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9.16 03:04
노원구, '호딩 장애' 돕기로… 청소해주고 심리 치료 연계
17평 집에 쌓인 쓰레기더미 치우니 2.5t트럭 3대반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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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노원구청 직원들이 집 안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채승우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의 한 56㎡(17평)짜리 아파트. 물병·소주병, 못 쓰는 그릇, 플라스틱 바구니 등 온갖 생활 쓰레기가 화장실까지 빼곡했다. 화장실에 들어갈 수조차 없어 집 한구석에 놓아둔 상자에다가 용변을 해결해 퀴퀴한 악취가 풍겼다. 집주인 이모(50)씨와 그의 아들 정모(27·지적장애 3급)씨는 집이 있어도 잠잘 곳이 없어 3주 전부터 아파트 밖 나무 밑에 돗자리를 펴고 잤다.
이날 이씨 집에 출동한 사회복지사와 청소 업체 직원 등 20여명은 오전에 집 내부 쓰레기를 전부 긁어내고, 오후 내내 소독을 했다. 이씨 집에서만 2.5t 트럭 3대 반 분량의 쓰레기가 나왔다.
이씨같이 각종 잡동사니를 긁어모으는 극단적 수집광을 위해 노원구가 청소·소독 등 복지 서비스에 나섰다. 이씨 같은 주민들이 '호딩 장애(hoarding disorder)'로 알려진 정신장애를 앓는 것으로 보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집을 보여주고 치료로 연계해주는 '호더스(hoarders)'라는 TV 프로그램이 제작될 만큼 관심이 높지만, 우리나라에서 지자체가 이런 집을 찾아 청소해주고 심리 치료까지 연계해주는 것은 서울 노원구청이 처음이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쓰레기를 쌓아 두면 이웃 주민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면서 "노원구에만 이런 집이 16가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말했다. 노원구청은 이번 달 12일까지 16가구 중 10가구는 청소를 마쳤고, 나머지 6가구도 청소하기 위해 가구주와 상의하고 있다.
기사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16/201309160005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