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의 매력
베에토벤의 5번째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 "황제"가 가지고
있는 폴리시는 아주 명확하다. 복잡함,애매함과는 거리가
먼 극도의 "명쾌함"과 "밝음"이 바로 그것이다. "황제"라
는 제목은 그리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영웅"과는
달리 웅대함, 강인함을 연주자에게 요구하는 곡이 아니기
때문이다. 1악장과 3악장은 강인한 요소만큼이나 많은 서
정성을 가지고 있고 멜로디 라인도 비할 바 없이 밝고 아
름답다. 그늘진 부분이라고는 1악장의 제 2주제에서 잠시
비칠 뿐이다. 2악장의 뛰어남도 각별하다. 일반적으로 협
주곡의 2악장은 재미 없는 경우가 많고 안 들으면 그만인
곡들도 적지 않은것이 사실이지만 황제의 2악장이 가지는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각별하기 때문이다 (베에토벤자신의
3번 협주곡에서 대단히 세련된 아름다움을 이미 들려준바
있기는 하다).특히 2악장의 주제를 피아노가 느긋하게 연
주하는 부분의 우아한 아름다움은, 쇼팽이나 모차르트의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조차 비교대상이 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나다. "황제"의 1, 3악장이 밝고 호쾌한 분위기로 일
관하고 있어 단조로운 느낌을 줄수도 있는 위험성을 내포
하고 있지만 2악장의 전개를 살펴보면 끝을 알수 없을 만
큼 애절한 기분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영화 "불멸의 연
인" (게리 올드만 주연, 버나드 로즈 감독) 마지막장면에
서 창문너머로 여인이 통곡하는 장면을 소리없이,2악장의
선율만으로 처리한장면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는데 "아마데
우스"의 마지막 장면에서 모차르트의 2번 협주곡 2악장이
구슬프게 들려 왔듯이 목관 악기와 피아노로 연주하는 이
협주곡의 2악장 선율 또한 가슴이 찡한 아름다움이 있다.
복잡한 관현악기법이 없어도, 난해한 기교를 사용하지 않
고서도 이곡은 충분한 화려함을 가지고 있으며, 그로 인
해 선율이 강조되는 부분의 효과는 더욱 커지고 있다.
첫댓글 제목뿐 아니라 실제로도 피아노 협주곡의 황제라도 할 만한 아주 감동적이고 멋지고 화끈한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