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ds29.cafe.daum.net%2Fdownload.php%3Fgrpid%3DTHcl%26fldid%3DDMDr%26dataid%3D175%26fileid%3D1%26regdt%3D20060812011454%26disk%3D9%26grpcode%3Dsocart%26dncnt%3DN%26.jpg)
# 영화를 갓 보고 나와서 쓰는 글이기 때문에, 질이 떨어지는 비평이란 점은 어쩔 수 없음.
# 결정적인 영화 내용을 소개해놓았으므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읽지말기를 권장함.
"괴물"은 그다지 새로운 것이 없는 영화다. 이 말은 두 가지 서로 다른 뜻을 동시에 품는다. 한 가지는 "괴물"이 감독의 이전 영화들-두 편의 장편과 세 편의 단편 영화-이 그려낸 세계관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이 영화가 오락성에 충실한 괴수 영화의 맥락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봉준호 감독의 세계관이 괴물과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당연하게도(!) 괴물은 그 흉칙스러운 생명체 덩어리 자체보다 우리 사회 속에 개인과 조직과 정치와 권력에 마주한 관계이다.
따라서 "괴물"을 반미 성향을 가진 정치 우화, 혹은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드라마로 해석하기는 쉽다. 하지만 "괴물"은 그렇게 단순한 비평으로 채울 수 없는 부조리를 담고 있다. 그것을 블랙 코미디라고 해두자. 마치 "살인의 추억"에서 우리들은 주인공들의 갖은 고생에도 불구하고 범인은 잡히지 않는다는 결말을 모두 알고 영화를 감상하는 것처럼, "괴물" 또한 잡혀간 딸 현서가 끝내 죽는다는 사실을 알지라도 우리는 영화 곳곳에서 폭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다.
"괴물"은 테리 길리엄의 영화와 많은 부분이 닮았다. 관료제 속에서 개인은 나약하고 쓸모없는 부분이라는 사실의 고발이 그 점이다. 여기서 주인공들이 발하는 영웅으로서의 면모는 오직 일탈에서만 가능하다. 박희봉과 그의 가족들은 현서를 구하기 위해 일탈을 한다. 그러나 그 일탈은 사회 속에서 투쟁으로 해석되지 않고 다만 해프닝으로 처리된다. 한 가족의 사투는 지극히 폐쇄적이고 비공식적이므로 공적인 영웅담이 될 수 없다.
희봉이 괴물과의 싸움에서 장렬한 죽음을 맞는 것처럼, 가족애는 숭고한 초월적 가치를 가진다. 하지만 그 숭고함의 실체도 따지고보면 이타심이 아니라 이기심이 그 단위를 한 단계 넓혀놓은 것에 불과하다. 내 새끼를 돌보는 마음과 사회 정의의 간극은 무척 큰 것이다. 사회도 가족과 같이 작동한다. 사회라는 시스템 자체가 스스로를 보하기 위해서 불안전한 요소를 제거해버리는 이기심이 발동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명확한 위험(risk)의 실체인 한강 괴물보다, 미국이나 국제사회로부터 받을 국익의 손해를 염려하는 정부, 환경오염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운동권*이 제기하는 위험이 더 크게 다루어지는 모습이 그 이기심이다.
절박한 순간에서야 드러나는 가족의 숭엄, 또 위급한 사태 앞에서 다루어지는 위험, 원래 한 뿌리인 이 둘은 모든 갈등요소가 사라진 영화의 끝에 가서야 화해한다. 이 사태의 조정자인냥 티브이 외신 브리핑에서 지껄여대는 미국 대변인은 사실 이 의도하지 않았던 사건의 방아쇠였으며, 진정한 영웅은 소시민 가족도 아닌 '재미있겠다'며 마지막 전투에 따라 나선 부랑인**이다. 바로 그렇게, 이 영화의 현실참여적인 부분도 영화 매체의 재미를 빼고선 이야기가 안되는 것이다. 고로 "괴물"은 참 재미있는 영화이다. (윤규홍, 예술사회학)
*과거의 운동권이었던 주인공이 화염병을 만들어 싸우는 것에 반해, 지금 운동단체는 괴물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정치 결사체가 되어버렸다.
**부랑인으로 출연한 윤제문이야말로, 감독과 오래 호흡을 맞추어 온, 그의 페르소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첫댓글 현서의 죽음이 괴물때문인지 아님 괴물에을 죽이기위한 독가스에 덩달아 희생된 것인지 알쏭하구요. 괴물이 죽을때 물고기 한마리가 스크린을 장식한 것은 괴물2의 암시?
현서가 죽는 시점을 포함해서 감독은 숏을 아주 복잡하고 교묘하게 병렬해서, 이야기 해석의 가능성을 넓혀 놓았죠? 영화에서 편집은 그만큼 중요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우왕자왕 --> 우왕좌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