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신문 ♤ 시가 있는 공간] 그 여자의 집 5. / 이재영
심상숙 추천
그 여자의 집 5
이재영
“망한 거 맞아 엄마,” 마른빨래를 접는 노모 앞에서 겉옷에 박힌 욕망과 속옷에 배인 희망을 접는 여자, 접어야 할 것과 접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하지 못한 여자, 적당히 간을 맞추지도, 키득거리지도 못한 여자, 바닥에 몸을 던진 저녁노을처럼 그녀의 희망은 어제나 서둘러 목숨을 끊었다. “바닥이라는 것, 도무지 끝을 알 수 없어.” 끝이려니 하는 순간, 또 하나의 바닥이 스멀스멀 스며들었다.
여자의 희망은 집요하지 못했고, 나의 절망은 시집보다 고요했다.
(『김포문학』39호 254쪽,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2022)
[작가소개]
(이재영 한국문인협회 김포지회 회장역임, 김포 시낭송협회 대표, 김포 시낭송아카데미 대표강사, 자랑스런경기도민상 문화예술유공표창(2018), (사)한국예총 공로상(2019), 김포시 문화상(문화예술)(2020) 수상,
[시향]
이재영 시인은 전문 MC로 각종 행사에서 사회를 맡아 왔으며, 산뜻하고 원활한 진행으로 정평이 나 있다.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는 김원영의 자서전적 책보다도, 본문의 ‘그 여자의 집 5’ 시인의 시가 울림이 더 크다. “겉옷에 박힌 욕망과 속옷에 배인 희망을 접는 여자, 접어야 할 것과 접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하지 못한 여자, 적당히 간을 맞추지도, 키득거리지도 못한 여자” “바닥에 몸을 던진 저녁노을처럼 그녀의 희망은 어제나 서둘러 목숨을 끊었다.” “바닥이라는 것, 도무지 끝을 알 수 없어.” “끝이려니 하는 순간, 또 하나의 바닥이 스멀스멀 스며들었다.” “여자의 희망은 집요하지 못했고, 나의 절망은 시집보다 고요했다.” 라고,
보다 진취적으로 희망을 너머서 욕망을 표출해 보고자 했다.
우리 모두 착해지고 싶은 5월의 오솔길 위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소망 앞에 꽃이 피고 잎새가 돋아날 때 희망의 파랑새가 날아들길 기원해 본다.
“글: 심상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