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를 훔치다
권정남
힐끗 나와 눈이 마주치자
못 본척하는 마담 리자
수백 년 부식되지 않는
그녀의 신비로운 미소와
매혹적인 눈매에 홀린 인파들
떠밀리듯 사진 찍으며
리자 부인의 관능을 훔치다
눈썹이 없는 여인
검은 드레스 속 앞가슴을
살짝 열어 놓은 채 오백 년 동안
남정네를 유혹하고 있는
달빛 같은 그녀
문득 올려다본
루브르박물관* 저녁 하늘에
모나리자 눈썹이
초승달로 떠 있다.
*루브르 박물관 :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 박물관.
권정남_1987년 《시와의식》 등단. 시집으로 <나사못의 기억> 외 5권. 수필집으로 <겨울 비선대에서>가 있음. 전영택 문학상, 강원문학상 외 다수 수상.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속초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