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듣는 아이들처럼 지정된 교육관에 들어와 중간쯤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40여명...대부분의 얼굴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교육의 강도를 떠나 피교육자가 가지는 당연한 것이리다.
그 와중에서도 두 어명은 ‘배 째라~ ’는 듯이 고개 뒤로 제쳐 비몽사몽이고...
몇 분의 침묵이 흐른 뒤...
책임교수의 사회로 식순에 따라 입교식이 시작된다.
“단상에 있는 국기를 향하여 경롓..!!”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중략...몸과 마음을 받쳐 충성을 다 할 것을 태극기 앞에 엄숙히 다짐합니다.”
곧이어 애국가를 합창하고...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중략..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밑에서부터 상승하는 짜릿한 기분으로 말미암아 이 순간만큼은 정말 애국자가 된 기분이다.
‘대도’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그래... 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민이다. 안전불감증에 걸려있는 내 조국의 동포를 위해 열심히 교육을 받아 안전사고가 없는 우리나라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자..’ 라 맹세한다.
민방위교육관장의 입교환영사가 끝나고...
책임교수의 교육일정소개와 교육기간 중 지켜야 할 사항들이 전달된 후,
10여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우루루루~
기다렸다는 듯이... 많이 참았다는 듯이... 좁은 출입구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물론 ‘대도’도 그 곳에 휩쓸려 밖으로 떠밀려 나왔지만...
허겁지겁 밖으로 나온 사람들을 보니...
몇 명은 정말 급한지 화장실 쪽으로 가고 있고... 나머진 별 볼일 없이 담배를 피우거나 쓸데없이 휴대폰만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다.
참 이상하다.
그래도 이 교육장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다름대로의 지식과 교양을 갖춘 사람들이 대부분이련만... 우째 하는 짓은 영락없는 철부지아이들이다.
아마 똑같은 교육복을 입은 피교육자의 신분이라는 것 때문이리라.
‘대도’도 담배 한 개비 입에 물고 핸드폰을 열어보니 언제 왔는지 문자가 들어와 있다.
< 편안한 마음으로 교육 잘 받고 오십시오.. 행님. 011-871-**** >
하하하... 전화 뒷 번호는 말라꼬 감추노...
그란다꼬 ‘대도’가 모를 줄 알았뜨나.. 공타야... 문~디같이~
아무튼 눈물 나도록 고맙더라... 진심이다.
나이 지긋하신 교수님이 들어오신다.
먼저, 멀리서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냐며...
간단한 위로를 서두로, 피곤하면 눈이라도 붙이란다.
온 국민을 경악과 슬픔과 분노 속에 몰아넣었던 대구지하철참사를 주제로 강의를 하는데,
첫 시간은 비디오상영으로 강의를 대신한다는 배려를 잊지 않는다... 고맙구로~
그렇잖아도 몰려드는 졸음과 피곤함으로 정신이 혼미했던 ‘대도’는 한 시간을 쉴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얼씨구~ ?
막상 상영이 시작되자,
책상에 엎드린 사람들까지 눈을 반짝이며 화면을 주시하는 게 아닌가.
거의 영화관 수준으로 어두워 잠자기 좋은데도 말이다.
지상으로 맹렬이 뿜어져 나오는 시커먼 유독가스...
이미 주검이 되어 실려 나오는 사람들...
죽은 듯 축 늘어져 있는 사람들을 살리려 산소마스크를 착용시키고 황급히 구급차에 밀어 넣는 소방관들...
온통 새까맣게 되어, 눈만 껌뻑일 뿐 말도 잘 하지 못하고...
기진맥진하여 늘어져있는 소방관들...
눈이 뒤집혀 지하도로 들어가려는 가족을 말리느라 혼신을 다 하는 구조대원들...
그 들에 막혀 가슴을 쥐어뜯으며 데굴데굴 구르는 가족들...
쉴 새 없이 앵앵거리며 오가는 앰블란스...
이곳이야 말로 지옥이 아닌가..!!!
이런 것들이 영화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20개월여 지나 잊고 있었던 그 날이었는데... 그 때도 부분이었지만 이 모습을 보았는데...
완전 새로운 느낌이었다.
안타까워 가슴이 조인다.
저 지옥 속에 있었던 내 조국의 부모형제들...
물이 끓을 때의 온도가 100도라 하는데... 뜨거워 손도 못 대는데...
당시 그 주위의 온도는 1600도~1900도라니...
어떻해... 어떻해... 불쌍해서 어떻해... 숨이 막혀 온다...
엄마... 아빠...뜨거워.. 나 좀 어떻게 해 줘요..!!!
어린학생들의 처절한 절규가 귓전을 찟듯이 파고드는 것 같아... 괴롭다.
내 가슴이 이렇게 찢어지는데.... 그 부모... 그 가족들의 심정은 어찌 되었을까...
억울하고... 또 억울한... 192명의 귀한 생목숨이...
그렇게 살려 달라 피 토함을 내 뱉으며 한 줌 재로 되어버렸다.
그 뿐인가..!!
성악을 전공하였지만 당시 마신 유독가스로 성대가 녹아내려 아직까지 말도 못하는 여성을 비롯한 부상자만 148명이다.
13살에 화상을 입어 손가락과 발가락을 잘라낸 **이는 더욱 비참하다.
나이를 먹어 성장을 함에 따라 손가락 발가락뼈가 자꾸 자라나니 봉합된 그 끝을 다시 절개하여 자라난 뼈를 깍아 줘야만 한다.
어린아이가 겪어야 만하는 이 고통을... 누가 대신할 수도 없다.
수술할 적마다 받아야 하는...
그 악몽 같은 고통을 벌써 몇 번 겪은 **이는 수술이라는 말만 나와도 발작을 일으킨다.
부모마음은 어떠할까...
고작 할 수 있다는 건, 좀 더 나은 의료기관을 찾아 엄마와 아이는 미국으로 갔다.
아빠와 딸아이만 한국에 남고...
목사님 부부는 여중2학년 아이를 잃었다.
잘 정돈되어 있는 아이의 방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책상도... 옷도... 침대도...
냉정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인터뷰에 응하던 목사님도 옷걸이에 걸려있는 아이의 옷을 매만질 때... 끝내 흐느끼고 말았다.
아이의 엄마는 그 후로 세상과 단절하며 살고 있다. 외출이란 없다.
남은 아이들의 뒷바라질 위해,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집안 청소도 하지만 밖으로 나가질 못한다.
먼저 간 아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이렇게 산다는 것만으로도 죄스럽다.
재산피해 47억...
복구비 516억...
경제적인 손실이 대수 이겠냐만... 그래도 빠뜨릴 순 없다.
휴~우~~~~~~~~~
불이 커지고...
커튼이 열리니, 강의실 깊숙한 곳까지 비치는 햇빛으로 눈이 부신다.
꿈을 꾼 듯하다.
강의실이 넘 조용하고... 모두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앉아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 너무 어이없죠..?
지금 누구의 잘잘못을 논하기 전에... 우선 우리 국민들 각자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초기에 주위에 있던 분들이 방화범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제압하였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인재입니다.
내 몸의 안위를 위한다는 데 누가 머라 할 순 없지만,
조금만 희생을 감수한다는 마음이 있었어도 별 일없이 지날 수 있었었는데...
안타가울 뿐입니다.
외국에선 이 뉴스를 듣곤... 모두 믿지 않았답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죠. 환장할 일이죠.
외국의 비슷한 사례를 들어 본다면...
대구지하철참사가 있기 얼마 전의 일입니다.
대만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동영상을 잠깐 보며 얘기하겠습니다.
지하철 CCTV에 찍힌 영상입니다..
객차 입구에 서 있던 범인이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서자 들고 있던 비닐 백에서 기름통을 꺼내어 바로 주위에 뿌립니다.
사람들이 일순간 물러섰고...
범인이 라이터를 손에 들고 뭐라고 외치는데... 같이 죽자는 겁니다.
바로 그때 범인의 옆쪽에 있던 한 남자가 들고 있던 가방으로 범인의 팔을 내려쳤으나 라이터를 놓치지 않았고, 곧 바로 불을 켭니다.
순간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범인에게 달려들어 넘어뜨립니다.
라이터불은 자연 꺼졌고... 그렇게 범인은 달려온 보안원에게 인계됩니다.
대구지하철참사때도 시민들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대처했으면 이런 불행한 일이 없었을 것인데...
다음 시간엔 지하철화재에 대비한 대피에 관한 강의를 하겠습니다.
잠시 쉬겠습니다..“
글을 읽는동안 직접 그 동영상을 보고 있는듯 생생하여 또다시 가슴이 미어져 오네요. 얼마전 TV에서 똑같은 상황이 서울지하철에서 일어났을때 주변사람들은 그것을 제지 하기는 커녕 자기 몸 사리기 바빴는데 그나마 젊은 한 여성의 다급한 신고로 범인을 잡을수 있었더라구요. 정말 기막히고 안타까운 현실...
다시 TV로 사고현장을 보는 것 같아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날라카네.. 에~휴. 두 번 다신 저런 참사가 안 일어나야 할낀데.. 그라구 행님요~ 히~ 공타 죄송시러버 죽겠네예.. 그 문자 제가 보낸기 아인데예.. 그 전번도 지끼 아이고~.. 아이고 미안해 죽겠심더.. 한번만 봐주이소~ 꾸뻑.. 히~
첫댓글 2년정도 지난 기억이지만 악몽을 꾸는듯합니다...
그렇죠..? 울 나라 국민의 장점이자 단점이 빨리 잊는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참사는 잊기보단 염두에 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우린 복도많아요 대도님처럼 천안가서 욕보지않아도 요오서 교육 다~ 받잖아요 ㅎㅎ 워쨋거나 끝까지 교육 받을께요 ㅎㅎ
휴~우.. 쪼그라지는 뇌세포 짜내어 보고드릴려니... 힘 듭니다요.. 허나 은갱님이 요래 힘을 북돋아 주니 열심히 써 볼께요.. 끝까지 읽어주이소~ ^^*
대도님 천안교육 눈으로 보듯이 자세히 설명을 하셔서 영화보듯 선합니다. 울산에 함 초청할테니 재방송하실래요...ㅎㅎㅎㅎ
ㅎㅎ. 익히 아는 사실들입니다. 초청해 주신다면 기꺼이 응하겠습니다. 재 방송까진 좀..ㅎㅎ. ^^*
볼 케이노 처럼 천재지변도 안타깝지만 타워링 같은 인재를 볼때는 솟구쳐 오르는 분노.....서로의 생명을 소중히 해야 자기의 생명도 보호 받는것 아니겠어요....
그러게 말이다.. 넘 안타가운 일이야.. 전화 고마웠어..ㅎㅎ. ^^*
1600도~1900 상상만해도 소름이 끼치네요. 주사바늘이 무서워서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저로서는 가슴이 아파 글을 읽는다는것 조차도 두렵네요.
쇳덩이가 녹아내리지 않습니까. 그 높은 열기와 유독가스를 마셨으니 성대가 견디었겠습니까.. 너무나 원통한 일입니다. 살아도 사는것 같지 않는 세상.. 그렇다고 죽을수도...
음~~다시한번 기억하고 싶지 않는데,,,,,,,,,,,괸시리 맘이 아파오네욤^^대도님의 시각과청각은 높이 살만함미다,어째 재산피해,복구비,숫짜가지~~글 볼때마다 입이 저절로 벌어지는데,,,
그럴수록 더욱 교훈으로 삼아야 겠죠. 192명의 억울한 죽음이 더 이상 되풀이 되어서도 안되기 위해 우린 항상 이 참사를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사료되옵나이다.. ^^*
기억하는 것 조차 아픔으로 다가오는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몸서리치네요 한 미친 인간의 순간적인 판단이 억울한 영혼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으며 그 아픔으로 아직 눈물 마를 시간이 없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지............
정말 끔찍한 장면들이었습니다. 부산지하철이라고 예외는 아니기에 여기 올려보았어요. 경각심을 가져주시리라 희망하면서... ^^*
오우 ~ 대단하십니다 .... 구구절절이 ..
오우~ 발음 좋습네다.. 지빈님. 근데... 대도가 이전글에 분명히 지빈이라고 써 놨는데 누군가가 희빈이라 고쳐놨더군요. FBI를 풀어 수사 해 봤더니...니... 대도가 장희빈을 사모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희빈이라 써 놨다더군요..히. 미안요.. ^^*
이긍..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났네요..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통이 아직도 그렇게 크다니 마음이 더 아프네요.. 우린 잊고사는데.. // 다시 일깨워주는 대도님.. 고마비~~ 낼 또 기대할게요.. ^.~
잊지말자 육이오... 상기하자 대구참사!!! 내 말이 그 말이다. 사실 나도 잊었었는데... 우짜던지 앞으론 이런 비극이 없어야 겠제..? 아라따 열심히 쓸께..^^*
글을 읽는동안 직접 그 동영상을 보고 있는듯 생생하여 또다시 가슴이 미어져 오네요. 얼마전 TV에서 똑같은 상황이 서울지하철에서 일어났을때 주변사람들은 그것을 제지 하기는 커녕 자기 몸 사리기 바빴는데 그나마 젊은 한 여성의 다급한 신고로 범인을 잡을수 있었더라구요. 정말 기막히고 안타까운 현실...
맞아요..서울지하철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난것도 들었는데.. 어떻게 제지가 되었는지가 기억나지 않아 못 썻어요. 대구참사를 잊었는지 모두들 뒤로만 물러서는데.. 정말 안타가운 현실입니다. ^^*
다시 TV로 사고현장을 보는 것 같아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날라카네.. 에~휴. 두 번 다신 저런 참사가 안 일어나야 할낀데.. 그라구 행님요~ 히~ 공타 죄송시러버 죽겠네예.. 그 문자 제가 보낸기 아인데예.. 그 전번도 지끼 아이고~.. 아이고 미안해 죽겠심더.. 한번만 봐주이소~ 꾸뻑.. 히~
니가 아무리 그래싸~도 니 밖에 엄따. 내가 세상을 요만큼 살때까지 '행님'이란 소리는 공타한테 처음 들었거던..ㅎㅎ. 넘 변명 안해도 되는기라~ 바쁜거 끝났으면 소주나 한잔 하자..^^*
대도님의 표현력 땜시..참사 현장에 다녀온듯..끔찍한 사고에 몸서리가 쳐집니다...
정말이지 몸서리가 쳐 졌답니다. 너무 억울하고...가엽고... 화가나서... 어쩌겠어요.?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지요..
교육..대도님 답게 야무지게 받고 왔네요..대구 지하철 참사같은 재해는 정말 없어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