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교에서의 로봇 및 IT를 통한 창의적 학습환경 조성의 방향/조혜경

[백한진]

[현안문제 진단]

미래학교에서의 로봇 및 IT를 통한 창의적 학습환경 조성의 방향

	조혜경(한성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E-mail: hkcho@hansung.ac.kr
	교육정책포럼 : 2011.06.30

 교구로서 로봇의 가치

   한 학생이 대기오염 측정용 센서가 연결된 로봇키트를 자전거에 싣고 도시 한 바퀴를 돌았다. 이 학생이 도시를 이동하는 동안,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GPS 위치정보와 해당 위치에서 측정된 오염도 정보가 함께 저장되었다. 수집해 온 데이터는 도시의 구글맵(Google map) 위에 위치별 오염도가 막대그래프로 일목요연하게 겹쳐 그려진 대기오염지도로 탄생되었다. 아마도 이 학생은 자신이 몸으로 데이터를 취합하고 직접 분석했던 도시의 대기오염 문제를 평생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미래가 아닌 지난 2007년 어느 세미나에서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Carnegie Mellon University)의 Illah Nourbakhsh 교수가 발표한 로봇활용교육의 사례로, 개인적으로는 이에 감동받은 필자가 우리 교육에도 새로운 방법으로 로봇을 활용해 보겠다고 불이 붙게 된 계기를 제공하였다. 물론 현재에도 특별한 몇몇 학교에서는 실현 가능한 교육의 모습이지만, 보다 안정된 기술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의 미래 학교를 떠올리며 가장 먼저 상상하고 기대할 수 있는 교육 현장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현재 전국 3,000여개의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로봇교실이 운영되고 있고, 연관된 경진대회도 50여개에 달하다 보니, 교육용 로봇은 아이들에게 낯선 존재가 아니다. 다만, 제도권 밖에서 로봇기업들이 제공하는 조립중심의 교육을 오래 진행해 온 선입견으로 인해, 교사들의 인식은 로봇이 기술소양 증진을 위한 좋은 취미활동이 된다는 정도가 지배적이며, 로봇의 교육적 진면목이 교육 현장에 제대로 소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¹⁾.

   하지만 '탐구의 도구'로써 로봇을 활용한 위 사례에서 보여 주듯이, 교육에 있어 로봇의 진정한 가치는 학습자 중심으로 Plan-Do-See의 과정을 심화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는 것이며, 이때 탐구의 대상은 기술과 과학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와 그 해결방안에까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탐구가 심화될수록 더 다양하고 정교한 탐구방법에 대한 요구가 생기게 되고, 정교해진 방법을 통해 데이터가 충실해질수록 더욱 심화된 분석도 가능해진다. 심지어 공학에서조차 기술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는 없으니, 이러한 과정이 기술을 가르치는 데에도 효과적인 방법임은 당연하다.

   이 밖에도 로봇은 스토리텔링,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창작활동²⁾에도 적용되어, 교육의 목적과 맥락에 따라, 사고의 도구, 작업의 도구, 탐구의 도구, 표현의 도구 및 소통의 도구로 활용 가능함이 연구된 바 있다³⁾. 이러한 측면에서 로봇은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 Mathematics) 교육을 구현할 가장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로봇이 미래 학교에서 더욱 가치를 발할 수 있는 이유는, 학습 환경이 디지털화 되면서 로봇이 고립된 실습교구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 교과서 등 학습 매체 및 다양한 IT 기기와 자료를 주고받으며 한층 생동감 있고 심화된 학습활동을 맞춤형으로 지원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나 학생들이 수업에서의 필요에 따라, 센서를 통한 측정, 모터를 통한 움직임과 표현, IT 기술의 시각화 요소를 자유롭고 쉽게 결합하여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한다면, 기술을 통해 교육의 가장 본질적 경쟁력을 높이는 진정한 미래학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프라 및 교육보조역할로서 로봇기술의 가치

   미래학교에 적용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교육용 로봇은 자율적으로 움직이면서 내재된 콘텐츠를 이용하여 학습자와 교육적 상호작용을 하거나, 원격지의 교사를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 로봇들이다. 이들은 의인화된 외형으로 학습자를 집중시키거나 학습자와 감성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기에 e-러닝 또는 u-러닝 콘텐츠와는 차별화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유아교육선진화 사업의 일환으로 2013년까지 전국 8,000여개 유치원에 로봇과 콘텐츠를 보급하는 사업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미래학교에서 서비스 로봇의 활용방안으로는 언어교육, 청소, 안내, 저학년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시나리오⁴⁾가 제안되고 있으며 가까운 장래에 이들 시나리오의 일부가 교육 현장에 구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교육용 서비스 로봇에 대한 연구는 주로 로봇 자체의 기술적 수월성을 확보하는 것에 주력하는 듯 판단되나, 미래 학교에 필요한 핵심은 저가의 안정된 기술로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다수 학습자와 상호작용하기 위한 매개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단일 로봇이 아닌 스마트 교육환경으로의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스마트 환경에서는 교사의 학생관리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학습자의 행동 분석이나 학습수준진단 등의 유용한 정보가 수집·제공될 수 있으며, 이러한 정보는 교사와 로봇 등의 교육보조장치 사이에 자연스러운 협업 시스템 구현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 판단된다.

   로봇활용교육 활성화를 위한 교육계의 과제

   미래 학교에서 로봇활용교육이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한 단기적, 장기적 과제들을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양질의 콘텐츠 개발과 함께 모범적인 활용사례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말로 설명해도 되고, 글로 요약해도 되는 것을 굳이 각종 기술을 동원하여 학습자가 참여하고 체험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습자가 평생을 기억할 수 있는 인상적인 경험과 깨달음의 기회를 제공하여 학습 주제가 체화되기를 바라는 것일 것이다. 특별한 교육적 효과가 아니라면 굳이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고,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도구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마치 학습자의 경험을 위해 한편의 드라마를 기획하듯, 정교하게 기획되고 맥락에 맞는 콘텐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교육용 로봇 시범사업을 통해 일반 교과 수업에서 로봇을 활용하는 교안이 다수 개발되고 있으나, 교사 교육이나 우수 콘텐츠에 대한 방향성 없이 산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수업 속에 로봇을 무조건 끼워 넣으려는 듯한 무의미한 교안도 상당수 발견된다. 선도적 로봇활용교육 콘텐츠는 전적으로 새로운 시도인 만큼 교사들이 개인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전문가 집단과 교사 간의 꾸준한 연구개발 기회가 체계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둘째, 교사교육 및 지원이 필요하다. 기술을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수업에 필요한 교사의 기술소양은 대단한 것이 아니지만, 교구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수업을 자신 있게 이끌어갈 수 없다. 단기 교육을 통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기술이 어떻게 교육의 본질적 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지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체험형 수업은 전후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고 교구 준비나 정리에 동반되는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보조 인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교육과정 편성에 있어 유연성과 교사의 재량권이 확대되어야 한다. 로봇과 IT를 활용한 체험중심의 수업은 한 시간 단위로 실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수업 진행 중에도 교사가 교육적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 측면의 사고와 토론을 유도할 수 있기에 통합교과 형태가 더욱 시너지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수업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넷째, 현재 학교에 적용되고 있는 다양한 기술들, 즉, 디지털 교과서, 증강현실, 모바일 환경, 로봇, IPTV 등의 적용이 개별적 요소가 아닌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어 교육효과 향상에 집중될 수 있도록, 학습공간설계는 물론, H/W, 운영 S/W 및 교육콘텐츠 관점에서 통합적 운영방안 설계가 필요하다.

   로봇활용교육 활성화를 위한 로봇산업계의 과제

   로봇활용교육 활성화를 위해 로봇산업계 및 관련 정부부처가 추진해야 할 사항도 있다.

   첫째, 콘텐츠 공유와 사용자 편의성 향상을 위해 로봇업계가 공동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현재 로봇을 교육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정책적 환경은 매우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이기주의에서 야기된 형평성 논란 등 비본질적인 요소가 로봇활용의 확대를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기능은 비슷하면서도 호환되지 않는 인터페이스들을 과감하게 조율하여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을 확대시키고, 양질의 콘텐츠가 기업을 초월하여 공유될 수 있도록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서비스 로봇의 본질이 그러하듯 교육에서도 로봇은 도구일 뿐 주인공이 될 수 없다. 로봇 연구자의 마음에 들게 만들어진 완성형 로봇을 교육에 적용할 방법을 찾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요소화된 로봇기술로 교육현장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식경제부가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여 추진하고 있는 교육용 로봇 시범사업의 목적이 일차적으로 로봇 기업을 지원하는 것에 있다고 하더라도, 세부적인 내용은 교육과학기술부의 미래학교 정책이나 창의인성교육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운영 방향 및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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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혜경외, "교육+로봇: 비전과 액션 플랜". 정보과학회지, 26권 4호, 2008년 12월

2) 김진성외, “효과적인 로봇활용교육을 위한 교육 콘텐츠 개발”, 2011 ICROS 연차 학술대회. 2011년 5월.

3) 조혜경, 김미량, “초등 정규교과과정에서 로봇활용교육 도입 전략”, 2009 ICROS 연차 학술대회. 2009년 9월.

4) 이영준외, 로봇의 교육적 활용 방안 및 적정 기능 연구, 한국교육학술정보원, 2007.

조혜경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로봇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한성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창작로봇전`을 기획하여 창의적 로봇 콘텐츠의 확산에 기여하였으며, 언어, 수학, 과학 및 예술 교육을 지원하는 로봇활용교육 콘텐츠와, 어린이 및 비전문가용 창작도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