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찾는 수출 기회
필터 등 교체용 부품, 소모품 틈새시장 공략해야
미국에서 로봇청소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우리 제품의 수출 기회도 커지고 있다. 로봇청소기는 기본적으로 자율주행차와 들어가는 부품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관련 업체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급팽창하는 시장=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은 2015년 8억1000만 달러였지만 2025년에는 49억8000만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도 빠르게 몸집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츠에 따르면 미 로봇청소기 시장은 2022년 52억 달러에서 2030년 164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의 예상 연평균성장률(CAGR)은 12.5%다.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듯 작년에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로봇청소기 업체 아이로봇 인수를 추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마존의 인수 가격은 당초 예상보다 낮지만 여전히 14억2000만 달러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활약하는 브랜드들은 점유율이 확실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아이로봇(미국), 로보락·샤오미·에코백스(중국), 밀레(독일), 삼성전자·LG전자(한국) 등이며 로봇청소기 1세대인 아이로봇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진화하는 로봇청소기=전기차와 자율주행 자동차의 발전을 선도하는 고성능 센서와 이미징 기술이 로봇청소기 성능을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제트봇 인공지능(AI)에는 인간의 뇌 신경망 구조를 구현한 인텔의 신경망처리장치(NPU)가 장착됐다.
이 NPU는 PC에 주로 적용되는 반도체로 초당 수조~수십조 번의 연산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사물 이미지를 명확히 인식해 청소 구역을 분류한다. 애견의 대소변을 피해 가는 것은 물론 바닥의 작은 장난감과 물컵, 전선 등을 모두 감지한다.
과거에는 로봇청소기의 먼지 통이 작아 수시로 비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요즘 신형 모델들은 자동 먼지 비움 기능이 장착돼 청소가 끝나면 자동으로 도킹스테이션으로 돌아가 먼지를 비우고 다음 청소를 준비한다.
흡입력도 진화해 마루와 카펫을 구분해 카펫 위를 청소할 때는 흡입력을 높여 더욱 강력하게 먼지를 빨아들인다. 헤파(HEPA·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필터 장착 모델들은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데도 탁월하다.
1세대 로봇청소기부터 시작해 아이로봇, 샤크, 삼성 등의 제품을 고루 사용했다는 미국 소비자 K씨는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구매한 S사의 신형 모델이 너무 똑똑해 이름까지 지어줬다”며 “와이파이로 구동할 수 있어 외부에 있어도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휴대폰으로 집 안을 청소할 수 있고 먼지 통을 스스로 비우는 기능도 훌륭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브랜드별 지형 변화=미 로봇청소기 시장은 특정 브랜드가 우위를 점한 상태가 아니어서 기회가 많은 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업계 1위를 지키던 아이로봇을 바짝 추격하는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IT 미디어 씨넷이 8월 초 발표한 로봇청소기 순위를 보면 1위가 드림테크의 드림봇, 2~3위는 로보락, 4~5위는 아이로봇 제품이 차지했다. 선두를 달리던 아이로봇이 뒤로 물러나고 신규 브랜드들이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1위는 아이로봇, 2위 레판트, 3위 ZCWA, 4위 샤크 제품이었는데 베스트셀러 순위는 누적 판매량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아이로봇이 순위권에 많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브랜드별 지형 변화는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외 업체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기업 시사점=미 로봇업계 전문가들은 로봇청소기가 향후 가정용 로봇 시장 확대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시간주 앤아버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로보틱스자동화협회 A3의 제프 번스타인 회장은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로봇청소기는 향후 가정용 로봇 시장의 발판이 될 것”이라며 “모든 산업군에서 자동화 솔루션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로봇청소기는 가정용 로봇 대중화의 시작점이며 가정마다 구비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리(Siri)처럼 대화하는 기능이 추가되거나 집안 곳곳을 다니면서 화재 위험이나 일산화탄소를 감지하는 안전 감지 기능을 보유한 로봇청소기가 출시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증가하는 미국의 여성 취업률도 로봇청소기 구매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여성 취업률은 54.7%인데 이는 코로나19 당시의 급감한 수준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수치다. 따라서 미국의 여성 취업률 추이를 살피는 것도 진출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KOTRA 무역관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필수 가전 반열에 오르지 못했던 로봇청소기가 AI, 업그레이드된 자율주행 기능과 센서를 탑재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면서 “진입 장벽이 높은 센서 분야를 제외하고 한국 부품 기업들은 로봇청소기에 들어가는 헤파 필터 등 각종 필터 부품 및 부속품이나 필터 카트리지, 진공 교체 부품이나 바퀴 등의 수급 상황을 잘 파악해 수출 기회로 삼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