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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有>
네가 내게 다가왔던 그 어느 봄날. 그 날을 어떻게 잊겠니.
Nothing better - Music and Lyrics
Written by No name
사람을 가슴에 담는 일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 언젠가 깊어진 그 사람이 나를 떠나갈 순간을 감당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인지 눈을 감는 일쯤은 이미 익숙해져 있다. 깊어지기 전에 보지 않으려 해왔으니까. 그렇게 살아왔다. 세상을 보지 않고도 잘 살아왔다. 눈으로 보지 않는 세상에 남는 것은 소리 뿐. 그래서 나는 홀로 남겨진 세상에서 오직 음악과 함께 살아왔다. 음악은, 깊어진 후에도 나를 떠나가지 않으니까, 그리워 할 필요가 없다. 그저 가만히 귀만 기울이면 언제나 음악이 하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눈을 감고, 가슴을 닫고 살아왔다. 네가 그 가슴을 두드리기 전까지는.
“음악 좋아하나봐?”
돌아볼 필요 없었다. 그저 고개만 끄덕여 주면 될 뿐. 어차피 내 곁에 오래 머무는 사람은 없으니까. 눈을 꼭 감고 그냥 고개만 까딱. 그리고 한참을 말이 없는 걸 보니 역시 그냥 가 버린 모양이다. 별로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아마도 신기했던 모양이지, 하루 종일 눈을 감은채로 있는 내 모습이.
“무슨 음악 듣는데?”
…그 때 다시 들려온 목소리가 꼭 피아노 소리 같다고 느끼지만 않았어도 난 그 얼굴을 보지 않았을 거다. 경쾌한 피아노 반주처럼 통통 튀는 그 소리가 내 마음을 두드려 버렸거든.
“나도 같이 들으면 안 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는 그 소리의 주인을 바라봐 버렸다.
“안녕 김태연-”
그러니까, 어떻게 내가 그 날을 잊겠니. 그 봄날의 찬란함을 가득 머금고 나를 보며 웃던 네 얼굴을 내가 잊을 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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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연은 이상한 아이였다. 하얀 병동에 혼자 누워 온종일 눈을 꼭 감고 음악만 듣고 있었다. 무슨 음악을 듣는 건지 때론 조용히 미소를 짓기도 하고, 또 가끔은 감은 두 눈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마치 음악과 대화라도 나누듯이. 그런 그 아이의 모습이 왠지 귀여워 며칠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어쩐지 저 대화를 방해해선 안 될 것 같아서.
그리고 봄 햇살이 따스하게 빛나던 어느 날, 또다시 눈을 꼭 감고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는 그 아이에게 나는 살그머니 다가가 버렸다. 저런 꼬마 같은 미소를 짓게 하는 귀여운 음악이 뭔지 궁금해져 버려서.
“음악 좋아하나봐?”
내 목소리를 들은 건지 여전히 두 눈을 꼭 감고 고개를 끄덕한다. 어쩐지 웃음이 나와서 또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무슨 음악 듣는데?”
잠시 아무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역시 내가 정말 방해를 해버린 건가 싶어 미안해진다. 그치만 나도 저런 미소를 짓게 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듣고 싶은 걸.
“나도 같이 들으면 안 돼?”
그러자 기적처럼 감은 그 두 눈이 천천히 떠진다. 한 번도 세상을 마주한 적 없다는 듯, 한없이 맑은 그 눈빛이 나를 바라본다. 눈 뜬 모습도 귀엽네-
“안녕 김태연-”
어리둥절한 표정.
모를 리가 없잖아, 병실 문에도, 침대 옆에도 저렇게 떡하니 붙어있는데. 너 정말 이상한 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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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운이 좋은 이들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했다. 어떤 이는 땅으로 돌아갔고 어떤 이는 바람이 되어 버렸고 어떤 이는 바다가 되어 버렸다. 그들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는 모른다. 본 적이 없으니까. 보지 않는 편이 나았다. 깊어질 때 쯤 그들은 나를 떠나갔으니까. 여전히 세상에 남은 것은 나 혼자.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그 사람들은 늘 그렇게 나를 두고 떠나갔다. 슬프지는 않았다. 모습은 본 적 없지만 여전히 내 귀에는 그들의 소리가 들리니까. 바람이 되어 속삭이는 그들의 노랫소리가 늘 내 귓가를 간질이니까.
“에- 이게 뭐야, 아무 소리도 안 들리잖아-”
또 한 번 그 목소리가 내 가슴을 두드린다. 이번엔 왈츠 같다.
“고장 난 건가...”
어느새 귓가로 가져간 이어폰을 요리 조리 만져보며 중얼거린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자 내가 그런 거 아니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황급히 손을 내젓는다.
삐끄덕- 그만 문을 열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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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이상한 애가 분명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이어폰을 꽂은 채 하루 종일 눈을 감고 있었다니, 아무래도 병원에서 착각을 한 것 같다. 정신 병동에 있어야 할 아이 인 것 같은데.. 아니면 내가 정신 병동에 잘못 입원한 건가?
“황미영,”
어라, 내 이름을 알아?
내가 눈을 둥그렇게 뜨자 말없이 내 침대를 가리킨다. 아 글씨는 아는가 보네..
“그거 고장 난 거 아니야,”
얼마나 말을 안했던 건지 착 가라앉은 목소리. 음, 그래도 꽤 듣기 좋은 음성인걸. 그나저나 내 말을 알아들은 걸 보면 정신이 이상한 애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도대체 매일 이걸 꽂고 뭘 하고 있던 거야, 눈도 안 뜨고.
“그럼 전원이 꺼진 건가…,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
다시 귓가에 이어폰을 가져다 대며 묻자 대답 없이 한 번 빙긋 웃는다. 한참을 그렇게 말이 없더니 여전히 들리지 않는 이어폰을 가지고 씨름하는 나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연다.
“잘 들어봐, 들릴 거야”
“……”
…젠장, 들리긴 뭐가 들린다는 거야. 아무 것도 안 들리는구만! 얘가 날 귀머거리 취급하나.
“…바람이 노래하는 소리가 안 들려? 하늘도 이렇게 속삭이고 있잖아, 밥 먹었냐고”
… 멀쩡하단 말 취소다. 아무래도 진짜 정신이 나간 듯.
“밥, 먹었냐고,”
황당함에 넋이 나간 내 얼굴을 붙잡고 다시 또박또박 힘주어 묻는다. 얘 진짜 안 되겠네.. 처음 보는 사람 얼굴을 덥석 덥석 붙잡고. 혹시 그동안 실눈 뜨고 날 보고 있었던 거 아니야? 잠시 정신이 혼란스러워 상황을 좀 정리하려는데, 이번엔 대뜸 내 손을 잡고 한다는 소리가,
“안 먹었으면 앞장서”
하아.. 너 도대체 뭐야.
“…앞장서, 나 길 몰라.”
정말 밑도 끝도 없구나.. 어딜 앞장서라는 거야, 게다가 내가 듣기론 여기 입원한지 삼 년 넘었다는데, 길을 모른다니.. 설마 삼 년 내내 그러고 있었던 거니?
“나, …밖에 나가본 적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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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따스하다. 햇빛이 이렇게 찬란했었던가. 다시금 눈을 감아본다. 향기- 코끝으로 달콤한 봄의 향기가 번진다. 늘 감았던 눈인데 오늘은 어쩐지 새삼스럽다. 이렇게 세상에 나를 내어 보인 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 날 만큼 까마득한 오래전 일인 듯싶다. 긴 긴 시간 닫혀 있던 문이 열리자 기다렸다는 듯 세상의 온갖 얼굴들이 벅차게 밀려든다. 그토록 보지 않으려 했던 얼굴들 이었는데. 해의 얼굴, 바람의 얼굴, 새들의 얼굴, 그리고 사람의 얼굴. 이젠 모두 가슴에 박혀 버렸다. 이별이 괴로울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가슴에 담아버렸다.
나를 꼭 잡은 이 손이 봄처럼 따뜻해서, 그만 마음을 열어 버렸다.
“뭐가 먹고 싶은 건데?”
“… 아이스크림.”
이 사람, 음 그러니까… 이름이…, 아 그래, 황미영. 황미영이 나를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웃는다. 웃는 건 좋은데, 왜 그렇게 웃는 건데. 난 정말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단 말이야.
“밥 먹자면서,”
“먹자고는 안했어, 먹었냐고 물어 본 거지.”
미영이 입을 떡 벌리고 나를 바라본다. 작게 맙소사, 중얼거리며. 흠 그 소리는 마치 클래식 같구나. 스스로 연주하는 이 사람, 뭐하는 사람일까?
“너, 직업이 뭐야?”
내 물음에 미영이 기가 차다는 듯 콧방귀를 뀌더니 대뜸, 내가 너보다 한 살 많거든? 하고 쏘아 붙인다.
“…내 나이가 몇 살인데,”
미영은 이제 말문이 막혀버린 듯하다. 난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나이 따위 잊은 지 한참 됐다. 그러니까… 내가 마지막으로 나이를 먹었던 게 아마도 열아홉. 그 후로 난 계속 열아홉 으로 살아 왔다.
“스물 둘.”
“… 어, 어떻게 알았어…?”
나도 모르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하여튼 신기한 사람이다. 음 그럼 나보다 한 살 많다고 했으니까 황미영은 스물 셋인 거구나.
“네 이름 옆에 쓰여 있잖아, 그러니까 네 침대 옆에, 그리고 문 앞에도, 떡 하니 써져 있잖아 ! 김태연, 나이 22 !!”
아 그랬구나, 벌써 삼 년이나 흐른 건가…. 그러고 보니 아까 나도 봤던 것 같다. 황미영, 나이 23 이라고 쓰여 있는 팻말을. 아 근데 왜 소리를 지르는 거야.
“…언니, 그래서, 네 직업이 뭐냐고,”
직업이 뭐냐고 물었었잖아. 왜 대답은 안하고 소리만 지르는 거야 이 사람아.
“대학생.”
미영은 이제 포기했는지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기대와는 다른 대답에 김이 샌다. 대학생, 너무 흔하잖아, 저렇게 근사한 연주를 하는 사람치고는.
“과는?”
미영이 다시 고갤 돌려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예쁜 얼굴인데 자꾸 못생긴 표정만 짓네..
“작곡과,”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괜히 흐뭇해 져서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런 나를 보더니 미영이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짧은 단발머리가 어깨를 살짝 살짝 스친다. 음 샴푸 냄새가 기분 좋게 번진다.
“너 근데 이런 거 먹어도 되?”
어느새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온 미영이 나를 보며 짐짓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내가 감기 걸린 다섯 살 꼬맹인 줄 아나.
“상관없어”
손에 꼭 쥐고 줄 생각을 안 하고 있기에 심드렁하게 대답하고는 확 낚아채 버렸다. 미영이 순식간에 비어버린 자기 손을 얼떨떨하게 바라보더니 이내 목소리에 힘을 잔뜩 싣고, 야! 너 버르장...
“고마워”
“……응?”
“고마워 잘 먹을 게. 하아- 아이스크림 삼 년 만이다.”
삼 년 만에 입에 넣은 아이스크림이 봄 햇살 만큼이나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고마워, 문 두드려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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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년 만에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 이 아이 앞에서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삼 년씩이나 이 답답한 곳에 있었다면서 그동안 대체 뭘 한 건지.. 고맙다며 빙긋 웃는 그 모습에 가슴이 꽉 막혀온다. 어이 김태연, 너 도대체 뭐야.
- 승모판막…림프구…혈소…심장…. 아!!! 젠장, 뭔 병명이 저렇게 어려워, 그냥 심장병 이라고 적으면 되지!
처음 태연과 같은 병동을 쓰게 됐을 때 잠들어 있는 그 모습을 보며 깨어나면 말이라도 붙여 볼 생각으로 침대 옆에 붙은 팻말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이도 나랑 비슷하고, 퇴원할 때 까지 심심하진 않겠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물론 아무리 기다려도 태연은 깨어나지 않았지만.
내내 잠든 줄로만 알았던 태연이 사실은 그냥 눈만 꼭 감고 있을 뿐이라는 걸 알기까지는 꼬박 삼 일이 걸렸다. 병원 밥은 어쩐지 맛이 없어 항상 몰래 빠져나가 밖에서 밥을 사먹곤 했는데, 삼 일째 되는 날 그만 들켜버려서 꼼짝없이 병실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었다. 툴툴거리며 그 맛없는 밥을 한 입 떠서 막 입에 넣으려는 순간, 헉, 나는 반쯤 입에 넣었던 숟가락을 다시 빼내야 했다. 식물인간이라고 생각했던 태연이 부스스 몸을 일으키더니 밥을 먹는 것이 아닌가. 하긴 식물인간이 매일 조금씩 누워있는 폼도 달라지고 게다가 귀에는 항상 이어폰을 꽂고 있기에 좀 이상하다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도저히 정상인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움직이지 않았으니까. 놀라서 어버버 거리는 내가 거슬릴 만도 했는데 태연은 밥을 먹는 내내 이쪽은 쳐다도 안 보더니 이내 내가 늘 봐왔던 그 모습 그대로 눈을 꼭 감고 침대에 기대버렸다. 그 모습이 어이가 없다 못해 신기하기까지 해서 그 날 이후로 관찰한다는 것이 오늘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밥 먹을 때 빼곤 늘 감고 있던 눈이었는데, 오늘은 아주 작정을 한 건지 이렇게 손까지 꼭 붙잡고 아이처럼 이것저것 들여다본다.
근데 태연아, 너 눈을 뜬 것 까진 괜찮은데, 성격이 왜 이러니...
“너… 그동안 눈은 왜 감고 있던 거야?”
이건 조금 더 친해진 이후에 물어보려 했는데, 내일이면 다시 눈을 꼭 감아버릴 것만 같아서 안 되겠다.
“깊어지잖아,”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고 태연이 또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 도대체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싶어 미간을 살짝 찌푸리니 태연이 빙긋 웃으며 말을 잇는다.
“눈으로 본 세상은 가슴에 담겨버리잖아. 그렇게 담겨버린 게 깊어지면 떠날 때 힘들어”
“……!!”
……이 아이는, 나보다 어린 이 아이는, 분명 지금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참…, 밉게도 고장 나 있었구나…….”
“……?”
잡은 이 아이의 손을 행여 놓칠세라 힘을 꽉 주며 말했다.
“……멈춰있었던 거네 그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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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있었던 거네 그동안,
방금 이 사람이 내 가슴에 손을 얹고 그렇게 말했다. 가슴에 퍼지는 그 손의 온기에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듯 심장이 맹렬히 뛰기 시작한다. 쿵 쿵.
아… 정신이 아득해져 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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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일어났네…….”
pianissimo 피아니시모, 매우 여리게. -씨익.
“…웃…어…?! 야아!!! 너 도대체 뭐야!! 그렇게 쓰러져 버리면 어떡해!! 내가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알아…?!!!”
fortissimo 포르티시모, 매우 세게. -아 깜짝이야.
“…다시 눈 감아 버리는 줄 알고…, 진짜로…놀랐단 말이야, 씨이…”
decrescendo 디크레센도, 점점 약하게. 흠, 변화가 심한 곡이로군.
“그럼, 승모판막…림프구…혈소…심장…. 아!!! 젠장, 그냥 심장병, 인데 쓰러지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그리고 너 그렇게 소리 지르면 나 또 위허ㅁ…억 윽 …”
“태, 태연아!!!”
“그니까 소리 지르지 말라구-”
내가 씨익 웃으며 말하자 미영이 잠시 굳어버린 듯 멍 하니 있더니, 이내 미간을 잔뜩 찌푸린다.
pesante 페잔테. 무겁게 힘을 주어서.
“…너… 진짜 밉다.”
“응…?”
“…괜히 깨웠나 보다, 그냥 그렇게 닫고 살게 둘 걸. 심심해서 깨운 건데 이제 내가 좀 피곤하네,”
…있잖아 황미영. 나 이번엔 진짜로 쪼끔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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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기억하고 있었어. 내가 처음 여기 온 순간부터 다 기억하고 있었어, 멍청하게 버벅대던 모습까지 전부 다. 그러고도 모른 채했었다니. 가슴에 깊어지네 어쩌네 하는 저 바보 같은 녀석은, 그동안 정말 가슴이 밉게도 고장 나 있었구나.
- 이제 괜찮을 겁니다.
- …얘 왜 이런 거예요…? 왜 갑자기 쓰러지고 그러는 거예요…?
- 김태연씨 병의 특성상 종종 이렇게 호흡을 잃고 쓰러지곤 합니다. 그래도 요즘엔 뜸 한 편이었는데, 갑작스럽게 활동을 해서 심장에 무리가 갔나 봅니다.
안정을 찾은 듯 호흡이 가라앉은 태연의 입에서 산소 호흡기를 떼어내며 의사가 딱딱하게 말했다.
삼 년... 지난 삼 년 동안 대체 이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던 걸까.
- 얘…, 죽어요…?
그 때 내 입에서 왜 그런 질문이 나온 건지 모르겠다. 오늘 처음 나를 본 아이, 처음 목소리를 들려준 아이. 안타까움 때문이었을까. 그냥 문득, 이 아이가 없어지면 참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물음에 의사는 그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예의 그 딱딱한 목소리로, 보호자가 아닌 분께 그런 것 까지 말씀 드릴 수는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알아 버렸는걸. 그 씁쓸한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래서였을까, 쓰러지는 게 당연하다며 천진하게 장난을 치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아픈 말을 뱉어 버렸다. 네가 죽으면… 웬지 그리워 질 것 같아서 두려웠거든.
김태연, 너도 두려웠던 거니? 네 가슴에 담은 세상이 깊어지면 그리워 질까봐? 그래서 닫고 살아온 거구나….
이제라도 눈 떠 줘서 고맙다 꼬마야. 늦었지만, 문 열어줘서 고마워..
“황미영,”
“…왜,”
“미안하지?”
“…뭐,뭐?”
“아픈 애한테 화내니까 미안해서 그러는 거잖아.”
으씨 이게 진짜!
발끈 하는 나를 보며 태연이 힘없이 웃는다. 방금 전까지 혼자 숨도 쉬지 못해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던 아이였는데.. 그 웃음이 어쩐지 슬퍼 보여 슬그머니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한참을 말이 없던 태연이 다시 입을 연다.
“야,”
…아… 나…. 내가 너보다 한 살 많다니까…? 도대체 그 버르장머리는 어디서 배운 거니, 응?
“눈 감아봐”
얘가 또 밑도 끝도 없이 이런다. 휴 그래, 한 살이라도 많은 내가 봐 줘야지 어쩌겠니. 한숨을 푹 내쉬고 눈을 감았다. 이번엔 도대체 뭘 하려고..
“들려?”
또 시작이군, 뭐가, 도대체 뭐가 들리냐구!!!
“아무것도 안 들려 인마.”
“좀 더 집중해서 들어봐,”
“……”
…역시 안 들려. 저기 태연아, 너 혹시 지금 나 가지고 노는 거니? 내가 화냈다고 지금 복수 하는 거야?
“…있잖아 태연아, 방금 화낸 건 내가 정말 미안해, 근데 도대체 지금 이게 뭐 하고 있는 거니? 대체 뭘 들으라는 거야,”
“…작곡한다는 사람이 이런 것도 못 들어서 어떡해.”
“그니까 도대체 뭘 들으ㄹ…”
“하늘이 된 사람들이 속삭이고 있잖아, 바람이 된 사람들이 노래하고 있잖아, 이게 정말 안 들려?”
하, 넌 정말.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 순간 정말 거짓말 같이 들어버렸거든. 네 말대로 하늘이 된 사람들의 속삭임이, 바람이 된 사람들의 노랫소리가 내 귓가에 들어와 버렸거든.
“…너… 이걸 듣고 있던 거야, 매일…?”
태연이 대답 대신 빙긋 웃는다. 그 미소에 또다시 가슴이 꽉 매어온다. 널 정말 어쩌면 좋니..
“기억해둬”
“…뭘?”
“지금 그 멜로디”
“…….”
“멋진 곡으로 만들어 줘, 내가 그립지 않게.”
……멋진 곡으로 만들기엔…, 지금 이 멜로디가 너무 슬픈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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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삼 개월 이랬는데, 운이 좋다고 해야 할 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어쩌다 보니 삼 년을 버텨왔다.
삼 년, 눈을 감고 가슴을 닫고 살아온 지난 시간 동안 나는 끊임없이 하늘을 원망했다. 어쩌면 데려가 주지 않는 하늘이 미워서 스스로 더 꼭꼭 닫아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슴에 담아지는 게 더 많아질 텐데, 그럼 너무 슬프니까.
“트로트는 아니겠지?”
“이게 진짜,”
미영이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째려본다.
“…그러니까, 이게 그 날 네 귀에 들렸던 멜로디라 이거지?”
“어,”
퉁명스런 목소리, 툴툴대는 그 얼굴을 한 번 씩 웃으며 바라보고 손에 들고 있던 악보를 무릎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더듬더듬, 음표를 따라 손가락을 움직여봤다. 서서히 손가락 끝에 걸리는 멜로디.
…아, 이 곡, 슬프구나..
“어? 악보 볼 줄 알아?”
미영이 무릎 위에서 왔다 갔다 하는 내 손을 바라보며 묻는다.
“…슬프네,”
“어?”
“슬픈 곡이네 이거.”
“…너….”
미영이 잠시 나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어쩐지 그 표정에 정말 슬퍼져 버렸다. 슬픈 걸로 기억되긴 싫은데,
“얼마 받을까 이거?”
“뭐?”
“이 곡 팔면, 이거 저작권료 얼마 받을까?”
미영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그래 차라리 그 표정이 더 낫다.
“생각보다 능력 좋은데?”
“참 내,”
“…곡 좋다.”
.
.
.
“…너,…음악… 했었구나…”
들켰네.
“가사는?”
“…뭐?”
“가사 말이야 가사, 음이 있으면 노랫말이 있어야지.”
“어, 없어 그런 거, 나 글은 못 쓴단 말이야.”
“칫, 반토막짜리네.”
“우씨, 뭐야? 기껏 만들어 줬더니!”
또 다시 발끈하는 미영. 훗 보기보다 성깔 있다니까. 놀려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피아노로 해,”
미영이 팔짱을 끼며 또 뭔 헛소리야, 투덜거린다.
“반주 말이야, 다른 악기 넣지 말고, 그냥 이대로 끝까지 피아노로 가.”
“…야… 너…,”
…삼 년만이라 그런가. 잠시 굳어있던 손이 더듬더듬 음표를 읽다가, 이내 끊김 없이 매끄럽게 움직인다. 역시, 피아노가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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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걸쳐 만든 곡. 그날 이후 내 귓가에 맴도는 멜로디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 점 더 슬퍼져 버려서, 처음 생각보다도 더 우울한 곡이 되어 버렸다. 슬픈 곡은 좋아하지 않는데.. 어쩔 수 없지 뭐, 그렇게 들렸는걸.
악보를 건네받은 태연은 요리조리 살펴보더니 대뜸 ‘트로트는 아니겠지?’ 하고 묻는다. 확, 저걸 그냥..
어라 근데 누워서 건들건들 악보를 들여다보던 태연이, 갑자기 자세를 바로잡고는 악보를 무릎에 척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 더듬더듬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뭘 하는 건가 싶어 봤더니 아, 악보를 읽고 있다. 짜식, 제법인데?
“…슬프네,”
문득 손가락의 움직임을 멈추고 태연이 중얼거린다.
“어?”
“슬픈 곡이네 이거.”
…너… 정말 알고 말하는 거야…?
“얼마 받을까 이거?”
“뭐?”
“이 곡 팔면, 이거 저작권료 얼마 받을까?”
그럼 그렇지, 네 입에서 왜 그런 소리가 안 나오나 했다.
“생각보다 능력 좋은데?”
“참 내,”
“…곡 좋다.”
그렇게 말하는 태연의 말끝이 가늘게 떨린다. 그리고는 또 다시 더듬더듬 움직이는 저 아이의 작은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숨이 턱 막혀버린 듯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져 버렸다.
삼 년 동안이나 여기 있었다면서, 눈도 감고 가슴도 닫고 있었다면서. 아직도 손가락은 기억을 하는 듯 천천히 악보 위를 거닐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그리웠을까.. 손이 굳은 듯 미간을 살짝 찡그리고 열심히 음표를 좇는 저 슬픈 몸짓에 가슴 깊숙한 곳이 먹먹함에 뜨겁게 달아오른다.
피아노, 피아노가 좋겠다고 했다. 너무 우울한 것 같아서 다른 반주를 조금 넣어보려 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그냥 끝까지 피아노로 가자고 말한다. 그래, 피아노구나 네가 그리워하는 건. 이젠 한결 매끄러워 진 동작으로 정신없이 악보 위를 뛰어다니는 저 작은 손을 보며 문득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그리워서 늘 눈을 꼭 감고 바람이 전하는 멜로디에 귀를 기울이던 저 작은 아이를 보듬어 주고 싶어졌다.
“엇…?!”
태연이 몸을 움찔하더니 이내 잔뜩 굳어져버린다. 헐렁한 환자복 속에 감춰두었던 몸은 생각보다도 더 작고 야위어 있었다.
“김태연,”
“어,어…?”
“뭘 그렇게 쫄아.”
아니 그냥.. 작게 중얼거리는 그 목소리가 귀여워서 더 힘을 주고 꼭 끌어안아 주었다. 약품냄새와 뒤섞인 희미한 태연의 향기가 코끝을 슬프게 맴돌고 이내 가슴에 파고든다.
“김태연,”
“-왜에,”
“고마워.”
“뭐가?”
“…문, 열어 줘서”
“……”
여전히 뻣뻣하게 굳어있던 태연의 몸이 이내 스르르 부드럽게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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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져 버렸다. 더 이상 가슴에 담을 수도 없을 만큼 이 사람이 내 안에 꽉 차버렸다. 이상하게 헤어짐이 그리 슬프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사람도 내 소리를 듣고 있을 테니까.
쿵 쿵. 심장에서 -심장으로. 잘 맞아 떨어지는 악단의 행진처럼 가슴에서 경쾌한 음악이 울려 퍼진다. 듣고 있니 황미영? 언젠가, 내가 그리워지면 지금 이 소리를 떠올려봐. 음악은 깊어진 이후에도 떠나지 않으니까.
“…황미영,”
“왜”
“은근히 글래머인데…?”
“…뭐 이 변태야??!!”
발끈 하며 떼 내려는 몸을 힘을 주어 꽉 안아버렸다. 붙잡힌 몸이 움찔 하더니 이내 다시 힘을 빼고 손을 들어 부드럽게 내 등을 쓸어내린다. 그래, 그렇게 너의 품에 안겨서 나는 너의 사람이 되어 버린 거야. 이젠 닫아두었던 지난 시간들이 기억조차 안 날 만큼 네가 내 안에 꽉 들어차 버렸거든.
“Nothing better,"
“또 뭐라는 거야 임마, 발음 똑바로 해.”
“Nothing better than you."
"……?"
“이 곡 제목. 너 보나마나 제목도 안 지어왔을 거 아니야.”
“…Nothing better than you, …꽤 근사한 제목이네. 제법인데 김태연?”
매끄러운 발음이 귓가에 부드럽게 감긴다.
정말 꿈처럼 내게 다가왔던 이 사람. 이 사람 품에 잠시나마 내 마음을 멈춰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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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은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다고 했다. 다섯 살 때부터 오직 피아노만 쳐왔다고 했다, 삼 년 전 그렇게 세상에 눈을 감아 버리기 전까지는.
뭐든 다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자기가 원하는 음이면 뭐든 다 근사한 곡이 되어 귓가에 울려 퍼진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눈을 감는 그 얼굴이 너무 슬퍼서 나도 눈을 꽉 감아버렸다. 어떤 음일까, 지금 태연이 듣고 있는 곡은. 기분 좋은 곡이었으면 좋겠다. 이 봄날의 햇살처럼 언 마음까지 스르르 녹여줄 수 있는 따뜻하고 보송보송한 곡이면 좋겠다. 비록 그날 내 귓가에 들려왔던 그 음들은 너무나도 슬픈 것이어서 태연의 부탁처럼 멋지게 만들어 주지 못했지만, 지금 저 아이 귓가에 울려 퍼지는 곡만큼은 정말 최고로 근사한 곡이었으면 좋겠다. 저 아이가 지금처럼 계속 웃을 수 있게.
- … 피아노, 치고 싶지 않아?
언젠가 태연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내 물음에 태연은 그저 빙긋 웃으며 치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데 뭘, 하고 말했었다.
- 내 귓가에는 매일 들려, 황미영이 연주하는 소리가.
- …응…?
- 그 때, 네가 연주해 줬었잖아. 문 열어 달라고 똑 똑- 그건 피아노 소리였어. 음 그러니까, ‘파-’ 정도?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들고 ‘파-’ 라고 음을 올리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나는 몇 번이고 그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던 것 같다. 비록 나 머리 감은지 삼일 됐는데, 라는 중얼거림에 손을 옷자락에 닦아야 했지만.
보고 싶다, 피아노 치는 김태연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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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네, 무슨 일이세요?”
병원 안내데스크에 서서 나는 한참을 망설였다. 왠지 이렇게 큰 병원이라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어쩐지 너무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느껴져서.
“어디 찾으시는 곳이라도 있으세요?”
“저…, 그러니까 그게….”
“네?”
“…피아노를 치려면 어디로 가야 하죠…?”
악 맙소사.. 진짜로 물어버렸다. 귀가 확 달아오르는 것 같아서 고개를 푹 숙여버렸는데 ‘2층으로 가세요.’ 라고 말하는 태연한 목소리. 예상 밖의 반응에 더듬더듬 아 감사합니다, 말하고는 도망치듯 2층으로 내달려 버렸다.
「문화센터」
정말 있었다. 그것도 꽤 비싸 보이는 그랜드 피아노가 당당하게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요즘 병원에서는 장기입원 환자나 가족들을 위해서 별 별 시설을 다 만들어 둔다는데. 역시, 피아노도 있었구나.. 누군가 연주하고 그냥 가 버린 듯 뚜껑이 열려있는 피아노에 다가가 손가락으로 띵- 건반을 눌러 보았다. 맑게 울려 퍼지는 소리, 그동안 계속해서 조율을 해 준 듯싶었다.
음 이정도면 김태연의 연주를 감상하는 데에 손색이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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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가자아-”
“싫어, 귀찮아,”
피아노가 있는 곳을 알아냈다고 하면 반색을 하고 덤빌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저렇게 침대에 착 달라붙어서는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너 정말 피아노 안치고 싶어?”
“안 쳐도 들린다니까? 내 귀에는 맨날 황ㅁ…”
“황미영의 연주소리가 어쩌고 하는 그 변태 같은 소리는 이제 집어 치우고, 도대체 안 가겠다는 이유가 뭔데?”
기껏 찾아줬는데 안 가겠다고 저렇게 버티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서 톡 쏘아붙이자 태연이 능글맞게 웃으며 좀만 더 있다가 가자, 하고 말한다. 아니 도대체 오늘은 왜 안 된다는 건데, 삼 년을 그리워했으면 지금 당장 좋아서 달려 나가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샐쭉해진 표정으로 노려보자 태연이 살짝 기가 죽은 목소리로 오늘은 피곤하단 말이야, 라고 중얼거린다. 칫, 핑계 한 번 좋군. 아픈 애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입을 꽉 다물어 버렸다. 그런 나를 보며 태연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웃는다.
그런 표정 지으면서 웃지 마, …사실은 불안하단 말이야. 요즘 들어 점점 더 움직이기도 싫어하고 부쩍 피곤해 하는 것 같아서.. 저러다 영영 피아노 건반 한 번 못 만져보고 쓰러져 버리는 건 아닌지 조바심이 난단 말이야.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 지 정작 태연은 여유만만이다. 야 인마, 너 많이 아프잖아, 대체 뭐가 그렇게 여유로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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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제 거의 다 되어 간다.
곡을 만들어 줄 거면 확실하게 만들어 줄 것이지, 반쪽짜리로 만들어 줘가지고 이렇게 사람 골머리를 썩이나…. 멜로디가 그 곡의 첫인상 이라면 가사는 오랜 시간 사귀어온 친구 같은 거랬는데…. 작곡 공부한다는 애가 그런 것도 모르고 말이야. 올라오면 구박 좀 해야겠다. 그나저나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심심해 죽겠네. 음료수 뽑으러 간 애가 아예 자판기를 통째로 뽑아들고 올 생각인 건지 한참을 기다려도 돌아오질 않는다. 흐음, 기다리는 동안 남은 가사나 계속 생각해 봐야지..
“찾았다!!!”
아 깜짝이야.
뭐가 그렇게 급한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다짜고짜 소리를 지른다. 도대체 뭘 찾았다는 거야. 보물이라도 찾은 건가. 내가 멀뚱멀뚱 쳐다보자 미영이 숨을 가다듬으며 성큼 성큼 병실 안으로 걸어 들어오더니,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피아노, 라고 말한다.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얘가 내가 자기 몰래 피아노 치러 갔던 걸 알았나?
그날 그렇게 미영에게 악보를 받고는 당장 피아노부터 찾아갔었다. 미영 이전에 같이 병실을 쓰던 꼬마애가 틈만 나면 엄마에게 피아노 치러가자고 칭얼대는 걸 들었었기에 이 병원 어딘가에 틀림없이 피아노가 있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그 때는 다시 피아노를 봐 버리면 정말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애써 무시했지만, 지금은 내 연주를 꼭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 그래서 그 날 이후로 틈틈이 미영의 눈을 피해 피아노를 치러 가곤 했었는데, 역시 삼 년 만이라 그런지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질 않는다. 하아 속상해. 연주하다 버벅 거리는 모습은 보여주기 싫어서 이렇게 몰래 연습해 두었다가 한 번에 짠, 하고 근사하게 쳐 주려고 했는데 영 쉽지가 않다.
그래도 그만 둘 수가 없었던 게 요즘 들어 부쩍 기운도 없어지고 호흡도 가빠지는 것이, 어쩌면 이게 정말 마지막 기회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의 이 깊은 뜻을 알 리가 없는 저 황미영은 다짜고짜 나를 붙잡고, 당장 가서 쳐보자! 라고 외치고 있는데, 미안하지만 네 뜻에 따라줄 수가 없단다.황미영, 네 마음은 알겠는데 좀만 더 참아줄 순 없겠니. 난 정말 멋지게 보여주고 싶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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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이 없는 병실은 역시 쓸쓸하다.
태연아, 너 왜 이렇게 오래 걸려, 빨리 와, 나 심심해.
며칠 전 태연이 또 쓰러졌다. 이번엔 쉽게 깨어날 생각을 안 해서 결국 중환자실로 옮겨져 버렸는데, 웃긴 건, 쓰러진 태연이 발견된 곳이 피아노실 이였다는 거. 대체 거기서 뭘 하고 있던 거야, 그렇게 가자고 조르고 졸라도 꿋꿋하게 버티더니 결국 그렇게 혼자 가서 연습을 했나보다. 태연이 쓰러진 뒤 다시 찾은 피아노 실 바닥에 주인을 잃고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악보. Nothing better. 가사까지 붙여놓고 청승을 떨고 있었군, 바보 같은 김태연 같으니라고. 도대체 얼마나 품고 다녔던 건지 반으로 접힌 악보 끝이 찢어질 듯 너덜너덜 하다. 그 악보를 다시 깨끗하게 옮겨 적으며 태연이 쓴 노랫말에 몇 번이나 가슴이 울컥 했는지 모른다. 날 이렇게 아프게 하다니, 나쁜 김태연.
“…김태연… 너 돌아오면 죽었어…”
“…방금 죽다 살아왔는데 또 죽이려고?”
“……?!”
…정말 거짓말 같이, 거기 돌아본 곳에 김태연이 있었다. 못 돌아올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 착한 아이는 또다시 돌아와 버렸다.
“…야, 김태연,”
덜 덜 소리를 내며 병실로 들어오는 태연의 침대를 보며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오랜만이네”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온 그 침대에 힘없이 기대있는 태연이 나를 보며 웃고 있다.
“…너 꼴이 그게 뭐야..”
며칠 새 눈에 띄게 야윈 모습. 코끝에 걸린 산소호흡기가 쑥스러운지 태연이 멋쩍게 웃는다.
“…, 승모판막…림프구…혈소…심장…. 아!!! 젠장, 그냥 심장병, 인데 가끔 이런 꼴 보이는 것도 당연한 거 아니야?”
잔뜩 기운 없는 표정을 하고서도 잘만 대꾸한다. 쟬 진짜 어찌 이겨..
“야 김태연…”
천천히, 나를 보며 힘없이 웃고 있는 그 아이에게로 다가가서 그 야윈 몸을 꼭 끌어안아 주었다. 거기 누워 있은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말라 버린 거야..
“보고 싶었어..”
태연이 대답 대신 손을 들어 내 뒷머리를 쓸어내린다.
“…돌아와 줘서 고마워…”
태연이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는 작게 기다려줘서 고마워, 하고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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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니, 돌아와야만 했다. 거기 미영이 홀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아직 미영에게 나의 소리를 다 들려주지 못했으니까. 내가 떠나도 나를 그리워하지 않으려면 나의 소리가 필요할 테니까.
쿵 쿵 쿵. 화를 내는 나의 심장에게 부탁했다. 삼 년을 기다려 줬으니 이제 조금만 더 기다려 줄 수 없겠냐고. 그런 뒤 편히 쉬게 해주겠다고. 심장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며칠을 그렇게 성질을 부렸다. 제발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내가 빌고 또 빌고 나서야 심장은 겨우 화를 누르고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이젠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심장이 나에게 준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그래서 서둘러야만 했다. 내 심장은 나만큼이나 성질이 급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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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도대체 이 시간에 어딜 가는 거야-!”
자다가 영문도 모른 채 내게 손을 붙들려 나온 미영이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짜증을 낸다. 쉿 조용히 하라며 미영의 입을 막고 당직 간호사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후다닥 기어 나왔다. 뒤에서 미영이 툴툴대는 소리가 들린다.
“나 안 그래도 밥 사먹다 몇 번 걸려서 찍혔단 말이야,”
“그거야 네 사정이고,”
뭐? 참 내 기가 막혀, 어쩌고 하는 미영의 손을 이끌고 계단을 살금살금 내려왔다. 다행히 지나다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하긴 이 시간에 누가 돌아다니겠어. 불이 전부 꺼져버린 병원은 살짝 음침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흠 어쨌든 좋아, 이 시간에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을 곳은 응급실뿐인데, 그건 저어기 건너편 건물에 있으니 상관없고. 당직실도 제법 멀리 떨어져 있으니 들킬 염려는 없겠구나.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잡은 미영의 손에 힘을 꽉 실었다.
“…여긴…”
미영이 잠시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문화센터」
팻말이 붙어있는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행히 잠기진 않았구나. 그 곳에 언제나처럼 커다란 피아노가 당당하게 서 있었다. 부서진 달빛에 몸을 반짝이는 피아노를 보니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얼른 문을 잠그고 여전히 멍하니 서 있는 미영을 끌고 그 곳으로 갔다.
우스운 일이다, 들을 사람이 누가 있다고 이 좁아터진 곳에 그랜드 피아노라니. 역시 병원은 돈이 많다니까. 하얀 달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피아노의 몸을 한 번 쓸고는 미영을 그 바로 옆에 세웠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미영의 얼굴을 힐끔 보고 낑낑 거리며 피아노의 덮개를 열어젖혔다. 이걸 구지 열 필요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완벽하게 들려주고 싶었으니까, 네가 절대 잊을 수 없도록. 이제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미영의 머리를 쓱 쓰다듬어 주고 의자에 앉아 떨리는 손으로 건반 뚜껑을 열었다.
딩-
살짝 누르자 적당한 탄력으로 튀어 오르는 건반의 느낌이 좋다. 이날을 위해 내가 죽다 살아났지, 하는 생각에 비죽 웃음이 나온다. 악보는 필요 없었다. 이미 이 머릿속에, 그리고, 이 가슴 속에 전부 기억해 뒀으니까. 자 이젠 네가 기억할 차례야 황미영. 잘 듣고 기억해줘 나의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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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까지 김태연은 제멋대로였다. 제 멋대로 호흡기를 떼고, 제 멋대로 오밤중에 나를 끌어냈다. 그리고는 지금 제 멋대로 나를 제 옆에 세워두고 저렇게 눈부시게 웃고 있다. 너란 애를 정말 어떡해야 좋겠니..
죽다 살아 온지 얼마 안 되서 기운이 하나도 남아있질 않을 텐데 도대체 어디서 난 힘인지 자기 몸통만한 피아노의 덮개를 끙끙거리며 들어올린다. 부들부들 떨리는 그 하얀 팔에, 당장이라도 눈물이 나올 듯 눈이 뜨거워진다. 그런 내 표정을 태연이 잠시 빙긋 웃으며 쳐다보더니 손을 들어 내 앞머리를 쓱 쓰다듬는다. 야 인마, 내가 너보다 나이 많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아무래도 영영 무시해 버릴 건가 보다 저 녀석은.
차가운 달빛이 내려앉은 그 얼굴은 평소보다도 몇 배는 더 창백해 보였다. 저렇게 아픈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넌 대체 뭐가 그렇게 여유로운 거야.
의자를 당겨 피아노에 몸을 좀 더 가깝게 붙인 뒤 태연이 짧게 숨을 들이마신다. 그리고는 이내 눈을 지그시 감고 조심스레 건반을 누르기 시작한다. 한 음 한 음, 부드럽게 넘어가는 그 영롱한 소리에 꿈을 꾸는 듯 정신이 아득해져 온다.
저 아이는, 이 소리보다도 아득하게 빛나고 있는 저 아이는 지금, 악보도 없이 그날 내 귓가에 울려 퍼지던 그 슬픈 멜로디를 놀랍도록 똑같이 표현해내고 있었다. 마치 나도 들었어, 라고 말하는 듯, 멜로디에 몸을 맡기고 가만히 눈을 감은 저 작은 아이가 음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흔들린다. 저 꼭 감은 두 눈에 태연을 처음만난 그 날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놀랍도록 뻔뻔하던 아이, 그러면서도 뭐가 그렇게 무서웠는지 꼭 잡은 내 손을 놓지 않았던 아이. 한 달.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저 아이를 더 이상 가슴에서 꺼낼 수도 없을 만큼 깊이 담아버렸다.
그리고 지금, 사람이 깊어지는 게 두려워 눈을 감고 지냈다던 저 겁쟁이 꼬맹이는, 헤어짐이 두렵지도 않은 건지 이내 꼭 감은 두 눈을 뜨고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슬프게 맑은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아서, 마주친 그 눈을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태연아, 내가 기억해 줄게. 지금 너의 온 몸에서 울려 퍼지는 멜로디를 내가 하나도 남김없이 다 끌어안아 줄게. 그립지 않도록, 슬프지 않도록, 한 음 한 음 오롯이 가슴에 담아줄게.
태연이 빙긋 웃는다.
내게 언젠가 왔던 너의 얼굴을 기억해 -
멈춰있던 내 맘을, 밉게도 고장 난 내 가슴을
너의 환한 미소가 쉽게도 연거야-
눈빛만큼이나 맑은 목소리. 그 슬픈 음성이 내 온 가슴을 울린다.
그래 그렇게 내가 너의 사람이 된 거야
못났던 내 추억들이- 이젠 기억조차 않나
나를 꼭 잡은 손이 봄처럼 따뜻해서
황미영, 내 마지막 한 달을 바쳐 사랑한 내 사람아, 그 찬란한 봄날, 네가 내 마음을 두드려 주지 않았다면 난 지금쯤 뭘 하고 있었을까..
세상을 마주대하는 게 두려워 그렇게 죽은 듯 숨어살던 나를 너는 너무도 쉽게 그 밝은 햇살 아래 내 보였어.
이제 꿈처럼 내 맘은 그대 곁에 가만히 멈춰 서요
한순간도 깨지 않는 끝없는 꿈을 꿔요
이제 숨처럼 내 곁에 항상 쉬며 그렇게 있어주면-
사실 말이야 황미영, 나 그 밝은 햇살 아래서 너무도 간절히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손을 꼭 잡아준 네 손이, 내 가슴에 얹은 네 예쁜 손이 너무 따뜻했거든.
nothing better, nothing better than you
nothing better,
nothing better than you-
그래서 여기까지만 하려고 해. 내가 더 욕심 부리면 네가 너무 아파할 것 같거든. 이렇게 네가 내 소리로 나를 기억할 수 있을 때 그만 끝내려고 해.
…나, 그래도 되지?
이제 꿈처럼 내 맘은 그대 품에 가만히 안겨있죠-
태연을 처음 품에 안았던 날, 그 야윈 몸은 어쩌면 간절히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한순간도 깨지 않는 끝없는 꿈을 꾸죠
살게 해 달라고,
이제 숨처럼 내 곁에 항상 쉬며, 그렇게 있어주면-
이곳에 계속 머물게 해 달라고.
nothing better, nothing better than you
그리고 그 여린 몸의 미약한 외침을 들으며, 나도 아마 간절히 바랐던 것 같다.
nothing better, nothing better than you
이 아이를 살게 해 달라고,
no…thing be…tter-
내 곁에 머물게 해 달라고....
“ …nothing… better, …tha ……,”
채 노래를 끝내지 못하고 천천히 그 작은 몸이 기운다.
“…you…"
기울어진 그 몸을 품에 끌어안고 작게 속삭여 주었다.
다문 태연의 입에 희미하게 미소가 번진다.
온 몸으로 부르짖던 연주가 방금 끝났다. 그리고 삼 년을 괴롭게 뛰던 태연의 심장도 비로소 편히 잠들었다. 가슴에 무언가 깊어지는 게 싫어 꼭 꼭 닫고 살던 이 아이는, 결국 이렇게 그 가슴에 넘쳐나도록 사랑을 채우고 또 하나의 소리가 되어 버렸다. 그 소리는 분명 슬픈 것이었지만, 지금 눈을 감은 이 아이의 얼굴은 하나도 슬프지 않다는 듯, 마냥 편안하게 잠들어 있다.
고요해진 그 가슴에 손을 얹고 감은 두 눈에 작게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잘 가 태연아, 벌써 그리운 내 사랑아. 더는 슬퍼지지 않도록 내가 널 기억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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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태연의 침대 위, 줄 끝에 아무것도 꽂혀있지 않은 이어폰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러니까, 김태연. 넌 정말 음악을 들은 거구나.
언제 껴 놓은 건지 내가 다시 깨끗하게 옮겨 적어 놓은 그 악보 사이에 태연이 남긴 하얀 쪽지가 놓여있었다.
'들려-?'
하아, 정말 너란 애는….
작게 미소 지으며 두 눈을 꼭 감고 귀를 기울였다.
“들려..”
한껏 장난스런 태연의 목소리가 귓가에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보실 분들은 다 보셨을 글입니다.
솟에 올렸던 글이죠
뭔가 순서가 바뀐것 같기도 하지만... 화수에는 이제야 가입을 했네요ㅋㅋ
가입 기념 글이에요-
전 언제나 가입 기념 글로는 이 글을 올리죠ㅋㅋ 제 첫 팬픽이니까요
닉네임은.... 이미 무명 이라는 닉네임을 쓰시는 분이 있으셔서 노네임으로 올리네욤
저 솟에 무명 맞아요 ㅋㅋ
응원 횟수 0
첫댓글 잘보구갑니당
잘보고갑니다^ㅁ^
잘보고가요
첫부분에 영어로 써져있는부분 보고알았어요..ㅋ아...진짜 읽으면서 김퉤얀이 낫띵베럴할때 울어버렸다능...아 진짜 무명님킹왕짱 처음으로 글읽다가 울엇음...잘보고가요..ㅋ
잘보고가여........슬픈결말.........
잘보고갑니다.
잘보구가요ㅜㅜ
잘보고갑니다^^
잘보구가여... 우아아 ㅠㅠ 이거 눈물나네열.........
,,,,,,,태연아 사랑한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ㅜㅜㅜㅜㅜㅜㅜㅜ이런 새드 좋아용~! ㅋㅋ<-; ;;; 잘보고갑니다~~!
잘봤습니다
적당히 찬바람이 불어오는 쌀쌀한 날씨에 노네임님이 지으신 Nothing better 작품 너무 좋은거 같네요 ^^ 잘 읽엇어요
자보구가여~!~
잘 보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