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에...에....에취!!!
하아...죽겠구만 이거...
냇물에 빠져버려 홀딱 젖어버린 옷들을 대충 벗어 말려 놓고는
오들오들 떨며 떼워놓은 모닥불 앞에서 몸을 녹이고 있는 나였다.
넘어지는 나를 같이 껴안고 덩달아 넘어진 삼득이 놈도
대충 옷을 벗어 놓고 불을 쬐고 있는데
불 앞에서 대충 묘하게 섹시해보이는 녀석의 상반신이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이런 젠장-_-.... 보면 안되는데... 정신차리자...
샘과 문제아의 속도위반 -6-
< 달고나는 맛있다 >
" 이렇게 모닥불 피워놓으니까 MT 온 기분이네... "
나뭇가지로 대충 모닥불을 건드리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분위기가 이딴식으로 흘러가면 안되는데,
아까 녀석에게 안길때 나도 모르게 미친 듯이 심장이 두근 거렸고,
혹시나 그 소리가 들렸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이렇게 서먹서먹하게 말 한마디 없이 가만히 앉아있는 거였는데
녀석은 -_-무관심인지 무개념인지 꾸벅꾸벅 졸기까지 하고있다.
진짜 태평한 놈이다.
" 근데... 라이터도 가지고 다니는 거 보니까 너 흡연하니? 스모킹? "
" 뭐....예전에... "
" 예전에? 그럼 지금은 끊은거야? "
" 자숙중이죠... "
" 자숙? "
내가 재차 묻자, 녀석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 지는 듯 하더니
녀석이 길게 하품을 빼며 가만히 모닥불을 향해 작은 돌 하나를 던졌다.
그러자, 모닥불에선 불꽃놀이 처럼
예쁜 불똥 몇개가 가볍게 튀어 오르면서 주위를 밝혔다.
" 좀.... 말도 안듣고... 사고만 치고 다니고 그랬는데...
내가 그러고 다니니까, 어느 날 엄마가 병원에 실려간거에요.
농약을 마셨다면서... 아들이라고 하나 밖에 없는데 맨날 하고 다니는게
싸움이랑 오토바이 타는 양아치 짓 밖에 안하니... "
최대한 어두워지지 않으려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하는 녀석이었지만
난 알 수 있었다.
녀석이 지금 굉장히 부모님을 사랑하고, 걱정하고 그리고 죄송스러워 한다는 것을.
" 으이그... 이 촌닭아... 그러니까 양아치 짓은 눈치껏 하는거야. "
" 어쨋든... 그래서 몇일동안은 자숙할려고요... "
" 평생 안해야지, 몇일 자숙하냐? 나쁜놈이네 이거...-0- "
내가 약간은 혼내듯 이야기 하자
녀석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대충 오들오들 떨며 자신이 입고 있던 나시를 입고 있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니까 녀석은 상반신 누드고
난, 녀석이 입고 있던 나시를 입은 상태라 누드는 아니었지만 뭔가
상황이 굉장히 민망해서, 녀석의 시선을 피하는데
녀석이 가만히 입을 열었다.
" 진짜... 선생일 줄은... "
" 뭐? "
" 뭐 이런 사람이 선생인가... 세상에 참 별별 사람이 다 있구나.... 뭐 그런 생각 했었는데
좋은 사람인거 같아요. "
" 누구, 나? ... 짜식... 사람 볼 줄 아네. 내가 좀 괜찮아. "
그냥, 칭찬해주면 가만히 있을것을
괜히 오바했더니 녀석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재수없단 표정을 지어보였다.
난 약간 민망해져서 하늘을 바라봤더니
새까만 하늘에 마치 은가루를 뿌려놓은듯 하늘이 무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서울하늘에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경관이었다.
정말이지 딱, 하늘에 반짝반짝한 보석을 박아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하늘을 보고 있자니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말 없이 하늘을 보고 있는데,
그런 나를 보던 녀석이 갑자기 곧 몸을 일으켰다.
덕분에 앉아있던 내가 -_-
녀석의 팬티차림을 마주하게 되었고
나는 깜짝 놀라 이상한 소리까지 (허억-_-;;;하는 소리였다)
내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녀석이 옷 도 걸치지 않고 저벅저벅 어디론가 걸어갔다.
저 자식은 꼭 말도 안하고 그냥 가더라-_-...
" 야!! 어디가!! "
" 이제 그만 오두막으로 돌아가요. "
" 옷이랑 여기에 두고? "
" 누가 안 훔쳐가요 "
" -_-완전 지멋대로네 "
하지만 또 혼자남겨지는 게 싫었기에 쫄래 쫄래 녀석을
따라 나서는 나였다.. (아 너무 구차해 ㅠ_ㅠ)
그렇게 걸어서 원두막 쪽으로 걸어가는데 녀석의 걸음이 너무 빠르길래
내가 녀석에 뒤에다 대고 한 마디 해줬다.
" 야 천천히 좀 가라. 못따라가겠어!! T^T "
" 아 미안해요 "
왠일인지 다른 때 같았으면 신경도 안쓰고 갈 놈이
문득 걸음을 늦추더니 나의 페이스에 맞춰 걸어준다.
이놈이 왠일이지-_-...
녀석이 이제는 꽤 나와 걸음을 맞춰 걸기 시작하니
왠지 달라진 녀석의 모습이 이상해 보여서
속으로 이놈이 나한테 뭐 죄졌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어느새 원두막에 도착했다.
저 사방으로 뻥 뚫려있고
모기가 득실득실한 곳에서 잠을 청하려니
심난해 왔지만
더 마음에 걸리는 건 또다시 저녀석과 같은 곳에서 자야한다는 것.
하지만 바로 얼마전까지의 싫었던 마음이 아니라
이제는 또 다른 불안감이 들어왔다.
왠지 자꾸 이 녀석과 엮이는게 뭔가 있을 것만 같은 기분 떄문이었다.
##
" 아 완전 개운해!! "
별일 없이 원두막에서 잠을 치른 뒤,
아침이 되서 서둘러 마을로 돌아온 나는 제일 먼저
집으로 가기도 전에 공중 목욕탕을 들렀다.
일요일 아침이면 사람들이 꽤나 많을 줄 알았더니
애초에 사람도 없는 촌이라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어서
마음 푹 놓고 내 집이다 싶을 정도로
공중 목욕탕에서 그 동안 못씻었던 설움까지
다 씻었다.
원 없이 목욕탕에서 때빼고 광을 낸 난 목욕탕에서 나와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혹시나, 아저씨가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안들어갈 순 없는 거였기에 쭈뼛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가는데
때 마침 아저씨, 아주머니가 외출이라도 하는지
집 밖으로 나오고 계셨다.
" 아저씨... 어디 가세요? "
" 민아! 내가 어제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아냐?
전화라도 해줘야 될 거 아니여. "
" 휴대폰을 깜빡 잊고... 놓고가서요.. 죄송해요..
근데 어디가시나봐요? "
" 어제 말했던 진료 받으러 가제 뭐... 아픈데도 없는데
꼬박꼬박 검사맡는 것이 좋다고 이 여편네가 하도 닥달을 해대서... "
" 아... "
곧 말을 끝내고
집에 밥해 놨다며 챙겨 먹으라고 하고 나가시는 아주머니 아저씨를 보다가
갑자기 문득 생각 나는게 있어서 아주머니 아저씨를 불러 세웠다.
때빼고 광낸김에 다비드상 보러 한 번 더 갈까?
" 아저씨, 저도 가면 안되요? "
" 너는 왜? 어디 아프냐? "
" 아니... 그런건 아니구요..... 그냥.... 아저씨가 걱정되서요 "
" 걱정은 무슨...아퍼서 가는 것도 아닌디. 너는 어제 잠도 제대로 못잤을 텐디
집에서 쉬어라. 그럼 갔다 오마. "
" 네...ㅠㅠ "
하긴...
이유없이 가서 괜히 얼쩡댔다가
이상한 낌새라도 눈치 채면 괜히 난감해 질테니
오늘만 참자는 생각으로 방으로 돌아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어제 원두막에서 잠도 제대로 못잤는데
잠이라도 한 숨 자볼까...
이런 저런 생각 땜에 몸도 마음도 피곤한 까닭에
몸좀 뉘이려고 방에 이불을 펴는데
갑자기 문에서 인기척이 들더니 누군가 들어온 듯 한 소리가 들었다.
방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바라보니
만기 아저씨 친구인 덕수 아저씨였다. (삼득이 아버지다-_-;)
" 안녕하세요~ "
" 어 그려.. 아저씬 어디 가셨냐? "
" 요 아래 진료받으신다고 가셨는데. 왜그러세요? "
" 허 참.... 좋은 거 갖고 왔는디 마침 집에 없네... 고 참... "
아저씨는 뭔일인지 아쉬운듯 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뭔 일인가 싶어 물어보려 하는데
이어서 바로 삼득이 놈이,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 삼득아, 아저씨가 안계신단다... 그냥 이따가 다시 오자. "
" 아저씨~ 무슨 일이신데요? 제가 만기아저씨께 전해드릴까요? "
" 아 아니다.. 이따 다시 오꾸마... "
오자마자 다시 돌아가는 삼득이 녀석과 잠시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멈칫하며 시선을 돌리고 있는데
반쯤 나가시던 덕수 아저씨가 이내 다시 들어오셨다.
그리고 이제 막 잘 준비를 하는 나를 부르시더니 웃음기 띤 얼굴로
나를 부르셨다.
" 니 이거 맛좀 볼텨? "
" 네? 그게 뭔데요? "
" 이리 앉아 봐라. 삼득아 넌 가서 컵 하나만 가꼬 온나. "
뭔가 맛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아저씨의 부름대로 마루에 앉았더니
아저씨가 봉지에 싸들고 온 뭔가를 꺼내들었다.
병이었다.
까만 병안에 뭔가가 들어 있는 것 같은데 대체 뭐길래, 이러시지?
궁금해 하는데, 삼득이 녀석이 컵을 가지고 와선 내 옆에 앉았다.
근데 이상했다.
어제 저녁 부터 삼득이 녀석을 보면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삼득이 놈한테 들었던 기분이 아니라,
뭔가 묘한 기분이었다.
슬슬 마음이 어지러지기 시작하는데
삼득이가 가져온 컵에 아저씨가 병에 담긴 뭔가를 콸콸 쏟아 붓기 시작했다.
" 이것좀 마셔봐라. "
" 이게 뭔데요? "
아저씨가 내민 컵 안에는
보라색 액체가 담겨있었다.
대충 냄새를 맡아보니 시큼한 포도향 비슷한게 나는게
포도준가 싶었다.
그러고보니 색깔도 비슷하고....
이야.... 이런 시골에도 이런 와인이 있나??
그래서 그렇게 귀한거 꺼내듯 봉지에 싸들고 오신건가...
와인을... 싸구려 컵에 담아 먹는 것 자체가
안습이었지만,
어쨋든 굉장히 오랜만에 맛보는 와인이라 아저씨가 주시는 컵을 받아들고
살짝 맛을 보는데
혀끝에 감도는 달달함과 새콤한 맛이 아주 그만이었다.
" 와.... 맛있네요. "
" 그제? 그게 귀한거다. 몸에 얼마나 좋은 줄 아나? "
" 음... 맛을 보니... 뭔가 정겨운데... "
코에 상큼하게 머무는 새콤한 포도의 향기가
기분을 달달하게 만들고 있었다.
딱 한모금 마신것 같은데 도수도 꽤나 높은 것 같고...
어쨋든 정말 맛있었다.
" 음.... 이거 혀끝에 향이 오래 남는 거 보니, 꽤 괜찮은 와인이네요.
근데 역시 와인은 봉쥬레가든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프랑스산 와인이 최곤데.
이것도 맛을 보니 대충 프랑스 와인 맞죠? 실뿌쁠레~ 가든에서 재배한
포도로 생산한 것 같은데 프랑스 고유의 향이 느껴지는게... 정말 풍부하네요..
물론 최고급은 아니겠지만 "
내가, 컵에 담긴 와인을 입 안에 넣고
음미하듯 맛을 보며 이야기 하자
맞은편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나는 왜그러나 싶어, 그런 아저씨를 같이 바라보는데
옆에 멍하니 앉아있던 삼득이 녀석이 가만히 입을 열었다.
" 그거... 복분자준데... "
헐...
삼득이 놈의 말이 터지자 마자
가만히 나를 보던 아저씨가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껄껄껄- 동네가 떠나가라 오랫동안 웃음을 멈추시지 않으셨다.
꺼억꺼억 웃으시면서
아주 내가 귀여워 죽겠다시면서 데굴데굴 구르시기 까지 하시는 아저씨
어째 웃는 모습이 저래 삼득이랑 닮으신건지 ㅠ_ㅠ
그런 아저씨의 웃음을 보고 있자니
젠장할....
쪽팔려...
쪽팔려 미치겠구만...
내가 목부터 얼굴 끝까지 빨개져 버려 딴청을 부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삼득이놈도 웃겼는지 조금씩 키득키득 웃어대기 시작했다.
쌍노무 새퀴.
하여튼 도움이 안돼요.
##
" 봉쥬레 가든~? 크크크 그건 또 뭐에요? 복분자주에서 어떻게 포도향기가 나요.
아나 완전 웃겨서. 아 진짜 미칠것 같아... 완전 웃겨... 씰뿌..뭐요? 크크
아나.... 미치겠네..정말... "
안그래도 쪽팔려 죽겠는데
이망할놈이 아까부터 계속 따라다니면서
놀려 대기에
내가 홱- 뒤돌아서서 녀석을 가만히 노려보자
녀석이 웃음을 참으며 키득키득 댔다.
개자식...-_-
내가 복분자주를 언제 먹어봤어야 알지...썅...
색깔도 비슷하고 해서
와인인줄 알았지 개쌍놈아.
" 그만 좀 할래? 니가 그렇게 안 해도 충분히 쪽팔리거든요? "
" 씰뿌쁠레 가든요? 프랑스에서 복분자주도 만드나봐요. 크크크. "
" 좀!! "
그칠 줄 모르는 녀석의 놀림에
녀석을 피해 대문 밖으로 나가는데
옆집에 사는 듯한 꼬마 하나가
손에 뭔가를 들고 저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 여기선 애들 보기 힘드네 "
" 젊은 부모들이 죄다 땅을 팔고 다 도시로 가버리니까...
애들이 안 남을 수 밖에요... "
어느새 따라나왔는지
삼득이 녀석이 옆에서서 가만히 내 말에 대답을 했다.
나는 아직까지도 삐져서
내가 언제 물어봤냐는 듯 녀석을 바라보자
녀석이 조금은 미안해졌는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면서
뭔가를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녀석의 손가락을 가만히 따라가보자 녀석이 가르키는 것은
지나가는 꼬마가 손에 들고 있는 누런색의 사탕(?) 같은 거였다.
" 저거 먹고 싶어요? "
" 저게 뭔데? "
" 달고나 "
" 달고나? "
" 네.,, 꽤나 맛있어요.
내가 많이 놀려먹었으니까 달래줘야지.
사탕 만들어줄테니까 따라와요. "
달고나?
많이 들어보긴 했는데
그게 사탕이었나.
어쩃든간에
단거라면 사죽을 못쓰는 내가 마다할 리가 없었다.
곧 녀석을 따라가보자,
녀석이 밭 중간에 있는 한 창고 같은데에 나를 데리고 갔다.
##
안에 들어가 보자하니
안에는 대충 나무 목재들이 쌓여져 있었고
짚단이나 농기구들이 대충 놓여있었다.
마을에서 안쓰는 농기구나 자재들을 모아놓은 곳인 듯 보였다.
그리 크진 않았지만 한 쪽에 가득 쌓인 자재들 바깥쪽으로
꽤 넓은 공간이 보였다.
" 여긴 또 뭐야? "
" 우리 아지트.. "
" 아지트? "
" 이건 비밀인데. 옛날에 담배필때 여기서 숨어폈거든요...
잘안쓰는 창고라 사람들이 올리가 없거든요. "
" 아.... "
" 잠깐만 기다려봐요. "
녀석이, 곧 창고 어느 한 쪽으로 가더니
커다란 양동이처럼 생긴 철양동이를 가지고왔다.
대충 안쪽을 보이
안쪽엔 숯이며, 종이며 나무가 가득 들어있었고
그건 태운 흔적이 보였다.
내가 가만히 멀뚱멀뚱 바라보자
녀석이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더니
양동이안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양동이 안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서
뜨거워 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녀석이 어디서 가져온건지
작은 컵냄비와 설탕, 그리고 하얀 가루같은 것을 가져왔다.
" 이게 뭐야? "
" 달고나 만들 재료요 "
" 달고나? 맛있어? "
" 여기서, 자주 만들어 먹고, 애들도 만들어 주고 했었거든요.
내가 이 마을에서 달고나 젤 맛있게 만들걸요. "
" 그래-_-? 그런 재주라도 있어서 다행이네. "
내가 웃으면서 말을하자
녀석이 나를 바라보면서
인상을 썼다.
농담이다 농담.
이놈아 인상좀 펴라.
내가 가만히 신기한듯 녀석을 바라보자
녀석이 뭔가 신이라도 난건지
컵냄비 안에 설탕을 붓더니
타오르기시작한 양동이 위에
컵냄비를 올려 달구기 시작했다.
" 와... 신기하다... "
점점 컵냄비가 뜨거워짐과 동시에
컵냄비 안에 들어있던 설탕이 사르르 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점 갈색 물로 변하기 시작했다.
" 녹는다! 녹는다! "
" 이건 타이밍이 중요해요. 타지 않을 쯤, 이때에 소다를 넣고. "
" 소다? 그 하얀게 소다야? "
" 네, 이걸 이만큼 넣고 젓가락으로 빠르게 저어주는 거에요. "
" 와... 너 딥따 잘한다. "
녀석은 능숙하게 불에 달궈져서 녹은 설탕위에
소다를 넣고는 젓가락으로 휘젓기 시작했다.
소다가 설탕녹은물에 들어가자
순식간에 그 갈색물이 커피색깔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 와!!! 신기하다!!! 와... 부풀어올랐어!! "
" 이제 이걸... 여기에 넣고 찍어내면... "
녀석은 진짜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했다.
옆에 놓인 철판위에
녀석이 부풀어 오른 커피색 물질을 탁- 하고 엎어 놓더니
재빨리 옆에 놓아둔 작은 철판으로 꾹- 눌렀다.
그리고 대충, 철판을 떼어내니
얇고 납작한 커피색의 달고나가 만들어졌다.
" 와... 이게 끝이야? "
" 네... 한 번 먹어봐요. 먹어보고 맛있어서 계속 만들어 달라고 하지말아요? "
" 어디 ... "
녀석이, 나에게 내미는 달고나를 받아들었더니
아직 꽤나 따뜻했다.
대충 한 조각을 바삭 부숴서 입안에 넣어보니
뭔가 달콤하고 씁쓸한 향이 혀끝에 맴돌았다.
" 와 완전맛있다. 진짜 맛있다. "
" 맛있죠? "
내가 좋아라 하며 먹자,
녀석이 꽤나 뿌듯했는지
기고만장해선 가슴까지 펴며 칭찬해달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난 그런 녀석이 왠지 모르게 귀여워져서
나도 모르게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버렸다.
그러자 녀석이 흠칫하더니 나를 바라봤다.
" 아....미안.... 하하하 어쨋든 되게 신기하다. "
" ...... "
괜히 민망하게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 같아서 난감해 하고 있는데
녀석이 나를 지긋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왠지 녀석의 그런 눈빛이 부담스러워서 나는 말이라도 돌릴 겸
녀석의 옆에 앉아 되지도 않는 떼를 쓰기 시작했다.
" 와아, 이거 나도 해볼래!! "
" 안돼요... 이거 아무나 하는거 아니에요. "
" 에이 뭐.. 쉬워 보이는데, 응? 나도 할래. "
" 어허. 괜히 데이지나 말고 내가 해주는 거 먹기나 해요. "
녀석은 단박에 내 부탁을 거절했다.
-_-치사한 놈.
한번 해보는게 뭐 그리 어렵다고.
내가 뾰루퉁해져있는데
녀석이 그런 나를 보곤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 어? 소다가 없네. 잠깐만 기다려봐요. 소다 가지고 올테니까. "
라며, 몸을 일으켰다.
난 녀석이만들어준 달고나를 야금야금 먹으면서 녀석에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러자, 녀석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짜식.. 하여튼 저런거 보면 아직도 어린애 라니까..
녀석이 나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야금야금 달고나를 먹는데
눈에, 아직도 뜨끈뜨근한 컵냄비가 보였다.
흐..
재밌어보이는데..
나도 한 번 해볼까...
꽤 쉬워보이던데...
왠지 호기심이 발동해서,
아직도 따듯한 컵냄비를 들고
불이 활활 타오르는 철 양동이 냄비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설탕을 녹이기 위해 설탕을 들고 컵냄비 위에 뿌리려는데
" 앗- 뜨거!! '
나도 모르게 설탕을 넣으려다 잘못해서
양동이에 손을 데였고
그 바람에 놀라 컵냄비를 떨어뜨리며 일어났다.
아...깜짝아...
되게 뜨겁네...
손을 들어 둘러 보니, 새끼손가락 쪽에 아주 작은 화상을 입은 듯 했다.
아...따가워...
후끈후끈하네...
너무나 아파서, 아무것도 신경못쓰고 있는데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나는 듯 했다.
나는 그제서야 정신이 들어서 아래를 바라보는데
아뿔싸
나도 모르게, 일어나면서 양동이를 걷어 차 버렸는지
양동이가 저만치 쓰러져있었고
양동이에서 나온 불들이
창고 안에 가득한 나무 자재와 농기구에 조금씩 붙어가기 시작했다.
마른 지푸라기 부터 나무자재, 농기구까지
불에 타기 좋은 것만 가득한 창고 안은 그야말로 불이 붙기 가장 좋은 조건이었는지
순식간에 창고 안에 있는 자재에 불이 붙기 시작했고
내가 어찌 손을 쓰기도 전에
지푸라기 부터 농기구, 자재로 점점 번져가던 불은
이제 나무 소재로 되어있는 창고 벽조차 태워먹고있었다.
정말이지 큰 일을 내버린 나는
머리가 멍해진 듯 했다.
이런 적은 생전 처음이었다.
실제로 불을 본 건 처음이었고,
이런 일도 처음이었기에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왕자왕 서있는데
불은 쉬질 않고 엄청난 속도로 붙어갔다.
그리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창고를 빠져나가려 하던 나는
이미 창고 가득 붙어버린 불과
벽에서 문으로 붙어 버린 불덕분에 나가지도 못하고 자리에 주저 않고 말았다.
그야 말로 빛의 속도로 붙기 시작한 불은
창고를 집어삼키고 있었고
여전히 멍청하고 바보같은 나는 창고 안에 갇혀 오들 오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엄마... 살려줘.!!
무서워.!!
너무 뜨거워.!
도와줘...!
누구없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첫댓글 이런? 일을 저질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