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흙같이 깜깜하기만 했던 제 앞날에, 빛 한줄기 안 보이던 제 삶에도 드디어 따사로운 아침이 찾아왔어요~~~
드디어 긴 취준생활을 끝내고 사회복지사로 새로운 나날들이 제 앞에 펼쳐졌네욯ㅎㅎ
대학졸업 후 공시준비 1년 4개월 + 취준 5개월의 긴 공백기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저도 드디어 직장인이 되었어요. 장애인복지 분야의 사회복지사로 새로운 발돋움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가 장애인복지 분야에서 일할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는데, 역시 세상은 제 뜻대로 돌아가진 않나봐요.
대학생 때, 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봉사활동을 하면서 장애인 분들의 고충을 피부로 와닿게 느낄 수 있었어요.
저에겐 아무렇지도 않았던 사소한 일상들이 장애인 분들에게는 매 순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쉽지 않을 일이더라구요.
한 가지만 예를 들자면 휠체어를 타시는 분과 함께 카페를 갔는데, 보통 카페 메뉴판이 벽 상단에 고정되어 있다 보니까 휠체어에 앉은 눈높이에서는 메뉴가 안 보이더라고요. 또 카페 내부 테이블을 이용하려면 휠체어 공간 마련을 위해 기존에 있던 의자를 다 치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더라고요. 제가 평소에 생각조차 할 수 없던던, 이런 일상조차도 그분들에겐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근데 그럼에도 그때는 장애인복지에 큰 뜻은 없었어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용기가 안 났던 것 같아요. 제가 장애인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게 있을까?라는 걱정어린 두려움이 거리를 두게 했던 것 같아요.(아동복지분야에 대한 뜻이 워낙 확고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간 취준 기간에도 장애인복지는 생각도 못했던 것 같아요.
근데 몇주 전에 저희 엄마가 거실에서 티비(유튜브 영상)로 예배집회를 보는데, 그런 말씀이 나오더라고요.
우리는 주님을 만나고자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하는데, 주님은 그곳에 계시지 않는다. 주님을 만나고 싶으면 가장 낮은 곳으로 가야한다. 주님은 가장 낮은자들과 함께하고 계시니까.. 그러면서 장애인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잠깐 거실에 나왔다가 스쳐 지나가듯 우연히 들은 말이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순간 나도 장애인분들이 계신 곳으로 가야하나?
그곳에 내 길이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게 이 모든 과정의 시발점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장애인, 비장애인이라는 말을 쓰잖아요? 근데 비장애인의 "비"가 "아닐 비"가 아니라 준비하다라는 뜻에서 "갖출 비"자를 사용한다네요. 물론 국어사전에는 "아닐 비"로 등재되어 있긴 하지만 사회복지분야에서는 "갖출 비"를 그 의미로 사용하기도 해요. 아직은 장애인이 아닐지라도 언제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있다는 말이죠.
그 말처럼 실제로 저희 엄마가 최근에 장애인이 되셨어요. 몇 년전부터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셨는데 원인을 못 찾다가 최근에야 소뇌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근데 아직 현대 의학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는 병이라네요. 약조차 없다네요. 설상가상으로 증세의 악화가 진행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른편이에요. 이 모든 과정에서 엄마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하다보니까 마음도 몸도 많이 지쳐갔었는데 그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장애인복지에 대한 거리감? 두려움?이 좀 허물어지고 조금씩 마음이 열렸던 것 같기도 해요.
그렇게 이런 저런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무작정 지원했고 운인지? 운명인지? 최종 합격해서 다음주부터 출근하게 되었어요.
지금도 참 얼떨떨해요. 장애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장애인 관련해서 내세울 스펙도 없으면서 그저 장애인 복지 증진을 위해 일하고 싶다라는 그 마음 하나만 갔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결국 이렇게 연결이 되네요.
이제 다음주면 제 첫 직장생활이 시작되는데, 아마 저도 다은이처럼 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죠?
전 직장생활 자체가 아예 처음이니 아마 다은이보다 더 헤매겠네요.
저 멀리 우당탕탕 좌충우돌한 제 미래가 슬쩍 보이는 것 같네요ㅎㅎ
많이 부족하겠지만, 최선을 다할게요. 계속해서 배우고 끊임없이 성장해서 꼭 좋은 사회복지사가 될게요.
밖에서 장애인 분들을 바라보며 제 관점에서 그분들에게 필요해 보이는 것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의 곁에서 함께하며 그분들의 현재 삶, 그분들이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에 먼저 집중하고 이해하는, 그분들 가까이서 그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존중할 줄 아는 사회복지사가 될게요.
사실 그간 면접에서 계속 떨어져서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자질이 없나? 이 길을 그만 가야하나 생각도 했었는데,
울면서 간호사가 너무너무 하고 싶다는 다은이 보면서 많은 위안과 힘을 얻었어요.
나도 사회복지사가 너무너무 하고 싶은데 하면서 제 마음을 똑바로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일하다가도 힘든 순간이 올텐데 그때마다 정신아 꺼내보면서 마음 다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소중하고 또 소중한 선물을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