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수
[올드보이]의 흥행 성공은 [복수는 나의 것] 이후 박찬욱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대중들을 '교육'시켰는지를 증명해줍니다. 아니면 박찬욱이 가만히 [복수는 나의 것]을 풀어놓고 기다리는 동안 그들이 알아서 스스로 깨우쳤거나요. 개봉당시 어정쩡한 흥행성적을 거두었던 [복수의 나의 것]과 지금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올드보이]는 같은 부류의 영화들입니다. 두 영화들이 '복수 삼부작'의 일부라고 하던가요? 정말로 세 번째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괜찮은 DVD 박스 세트를 기대해도 될 것 같습니다.
동명의 일본 만화책을 각색한 [올드보이]는 [복수는 나의 것]과 마찬가지로 복수의 심리학과 논리의 탐구입니다. 일반적인 복수극이 주인공의 복수 행위를 통한 대리만족을 목표로 한다면, 이 두 편의 영화들은 그런 직접적인 카타르시스 대신 이 어긋난 증오의 논리가 만들어낸 파괴적인 비극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렇다고 [올드보이]가 [복수는 나의 것]을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둘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시작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하기로 하죠. [올드보이]는 30살의 평범한 회사원인 오대수라는 남자가 갑자기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납치되어 15년 동안 감금되면서 시작됩니다. 15년만에 풀려난 오대수는 우연히 만난 횟집 요리사 미도와 함께 앞으로 5일 동안 납치범 이우진의 동기를 밝혀내야 합니다.
[복수는 나의 것]은 복수의 대상인 가해자를 피해자로서 보여주며 시작했습니다. 관객들은 복수자의 감정을 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 이전에 복수의 대상인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도 이해하고 있었지요. 그 결과 관객들은 특별히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하늘에서 인간들을 바라보는 서글픈 신처럼 처참한 비극을 관조했습니다.
하지만 [올드보이]를 보는 관객들은 전혀 다른 길을 걷습니다. 우선 우린 그렇게까지 매력적이라고 할 수 없는 오대수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가고 그와 고생을 함께하면서 그에게 서서히 감정이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이우진의 정체를 밝혀가는 동안 지금까지 우리가 오대수와 함께 당연히 적대시하고 있던 이 악당의 내면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고 결국 그를 이해하게 되지요. 그 결과 관객들이 [올드보이]를 보면서 체험하는 심적 경험은 전작보다 역동적입니다. 그러는 동안 영화는 '우리가 무심코 저지르는 살인'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탐구하기도 합니다.
[올드보이]에서 박찬욱이 사용한 접근법은 기본적으로 [복수의 나의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과장된 감정과 차갑고 냉정한 표현의 결합이지요. 이 접근법은 [복수는 나의 것]에 더 잘 맞는 것이긴 했지만, 그 과정 중 파생되는 블랙 유머와 과잉의 쾌감은 [올드보이]쪽이 오히려 더 강한 것 같기도 합니다. 취향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올드보이]의 폭력은 전작보다 훨씬 유려하게 재단되었습니다. 특히 롱테이크로 길게 잡은 오대수와 그를 감금했던 깡패들이 벌이는 격투신은 17대1 결투(사실은 한 명이 더 많은 18대 1이라는군요!)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사실적이고 피가 느껴지며 굉장히 웃겨요. 하지만 멜로드라마 속에 녹아든 몇몇 폭력 장면들은 정말로 순수하게 불쾌합니다. 어느 쪽으로 빠지건 영화는 풍부한 영화적 도발로 가득합니다.
다양한 금기의 파괴로 구성된 영화의 멜로드라마는 정말 극단적으로 과장되었습니다. 다행히도 굉장히 효율적으로 캐스팅된 세 배우들은 거의 그리스 가면극과도 같은 이 과장된 비극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정말 올해의 오버 연기상이라도 받아야 마땅한 최민식의 어마어마하게 과장된 연기는 유지태의 냉정한 한석규 연기와 흥미진진한 대위법을 이룹니다. 다른 영화에서라면 그냥 오버 연기와 아나운서 연기 수준에서 멎었을 법한 연기들이 서로를 찔러대며 근사한 불꽃놀이를 연출해내는 거죠. 이들 사이에서 쉽게 죽을 수 있었던 강혜정의 몸을 던지는 연기는 어떤 면에서 그들보다 더 칭찬받아야 합니다.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조금씩 재활용하는 선배들과는 달리 이 배우는 전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올드보이]는 불편하고 폭력적이고 종종 역겨운 영화입니다. 물론 이것들은 관객들을 자극하고 불쾌하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심은 장치들이며 모두 박찬욱이 [복수는 나의 것] 이후 꾸준히 추구하는 극한의 B급 정서에 이르는 과정입니다. 제가 전에 게시판에서 놀려댄 [세계일보]의 사설은 오히려 이 영화에 대한 가장 좋은 칭찬일지도 몰라요. 그만큼이나 성공적으로 그 사람들을 자극했다는 증거이니 말이죠. (03/11/26)
첫댓글 저 역시 도입부의 대사가 잘 안들렸습니다...^^;;직업상 가는귀가 좀 먹은 터라 그러려니~~했지만여^^ㅎㅎㅎ
저두 안 들리던데..난 S극장에서 불륨을 잘 못 조절한 줄 알았어요..근데 아니구나~
수아랑 미장원 소녀가 같은 배우였구나..몰랐넹~
전 계속 욕하면서 봣는데 ^^;;; 대사 안들린다고 저만 안들린게 아니였군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