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량이 가장 많은 명태
명태와 북어(명태 말린 것)는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즐겨 먹는 어류이다. 명태가 문헌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조선조 중종 때(1530년)이지만 그 전부터 먹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경성과 명천 지방의 토산물로 ‘무태어(無泰魚)’가 있다고 하였는데 명태를 가리키는 듯하다.
약 600년 전 고려 시대에 강원도에서는 명태를 북방 바다에서 온 고기란 뜻에서 북어(北魚)라 불렀다. 그 당시 강원도 연안에서 많이 잡혔으나 이름이 없는 고기는 먹으면 안 된다는 미신 때문에 외면당하다가 함경도에서 잡히기 시작하면서 명태란 이름이 붙고 널리 먹게 되었다고 한다.
『송남잡식』에서는 “우리나라 원산도에서 나고 명천에서는 잡히지 않다가 명천 사람 태(太) 모씨가 비로소 북해에서 낚시로 잡았다. 크고 살찌고 맛이 좋았으며 명태라 이름지었다”고 하였다. 곧 명천의 ‘명(明)’과 태씨의 ‘태(太)’ 자를 따서 ‘명태’가 된 것이다. 명태의 명명 시기는 태조 때라고도 하고 조선 개국 250년경에 당시 함경도 관찰사인 민 모씨에게 이것을 올렸더니 명태라 하였다는 설이 있다. 이외에도 함경도 삼수갑산(三水甲山)에 사는 사람들은 눈이 어두운 사람이 많은데 겨울 동안 연안 어촌에 나와 한 달여 동안 명태를 먹으면 눈이 맑아진다 하여 명태라 했다는 설도 있다. 명태보다는 북어란 이름이 먼저인 듯하다.
명태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정문기의 『어류 박물지』에는 무려 열아홉 개의 별칭이 나온다. 신선한 명태를 선태라 하고, 말린 명태는 건태 혹은 북어라 하며, 얼린 것은 동태, 새끼는 노가리라 한다. 잡는 시기에 따라 일태, 이태, 산태, 사태, 오태, 섣달 바지, 춘태라 하며 크기에 따라 대태, 중태, 소태, 왜태, 애기태 등으로 나뉜다.
대구와 비슷하나 더 홀쭉하고 길다. 놀라운 다산성을 과시하는데 한 마리가 보통 25만 개의 알을 낳는다. 알을 깔 때는 전혀 먹지 않으며, 주로 자정부터 새벽까지 부화한다. 열흘이 지나면 알에서 나와 반 년쯤 지나면 10cm 가량 자라는데 이 때까지는 산란지 주위를 맴돌다가 수온이 오르면 깊은 바다로 향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명태 어장은 함경남도 해안을 중심으로 한 동해 북부 일대이다. 요즘은 북태평양에서 잡아 영하 30℃ 이하에서 꽁꽁 얼린, 큼직한 ‘북양태’가 시중에 많이 나온다.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는 자그마한 것에 비하면 감칠맛, 담백한 맛이 훨씬 덜하다. 우리나라 동해 연안에서 잡은 토종 명태를 ‘지방태’라고 하는데 몸집은 작지만 짭짤하고 양념도 잘 흡수해 시세가 좋다. 그러나 많이 잡히지 않아 말리지는 못하고 대부분 생태로 팔려 나간다.
북어를 만들려면 해물을 걸어서 말리는 덕을 시렁처럼 만들어 놓은 덕장에 명태를 걸어 놓고 겨우내 말린다. 요즘에는 주로 베링 해협이나 알래스카에서 잡은 큰 것으로 입이 지방태보다 큰 원양태가 많다. 말리면서 기온이 너무 떨어져 껍질이 하얗게 바래면 백태, 기온이 높아 수분이 한꺼번에 빠지면 깡태, 검은 빛이 나면 북태가 되고, 얕은 데서 말리면 바닥태라 부른다. 명태 중 제일로 치는 것은 결이 부드럽고 노르스름한 황태이다. 겨울 추위가 매서울수록 황태의 진미가 살아나는데, 해방전에는 원산에서 말린 것을 제일로 꼽았으나, 요즘에는 횡계의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보통 11월 말쯤 횡계와 인제 산골에 덕장이 생기고 본격적으로 추워지는 12월 중순경부터 명태를 걸어 말리기 시작한다. 추위가 매서울 때 덕에다 걸어 놓으면 밤에는 얼고 낮에는 햇볕에 녹으면서 수분이 증발한다. 이처럼 얼었다 녹았다 하면 살이 졸아들었다 부풀었다 하기 때문에 결이 부드러워진다. 결빙, 기화, 건조의 과정을 거듭 거쳐 얻은 북어를 ‘더덕북어’라고도 하는데, 이는 말린 더덕처럼 살이 부슬부슬하기 때문이다. 황태를 말리기에 적당한 날씨는, 영하 20℃쯤으로 떨어졌다가 때로 적당히 따뜻해지는 삼한사온의 기후이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덕장에 매달려 겨울을 지내고 날이 풀리는 3월쯤 되면 황금빛의 황태가 되는 것이다. 3월 중순이면 제대로 마른 황태를 골라서 싸리나무에 한 두름인 20마리씩 꿰는 작업을 하는데 이를 ‘관태’라 한다.
명태는 어느 한 군데 버릴 데가 없는 생선이다. 살로는 국이나 찌개를 끓이고, 내장으로는 창난젓을, 대가리는 귀세미젓을, 알은 명란젓을 담가 먹고, 눈알은 구워 술안주로 한다. 명태 눈에는 비타민 A와 젤라틴이 많아 시력을 보호해 주고 피부에도 좋다. 명태 창자 속의 간유도 시력보호에 효과적이라 한다. 명태는 고단백 식품으로 간 질환자나 당뇨병 환자의 식이요법에 유용하게 이용된다.
뿐만 아니라 북어에는 간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알코올 성분을 분해하는 작용을 하는 메치오닌, 타우린 등의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숙취에 좋다. 그래서 술꾼들은 술 마신 다음날 아침에 북엇국으로 해장을 한다. 북엇국은 통북어를 두들겨 뜯어 물에 재빨리 씻어서 물기를 꼭 짜서 끓이는데 쇠고기 육수에 넣거나 콩나물이나 무를 함께 끓이면 더욱 시원하다. 한소끔 끓으면 파를 넣고 달걀을 풀어 넣어 바로 불에서 내린다. 북어 껍질로 끓인 탕은 어글탕이라고 한다.
싱싱한 생태나 동태로는 매운탕을 많이 끓이고, 이외에도 전유어, 찜, 양념구이를 한다. 예전에 유난히 추운 함경도에서는 동태의 내장을 입으로 빼내고 그 자리에 두부나 고기, 채소를 섞은 소를 채워 넣어 한 데에 널어 꽁꽁 얼려 두고 겨우내 쪄서 먹는 동태순대를 즐겨 해 먹었다. 요즘은 명태를 반쯤 말린 코다리를 많이 이용하는데 찜이나 조림, 양념구이 등을 한다.
말린 북어는 쓰임새가 훨씬 많아서 국이나 밑반찬 거리로 아주 좋다. 제사나 굿, 고사를 지낼 때 빠지지 않는 제숫거리이다.
조리법
북어조림
명태를 덕장에 걸어 놓고 겨우내 말려서 북어를 만든다. 쓰임새가 많아 국이나 밑반찬으로 아주 좋다.
북어조림
재료(4인분)
북어(중) 2마리, 풋고추 2개, 실고추 약간
(가) 간장(진간장) 4큰술, 물 4큰술, 설탕 1큰술, 마늘 2쪽, 생강 1톨, 흰파 1뿌리, 통깨 ½큰술, 고춧가루 ½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북어는 물에 충분히 불려서 부드러워지면 건져서 물기를 거둔다. 가운데 뼈를 발라내고 지느러미를 떼어 내어 4cm 정도로 토막을 낸다.
2. (가)의 조미료로 합하여 양념장을 만든다.
3. 냄비에 북어를 한 켜 고르게 펴서 담고 위에 양념장을 끼얹고 실고추를 놓는다.
다시 북어를 가지런히 넣고 양념장을 고루 얹어서 불에 올려 조린다.
4. 끓어 오르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장물을 떠서 위에 끼얹어 고루 간이 들도록 한다.
5. 국물이 거의 졸아들고 북어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조린다.
북어전
북어를 두드려 물에 불렸다가 양념하여 밀가루와 계란을 씌워 지진다.
북어전
재료(4인분)
북어(중) 2마리, 밀가루 4큰술, 달걀 2개, 지짐기름 적량
(가) 간장(진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다진 파 4작은술, 다진 마늘 2작은술, 다진 생강 1작은술, 깨소금 ½큰술, 참기름 ½큰술, 후춧가루 약간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북어는 방망이로 두드려 머리를 떼고 물에 불렸다가 뼈를 발라낸 다음 펴서 껍질 쪽에 칼집을 어슷하게 넣고, 5cm 길이로 토막 낸다.
2. (가)의 조미료로 양념장을 만든다.
3. 북어 토막에 양념장을 고루 발라 겹쳐 놓고 30분쯤 재운다.
4. 양념한 북어에 마른 밀가루를 발라 촉촉해지면 달걀 푼 것에 담갔다가 팬에 기름을 두르고 누르면서 지진다.
입이 큰 대구(大口)
대구는 입이 커서 대구(大口)라는 이름이 붙었고, 머리가 커서 대두어(大頭魚)라고도 한다. 몸 빛깔은 옅은 회갈색이고 배쪽은 희며 등지느러미와 옆구리에 무늬가 있고 아래턱에 수염이 하나 있다. 동해와 서해에 분포하는 한대성의 심해어로 겨울철 산란기에는 연안 내만으로 옮겨 오는데 경남 진해만이 산란장이다.
『산림경제』에서는 “대구어의 알에 간을 해두면 맛있고 담백하여 먹기 좋다. 동월(冬月)에 반건(半乾)한 것이 아주 좋다”고 하였으며, 『규합총서』에서는 “대구는 동해에서만 나고 중국에는 없기 때문에 그 이름이 문헌에는 나오지 않으나 중국 사람들이 진미라 하였다. 북도 명천의 건대구가 유명하다”고 하였다. 『임원십육지』와 『재물보』에서는 대구의 구자를 ‘구(夻)’라고 표기하였다.
대구는 지방이 적어서 비린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이도 잘 먹는 생선이다. 해물탕 중에는 담백하고 맑게 끓인 대구백숙과 얼큰한 대구매운탕이 가장 인기가 좋다. 명태나 마찬가지로 버리는 부분 없이 아가미, 알, 눈, 껍질까지 모든 음식에 활용된다. 부산 지방의 명물 음식으로 뽈국과 뽈찜이 있는데 대구 머리로 만든 음식이다. 머리가 커서 살이 꽤 붙어 있어 먹을 만하고, 뼈와 함께 끓여서 국물이 아주 시원하고 깔끔하다. 알과 아가미, 창자로는 젓갈을 담근다. 대구모젓은 아가미와 알을 소금에 절였다가 고춧가루, 마늘, 파, 생강 등의 양념과 함께 버무리고 때로는 무채를 절여서 섞어 삭혀서 먹는 것이다. 대구 내장과 명태 내장을 절여서 양념을 넣고 버무려서 담근 창난젓도 있다.
대구를 말린 대구포는 오래전부터 만들어 온 가공 식품으로 소금에 절였다가 등을 갈라서 한 장으로 펴서 말린 것으로 잔칫상이나 제사상에 고인다. 예전에는 산후에 젖이 부족한 산모들이 영양 보충을 겸하여 먹곤 하였다. 『음식디미방』에서는 대구 껍질을 삶아서 가늘게 썰어서 무친 것을 ‘대구껍질채’라 하였고, 또 대구 껍질로 파를 만 ‘대구껍질강회’가 나와 있는데 밀가루즙을 섞은 초간장에 찍어 먹는다.
조리법
대구는 지방이 적어서 비린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이도 잘 먹는 생선이다. 해물탕 중에는 담백하고 맑게 끓인 대구백숙과 매운탕의 인기가 높다.
대구매운탕
재료(4인분)
대구(소) 1마리(1kg), 생굴 200g, 배춧잎 2장, 파 2뿌리, 물 6컵
(가) 소금 1큰술, 청장(재래식 간장(국간장)) 2작은술, 다진 마늘 2큰술, 다진 생강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대구는 깨끗이 손질하여 내장을 빼고 5cm 정도로 토막을 낸다.
생굴은 씻어 체에 건진다.
2. 배춧잎 줄기는 4cm 길이로 썰고, 파는 다듬어 어슷하게 썬다.
3. 냄비에 대구 머리와 꼬리를 담고 물을 부어서 끓이다가 맛이 들면 건지를 건져 낸다.
4. 대구 삶은 국물에 대구 토막과 배추를 넣고 (가)의 양념을 넣어 끓여서 익으면 생굴과 파를 넣어 끓인다.
5. 굴이 익어서 맛이 어우러지면 바로 불에서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