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지난 주말에 남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8/15일, 남들 쉴 때 출근을 해서 일을 할 생각을 하니 은근히 짜증도 나고 오래간만에 가족과 여행도 해보고 싶었는데, 아침 신문을 보다보니 무안에서 연꽃 축제를 하더군요. 그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가야겠다고 작정을 하고 먼저 광주의 가을동화님께 전화를 걸어서 집에서 잠을 재워줄 것을 부탁하고 일단 자동차의 엔진오일을 교체하고 출근해서 서둘러 일을 하고 집에와서 가족과 함께 갑작스럽게 길을 나섰습니다.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항상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좁은 국토이지만 아직도 못가본 곳이 더 많고 가볼 곳도 많은 아기자기한 나라가 우리 나라 아니겠습니까... 와이프가 김밥을 말아서 준비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엔진오일을 교체한 효과가 있더군요. 밟는대로 부드럽게 나가는게 아주 좋았습니다. 지난번에 경주를 다녀올 때는 냉각수 온도가 엄청 올라가서 애를 먹었느데 이번에는 No Problem 이었습니다. 날도 그리 덥지 않고 중부고속도로의 상태도 양호하고 두루두루 좋았습니다. 벌곡 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 사다가 김밥을 먹었습니다. 의외로 도시락을 싸와서 먹는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많더군요. 휴게소 한 켠에는 잉어가 놀고있는 연못이 있고 분수의 물이 더위를 식혀줍니다. 여행객들이 모이를 많이 줘서인지 잉어들이 아주 통통하더군요. 백양사 휴게소에서 한 번 더 쉬고 가을동화님의 집에 도착한 것은 약 9시쯤이었습니다.
오는 중에 가을동화님이 언제 도착하냐고 저녁준비를 하신다고 해서 죄송하면서도 고맙더군요. 저녁은 먹었노라고 말씀 드렸는데, 역시 남도의 인심은 좋아서 시원한 맥주를 준비해서 정성껏 내놓으시는 모습에서 다시 한 번 감동도 먹었습니다.
8/16일 토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 가려고 피곤해도 일찍 일어나서 무안으로 향해습니다. 가을동화님네의 새로 산 트라제로 두 가족이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비가 오는게 영 불안했습니다. 도착한 연꽃축제장은 약간 썰렁하다고 할까...비가 오니 그리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우비를 사서 아이들에게 입히고 그럭저럭 구경을 했습니다. 규모는 정말로 사람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더군요. 3만평이라고 하던가...연꽃이 많이 피지는 않았습니다. 바람까지 불어서 옷이 다 젖어가는 와중에 간간히 보이는 연꽃을 구경했습니다. 누군가가 연잎위에 동전을 던져 놓은 것이 보이더군요. 연잎주와 연잎차가 마음을 끌었는데 사지는 않았습니다. 더 구경을 하려해도 아이들이 추워해서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되돌아 나오다보니 옛날 비행기를 전시해 놓은 곳이 있어서 그냥 차 안에서 휙 둘러보고 다시 길을 재촉했습니다. 무안군에서 이 연꽃 축제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입니다. 길 가에 표주박을 심어놓고 구경하도록 만들어 놨습니다. 아이들이 표주박을 처음보니 신기해합니다. 시간이 11시밖에 안되었지만 별 도리없이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왜냐하면 몽탄면에 '안성식당'이라고 아주 유명한 식당이 있다고 해서 꼭 먹고 가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고 해서 기다릴테니 천천히 달라고 하며 기다렸습니다. 정말 선택 잘했다 싶더군요. 백반 1인분에 6,000원인데 반찬이 25가지가 나오는게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렇게 장사해서 남나 싶은게 반찬이 다 맛있었습니다. 간장게장, 얼큰한 조기조림, 굴모양이 생생히 살아있는 싱싱한 굴젓, 오징어젓, 살이 통통한 새우젓, 개운한 황새기젓, 부드러운 죽순볶음, 큼직한 표고버섯볶음, 머그대 나물, 소박한 고사리, 시원한 물김치, 매콤한 것절이, 짭짤한 우뭇가사리, 심심한 된장찌게, 고소한 참기름과 잘게 썬 부추로 무친 도토리묵, 키조개, 명태튀김, 물오징어 볶음, 오징어포 볶음, 멸치볶음 그 외에 생각이 안나는 몇 가지 반찬이 더 있었습니다. 저는 굴젓이 가장 좋았습니다. 제 큰 애는 조기조림을 그렇게 맛있게 먹더군요. 나중에는 저와 서로 먹으려고 싸우기도 했고요. 여러분도 가보세요. 정말 후회 안합니다. 두 가족이 (성인 4명, 아이들 4명) 4인분시키고 밥 두 그릇 추가해서 26,000에 먹었습니다. 먹고 오는데 얼마나 뿌듯한지 너무 행복했습니다.
상호 : 안성식당
위치 : 전남 무안군 몽탄면 사천리 34번지 (몽탄역 바로 옆)
전화 : 061 452 3020
주차 : 가능
메뉴 : 백반, 장어, 가물치, 떡갈비, 사태구이
카드 : 제가 계산을 안해서 잘 모르겠지만 받을 것 같습니다.
이제 밥도 배불리 먹었겠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땅끝마을에 가기로 했습니다. 이런 기회에 가야지 언제 가겠습니까... 본드님이 졸려 해서 제가 운전을 해서 우항리 공룡발자국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공룡에 관심이 많습니다. 바닷가의 공룡발자국이 있는 곳을 그 위에 건물로 덮어서 보호하도록 전시실을 만들어 놨더군요. 작은 발자국, 익룡의 발자국, 거대 공룡의 발자국 등이 있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1,000원, 초등생 500원입니다.
다시 땅끝마을로 향했습니다. 정말 멀더군요. 가는 길이 아주 좋았습니다. 비가 어느 정도 그치고 하늘에 구름이 떠 있고 오른쪽으로 바다와 섬이 보이고 송지 해수욕장이 나오고 허준 유배지도 나오고 경치가 좋더군요. 땅끝마을이라고 쓴 바위 앞에서 차례를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고 다시 되돌아 나왔습니다. 이제는 다시 북으로 향해서 담양에 가기로 했습니다. 대나무밥과 떡갈비를 먹고 싶어서 무리를 해서 갔습니다. 해가 어느 정도 저물 무렵 담양에 도착했습니다. 29번 도로로 기억을 하는데 담양 들어서니까 그 유명한 메타쉐콰이어 가로수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이 가로수들이 아주 근사하더군요. 긴 삼가형 모양으로 가지가 위로 뻗은 자태가 너무 멋있습니다. 나무가 엄청 많습니다. 멀리서 보면 우리나라가 아닌거 같은 착각이 듭니다. 가로수 사이의 길로 드라이브를 하며 감상을 했습니다. 연인기리 와서 사진 찍는 사람도 보이고...
예정에 없이 온지라 음식점을 미리 알아보지 않고 와서 눈에 띄는 곳으로 갔습니다. '송죽정'이라는 음식점에 가서 대통밥 4인분과 죽순회를 하나 시켜서 소주도 한 잔 하며 먹었습니다. 생각보다는 별로 였지만 처음으로 대통밥도 먹어봤습니다. 전라도 음식점 치고는 나오는 반찬은 별로였지만 죽순넣고 끓인 된장국은 아주 좋았습니다. 이날 죽순을 제일 많이 먹어본 날이었습니다. 손님들이 기다리는 통에 먹자마자 나와서 다시 광주로 향하다 보면 길가에 떡갈비 집이 많이 있더군요. 떡갈비 굽는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습니다. 그중의 한 집으로 들어가서 떡갈비 3인분만 시켜서 맛을 보았습니다. 배가 부른지라 반찬은 거의 안먹고 떡갈비만 먹었습니다. 아이들 주먹만한 떡갈비 3개가 1인분에 13,000원이었습니다. 이렇게 먹다보니 남도 사람들은 참 맛있는 것만 먹고 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가을동화님네로 와서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달래고 잠을 청했습니다.
8/17일 오전, 일찍 일어나 출발 하려고 했는데 가을동화님이 한사코 아침을 먹고 가라고 하셔서 먹고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비가 조금씩 내리니 덥지 않아서 운전하기도 좋았습니다. 오면서 생각해보니 이번 여행은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간해서 가보기 힘든 해남의 땅끝마을과 담양의 메타쉐콰이어 가로수, 무안의 연꽃, 우항리 공룡유적지,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 역시 여행은 전라도가 최고입니다. 다시 한 번 가을동화님 가족에게 감사 드립니다.
山海 정 병구
첫댓글 나는 왜 여행보다가 먹는 부분이 부러운걸까?...*^^* 목요일날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