단 수준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제네시스가 기록한 0-100km/h 가속시간은 8.4초. 우리팀이 테스트이 테스트한 닛산 알티마 2.5 및 혼다 어코드 2.4와 유사한 성능이다. 정확히는 이들보다 약간 늦다. 아무리 AWD를 장비했다고는 하지만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다. 실질적인 속도를 무시한 채 계기판만 보고 초시계로 측정한다면 7초 후반도 나올 수 있겠지만 실용구간서의 가속력은 역시나 2.4~2.5급 수준임에 분명하다.
변속기 역시 한 몫 하는 듯 싶다. 제네시스에는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되는데 초기에는 다소 늘어지는 셋업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하지만 고단에서는 다소 촘촘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항속 때의 연비를 감안한 것으로 예상된다.
재미난 것은 고속에서의 가속은 조금 낫다는 것이다. 정확히 120~180km/h 내외에서 가속이 무난하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발진 때는 엔진의 힘이 차체를 이끌며 버거워 하지만 특정 속도를 넘어가면 무거운 차체가 탄력을 받으며 가속을 쉽게 해나간다는 것이다.
고속 주행 때의 안정감은 좋았다. 정확히 속도의 증가에 따라 가라앉듯 주행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에어로 다이내믹 및 섀시 셋업에 대한 노하우 확보는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안정감 향상을 느낄 것이다. 이는 무게의 증가 때문이다. 아무래도 무거운 무게가 도로를 짓누르는 만큼 안정감이 좋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AWD라는 요소 역시 고속서의 직진성에 도움을 준다. 물론 후륜 버전이라면 다른 결과를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사실 이런 고속 안정감은 후륜구동 일본차들도 쉽게 해내지 못한 부분이었다. 최근에 와서야 렉서스 및 인피니티의 신상품들이 이 부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후륜구동 자동차를 출시한지 10년도 안된 현대차에게 기대하는 것이 다소 무리일 수도 있다.
참고로 현대차 등이 보유한 풍동 실험실에서 에어로 다이내믹을 비롯한 고속 주행 안정감이 완성된다고 믿는 소비자들도 많다. 하지만 차가 서있는 상태에서 바람을 불어내는 환경과 실질적인 주행 환경은 다르다. 고속에서의 코너링 그리고 일정치 못한 노면과 서스펜션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큰 변수를 만드는 대목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각도 또한 천차 만별이기 때문에 노하우를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런 풍동실험실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도 일부 유럽 브랜드들은 최고의 주행 안정감을 만들어낸 바 있다.
어쨌든 한가지는 분명하다. 무게의 증가가 강성과 안전성, 그리고 안정감을 얻게 했다는 것이다.
한가지 칭찬할 부분이 더 있다. 이는 제동 시스템이다. 고속서 테스트를 하며 일정 패턴에 맞춰 제동력을 끌어내 봤지만 큰 불만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장기적으로 테스트를 지속하면 페이드가 찾아오긴 하지만 이 시점은 기존 현대차와 달리 매우 늦은 편이었다. 수입차들 역시도 동일 환경에서는 같은 문제를 보인다. 결론적으로 제동력은 분명히 신경 쓴 대목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연비가 아쉽다. 이 역시 무거운 차체 무게에 따른 영향이다. 시내 주행 때의 실주행 연비는 6.0~6.5Km/L 수준이었으며 정체구간서는 5Km/L 미만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4.0~5.0급 V8 엔진에서나 볼 수 있는 연비다. 하지만 V8급의 대배기량 차들은 여유로운 가속감을 보여주기에 분사된 연료 만큼의 보상은 해낸다. 반면 제네시스는 답답하다. 하지만 연료 소모는 많다. 이는 일반적인 소비자들에게 분명히 아쉬움을 줄 대목이다.
사실상 유류비를 지원해주는 법인용 차량이라면 무관하겠지만 일반 소비자가 3.3 버전의 제네시스를 운행한다면 생각보다 많은 연료비에 큰 아쉬움을 표할 것이다.
고속도로에서의 정속 주행서도 큰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제네시스가 보여준 정속 주행 연비는 13km/L 수준. 가장 좋은 연비를 끌어낼 수 있는 80km/h 정속 주행서도 14.5Km/L를 넘어서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런 연비들을 감안한다면 연비 나쁘기로 소문난 인피니티 모델들이 제네시스를 찾아와 큰 절을 해야 할 듯 싶다. BMW M시리즈, 벤츠의 AMG 계열 등이 아니라면 모두 제네시스의 연비에 경의를 표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제네시스 테스트 이후 길거리를 다니는 제네시스 오너들이 대단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제네시스 운전자들은 포르쉐 911 보다 월등히 많은 연료비를 지출한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사람들은 막연히 포르쉐 911의 연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최신 엔진을 장착한 911 시리즈는 생각보다 좋은 연비를 보여준다. 적어도 동일 환경에서 정속 주행할 때 제네시스 대비 20% 이상 좋은 연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를 것이다. 특정 조건에서 연비가 나빠진다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그만큼의 빠른 가속으로 다른 만족감을 충족시켜 주게 되니까.
결론적으로 2.5리터급의 가속성능과 V8엔진 수준의 연비에 대한 현대차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페이스리프트 때 투입될 것으로 알려진 디젤 또는 3리터급 터보 엔진의 투입이 당겨져야 하는 이유다.
핸들링이 뛰어나지는 않다. R타입의 MDPS가 장착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셋업은 컴포트 중심이다. 또한 센터 영역서 약간이나마 유격을 설정해 놓고 있다. 이 역시 부드러운 움직임을 위한 내용일 듯 싶다. 코너링 성능은 무난하다. 정확히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다. 컴포트 중심의 타이어 셋업만 봐도 이 차의 지향점과 셋업 방향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반면 마니아들의 제네시스의 코니링 실력에 큰 아쉬움을 표하게 될 것이다. 무거운 차체를 감당하는데 있어 타이어는 한계를 보이고 매 코너마다 느껴지는 부담스러운 차체 중량이 또하나의 압박 요소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어떤 소비자들에게 어울리는 모델일까? 우선 30~40대 소비자 층은 아니다. 차량의 셋업 내용만 봐도 철저한 컴포트 중심이다. 강성을 내세워 성능을 어필하려 홍보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안전성을 위한 무게 증가로 보인다. 성능을 위한다면 단순 강성 뿐 아니라 경량화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서의 밸류에서도 아직 수입차와 거리감이 크다. 현대차는 벤츠 및 BMW 등을 경쟁차라 지목하고 있지만 옵션이나 기타 기술력 측면서는 아직 렉서스의 벽도 넘고 있지 못하다. 실질적인 밸류에서도 렉서스가 위다. 전세계 어디에서나 그렇다. 옵션이나 가격을 제외한다면 렉서스 GS350이 제네시스 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편의장비가 제네시스의 무기이긴 하지만 중형급 이상의 차량들 역시 기본 구성 만큼은 해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성능, 밸류, 연비까지 고려해 차를 선택하는 30~40대 소비자들에게 있어 제네시스의 경쟁력은 한계를 보인다는 것이다.
반면 차량의 기본 상품성보다는 옵션에 의미를 두는 소비자. 또는 소음과 진동, 승차감에 민감한 보수층의 성향을 가진 50~60대 이상의 소비자들에게는 어필할 부분이 많다.
기자 역시도 어른들께는 제네시스를 추천할 것이다. 하지만 연령대가 유사한 30~40대 주변 지인들에게는 제네시스를 추천하기 어렵겠다. 적어도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고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라면 자동차에 대한 관심과 기본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취향에 맞는 다른 차량을 구입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분명 제네시스는 잘 만들어진 모델이다. 이는 기존 현대차의 기술 능력을 감안했을 때의 얘기다. 또한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잘 보였다는 것도 좋다. 하지만 보다 넓은 소비자 층을 케어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할 듯 싶다. 물론 그들은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에 앞서 현대차를 리드하는 장년층의 취향이 적게 반영되길 희망한다.
현재보다 3세대 모델에 대해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면 이제 현대차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눈을 떴다고 보기 때문이다.
참고로 제네시스 AWD 버전 구매 계획이 있다면 구입 시기를 다소 늦추라 조언하고 싶다.
소비자들이 지적하는 40~80km/h 구간의 공명음에 대한 해결 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팀의 테스트 때는 잘 부각되기 않았지만 3.8 AWD 버전을 구입한 소비자들 다수가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며 현대차에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이에 현대차는 소음 발생 부위에 패드를 붙여주겠다고 통보했다
첫댓글 통풍구의 크롬몰딩이 전반사되어서 백미러에 떡! 자리잡고 있어서 백미러를 볼수넚는거 개선돼야 할듯요
포르쉐 911 보다 월등히 많은 연료비를 지출한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