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한창 쓰레기먹고 술먹고 다이어트하고 몸을 혹사시키던 대학생 때 벌어진 일임 사건이 발생하기 몇달 전.. 타고난 건강으로 만년 개근상을 휩쓸었던 나는 그날도 술로 장기를 조지는 만행을 저지르고 지하철을 타게 되었음 지하철에 사람이 많아서 서서 가고 있었는데 2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우면서 눈을 떴는데도 눈앞이 안보이는 기적이 행해진 거임;;
태어나서 단 한번도 기절해본 적이 없었지만 여기서 정신줄 놓으면 무조건 기절임을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음.. 요정이 5천만원 주는것도 아닌데 술먹고 지하철에서 기절하는 대형 수치플을 만들 수 없었던 나는 화생방에서 방독면을 벗은 채 서있던 최민수처럼 정신력으로 육체를 지배해 기절하는 것을 간신히 힘줘서 참았음;
얼마 지나지않아 내가 내릴 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들렸고, 여전히 눈앞은 안 보였지만 다행히 그 역은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곳이라 인파에 섞여 얼렁뚱땅 안전하게 지하철을 내릴 수 있었음 나는 잠시 서서 사람들이 모두 지나가길 기다린 후,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손에 벽이 닿는 것을 확인하곤 자리에 쪼그려 앉아 어지러움이 멈추길 기다렸음 그렇게 다시 눈앞이 보이게 되었고...침착한 대처를 선보인 내 자신을 대견해하며 집으로 즐겁게 돌아왔음... 이날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생각하며....
몇달 후 사건 당일.. 나는 몇시간 뒤 나에게 벌어질 흑역사를 전혀 예감 못한 채 엄마를 따라 목욕탕에 가게 되었음... 그날 내가 아침을 먹고 목욕탕에 갔더라면 다른 결말이 있었을까...? 공복상태로 가 열심히 때를 민 나는 평소보다 기진맥진하긴 했지만 아무일없이 목욕을 끝마쳤고, 빨리 집에 가서 비빔국수 먹을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목욕탕 문을 활짝 당겼음
그런데 무슨 90년대 개그 콩트도 아니고;; 거리 조절을 잘못해서 내가 당긴 문에 내 머가리를 박은 거임ㅅㅂ 하필이면 장소가 목욕탕인지라 보신각 종소리마냥 내 머가리 박은 소리가 덩~~~ 하고 맑고 청아하게 울려퍼졌음 시발. 아마 그 소리 들었던 사람들은 밖에서 새해 카운트다운 하는줄 알았을 거임ㅅㅂ 병자호란 때 삼궤구고두례 한 인조의 심정이 이랬을까... 허나 인조는 청나라 놈들이 시켰단 명분이라도 있지... 나는 내 스스로 셀프 눈물의 똥꼬쇼를 벌인 거라 더 수치스러웠음...
게다가 오른쪽 발이 아파서 쳐다보니 넷째발가락 발톱에서 피가 조금 나고 있었음 나는 알파고도 예측 못할 각도계산으로 나 자신조차 속인 채 스스로의 뚝배기와 발가락을 동시에 빻아버리는 일타이피의 전례없는 신기술을 선보인 것임; 발가락에서 피가 나는 걸 보다가 나는 기억을 잃었음ㅎ
그후 정신이 들었을 때는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눈을 감고 있어서 배경은 깜깜한데 어디서 엄마가 내 이름을 계속 부르는 것이 들렸음.. 그때 나는 내가 아침에 자고 있는데 엄마가 깨우는 건줄 알았음... 하지만 눈을 뜨니 내 방 천장이 아닌 목욕탕 탈의실이 보였고 내가 은혜갚은 까치마냥 머가리를 박고 기절했던 것이 떠올랐음; 기억이 나자마자 너무 수치스러워서 강시처럼 벌떡 일어났는데, 갑자기 어지럽더니 몇달 전 지하철에서처럼 눈앞이 안보이는 거임ㅅㅂ
뒤에서 엄마가 괜찮냐고 좀더 누워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지만 나는 저번처럼 정신력에 힘주면 기절을 컨트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음 시발.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려욱처럼 나체로 목욕하고 기절해서 누워있었단 사실이 너무 부끄러워서 1초라도 빨리 옷을 입고 싶었음 나는 '여기서 기절하면 안돼 기절하면 안돼 버텨야해' 하고 안 보이는 눈을 감은 채 이를 깍깨물고 참았음...
그러다 문뜩 눈이 떠졌는데... 내가 아까처럼 나체로 또 누워있는 거임
2차 기절을 한거였음ㅎ (하...실화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제서야 이 기절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엄마의 말에 따라 고분고분 나체로 누워있었음... 눈을 뜨고 있기는 민망해서 눈을 감고, 손을 어디둘까 고민하다가 정자세로 두기에는 너무 어색해서 배 위에 공손히 모아두었음... 귀에선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고... 분명 목욕탕이라 그들도 나도 나체인건 똑같았는데... 왠지 모르게 나만 옷을 벗고있는 느낌이 들었음...
그러던 중 세신사로 추정되는 아주머니께서 탈의실 바닥에 잠자는 숲속의 공주마냥 가지런히 누워있는 내 모습에 대해 질문을 던지셨고 엄마는 자초지종을 설명해줬음... 아주머니께선 요즘 젊은 처자들이 밥 잘 안먹고 사우나 하다가 쓰러지는 경우가 꽤 있다며, 그래도 머리를 안 다쳐서 다행이라고 말하셨음... 그러고는 알몸으로 누워있는 내가 불쌍하셨는지 웬 수건으로 내 몸뚱이를 가려주셨음
그때의 감동이란... 친구랑 치킨 먹으러 갔는데 자기는 퍽퍽살이 좋다며 다리랑 날개 다 먹으라고 했을 때 느꼈던 것보다 더 큰 감동이었음... 사실 처음 누워있을 때부터 엄마가 수건으로 내 상반신을 좀 덮어주길 원했었는데, 괜히 눈뜨고 말하다가 또 기절할까 두려웠던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던 거임... 기절할까 봐 감사하단 말도 못하고, 눈도 감고 있어서 그분의 얼굴은 못 봤지만.. 진심 은사님으로 삼고 매년 스승의 날에 찾아뵙고 싶을 정도의 감사함을 느꼈음...
(감사해요....☆)
그런데 수건의 포근함을 채 느끼기도 전에 엄마가 내 알렉산드라(가슴)와 클라라(소중이)를 가리고 있던 수건을 가져가 내 목 뒤에 베개처럼 받쳐주는 거임...ㅎ 내 몸뚱아린 다시 타코야끼 한남마냥 텅 비게 되었고... 가까스로 얻은 따듯한 보금자릴 갑작스레 잃게 된 알렉산드라와 클라라는 망연자실했음.. 그때의 분노와 배신감이란... 된장찌개 먹다가 고긴 줄 알고 먹었는데 된장덩어리였을 때보다도 더 큰 배신감이었음...
엄마의 왜곡된 배려에 파도처럼 부숴진 내 맘... 바람처럼 흔들리는 내 맘...을 부여잡고 있던 나를 놔둔 채, 엄마는 뭘 좀 먹이라는 아주머니의 충고에 따라 오렌지주스를 사오셨고.. 내 머리를 조금 세우고 입에 주스를 조금씩 흘려주셨음... 몸을 축 늘어뜨린 채 눈을 감고 주스를 받아먹으니까 뭔가 심청이에게 봉양받는 심봉사가 된 기분이었음...
어쨌든 오렌지주스를 반쯤 비우고 배가 조금 든든해짐을 느끼자 이제는 눈을 떠도 기절을 안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살며시 눈을 뜨니 내 앞쪽에 있던 전신거울이 엄마와 나를 비추고 있었음... 그런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익숙함이 느껴졌고.. 머지않아 그 기시감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음
주스가 먹여지는 내모습은 영락없는 피에타였음.
(갑자기 분위기 피에타)
거울에 비친 내 피에타적 모먼트에 숭고함과 수치스러움을 동시에 느끼며 간신히 주스를 다 마신 나는 기운을 차리고 아무일도 없었던듯 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갔음... 그렇게 목욕탕에서 미켈란젤로 조각상마냥 헐벗고 쓰러졌던 내 흑역사는 큰 부상없이 끝을 맺었고, 몇년이 지난 지금은 밥 잘 챙겨먹은 결과 기절 한번 안하고 아주 건강하게 잘 살고 있음.. 돈워리...☆
첫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비쳣나 개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도 개잘쎀ㅋㅋㅋㅋㅋ
필력 오졐ㅋㅋㅋㅋ
존나 웃겨 ㅋㅋㅋㅋㅋ
돌았냐구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건치우는거존나웃기네ㅋㄱㄱㄱㄱ
필력존나오졋다 진짴ㅋㅋㅋ피에탘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목욕탕에서 쓰러질뻔 한적 있었음
공복에 달리기 2시간에
바로 뜨거운 욕탕에 들어갔다 나오니 순간 핑 돌면서 쓰러질뻔 한적 있었음
목욕탕에서 쓰러지면 개쪽이다 절대 쓰러지면 안된다는 일념하나로 버팀
식겁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비유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
피에타 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진짜현웃개터지네
필력 개쩐다ㅋㄱㅋㄱㄱㄱㄱ 아니 배경 지식이 풍부한 사람인 게 느껴짐
아존나웃겨 소설써주세요 ㅠㅠ아 ㅋㅋㅋㅋㅅㅂㅋㅋ
ㅋ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헬스장 목욕탕에서 쓰러졌는데 ㅋㅋㅋㅋ
필력 미쳤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케
zzz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 존나 잘쓰네 씨앙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겨 ㅠ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운다 ㅁㅊ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아 나도 공복에 아침부터 목욕탕 갔다가 뜨거운물 들어갔다 나오니까 졸라 어지러워서 나무판자? 그런거 앉을수 있게 해놓은거 거기에 누워있었음ㅋㅋㅋㅋ올누드라 졸라 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