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대승경전과 대승사상의 관계에 관해 문의하고 싶습니다. 대승경전을 바탕으로 대승사상이 체계화되었다고 하는데, 대승경전을 보면 교리적인 체계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대승경전의 편찬과 대승사상이나 교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설명해 주세요.
A : 천년을 걸쳐 편찬된 대승경전은 대략 3기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제1기는 〈반야경〉 〈화엄경〉 〈법화경〉 등과 정토계통이고, 제2기는 〈해심밀경〉 〈승만경〉 〈여래장경〉 등이고, 제3기는 〈대일경〉 〈금강정경〉 등 입니다. 이들 경전의 편찬과 대승사상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제1기 대승경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전은 역시 반야경입니다. 반야경은 반야바라밀경(般若波羅蜜經)의 이름을 가진 경전류의 약칭입니다. 그래서 일만팔천송의 대부(大部)에서 소부(小部)의 금강경(金剛經), 반야심경(般若心經)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흔히 반야경에는 공(空)을 강조하고 있다고 알고 있지만, 예를 들면 금강경에 공이 한번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반야경에서는 공보다는 “이들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불가득(不可得)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반야경이 아비달마불교(阿毘達磨)의 교리가 분별을 통해 대상을 인식하려는 태도를 극복하기 위해 불가득의 실천을 강조했으나, 이 의미가 점차 공으로 교리화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반야경전의 사상을 공사상으로 체계화 한 인물은 용수(龍樹, 150~250)입니다. 그는 〈중론(中論)〉을 지어 공사상을 철학적으로 체계화하며, 이를 통해 중관학파(中觀學派)가 형성됩니다.
이에 반해 제2기 대승경전들은 진리가 무엇인가보다는 중생이 어떻게 진리를 추구하여 가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서 편찬됩니다. 그래서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유식(唯識), 불성(佛性), 그리고 여래장(如來藏)사상을 나타내는 경전들이 출현하게 됩니다. 중관학파가 공사상을 지나치게 형이상학적으로 끌고 가는 태도를 극복하기 위하여 제2기 대승경전의 사상을 체계화한 인물은 무착(無着)과 세친(世親)입니다. 이들은 해심밀경을 바탕으로 대승의 공사상을 사물은 마음의 소산물에 불과하며 외계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로 부각시키며, 이들의 사상은 후대의 대승경전에 영향을 미칩니다. 7세기 경 인도불교가 밀교화되면서 제3기 대승경전인 밀교경전이 출현합니다. 초기의 대승경전에서는 다라니(陀羅尼)가 중심인 의례적인 밀교였으나, 본격적인 밀교의 형태인 진언승(眞言乘)이 등장하면서 대일경과 금강정경을 편찬하게 됩니다.
따라서 대승경전의 편찬은 대승사상의 발달과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승경전에 나타나는 사상이나 교리체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대승사상을 이해할 필요가 있지만, 대승사상을 이해했다고 해서 경전에 담긴 내용을 완전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우리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대승경전은 어느 날 일시에 편찬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증보되고 발달되었기 때문에 한 경전 안에서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리체계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대승사상가들은 다만 우리들에게 대승경전을 올바로 이해하도록 체계적인 교리를 제공하고, 이런 정교한 교리들이 다음 경전편찬에 반영되는 관계입니다. 하지만 경전은 사상을 담는 그릇이기 보다는 종교적인 실천과 체험을 담는 그릇이고, 사상은 종교적인 실천으로 이끌기 위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경전을 대할 때 외형적인 교리보다는 경전이 담은 의미가 무엇인지를 추구해야 합니다.
〈하룻밤에 읽는 불교〉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