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른데를 보고 있다.
웃고 달음박질 치는 이웃들 어깨 뒤로
지긋이 눈을 감고 그냥 걷고 있다.
누가 건드려도 돌아보지 않는 너는
다만 보고 있다.
담 모퉁이 햇볕 바른 땅바닥에
되는 대로 몇몇이 둘러 앉은
심심해서 풀이 죽은 아이들을 보고 있다.
쓰레기통에 팽개친 깡통을 보고 있다.
三月이 가면 四月이 올 골목 안의
집마다 잠긴 대문을 지켜보고 있다.
무슨 소리가 새어나온가를 듣고 있다.
귀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너는 다른 데를 보고 있다.
쭈그러진 팽개친 깡통을 보고 있다.
남몰래 혼자 절뚝이며 걷고 있다.
오래도록 서서 그냥 보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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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주 박사 고희기념 <동국시집>=동국문학인회=1973년[11]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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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 골목 끝,사복 경찰들이 부동의 자세로 섣는 그 끝...
거기에 봄이 머뭇머뭇거리면서 햇살의 가장자리에 맴돌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투명한 창을 통하여 쏟아져 들어오는 많은 색감들이 부서지며
눈이 부시게 하며 눈물이 나게 한다.저 밝음 속에 암울한 오늘의 뉴스..
내 이웃의 전쟁이 곧 내 전쟁이 될수도 있는 암울한 뉴-스들.
첫댓글 잔인한 4월.....최루탄보다 더 매운 서러움의 눈물,,,,,80년대는 그렇게 우리 곁에 왔다가 갔는 줄 알았는데.....공주님...옥체평안 하옵소서.....
역시 4월은 잔인한 달이에요.어쨌든 또 이렇게 전쟁은 시작되었고 곧 황사는 불어올거고 굳은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생명의 소리들도 독한 기운들임에는 틀림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