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정용기 ㅣ 출연 신현준, 탁재훈, 김수미, 김원희, 공형진, 신이, 임형준 ㅣ 등급 15세 관람가 ㅣ 상영시간 108분 ㅣ 개봉 9월 21일
“주식이 다 뭐다냐? 아, 나야 주식이 밥이제, 종면이 저 놈은 주식이 라면이고…”
‘가문 시리즈’ 3탄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이하 <가문의 부활>)이 또 한 번 추석 시즌 웃음의 흥행 폭탄을 준비 중이다. 2002년 개봉 당시 520만 관객을 동원해 화제를 모은 1편 <가문의 영광>은 한국적인 조폭 코미디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시리즈물 제작의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2005년에 제작된 속편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이하 <가문의 위기>)는 감독과 배우들을 대폭 물갈이한 가운데 57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전편의 영광을 이어갔다. 속편이 전편을 뛰어넘는 흥행 폭발력을 보인 가문 시리즈는 평단과 관객의 극단적으로 엇갈린 반응 속에 짭짤한 기획 상품으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며 한국 코미디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 과연 올 추석 개봉을 앞둔 3편 <가문의 부활>은 가문 시리즈의 흥행 역사를 이어갈 것인가? 개봉에 앞서 <가문의 부활>을 둘러싼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본다.
조폭 코미디영화인가?
3편에서는 홍 회장(김수미) 가문이 사시미칼 대신 부엌칼을 든다. 무슨 말인고 하니, 조폭 생활에 염증을 느낀 전편의 백호파 가문이 검사 며느리 진경(김원희)을 맞아 대물림으로 이어온 가업인 조폭 생활을 청산하고 김치재벌로 거듭난 것이다. 첫째 아들 인재(신현준)는 백호파 두목에서 김치업체 엄니손 식품의 대표이사로, 둘째 석재(탁재훈)는 백호파 세컨드에서 엄니손 홍보이사, 그리고 조폭이 아닌 코스닥 등록기업 임원으로 변신한다. 3편은 홍 회장 일가에 대한 복수심에 사로잡힌 전직 검사이자 도끼파의 실질적 우두머리 봉명필(공형진)을 내세워 가문의 몰락과 부활을 엮어간다. 내용만 놓고 보면, 3편은 조폭이 주인공이 아닌 그냥 휴먼 가족영화다. 하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전략으로 기존 조폭 코미디 장르의 단순 무식, 잠자리 농담, 사투리 등의 익숙한 방식을 따른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단, 여기에 시리즈물의 식상함을 떨쳐내기 위해 회상 신의 빈번한 등장, 주인공의 직업 변경 등 몇 가지 차별화 전략을 더했다. 이러한 장르적 변주는 사실 조폭 코미디영화가 면면히 이어질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2001년 이후 <조폭마누라>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 등과 같은 일련의 영화는 기존 조폭 장르에 코미디를 뒤섞어 하위 주체인 조폭을 바보 개그와 볼거리의 대상으로 희화화시킨다. <가문의 영광>은 관객들이 이런 조폭 시리즈에 염증을 느낄 즈음, 또 한 번 장르 비틀기를 시도해 관심을 모았다. 이전의 조폭영화들이 여자 조폭이 가정에 편입되기 위해 애쓰거나(<조폭마누라>), 학력콤플렉스를 제거하기 위해 학교로 되돌아가는(<두사부일체>) 등 사회질서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뤘다면, <가문의 영광>은 이미 사회구성원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된 조폭이 다른 계층의 일반인을 조폭 가문에 편입시키는 과정을 그려내 차별화시켰다. 3편 <가문의 부활>은 자신의 전편을 복제하는 동시에 또 다른 변곡점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주인공들이 가문의 부활을 위해 조폭이 아닌 벤처 창업자로 변신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다름 아닌 식품 사업으로. 자고로 경기가 안 좋아도 먹는장사는 남는 법이라 했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안정된 비즈니스로 뛰어든 가문. 하지만 여전히 관객을 즐겁게 하는 건 단순 무식한 조폭 유머와 싸움질이다.
누가 누가 더 웃길까?
<가문의 부활>엔 바람둥이 석재(탁재훈)가 웃음의 중심에 서 있다. 석재 역을 맡은 탁재훈, 일명 '탁사마'가 TV에서 갈고 닦은 특유의 익살과 코믹함으로 웃음의 흥행 뇌관을 터뜨려줄 수 있느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석재는 타고난 여자 밝힘증으로 홈쇼핑 모델과 바람나 가정불화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선정적인 대사를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풀어내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전편에서 욕지거리 한방으로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은 김수미의 비중도 커졌다. 김수미는 극중 30대로 변신, 남편 김용건과 닭살스러운 애정행각을 펼친다. 머리끝이 뒤로 뻗친 생머리와 하늘거리는 원피스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 젊은 시절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로 지내왔던 설움을 일거에 씻어냈다. 첫째 커플의 닭살 애정 행각은 전편보다 강도를 더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트와 윙크를 날린다. 둘째 며느리 순남 역의 신이는 한때 7공주파 꼬챙이로 이름을 날렸던 실력을 되살려 김원희와 함께 캐서린 제타 존스가 <엔트랩먼트>에서 레이저빔 사이를 뚫고 나가는 장면을 코믹하게 패러디한다. 이 장면에서 신이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의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꽉 끼게 입고 개구리헤엄 포즈로 바닥을 기는 등 몸 사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명필 역 공형진은 냉철하고 강인한 모습으로 변신하나 손가락 하나로 물구나무를 서는 모습을 보이다 꼬꾸라지는 식으로 '가오 무너지는' 일이 허다하다. 이밖에 회상 신에 등장하는 김용건은 인재의 다정다감함과 석재의 바람기, 막내 경재(임형준)의 다혈질을 모두 지닌 아버지 장 회장으로 출연해 홍 회장 김수미와 알콩달콩한 로맨스를 엮어간다. 3편의 웃음을 책임지는 조역은 인재의 오른팔 종면으로 출연하는 정준하다. 3편에선 정준하가 어떻게 인재의 오른팔이 되었는지 그 이유가 드러난다. 특히 화살도 부러뜨리고, 돌도 쪼개는 그의 강철 머리통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형제들의 성기가 부러질 때마다 고쳐주는 비뇨기과 의사 역 박희진이 3편 마지막에 가문의 뉴 페이스로 등장한다.
80년대 문화, 어떻게 그려졌나?
2편 최고의 명장면으로 인재와 진숙의 회상 신을 꼽는 사람이 많았다. 인재는 뽀글뽀글 일명 아줌마 파마로, 진숙은 무스로 잔뜩 세운 앞머리로 인기를 모았다. 이 여세를 몰아 3편에선 우스꽝스럽게 다가오는 80년대 회상 신을 대폭 늘렸다. 인재의 뽀글파마에 이어 석재는 네모반듯한 ‘왕자표 크레파스’ 머리, 막내 경재는 윗머리에 뽕을 잔뜩 넣은 '닭벼슬 머리'를 선보인다. 80년대 하면 배바지와 뽕이 들어간 상의를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진숙은 승마바지, 순남은 마돈나 의상을 본 딴 강렬한 레드 빛깔 표범무늬 바지를 선보인다. 거기다 인재는 배바지에 청재킷으로 멋을 내고, 석재는 바람둥이에 걸맞게 꽃무늬 남방을 입고 등장한다. 가장 압권은 얼룩무늬 속 한반도 문양을 찾아볼 수 있었던 경재의 교련복. 소품으로 80년대 날라리 언니들이 상대를 겁주기 위해 씹었다던 껌도 빼놓을 수 없다. 이밖에 80년대 노래와 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인재와 진숙이 나이트클럽에서 부르는 철이와 미애의 히트곡 '너는 왜'는 전편의 '나 항상 그대를'과 같은 3편의 비장의 카드다. 이 장면에서 신현준과 김원희는 노래와 함께 1시간 만에 짜낸 창작댄스 실력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비보이들과 십 분 넘게 진행되는 댄스베틀에서 당시 나이트클럽에서 유행하던 브레이크 댄스와 꺾기 춤, 막춤 등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특히 막판 역전에 나선 탁재훈이 현란한 바닥돌기 춤으로 좌중을 제압한다.
액션 장면, 업그레이드됐나?
3편은 80년대 비주얼과 더불어 액션 장면에 공을 들였다. 영화 초반 감옥 신에서는 힘든 무술 훈련을 거쳐 감옥 안 조폭들을 제압하는 명필의 땅방울만으로 긴박감이 느껴질 정도다. 이 장면을 위해 '리얼 액션 마스터 프로젝트 훈련'에 돌입한 공형진은 실제 8kg을 감량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김용건과 김수미의 액션 신도 공개된다. 김용건은 하얀색으로 위아래를 맞춰 입고 수십 명의 정어리파를 해치우는 장편을 멋지게 소화해낸다. 극중 막내 경재가 유일하게 목격했다는 김수미의 액션 신도 화려하다. 하얀 정장에 중절모를 쓰고 정어리파와의 대결에 나선 홍 회장은 막내의 눈에 슈퍼맨과 맞장을 떠도 될 만큼 눈부시다. 영화 후반 인재와 명필의 결투는 회상 신에 등장하는 액션 장면보다 훨씬 현실감 있게 그려졌다. 특히 운반 카트 위에서 펼쳐지는 액션은 인상적이다. 여기에 명필의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홍 회장의 필살 칼 던지기가 압권이다. 이에 비한다면 두 며느리의 액션 장면은 애교 수준이다. 도끼파 아지트에 침입해 복잡하게 펼쳐져 있는 레이저 사이를 뚫고 비밀금고를 터는 과정에서 순남은 몸의 웨이브를 이용해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친다. 참고로 이 장면에서 레이저빔은 하얀 실로 제작돼 CG를 입힌 것으로, 실로 제작된 탓에 실제 촬영현장에서 배우들이 액션을 만들어내는 데 효과적으로 이용됐다.
웃음 코드, 어떻게 변주됐나?
가문 시리즈는 성적 농담, 바보 개그, 사투리 등을 웃음의 전략으로 앞세운다. 2편의 성기 개그에 이어 3편에선 탁재훈이 세 번의 베드 신을 선보이며 성적 농담의 수위를 한층 높인다. 가문 시리즈에서 조폭은 곧 바보로 통한다. 2편에서 오렌지를 영어로 델몬트라 말하는 식의 개그가 3편에서는 코스닥도 주식도 모르는 이들이 “우리 주식은 밥인디”라는 썰렁 개그로 이어진다. 또한 “주거래 은행이 어디냐”는 공형진의 질문에 주거래 은행을 은행의 고유명사인 듯 착각하는 조폭 등 시종일관 무식함을 과시(?)한다. 홍 회장이 줄곧 “데굴빡이 나쁘면 공부들 좀 혀!”라고 강조하지만 매번 머리 쓰는 일보다 주먹이 앞선다. 3편에선 가문 시리즈 자체에 대한 패러디 역시 쉼 없이 이어진다. 2편에 등장하는 비뇨기과 의사는 3편에 다시 한 번 등장해 인재, 석재 형제가 더블로 낭패를 당한다. 김용건의 죽음도 2편에서 보여진 인재의 첫사랑 진숙의 죽음과 유사한 형태로 반복된다. 이밖에 최근 개봉한 <한반도>는 <한번도>로, 신현준이 주연한 <맨발의 기봉이>는 <맨몸의 거봉이>라는 에로 비디오 제목으로 패러디돼 웃음을 유발한다. 더불어 신현준의 이미지를 활용한 “느끼한 아랍인 같다”는 대사 등 출연 배우들에 대한 패러디가 웃음 전략에 추가됐다.
가문 시리즈는 낄낄거리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웃음의 코드로 한국 코미디영화 시장의 중요한 영역을 구축해왔다. 거기에 시기적으로 명절 대목 시즌에 개봉돼 명절을 맞아 극장 나들이에 나선 관객들이 부담 없이 선택하는 장르로 자리 잡았다. 관객들 역시 골치 아프게 머리 싸매고 봐야 하는 영화보다 바보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킬링타임용 영화를 통해 짧은 시간이나마 맘껏 웃음보를 터뜨려보고자 한다. 과연, 올 추석 개봉을 앞둔 가문 시리즈 3편 <가문의 부활>은 다시 한 번 가문 시리즈의 영광을 재현해내며 다음 시리즈로 연결되는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영화 속편보고서
한국영화 흥하니 시리즈 코미디도 풍성
한국 코미디 장르 중 속편이 성공한 경우는 60년대 신상옥 감독의 <로맨스빠빠>(1960)의 속편 <로맨스 그레이>(1963)가 거의 최초다. 이후 <남자와 기생> 같은 변장 코미디물이 저질 코미디로 지탄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관객들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변장 코미디물의 경우는 장르적 경향의 하나로 묶이긴 쉽지만 딱히 속편으로 엮기는 어려운 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코미디가 아닌 액션영화로는 <팔도사나이>가 <돌아온 팔도사나이> <예비군 팔도사나이> 등의 속편을 줄줄이 제작해 인기를 얻었으며, 멜로영화로는 <미워도 다시한번> 시리즈를 들 수 있다. 이밖에 69년 김효천 감독의 <명동출신>이 히트를 치자 <명동노신사> <명동백작> <명동삼국지> 등 '명동 시리즈'가 붐을 이루기도 했다. 70년대에는 '얄개 시리즈'가 하이틴영화 붐을 이뤘으며, 80년대에는 <뽕> <애마부인> 시리즈가 한국 에로티시즘의 정수를 보여줬다. 코미디 시리즈물의 흥행은 1990년대 강우석 감독의 <투캅스>로 시작됐다 할 수 있다. 이후 <조폭마누라>가 전국 530만 관객을 동원하고 할리우드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하는 등의 이슈를 낳으며 '조폭마누라'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속편은 187만 관객 동원에 그쳐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데 실패하고 만다. 현재 <조폭마누라>는 홍콩 스타 서기를 주연으로 3편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 <두사부일체>의 속편 <투사부일체>는 610만 관객 기록으로 역대 한국영화 흥행 7위에 오르며 시리즈 코미디물의 폭발적인 흥행력을 과시한 바 있다.
박혜영 기자
첫댓글 아 . 빨리보고싶다 .. >_<
저두 빨리 셤이 끝났으면!!!그래야 보러가는데~
아아~ 길다....여튼 저 길고 긴 문장속에서 눈에띄는 그문장!! '현란한 바닥돌기 춤으로 좌중을 제압한다.' +_+ 호오~기대가 팍팍된다는~ㅋ
ㅋㅋㅋ 제압한다 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