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한신계곡 일원 |
경남 함양군 마천면 강청리 산100 |
한신계곡은 “한여름에도 몸에 한기를 느낀다” 는 의미로 불리어지며, 첫나들이 폭포, 오층폭포, 한신폭포 등 수많은 폭포와영산봉, 촛대봉, 연하봉 등의 산봉우리가 계곡을 감싸 울창한 천연림이 계곡의 경관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경승지이다. |
한여름에도 서늘한 골짜기, 지리산 한신계곡 지리산의 주능선은 주봉인 천왕봉부터 서쪽으로 제석봉, 연하봉, 촛대봉, 칠선봉, 덕평봉, 벽소령, 형제봉, 명선봉, 토끼봉, 임걸령을 지나 노고단으로 이어진다. 이 능선은 다시 성삼재를 지나면서 북쪽으로 방향을 바꿔 고리봉, 만복대, 큰고리봉, 세걸산, 바래봉, 덕두산으로 뻗어 나간다. 이렇듯 말굽처럼 굽이진 지리산의 긴 능선은 경상남도에서 전라남도, 전라북도로 이어지며 북쪽 지역에 가장 큰 계곡을 그 품에 아우른다. 지리산에서도 가장 깊은 골짜기에 자리 잡은 심원마을에서 흘러내리는 계류는 뱀사골 계곡물과 합쳐져 달궁계곡을 이루며, 남원시 운봉고원에서 흘러오는 광천과 산내면 소재지에서 다시 합류한 후 임천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동쪽으로 흘러간다. 이곳까지가 전라북도 남원 땅이다. 임천은 도계를 지나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으로 향한다. 마천면 소재지에 이르면 임천은 다시 지리산의 큰 계곡을 이루는 백무동에서 흘러드는 물줄기와 합류해 유림을 지나 생초에서 경호강을 형성한다. 이 백무동 계곡으로 흘러드는 물줄기가 바로 한신계곡이다. 한신계곡은 계곡이 매우 넓고 깊고 넓어 물이 많이 흐르며, 입구가 해발 500m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수 있어 한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편으로는 계곡의 물이 차고 험하여 굽이치는 곳이 많아 한산하기 때문에 한산한 계곡이라 부르던 것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도 한다. 한신계곡은 백무동에서 세석고원까지 약 10km에 걸쳐 형성되었으며, 이 계곡을 따라 흐르는 계류는 여러 개의 폭포를 이루며 신비스러운 풍광을 연출한다. 한신계곡은 본류와 함께 덕평봉 북쪽에서 발원하는 바른재골, 칠선봉 부근에서 시작해 내려오는 곧은재골, 장턱목 방향에서 흘러내리는 한신지계곡까지 모두 네 갈래의 물줄기가 합류해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하나로 합류된 한신 계곡의 물은 임천으로 향한다. 한신 계곡에는 옹장한 규모는 아니지만 아름다운 자태를 지닌 폭포가 많다. 첫나들이폭포, 가내소폭포, 오층폭포, 한신폭포, 천령폭포, 내림폭포 등 다양한 폭포가 계곡 곳곳에 위치해 있다. 한신계곡의 본류는 촛대봉과 영산봉 사이의 협곡을 지나는데, 이 계곡은 가내소폭포에서 한신지계곡과 합류된다. 한신계곡은 지리산 계곡 가운데 폭포가 가장 많은 곳이어서 지리산 등반코스 중에서도 유달리 더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지리산의 수많은 산행 코스 중에서도 단거리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함양 백무동 코스는 백무동 야영장에서 시작된다. 서울에서 한양 백무동까지 버스가 정기적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서울에서도 많은 사람이 찾는 지리산 산행길이다. 백무동 야영장에서 넓은 계곡을 옆으로 하고 울창하게 우거진 숲을 2km 정도 오르면 여러 개의 물줄기가 흐르는 첫나들이 폭포에 이른다. 바람폭포라고도 불리는 이곳을 지나 다시 1km를 더 올라가면 폭포수와 넓은 반석 울창한 숲이 한데 어울려 비경을 이루는 가내소폭포를 만나게 된다. 15m 정도 높이의 가내소폭포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계곡의 암반 위로 하얀 비단과 같은 물줄기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진다. 폭포 아래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소가 형성되어 폭포와 함께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준다. 가내소폭포의 소는 가뭄이 극심할 때 마을 사람들이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기도 하다. 가내소폭포 부근에서 한신 계곡은 두 갈레로 갈라진다. 세석고원 방향으로 올라가는 계곡이 한신 계곡의 본류다. 경사가 가파른 이 계곡에는 오층폭포와 한신 폭포가 위치해 있으며, 이 폭포를 지나는 본류 계곡은 능선까지 올라가면 세석고원으로에 자리한 세석대피소로 이어진다. 가내소폭포에서 또 하나의 계곡은 동쪽으로 분지되는데, 바로 한신지 계곡으로 천령폭포와 내림폭포가 자리 잡고 있다 한신지계곡은 장군대를 지나 천왕봉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장터목산장 근처의 능선부로 연결된다. |
한신계곡이 자리한 지리산은 정말 그 품이 너른 산이다. 전라북도 남원시, 전라남도 구례군, 경상남도 함양군・산청군・하동군 등 3개도, 5개 시군에 걸쳐 있다. 전국에 분포한 16여 개소의 산악형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으로 알려져 있다. 지리산은 해발 1,915m로 1,500m가 넘는 수많은 산의 무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둘레가 약 320km이고 전체 면적이 483km² 에 이른다. 가히 우리나라 남부지방을 대표하는 산이라 할 수 있다. 중국에서 유래한 신선사상에 등장하는 봉래, 방장, 영주의 삼신산을 우리나라 국토에 위치한 산에 비유하면 지리산은 방장산이라 일컬어진다. 또 오악 중 하나로 꼽을 때는 남악에 해당하는 산이기도 하다. 이처럼 넓은 지역을 점하고 있는 지리산에는 계곡 또한 무수히 많다. 심원계곡, 칠선계곡, 문수계곡, 대원계곡, 백운동계곡, 달궁계곡, 단천계곡, 대성계곡, 화계천계곡, 의신계곡, 선유동계곡, 거림계곡, 고운동계곡, 연동계곡, 한신계곡 등 주요 계곡을 비롯해 작은 계곡이 곳곳에 숨어 있다. 지리산의 계곡은 온후한 지리산의 산세처럼 비교적 유순한 형태를 띈다. 설악산이나 금강산처럼 화강암으로 구성된 산은 거대한 암석 덩이가 산의 모양을 절벽과 기암괴석의 형태로 만든다. 그러나 지리산처럼 편마암이나 편암 같은 변성암 종류로 이루어진 산은 토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표를 흙이 덮고 있어 수목이 울창하게 자라나서 부드러운 산림 경관을 지닌다. 지리산 계곡의 풍광이 대부분 산림으로 이루어진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
지리산은 그 너른 품에 수많은 산군을 안고 있으며 무수한 생명 또한 기르고 있다. 특히 계곡이 깊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환란을 피해 숨어들어 중요한 역사적 현장이 되기도 했다. 그로 인해 지리산은 여러 문학 작품에서 중요한 무대가 되었다. 해방 이후부터 동족 상잔의 비극을 불러온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를 대상으로 한 지리산의 이야기는 우리 민족의 아픈 상처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병주의 [지리산]을 비롯해 이태의 [남부군], 조정래의 [태백산맥] 등은 모두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현대사를 그린 작품이다. 이들 작품에서 지리산이 중요한 무대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산이 품고 있는 무수한 계곡 덕분이다. 달궁계곡, 피아골, 뱀사골을 비롯해 한신계곡처럼 지리산의 많은 계곡은 산속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품기에 충분한 너른 품을 지녔다. |
지리산은 단위 규모로 볼 때 남한 지역에서 가장 큰 녹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 생태계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점하는 반달곰을 비롯해 많은 야생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토록 소중한 가치를 지닌 지리산을 적극적으로 보존하는 것은 물론 숨어 있는 가치를 찾아서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리산 한신 계곡은 2010년의 명승 제72호로 지정되었다. 지리산의 계곡 중에서는 처음으로 명승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을 대표하는 지리산의 계곡 중에는 국가지정 명승으로 지정할 만한 자원이 수없이 많다. 계곡마다 뿜어내는 아름다운 자연 관광과 골골이 품고 있는 다양한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발견해 지리산에 숨어 있는 다수의 계곡을 명승으로 지정하는 일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