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내내 하늘은 흐렸고, 마치 열대지방처럼 가끔씩 소나기가 마구 쏟아지다가는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다시 맑다가를 반복하는 날씨가 이어진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날이었나 보다.
심야에 취침을 하다가도 잠이 깨면 축구를 보다가, 다시 잠 자리에 든 일이 반복되면서, 욕신은 공연히 더 피로감을 느끼는 듯한 나날, 이 것이 바로 4년마다 돌아 오는 월드컵 기간이 아닌가 싶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를 지낸 셈이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낮미사에 참례치 못하고, 모처럼 명동성당 저녁 6시 미사에 참례한다며, 아내와 정아와 제임스를 태우고 시내로 진출하였던 것이다.
가는 길에 가급적이면, 서울 시내의 볼거리가 많을 듯해 보이는 미아리고개를 넘어 돈암동, 삼선교, 혜화동을 거쳐 창경궁길과 창덕궁 앞을 지나 광화문으로 나가, 남대문을 돌아 을지로입구,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명동으로 들어 가는 코스를 밟으며 천천히 여유있게 드라이브를 하였던 것이다.
광화문 앞 광장 일대에는 벌써부터 내일 새벽 4시에 벌어질 브라질 월드컵 H 조 2차전, 우리나라와 아프리카의 강호 알제리와의 축구 경기를 관람, 응원하기 위한 시민들이 빨간색의 티셔츠를 입고 삼삼오오 모여 들기 시작하는 장면을 바로 지켜 볼 수가 있었고, 곳곳이 휴일의 한적함과 여유로움가 자유를 만끽하는 듯한 시민들의 평화스러운 모습을 유심히 바라 볼 수가 있었는데, 참으로 살기 좋은 우리나라가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6시 미사 참례를 위해 5시 20분경에 도착하였으니 이 또한 여유로운 성당 도착.
넉넉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성당 안 앞자리에 앉아 미사에 참례, 기분이 상당히 좋았던 것이란 게다.
그러나, 마침 명동성당은 종합계획 1단게 공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주차할 곳이 마땅치가 않은 터에, 마침 성당 입구 나무들 사이에 몇 대의 차량들이 주차해 있길래, 우정 나도 그 옆에 주차를 해 놓고 미사에 참례하였던 것인데..............................아뿔싸, 미사를 마치고 나오니 내 자동차자가 사라지고 없어진 것이 아닌가.
생전 처음 겪는 경험.
깜짝 놀라 주변을 살펴 보니, 공사장 깃발이 나부끼는 경계를 알리는 밧줄에 자동차견인안내문이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었는데, 불과 10여 분 전에 견인해 갔음을 획인할 수가 있었던 것이란 게다.
중구견인보관장소로 와서 차량을 찾아 가라며, 2.5t이하 차량은 4만원의 보관료를 지불해야 한다 라고 적혀 있었던 것인데.............................화도 나고, 짜증도 나서 한참 동안 분이 안 풀렸었지만, 어쩌랴, 가서 찾아 오는 수 밖에.
중림동 약현성당 앞 중구서소문공원 안 지하주차장에 위치하고 있다는 견인차량보관소로 택시를 타고 이동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중구청 교통지도과 소속의 단속원이 불법 무단 주차라고 스티커를 발부하여 해당 차량의 앞 유리창에 부착하면, 아마도 동행하였을 것으로 추정이 되는 견인 업체에서 해당 차량들을 견인장소로 이동해 가는 것이 상례(?) 임을 잘 알 것만 같은 터라, 매우 분하고(?) 화가 났던 것이란 게다.
그야말로 휴머니즘이 없는 도시........................
명동성당 종합계획 추진에 예산 지원을 해 가며 적극 동참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중구청에서, 공사 기간중, 그것도 주일 하루 만큼이라도 시민, 또는 천주교 교우들의 불편을 해소해 주는 차원에서라도 얼마든지 양해(?)를 해 줄 수 있으련만...............................나중에 단속을 당하고 난 연후에서야 주보의 공지란을 획인해 보니, 성당을 찾는 교우들은 가급적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되, 부득불 차를 갖고 올 경우에는 미래에셋원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라는 안내문을 확인하였던 것인데...................................나 처럼 공사 개시 이후 처음으로 차를 몰고 온 사람일 경우, 과연 어디에 가서 화풀이(?)를 한단 말인가 싶었던 것이란 게다.
견인료 4만원과 수수료 700원, 합계 40,700원을 신용카드로 결재하고 차를 찾아 오는 마음이, 이건 아니올씨다, 하는 생각에 영 화가 채 풀리지 않았던 것이란 게다.
그리고 불법 무단 주차 과태료 32,000원 고지서가 곧 집으로 갈 겁니다, 라고 안내해 주는 견인회사 직원의 말씨 조차 얄밉고(?) 듣기가 싫었으니................................실로 오래간만에 명동성당 주일미사에 참례하였다가, 무려 72,700원의 견인료와 과태료를 부담하는 봉변 아닌 참사(?)를 당하고 말았으니, 이를 어디에 가서 하소연할 것이란 말인가?
비단 내가 직접 단속을 당하였다고 해서가 아니라, 공익을 빙자(?)하여 지방자치단체는 과태료로 구수입을 올리고, 견인회사는 견인료로 돈을 버는.................................마치 동업자(?)들 처럼................................이러한 과도한 규제정책은 분명히 개선, 시정되어야 할 분야가 아닌가 싶다는 것이란 게다.
매일 단속을 감면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주일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명동성당을 찾는 시민들이나 교우들의 편의를 제공해 준다고 해서 과연 그것이 차별이요, 공익에 그닥 위반되는 것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란 게다.
"일요일이 더 바쁩니다" 라고 말하던 견인회사 직원의 말소리와 함께 내가 차를 찾아 나오는 중에도 연신 견인 대상 차량들이 마치 개끌리듯(?), 목졸려 지하주차장으로 들어 오는 장면을 목격하며 씁쓰레한 마음 달랠 길이 없었던 것이다.
단속하는 사람들도 운전자가 차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에는 어디에선가 숨어서(?) 잠자코 지켜 보고 있다가, 운전자가 차에서 완전히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후에서야 불법무단주차 스티커를 부착하고, 함께 동행하였을 것으로 추정이 되는 견인회사에서 마치 금방 손 샤인이라도 받고 온 양, 해당 차량을 견인해 가는 이러한 뭇된 행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것일 게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잇어 답답해 하던 아이들의 기분도 전환해 주고, 저녁 식사라도 하고 들어 올 양으로 기분좋게 시내롤 나왔던 우리 가족 모두의 기분을 완전히 잡치게 해 주었던 견인 소동..................................어글리한 주님의 날이었던 셈이라는 게다.
그것도 외국인 사위 앞에서 말이다.
그래도 어쩌랴, 도저히 기분은 풀리지 않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이렇게 차량으로 서울 시내 한복판을 관통하며 또 언제 다닐 수 있을까 싶어서라도 우정 좋은 드라이브 코스를 선택한다며,다시 서소문에서 광화문으로 나와 삼청동길과 성북동길을 끼고 북악스카이웨이를 달려 내려 와 정릉의 작은 식당에 들어 가 식사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어제는 제임스가 밥값을 지불하였으니, 오늘은 내가 사야 할 형편.
그러니까 오늘 주일미사 참례가 아주 비싸게(?) 지불된 셈이라고나 할까.
저런 견인료와 과태료 부담액을 차라리 불우한 이웃에게 베풀(?) 수만 있었다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생겨 날 지경으로, 물론 공익에 사용되겠지만, 저렇게 개인의 호주머니에서 사라지고 없어지는 것만 같은 돈이 왜 이리도 아깝고, 분하기만 한 일일까.
그런데, 그야말로 오늘 일진이 안 좋은 것일까?
평소에 야무지기로(?) 우명한 내가 밥 먹으러 식당에 들어 가면서 바깥에 세워 둔 내 자동차 조수석의 유리창을 안 닫고 밥을 먹었던 모양.
이 때 세찬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 붓고 지나 갔는데, 밥을 먹고 나와 보니 운전석 옆자리가 온통 흥건해져 있어..............................오늘은 영 아니올씨다, 였던 것이다.
집에 와 <정도전>을 시청하고 있는데, 제임스는 한국의 길거리 축구 응원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겠다며, 홀로 삼성동 코엑스앞 도로로 진출하겠다며, 빨간 티셔츠를 찾아 입고 나서는 것이 아닌가.
다음 달 출산 예정인 정아는 체력적으로 동행이 도저히 불가능하므로, 혼자서 괞찮겠느냐고 물었더니 상관이 없다, 라며 나서는 아일랜드인 사위가 왠지 모르게 안스럽게 비쳐졌던 것이다.
내가 조금만 더 젊었어도 같이 가 주련만, 실제로 현장에서 젊은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자면 여간 힘이 드는 일이 아니라, 지레 포기를 하였던 것인데..................................제임스! 한국의 좋은 문화 체험 많이 하고 오시게나.
한편 거리 응원전은 새벽 1시, 벨기에와 러시아와의 경기부터 열기가 더해질 것이라고 하여 광화문과 삼성동 코엑스 잎길은 일부 교통통제가 뒤따르는 등 내일 새벽녁 까지 야단법석일 터.
나도 집의 TV 앞에서 열심히 응원전을 펼치기로 마음 먹고 낮에 충분한 휴식을 취해 놓지 않았던가 싶다는 게다.
그래도 저녁 식사라도 든든하게(추가 밥을 두 공기나 더 시켜서 먹었으므로) 먹게 하여 거리로 내보낸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달까.
집을 나서는 사위에게 "Be careful!"을 연발하였으니 잘 다녀 오리라 믿으며, 우리나라가 반드시 알제리를 격파하고 16강에 올라 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드리는 심정이다.
주님 성체 성혈 대축일은 이렇게 또 지나 가나 보다.
천주님께 감사!
* 이 일지를 다 적고 나서 일부 자구 수정을 한답시며, 컴퓨터 앞에 머무르고 있는 사이에 삼성동 코엑스 앞에 무사히 도착해 있다는 사위 제임스가 정아에게 문자를 보내 온 바에 의하면,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고, 어느 방송사인지, 자신을 인터뷰 하겠다며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해서 그러고 있다 라고 소식을 전해 왔다.
제임스! 좋은 추억거리 많이 만들고 오시게나. 굿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