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이라니...
가슴설레는 출발이다..
코딱지만한 자영업하나 한다고 어떻게 그렇게 짬을내기 힘들던지..
일년여만의 나홀로 나들이?인듯하다..
시원하게뚫린 38국도를 빠져나와 남면삼거리에서 59번으로 들어선다..
개인적으로 수많은발걸음 하는동안 다양한 감정선을 건드리던 곳이다..
한치고개를 넘어 화암약수까지 이어지는 갈림길을 지나자 곧.
좌측차창밖으로 백이산의 웅장한모습이 나타난다..
어디내놔도 손색없는 탑카르스트지형의 삐죽삐죽 솟은 산새가 일품이다..
유명해지지않아서 더욱 신비로운곳인지도...
선평역이 있는 낙동리 삼거리다..
한동안 이 동네에빠져서 수도없이 드나들곤했었다..
노출 석회암반사이로 물이 콸콸~ 흘러나오는 영곡 이나
수직절벽중간을 싹뚝 잘라놓은 도로의 종착점에서 서서
두 굽이만 돌면 동강 가수리로 이어지는데 저길 걸어서 가봐말어?를 수도없이
고민하곤했었다..
쇄재터널을 지나면 1박2일로 유명해진 덕산기와 역시 아빠어디가 로 알려진
덕우리가 쉴세없이 눈을 즐겁게해준다..
이런 비경이 이제서야 방송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니.. 정선 곳곳이 오지긴 하나보다..
2008년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귀농학교를 다녔는데
한달간 농가에서 숙식하며 실습하는 과정이있었다..
바로 이번 탐사지가 있는 동네인데..
쥔장 아저씨는 사실 다른 직업이 있었는데(선입견이 생길까봐 밝히진 않는다)
본업을 유지하면서 농사를 겸하는 분이었다
어쨋거나 3막4일을 떠들어도 모자른 그때의 일화는 차차 하기로하고..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쉴세없이 비탈진 밭을 일구던 한달여...
내가 버틸수있었던건 오직하나.. 사모님이 손수 타오시는 시원한 미숫가루 한사발 덕
이었다면 믿을수있으실런지...
나에겐 잊을수없는 이곳.. 그곳으로 오늘 떠난다..
GPS란 걸 너무 맹신해서일까..
그동안 동굴가기로 결정했을때부터 하루종일 카페에서 할수있는
근력운동으로(유산소운동은 살빠지니까..) 풋샵과 앉았다 일어나기르 매일 반복하며
나름 체력을 길러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다지도 힘들줄이야.. ;;
입체적인 지형은 고려않코 2차원적 직선거리로만 주구장창 읇어대는 GPS의 농간에 놀아나서는
결국 유체이탈 직전의 상황까지 이어졌다..
정말 목이탔지만 (一탄) 메고있던 태클색에 운좋게도 생수와 간식이 들어있었기 망정이지
정말 절벽귀퉁이에 쓰러진채 119부를뻔 했었다.. 이건 엄살이아니라 정말이다..
앞서가는 스머프가 두개로 보였다 한개로 보였다~ 할즈음.. 나타난
생탄(二탄)굴..
굴을 탐사하면서 전체적인 구조와 지형을 먼저보는편인데
이것 뭐 전혀 카테고리를 잡을수가없다..
모암의 경사나 주향도 일관성없이 천차만별이고 층리와 절리의 구별조차 모호하다..
수많은 낙석으로인해 개구멍과 지굴이 씨줄과 날줄로 교차하는데..
이건 뭐 나름 정신차리고 붙들어온 방향감각을 어느새 놓아버렸다..
내부는 무척 건조하여 때깔좋지못한 산호들만이 듬성듬성 군락을 이루고있다
특이한점은, 천정은 산호군락인데 바로 그 아래바닥은 전혀 용식흔적이 보이지않는 날카로운
낙석들이 산재해있다는 점이다..
보통 바닥과 천정의 상태를보면 어떤 과정으로 어느정도 시차를두고 용식작용이 일어났는지
대충이나마 짐작이 가는데 이건 외부에서 쇄석더미를 들고와서 천정산호군락 아래에 일부러
흐트려놓은듯한 아이러니한 장면이 곳곳에 있었다.. 알수없는 일이다..
수직구간을 내려서 낙석구간을 수차례지나고 개구멍을 실룩거리며 멀고먼 길을
들어왔는데.. 탈굴때는 미처 발견하지못햇던 천정위쪽길로 나가보니 불과 5분이 채 않되는시간에
되돌아올수있었다..
머리속이 한대 얻어맞은것처럼 멍~하면서도 동굴의 신비함에 감탄(三탄) 할수밖에 없었다..
거미줄처럼뻗어나가며 얽혀있는것 같아도 결국엔 넓지않은 구체의 공간속에서
상하좌우로 교차하며 인접해있었을뿐... 동굴의 위력은 역시나 대단하다..
의외로 생물의 개체가 적어서 생물팀의 애간장을 좀 태웠기도하고 말이다..
공간이동 워프를 가능하게한 위에서 언급한 신동공은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재원루트라 하면 어떨런지...
강원도라고 다 시원한건 절대 아니다
한여름 영서내륙지방인 정선읍의 햇살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얼굴탄다 얼굴타(四탄)
그래도 이제는 공인이 되서 시내에 나가다니면 "어머 빵집 아저씨네"
하고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빵집이 아니라 베이커리카페라고 주구장창 말하지만 소용이없다네 -.-;)
얼굴시커멓게 태우면 모양빠지니 않되는데 말이다..
더운날 먼거리를 마다않고 달려와 산을넘고 능선을타며 절벽을치는 사람들..
무릅과 팔꿈치가 까져가지만 나보다는 동료의 안전을 먼저 챙기는사람들..
위험을 두려워하지않고 호기심의 근원을 강한 체력으로 파헤치는 사람들..
열정이 활활 타고 또 타오른다 (五탄)
첫댓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다음 탐사때 뵙겠습니다^^
언제나 생생한 후기입니다~^^ 오늘 강원도가 뜨거웠다네요. 더운 날씨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들 무사 귀가하셨는지요?
동굴의 끝은 집에돌아와서 장비를 정리를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덕분에 이번 탐사도 즐겁고 안전하게 잘 마쳤습니다. 탐사의 마지막은 장비 정리! 반성합니다.
어제 집에 도착하자 마자 정비 완료했습니다.^^
정선에서 평창으로 가 여관에서 동굴복과 자일 2동을 세척하는데 이거 분명 문제 있습니다.
@최용근 그렇지 않아도 자일 생각이... 죄송합니다. 자일부터 챙기겠습니다.
역시 멋진 후기~! 재순씨의 섬세한 관찰력을 본받아야 하는데 말이죠..^^
생생한 후기에 '六탄'입니다~
역시 동굴은 장비도 장비지만 결국은 사람 몸으로 때우는 육탄공격이 반드시 필요하죠...카페 방문으로 탐사를 대신합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나도 젊었을때 한 육탄 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