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사람에게 수고하세요 사용해도 되나요?
사회생활이 수직관계에서 수평관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하나 기본적으로 윗사람을 대하는 기본 예의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서로 일하는 공간에서 처음 마주치면 인사하는 등의 행위가 대표적인데, 인사말은 '안녕하세요·안녕하십니까·좋은 아침입니다' 등 대부분 비슷할 겁니다.
(삼성 디스플레이 블로그)
그리고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경우에는 '안녕히가세요·조심히 들어가세요·내일 뵙겠습니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기분 좋게 헤어지면 되는데, 직장 상사보다 먼저 퇴근하게 될 때가 문제입니다.
이때 쓸 수 있는 다양한 표현이 있겠지만,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말은 '수고하십시오·고생하십시오·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등의 인사말인데, 정말 사소한 부분이지만, 이 '수고'와 '고생'이란 표현에 윗사람이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일단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수업에서 교수님이 수업을 끝마쳤을 때 학생들이 교수님에게 감사 말을 전하는 것을 듣고 나서부터인데, 학생들은 대개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고생하셨습니다' 이 세 가지 표현을 주로 쓰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교수님은 웃으면서 '그래 고생했다' 등의 표현으로 맞받아주면서 나가시는 모습을 보여 표현에 문제가 없는 건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수고'라는 표현은 [일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쓰다]라는 뜻으로 직역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말하기에는 무엇인가 부적절하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자료를 찾아본 결과 '21세기 세종계획 누리집'에는 현대 국어에서 수고라는 표현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쓰지 못하는 제약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수고라는 것이 '고통을 받음'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므로 윗사람에게 사용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합니다.
(국립국어원)
그리고 '표준 언어 예절'에서도 '수고하십시오'라는 표현보다 '먼저 가보겠습니다·내일 뵙겠습니다' 등의 표현을 쓰는 것을 권장했습니다. 고생하십시오라는 표현도 수고하십시오라는 표현과 비슷한 이유로 사용하지 않기를 권장했습니다.
물론 나쁜 뜻으로 그런 인사말을 전한 것이 아닌 것을 알기에 아랫사람에게 다른 표현을 쓰라고 '지적'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지만, 자료를 찾다 보니 이런 거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도 꽤 많은 거 같았고, 저처럼 표현에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 또한 많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수고와 고생이란 표현 외에도 비슷한 유의 말이 있는데, '식사하러 가시죠'라는 표현입니다. 근데 이 '식사'라는 단어는 일본식 한자 말이기도 하고, 높임의 의미가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면 '진지 드시러 가시죠'라는 표현을 떠올릴 수 있는데, 이 표현은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상황에나 어울릴법하다고 느끼실 겁니다. 이것 말고 좋은 표현은 '점심 드시러 가시죠ㆍ저녁 드시러 가시죠'가 좋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 블로그)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말하는 것에 다른 의미가 숨겨진 관용적인 표현이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까지 따지고 들면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므로 윗사람도 별로 문제 삼는 부분은 아니지만, 이왕 표현할 거 이런 것을 주의해서 표현한다면 서로의 관계가 돈독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처: http://worldspeedwg.tistory.com/145 [전국 설명꾼 모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