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세 작가님께
드라마 공화국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MBC의 야심찬 기획작 <늑대>의
선봉장을 맡게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엄태웅이라는 보석과 같은 배우를 얻게 된 행운도 함께 함께 말이죠.
그를 캐스팅할 때 노렸던 패닉효과 역시 톡톡히 누리게 되실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기엔 조금 이르지요...
당신이 얻은 것은 양날의 검...
파죽지세로 적을 쓰러뜨리고 당신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당신의 심장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열혈패닉이라는 말은.. 사실 명백한 오해입니다.
패닉들의 기본 성향은 얼음같은 냉철함입니다.
베일듯이 날이 선 이성과 흔들림없는 명정한 판단력으로
무장된 이들은 대중문화 전반에 대해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심장을 뛰게
할 수 있는 것은... 비로소 이들이 열혈집단으로 바꾸는 것은..
이들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작품에 한합니다.
잘생긴 배우가 간드러진 명대사를 읊어대는 것만으로
이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거라는 달콤한 환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부활이라는 텍스트를 분석하던 패닉들의
시선이... 얼마나 예리하고, 섬세하며,서늘한 것인지를 반드시
기억해 주십시오.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누구와 누구를 맺어달라거나 엔딩을 이러저러
하게 바꾸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 여주인공이 한지민 양이
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만... )
첫째, 현실감있는 캐릭터를 구축해 주십시오.
작위적인 대사와 행동패턴으로 시청자의 호감을 얻어내지 못한
대부분의 드라마 캐릭터와 차별화된... 건강한 상식과 가치관을
가진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주십시오.
특히 가공되지 않은 원석과도 같은 엄태웅의 가능성이 마음껏
펼쳐질 수 있는... 인간의 깊이와 멋을 지닌 캐릭터를 창조해
주십시오.
둘째,
개연성있는 내러티브를 만들어 주십시오.
시청자들의 입맛을 맞추어 억지스럽게 전개되는 이야기구조는
이제 식상합니다.드라마의 전체구조에 대한 충분한 사전계획과
설계를 거쳐 탄탄한 짜임새를 가진 이야기를 만들어 주십시오.
사건하나, 장면하나, 등장인물 하나도 흐트러짐없이 배치되어
있는 ... 장인정신이 살아있는 대본을 원합니다.
셋째, 마감시간을 엄수해 주십시오.
드라마의 기초공사에 해당하는 원고가 제때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배우들의 캐릭터이해와 몰입도를 떨어뜨립니다. 전체적인
제작환경을 악화시키고,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입니다.
쪽대본으로 허둥지둥 촬영하거나 엔딩에 대한 확신도 없이 무작정
흘러가는 드라마를 우리는 원치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당신은 신공이라 불리던 여자의 그림자와 싸워야만 합니다.
우리가 요구하던 까다로운 요구들을 그녀는 모두 충족시켰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상상치 못한 방법으로 우리를 감동시켰습니다.
당신에게 놓여진 한계는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외압과 열악한 제작환경들을 우리 역시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시청률 지상주의를 극복하고 작품성을 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스타시스템을 외면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이 얼마나 고단
한지.... 이해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요구합니다.
이 모든 것을 뛰어넘어 당신의 역량을 최고로 발휘해 줄 것을...
재능있고 선량한 이 멋진 배우에게 실망스런 필모그라피를 남기지
말아줄 것을...
강력하게.. 그리고 간절히..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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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세 작가님께 드리는 글 ★
명품초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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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24 03:42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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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 좋아요... 재능있고 선량한 이 멋진 배우에게 실망스런 필모그라피를 남기지 말아줄 것을... 너무 감동요... 엄포스 화이팅!!!! 특히 가공되지 않은 원석과도 같은 엄태웅의 가능성이 마음껏 펼쳐질 수 있는... 인간의 깊이와 멋을 지닌 캐릭터를 창조해 주십시오. 엄포스님의 능력 기대합니다... 열심히 응원!!!!
그 원석이란 말,,ㅋㅋ 전 딴 배우의 입으로 들었던 말입니다..좋은 글 잘 읽었어요... 제가 생각해보았습니다.,원석이 보석이 되는 것은 잘 세공하는 사람을 만나야 물론 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그 원석이 단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리 깍이고 저리 패여도,,자기 본성의 단단함,,(재능,,감성,,선량한 성품)을 잃지 않는다면,, 보석이 된다해도,,설령 다 깍여 손톱만큼만 남는다해도,,그것은 원석입니다,,,
김경세작가님,,전작 단편을 대본만 읽어봤습니다...배우 엄태웅만이 원석이겠습니까.. 작가도 나름 다른 빛깔을 지닌 원석이고,, 엄포스에 의해 그도 다듬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자기 본 모습을 잘 펼칠 수 있게,,격려합니다,,
작가의 단단한 자존심을 믿어보겠습니다..명품초딩님의 말씀처럼,, 여러 외압에 흔들리지만 않는다면,,뚝심있는 스케일이 크고 야성적이며 멋진 늑대가 탄생하리라 생각합니다.. 제 생각엔,,지금 엄포스와 김경세작가가 둘다 끌을 들고 서 있는듯 ㅎㅎ
서로 깍아주고,,다듬어주고,,그러려공 ㅋㅋ
정말 연기력으로 똘똘뭉치신 우리 태웅님의 재능이 묻히지 않고 살아날수 있도록..작가님..부탁합니다..
양날의 검, 맞습니다. 부디 시청률이란 숫자놀음에 현혹되지 마시고 박수받을 수 있는 엔딩을 위해 뚝심있게 글 써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우리 웅님의 매력을 삼만배 멋있게 살려주시면 더 감사하겠지만요. ㅋㅋ
양날의 검.. 동의합니다.ㅎㅎ 부활패닉들을 시청자층으로 흡수한다는 건 기회이자 모험이죠. 대충 쓴 대본으론 비난을 면키 어려울테니.. 엄포스의 뛰어난 연기력을 잘 형상화시킬 수 있는 그런 대본으로 만들어 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아...........이런멋진글은 작가및 연출및....늑대카페에도 ^^올라오길.^^
아, 이거 텔존에서 봤는데, 정말 멋진 말이라는,
와%^^^ 두번 세번 놀랍니다..진자 멋진글 잘보고갑니다^^
와 진짜 명풍초딩답게 글잘쓰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