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Daum K3리그 2009 개막전 남양주 vs 고양의 경기를 앞두고 촬영한 단체 사진
[어메이징 싸커] ③ 이천수의 주먹감자? K3리그 고양, 우리는 대놓고 가운데 손가락이다!
경제 한파 때문일까? 지난 겨울은 이상하게 유난히 길고 더 춥게 느껴졌다. 하지만, 필자에게 이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축구 때문이었다. 나라 밖 여러 해외축구보다 국내축구에 더 관심이 많은 필자에게 국내 축구리그들이 휴식기에 접어든 겨울은 무척이나 추웠던 것이다. 물론 EPL을 비롯한 해외축구들을 방송 매체를 통해 시청하고, 또한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그들의 최신 뉴스를 접할 수 있었으니 무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슴 한 켠이 쓸쓸했던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 그러던 찰나 어느새 봄이 찾아왔고 지난해 12월, 수원의 우승으로 겨울 휴식기에 들어갔던 프로축구 K리그가 3월이 됨과 동시에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지난 글에도 썼다시피 기다리고 기다렸던 7일 개막전에서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다시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어메이징 싸커 ①편 참고.) 하지만 이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경기와 더불어, 같은날 타 지역에서 30분 늦게 벌어진 경기가 있었다. 바로 전남 광양에서 치러진 전남과 서울의 대결이었다. 지난 해에 비해 김병지(경남), 이을용(강원), 최원권(광주) 등 노장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력 누수가 없었던 서울의 우세가 어느 정도 점 쳐졌던 그런 경기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서울은 그 예상을 뛰어 넘는 강력함이었다. 전반에만 3골을 집어 넣은 서울. 하지만, 이대로만 당하고 있을 전남이 아니었다. 시즌 개막을 불과 며칠 앞두고 길 잃은 미아와 같았던 이천수를 영입한 전남. 그 비장의 카드 이천수를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했다.
K리그에서 일명 '사기 유닛' 이라고 불렸던 이천수는 역시나 대단했다. 답답했던 전남의 공격에 숨통을 틔워준 것이다. 이천수를 필두로 공격에 힘 썼던 전남. 그 때문일까? 전남은 전반과 마찬가지로 후반에도 내리 3골을 허용하며 6-0으로 뒤쳐지고 말았다. 하지만, 전남 입장에서 개막전부터 허무하게 영패를 당할 순 없었다. 거기다 홈 경기인데 말이다. 그러던 찰나, 후반 중반 드디어 이천수가 골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윽고 부심의 깃발이 올라가며 오프사이드가 선언되고 말았다. 문제는 이 다음에 일어났다. 완벽한 골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오프사이드 판정에 불만을 터뜨린 이천수가 부심에게 일명 '주먹감자' 를 선보이는 화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고 말았다. 필자를 비롯한 시청자들이 확실히 볼 수 있었을 만큼, 중계 카메라에는 분명 잡혔었다. 하지만, 당시 경기의 주심이던 최명용 씨는 보지 못했었나 보다. 이윽고, 별 일 없이 경기는 계속 진행되었고 판정에 대한 분풀이라도 하듯 이천수는 후반 추가시간에 얻은 프리킥 찬스를 골로 연결하며 팀의 영패 수모를 면하게 했다. 하지만, 그의 이 골은 곧 빛이 바래고 만다.
경기가 끝나고 난후 문제가 불거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0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천수에게 상벌규정 3장 16조 4항 '심판에 대한 판정항의 또는 비신사적인 행위(벌칙 2~8경기 출장 정지, 경기당 100만원 제재금 부과) 를 적용해 6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600만원, 그리고 사상 유례없는 페어플레이 기수로 경기 전 식전행사에 참여해 사회 봉사 활동을 이행하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2006 독일월드컵 조별예선 토고 전에서 골까지 기록하며 대한민국에서 이천수하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였던 그였는데 말이다. 정말 끝이 어딘지 모를 추락으로 보인다.
이처럼, 축구에서는 심판에 대한 예절도 굉장히 중요한 것이란걸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브라질 출신의 제주 유나이티드 알툴 베르날데스 감독은 "한국 사람들은 집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데 축구장 그라운드로 들어갈 때는 축구화를 신고 들어가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축구는 예절이 절반이라고 한다. 심판에 대한 예절과, 축구장 그라운드에 대한 예절도 있듯이 선수들에게 있어 예절은 중요하다. 이것이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필자는, 물론 축구선수는 본인이 속한 소속팀의 서포터즈에게부터 잘해야겠지만, 그보다 먼저 상대팀 서포터즈에게 지킬 건 지켜가며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지지하는 K3리그 남양주 시민축구단(이하 남양주) 은 지난 21일 오후 7시 홈 구장인 남양주 종합운동장에서 경기도 고양시를 연고로하는 고양 시민축구단(이하 고양) 과 Daum K3리그 2009 개막전을 가졌었다. 결과부터 살짝 말해보자면, 2-0으로 남양주가 승리 하였었다. 지난 시즌 리그 6위를 기록했던 남양주와 그에 비해 리그 꼴찌를 기록했던 고양. 고양에게 있어 남양주는 무척이나 싫은 팀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지난 시즌 남양주와 고양의 대결은 5-1(홈), 10-3(원정) 을 기록했다. (홈, 원정 기준은 남양주이다.) 지난 시즌 고양의 120실점 중 15실점을 남양주에게만 당한 것이다.
이 때문이었을까? 앞서 알툴 감독의 말처럼 예절이 절반인 축구에서 벌어지면 안되는 일이 이 남양주와 고양의 대결에서 벌어진 것이다. 전반 19분, 올 시즌 새로 영입된 공격수 한정환의 선제골로 앞서 나가고 있던 남양주. 이윽고, 후반이 시작되었고 얼마지나지 않아 사건이 터졌다. 후반 7분, 공이 그라운드를 벗어나 남양주 서포터즈 NFR이 자리하고 있는 쪽으로 굴러왔다. 공의 소유는 고양이었기에, 고양의 17번 선수(실명을 알고 있지만, 거론하지 않겠다.) 가 공을 가지러 다가왔다. 당연히 상대팀 선수가 가깝게 다가오니 남양주 서포터즈는 "우~ 우~" 하며 작게 야유를 하였다. 그 순간, 그 17번 선수는 공을 줏으러 몸을 숙임과 동시에 왼손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펴보였고 오른손으로는 공을 가지고 그라운드를 향해 걸어갔다.
분명 말하지만, 필자도 그 현장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 17번 선수가 가운데 손가락을 곧게 편 왼손과 함께 일명 '썩소' 라고 불리우는 미소를 띄었던 것도 확실하게 기억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축구는 예절이 절반이라고 한다. 비록, 국내에서는 좀 상황이 다른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축구의 인기는 가히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축구가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라운드에서의 페어플레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내·외 축구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가 있다. 바로, 경기 도중 한 선수가 쥐가 나거나 하면 가까이 있는 상대팀 선수가 응급처치를 해주는 장면인데 비록 그라운드에서는 적일지 모르지만 같은 일에 종사하는 동업자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동업자 정신을 바탕으로 그라운드에서는 페어플레이를 더불어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을 해줘도 시원찮을 판에 아무리 상대팀 서포터즈이지만 불순한 뜻을 가진 욕과 같은 제스처를 선보이는 것은 상식적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는 행동이었다. 이제서야 말하지만, 그 자리에는 무취학 아동을 포함하여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어린이들이 상당수 자리하고 있었다. 그 아이들이 무슨 죄인가?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아이들은 지금 현재로서는 그 선수의 그 행동이 무슨 뜻인지 모를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모른다고 지난 일이니 어쩌겠어라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위에서 이 사건이 있던 해당 경기의 결과를 살짝 얘기했지만 다시 한번 언급하려고 한다. 남양주는 전반에 한정환의 선취골에 힘 입어 1-0으로 앞선 상태에서 후반전을 맞이하였고, 후반 7분 고양 17번 선수의 그 무례한 행동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후반 11분 남양주의 주장 윤영환이 고양 패널티 박스 안에서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며 추가골을 집어 넣었고 경기는 그렇게 2-0으로 끝났다.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필자는 생각했다. 아… 꼴찌팀이 괜히 꼴찌팀이 아니구나…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지난 시즌 고양은 최종적으로 남은 리그 15개팀 중에 꼴찌를 기록했었다. 성적만이, 실력만이 꼴찌가 아니었다. 선수의 정신 상태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꼴찌인 팀이었다. 앞으로 K3리그가 더 발전하려면 이런 일은 두번 다시 일어나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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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남양주 시민축구단 서포터즈 NFR 운영팀장 홍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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