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강(현재는 중국의 커제 9단이 세계최강이며 10여 년간 바둑 최정상에서 군림했다는 표현이 적절)이라는 이세돌 9단(이후 ‘이세돌’이라 함)을 연거푸 2판이나 이겨버린 알파고는 무엇일까? 구글이라는 회사의 단순한 바둑 프로그램, 아니면 인공지능, 이외에 뭔가 음흉한 모략을 감춘 또 다른 무엇 – 사람들마다 해석이 제각각인데 알려진 자료를 근거로 알파고의 정체는 알아보자.
다음백과사전에는 구글의 ‘딥 마인드(Deep 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한다. 딥 마인드는 구글이 2014년 인수한 인공지능 관련 기업으로 2010년 영국에서 설립되었으며 머신러닝 등의 기술을 사용해 학습 알고리즘을 만든다.
알파고는 딥러닝(Deep Learning) 방식을 사용해 바둑을 익힌다. 딥러닝은 머신러닝(기계학습)의 하나로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을 통해 컴퓨터가 스스로 패턴을 찾고 학습해 판단하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별도의 기준을 정해주지 않으며 대신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가 스스로 분석하며 학습하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전석진변호사는 대놓고 알파고의 바둑은 사기라고 한다. 바둑의 기본원칙인 공정한 상태에서 오직 당사자만 바둑을 두는 공평한 게임인데, 알파고는 광케이블로 연결된 컴퓨터 자원을 무한정 사용하므로 이는 무제한의 훈수꾼을 둔 불공평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즉, 컴퓨터의 연결은 한 대의 컴퓨터에 의한 의사결정이 아니라 다수의 컴퓨터가 가진 연산능력으로 실시간 새로운 학습과 새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습에 의한 상대의 연구가 아니라 이미 착수된 수를 보고 다음 수를 계산한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변호사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는데 알파고는 브루트 포스(Brute force)라는 알고리즘을 사용하는데 이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탐색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구글은 이 알고리즘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다른 컴퓨터가 이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경우의 수를 찾아내 훈수를 하고 알파고가 이용하는 것이니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컴퓨터에는 시간제한이 애초부터 필요 없다는 것이다. 필요한 만큼 수천, 수만 대의 컴퓨터를 당겨쓸 수 있는데 시간제한이란 이세돌에게만 적용되는 불리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을 가지고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첫판에서는 이세돌이 처음부터 알파고를 흔들기(바둑 용어인데 정석보다는 약간 무리를 담고 있는 변칙으로 바둑 내용을 혼돈으로 이끄는 것)를 했는데 알파고에게 당하고 말았다. 이세돌은 싸움이 벌어질 때 힘을 발휘하는 스타일이고 불리할 때 흔들기를 통해 바둑을 역전시킨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프로기사들은 이세돌과 싸움을 지극히 꺼려한다. 이세돌과 싸움은 불리하다는 심리적인 감정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한 결과이다. 그런데 알파고는 감정이 없는 컴퓨터이다. 이세돌의 흔들기에 무리(아님 억지)가 있음을 알고 처음부터 싸움을 통해 이를 제대로 응징한 결과 이세돌의 패배로 이어졌다.
두 번째 판에서는 이세돌이 흔들기도 없이 아주 튼튼하게 정석대로 두어나갔다. 아니 처음부터 알파고의 흔들기가 있었는데 꾹 참고 차분하게 두어나갔는데 결국 (내가 볼 때... ㅎㅎㅎ) 시간제한에 걸려 제대로 계산을 못한 끝내기 과정에서 역전을 당해 졌다.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저렇게 해도 안 되는 참담한 결과처럼 느껴진다.
더군다나 프로기사들은 알파고가 프로라면 두지 않을 (비아냥거림 같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착수를 했고, 아마추어 같은 수도 두었기에 이는 패배로 이어질 것 같다고 했는데 지나고 나니 끈질기게 따라 붙었다고 한다. 예전에 임해봉 9단의 별명이 이중허리(바둑이 끊어져서 생명이 끝난 줄 알았는데 어느새 따라붙어 있다는 뜻)였는데 알파고는 마치 삼중허리, 사중허리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이 부분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다. 첫째,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에는 인간의 오만함이 가득하다. 오늘 신문에서야 알파고가 ‘바둑의 신(神)’에 근접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알파고의 실력을 알기 위해 이세돌의 의도적인 흔들기가 오만함이다.
그리고 프로기사들이 말하는 인간, 특히 프로기사들이 두지 않는 수라는 부분이야말로 오만함의 극치라고 할 것이다. 바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아주 많은 경우의 수 중에서 이기기 위한 수를 찾는 사람이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이다. 자기가 모른다고 해서 그게 아니라는 말은 오만함 아닌가? 답사를 다닐 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답사의 대상은 100개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나는 그 중에 고작 10개만 아는데 3개만 아는 당신께 그 대상에 대해 다 아는 척 설명하고 있다고. 바둑 역시 수많은 경우의 수 중 어디라도 둘 수 있는 것이지 거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오만함이다.
둘째, 이번 바둑에서 배울 것은 카오스이론의 ‘나비효과’이다. 사람들은 소수점 이하 아주 작은 숫자는 필요 없다고 버리는데 그 적은 숫자가 많은 연산을 통해 나중에는 전혀 다른 결과를 이끌어내자 사람들은 “브라질의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의 폭풍우가 된다.”가 하지 않았던가. 알파고의 예상도 못한 수가 승리의 원인이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나비효과이고, 사람들이 처음부터 무시하고 계산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알파고의 수는 프로기사들은 무시하지만 아마추어 바둑에서는 자주 나오기도 한다는 점이다. 아마추어가 그렇게 두어서 프로기사한테 지니까 답이 아니라고 한 것이고, 알파고는 두어서 이겼으므로 그런 수도 성립한다는 것이므로 애초부터 바둑에는 정답이 없는데 프로기사들은 자신들이 마치 정답인 양 오만하게 착각하고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바둑의 신이 바둑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공부하라고 알파고를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셋째, 생각이 좀 많이 나간 사람들은 앞으로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인류를 지배할 것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미래의 일이니까 이럴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진 않겠다. 하지만 이는 인류라는 종족이 사라지면 어떡하나하는 불안감과 걱정을 담고 있는 종말론의 다른 표현이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 2000년이 다가올 때 종말론이나 Y2K라고 하던 대 혼돈 역시 종말론의 다른 표현이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인공지능에 대해 낙관적인 생각을 갖는다.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는 선과 악에 대한 자유의지가 있다기 보다는 그 컴퓨터를 조작하는 인간이 악에 치우칠 경우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컴퓨터가 사람의 감정을 모른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알파고 같은 컴퓨터가 수많은 연산 끝에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나 행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거기에 충분히 감동을 받을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사소한 부분에 감동을 받는지 현실을 돌아보면 알 것이다. 컴퓨터가 내 표정과 몸짓, 말투와 억양에서 내 기분을 알아채고 나를 위로하고, 쓰다듬어주고, 격려하고, 때론 질책까지 하면서 용기를 북돋워준다면 우리는 당연히 컴퓨터가 감정이 있다고 믿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에서 얻은 결론을 말하자면 인간은 여전히 미완성인 존재이고, 또 미래를 제대로 예측할 능력은 없지만 과거의 일을 통해서 나아갈 바를 찾는다는 것이다. 이를 잘 설명하는 철학적인 용어가 있는데 바로 헤겔이 말한 “미네르바의 부엉이(올빼미)”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면 날기 시작하는 것처럼 우리는 사건이 있고 난 뒤에야 그 전모를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알파고에게 이세돌이 2판을 졌다고 호들갑 떨지 말자. 남은 3판을 모두 진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알파고 같은 지능을 가진 컴퓨터를 인류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또 미완성의 존재인 인간이 좀 더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이번 바둑에 인류에게 던진 숙제라고 본다.
첫댓글 2국 보고...처녀 때 신던 높이 4cm정도 되는 구두가 한 켤레 있었습니다. 버렸습니다.
바둑보고 굽 높은 구두를 버리다. 좀 웃기지만... 버릴 것이 또 있나 고민해봐야겠습니다.
버리는 만큼 채워지는 게 문제지요. 난 버린 줄만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채우고 있다는...
기계가 인간을 이기면 인간은 그 상황에 적응하며 살것입니다. 인간에게는 다른 생물보다 적응을 빨리하고 또 잘 해내니까요.
하지만 그 적응에도 언젠가는 한계가 오겠죠. 그 상대가 인간이 만든 기계일지, 아님 바이러스 등 다른 것일지는 잘 모르겠습
니다만... 그때쯤에는 지구상에서 인류가 멸망한다 해도 그다지 아쉬워 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인류도 지구를 구성하는 작은 하나의 생명에 불과한데... 그렇게 사라져간들 또 뭐가 아쉬우리오...
도가적인 생각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