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안녕하세요. 저는 ICT 기업에서 기획 일을 하고 있고, 같은 회사에서 만난 개발자 남편과 16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습니다. 기존에 살던 집은 아기 계획이 없을 때 성인 두 명의 라이프 스타일에 꼭 맞춰 꾸민 집이라 아기를 키우기에는 적당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최근 이사하면서 아기와 함께하는 공간으로 집을 꾸몄습니다. 아기 재우고 온라인 집들이 열심히 준비해보았으니 즐겁게 둘러봐 주세요. : ) 도면 집은 직장 근거리로 구하느라 선택권이 많지는 않았어요. 대부분 구축이라 구조도 아쉬웠고요. 하지만 신혼집을 꾸미면서 인테리어의 힘을 알았기 때문에 여건에 맞는 집을 구해서 저희의 취향과 요구사항에 맞게 전부 고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집을 계약하기 전에 인테리어 업체부터 알아봤어요. 이사 계획과 공사 컨셉을 정리해서 몇 군데 업체를 컨택해보고, 마음에 드는 곳을 정해 수개월 후의 미팅을 잡았습니다. 그 사이 집 계약, 요구사항 정의, 가전 및 가구 구입 등을 진행했지요. 이사 계획부터 입주까지는 약 1년 정도가 걸렸고 지금은 입주한 지 4개월가량 되었답니다. 준비 업체에 전달한 요구사항 정의서예요. 간단한 자기소개, 집의 구조와 컨디션, 전체적인 컨셉과 꼭 반영되어야 하는 요구사항, 공간별 활용 목적과 가전/가구 배치 계획, 참고 이미지와 설계 도면을 포함하여 꼼꼼하게 작성했어요. 직업적으로 요구사항을 기술하는 일을 하기도 하지만. 아기가 있어서 외출이나 미팅이 쉽지 않은 점, 예전 집에서 공정 순서가 지난 다음에 요구사항을 전달해서 반영이 어려웠던 경험을 토대로 미리 문서로 정리해두고 생각날 때마다 보태서 빠짐없이 작성하려고 했어요. 덕분에 두세 번의 미팅만으로도 최종 시안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공사 전 저희가 고른 집이에요. 구축이라 좁은 주방이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 거실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어요. 사실 가족들 식사를 준비하다 보면 몇 시간이고 주방에 있을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거실에 있는 아기가 엄마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면 안 되었거든요. 요즘에는 대면형 주방도 많이 하는데 궂은일을 숨어서 하는 듯한 구옥 주방 구조가 너무 아쉽더라고요. 거실에서 보이는 주방 쪽 기둥마저 내력벽이라 건드릴 수가 없어서 묘안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업체를 고를 때도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주방을 내가 원하는 구조와 디자인으로 가장 안정적으로 시공할 수 있는 곳'으로 골랐습니다. 현관 저희 집의 전체적인 컨셉은 '우드톤의 단정하고 아늑한 집'입니다. 제가 오크 컬러를 좋아해서 밝은 우드톤을 메인 컨셉으로 잡았어요. 곧 색색깔의 아기용품이 채워질 거라 인테리어는 최대한 미니멀해야 했습니다. 복잡한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공간이나 면적의 구분도 선 대신 면으로 해달라고 부탁드렸지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기 위해 차가운 조명이나 질감, 어두운색은 피했고, 특히 화이트나 그레이 컬러의 자재에 푸른 빛이 돌지 않게 신경 썼어요. 지저분한 것들은 가리고 웜톤 화이트나 베이지 컬러의 무광 소재를 이용해서 단정하고 아늑한 집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덕분에 집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현관과 거실 전면에 우드톤이 넓게 깔려 제가 원하는 느낌이 잘 살아난 것 같아요. (이미지 출처 : revedehome)
▲ 나중에 아이가 혼자 신발 신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신발장 한 칸을 벤치로 만들었어요.
▲ 다소 차가워보일 수 있는 현관 타일도 웜톤에 무광 소재로 골라서 전체적인 컨셉에 맞췄어요. △ 중문은 디자인 복잡도를 높이고 유리가 아기에게 안전하지 않아서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거실 거실은 아기가 하루 중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고, 한동안은 가족의 주무대가 될 공간이라 아기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일 많이 고려했어요. 저희 부부는 아기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컸으면 해서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큰 책장을 배치했습니다. '거실엔 TV'라는 공식을 버리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막상 빼고 나니 생산적인 시간이 늘어서 아주 좋습니다. (물론 아주 버리지는 못하고 방에 걸어뒀지만요.) TV가 없으니 처음 부모님이 오셔서는 허전해하시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만큼 이야기를 더 나누다 가세요. 처음엔 책장을 나무로 짜 넣으려고 했는데, 3D 투시도로 미리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복잡하고 둔탁해서 모듈형 시스템 책장으로 변경했어요. 딱히 아기를 위한 책장은 아니지만, 집과 잘 어울리고 구성이나 배치가 자유로워 고민 끝에 선택했는데, 아주 만족스러워요. 책장은 답답하지 않게 선반을 다 꽂지 않았고, 숨겨진 공간을 좋아하는 아기를 위해 맨 하단에 캐비넷을 넣었습니다. 아기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엔 작은 소품이나 제가 읽을 책을 넣어 구석구석 알차게 쓸 수 있어요. 무선공유기나 인공지능 스피커 같은 것도 모아두기 좋고요. 그래도 무거운 책을 몰아넣으면 선반이 휠 수 있고, 얇은 책은 양옆에 놓으면 빠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해요. 지금은 아기용품으로 많이 찼지만 처음엔 이렇게 여유로운 공간이었습니다. 이사하면서 거실 쪽 발코니를 터서 확장했고, 주방을 제외한 집 전체에 원목 마루를 깔아서 밝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마루는 지복득 광폭마루 중 가장 밝은 오크로 골랐고, 나무결마다 패임이 느껴져서 정말 좋아요. 어렸을 때 할머니 댁 대청마루에서 놀던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광폭이라 시원시원하고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하고요. 아기가 있는 집이다보니 원목 마루의 단점인 찍힘이 눈에 안 띄고, 청소를 조금 걸러도 티가 덜 나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 소파는 예쁘고 관리가 무척 쉬운데, 등받이가 낮고 딱딱한 편이라 몸이 파고드는 편한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래도 저희 아기는 2단으로 오르내릴 수 있어 무척 좋아합니다. 다만 동글동글한 모듈 소파라 사이사이로 물건이 빠질 수는 있어요. 소파 옆 플로어 램프는 많이 둘러봤지만 결국 루이스 폴센 제품으로 들였습니다. 클래식하지만 그만큼 실패가 없는 조합같아요. 그리고 처음엔 TV와 함께 소파도 없애려고 했는데 아기 때문에 거의 좌식 생활이라 무릎이 너무 아파서 소파까지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얼마 전까지의 거실 모습입니다. 거실에 아기 교구들을 꺼내놓으면서 교구에도 집에도 꼭 맞는 교구장을 넣고 싶었는데 아기 가구 업체가 정말 많고 오프라인으로 보기도 쉽지 않아서 정말 고르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진열방식과 배치를 먼저 고민하고 집에 어울리는 디자인, 사이즈, 색상을 정해서,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맞춤이 가능한 '트리홈'(@treehomegagu)에 제작을 맡겼습니다. 웜톤의 밀크 색상이라 집에 잘 어울리고 맞춤 제작이라 수납과 이용도 편리해요. 서재와 교구장 사이엔 러그를 깔아서 아기 공간을 구분해주었고요. 아기 물건이 늘어서 최근에 다시 한번 공간을 정비했어요. 교구장을 더 길게 빼서 답답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아기 공간이 더 아늑하고 견고해지더라고요. 발코니 쪽까지 정돈하니 어른 공간도 넓어진 느낌이 들고요. 아기를 키우다 보면 짐이 빨리 늘어서 벽이 부족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이렇게 중앙에 배치하는 방법도 좋은 것 같아요. 각자의 공간을 분리해줄 수도 있고, 아기도 넓은 공간을 가로지르며 뛰는 일이 없어서 층간 소음을 줄이는 효과도 있고요. 아기 교구는 위험하거나 단계가 맞지 않는 건 교구장 위에 올려두었고, 교구 탐색이 모두 끝나면 다시 한번 배치를 바꿔줄 예정이에요. 주방 (주주방)다음은 구조 때문에 가장 고심했던 주방입니다. 기존 주방 자리를 보조 주방으로 두고, 꽤 널찍한 식당 공간에 주주방을 새로 만들었어요. 주방 구조를 많이 그려갔지만, 업체에서 제안해주신 긴 아일랜드 구조가 기존의 수도와 환기구를 끌어오기도 안전하고 심미적으로나 기능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주주방 씽크대는 씻고, 다듬고, 조리하는 순서를 고려해서 배치했고 열원은 아기와 멀고 후드 이설이 용이한 위치로 잡았습니다. 하부장 길이를 줄여서 주방 반대편으로 가는 동선을 줄일 수도 있었지만, 하부장이 길어야 공간이 더 넓어보이기도 하고 그릇 배치만 잘 하면 굳이 반대편으로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지금처럼 정했어요. (이 아일랜드는 양쪽에 수납공간이 있어서 길이가 조금만 늘어나도 수납공간이 배로 늘어요!) 주방 상판은 밝지만 따뜻한 색의 칸스톤을 올렸습니다. 여러 소재가 있었지만 예산을 고려하기도 했고, 취향이 분명하다 보니 적정선에서 마음에 드는 소재와 디자인을 고를 수 있었어요. 후드는 스테인리스 소재의 번쩍이는 아일랜드 후드가 싫어서 후드 기능을 포함한 인덕션 제품을 검토했는데, 하부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원하는 모델을 구하기도 어려워 포기했어요. 대신 업체에서 하얀색 원형 아일랜드 후드를 찾아주셔서 흔쾌히 그걸로 정했어요. 냉장고는 LG 오브제 라인인데 주방 가구 제작 직전에 출시되어서 급하게 냉장고장 크기를 변경한 기억이 납니다. 유리여도 잘 깨지지 않는 소재고 무광에 베이지 컬러라 보자마자 구매했어요. 실제로는 미세하게 핑크빛이 도는데 그 나름대로 예쁜 것 같아요. 식탁 등은 주방의 첫인상을 결정한다고 생각해서 집 컨셉을 정할 때 미리 골라둔 제품인데, 선이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들면서 골드 포인트가 있어 세련되어 보여요. 신혼집에서 주방까지 원목 마루로 깔았다가 물관리가 어려웠던 경험 때문에 이번 주방은 타일 바닥으로 깔았습니다. 아기가 한참 흘리면서 식사법을 배울 때라 청소하기가 쉬워서 아주 좋아요. 대신 그릇이 떨어지면 와장창 깨질 수 있고, 아기가 넘어지면 위험해서 현재는 아기 매트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