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업무관련 질병으로 인한 조기 퇴직자와 사망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직업병 관리체계에 커다란 허점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북 봉화군 석포면 (주)영풍 석포제련소 퇴직노동자와 주민들에 따르면 카드뮴 등 중금속을 취급하는 부서에서 15년 이상 근무했던 남모(54)씨와 여모(50)씨는 소화기 계통 등의 질병악화로 96년께 제련소를 퇴직했다. 그러나 이들은 회사측에서 직업병 요양신청을 해주지 않자 퇴직금으로 치료를 받다가 몇 개월 후 사망했다.
또 조액팀에서 용접업무에 종사하던 이모(51)씨와 조액팀 현장조장을 했던 유모(54)씨는 15년 이상 근무하다가 간장질환 때문에 제련소 근무가 불가능해 퇴직했다가 지난 97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여년간 조액팀에서 근무했던 이모(57)씨는 “코뼈가 내려앉아 지난 90년 퇴직했다가 3년후 코뼈 제거수술을 받았다”며 “냄새맡는 기능은 완전 상실했고 기억력도 무척 나빠졌다”고 한숨지었다.
덧붙여 이씨는 “20년간 근무했던 작업장은 지독한 유독가스와 분진이 난무했다”면서 “나쁜 작업환경 때문에 질병이 악화돼 조기 퇴직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얼마 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또 조액팀에서 24년간 근무하다 지난 5월 위장에 심각한 질병이 발견돼 위장 제거수술을 받고 지난 8월 퇴직한 권모(50)씨 역시 업무관련성 질병으로 의심되는데도 회사측은 요양신청조차 외면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권씨는 “작업장에서 비소와 철산화제 등 유독물질을 주로 취급하는 부서에서 근무했지만 재수가 없어 나만 병에 걸린 것으로 생각했다”며 “회사와 싸워 산재요양을 받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에 대해 석포제련소 안전팀관계자는 “우리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지만 작업환경이 상당히 개선되어 있다”고 말했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2000년 8월 최재환(49)씨 등 2명이 카드뮴 중독에 이환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직업병과 관련, 요양신청조차 한 경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