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어느 날 세수하고 물을 마시기 위해 수도꼭지를 틀었는데, 정작 나온 물이 화장실 변기통 물이었다면 어떠시겠습니까?
정말 말도 안되는 이런 일이 한 아파트 단지에서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 아파트 주민들 이 물을 먹고, 씻었다는데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일이 이곳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현정 기자...
녹슨 물이 나왔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화장실 변기통 물이 수도꼭지에서 나왔다는 것은 정말 믿겨지지 않아요?
네, 그렇죠.
다른 물도 아닌 화장실 변기물이라니 정말 듣기만해도 찜찜한데요, 그걸 먹고 마신 주민들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지 불행인 지 이 변기물엔 푸른색을 띄는 세정제가 섞여 있어 주민들이 빨리 눈치챌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변기물이 어떻게 주방과 세면대로 나올 수 있었는 지 취재해 봤습니다.
<리포트>
요즘 주방에서 나오는 물이 심상치 않다는 한 아파트인데요, 수도에서 쏟아지는 물이 얼핏 보기엔 보통 물과 다를 게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모아서 담아 놓고 보니 보시는 것처럼 푸른 빛이 선명하죠?
<현장음> 가정 주부: "어머나! 파란 물이 나온다."
푸른 물이 나오는 건 주방뿐만 아닙니다.
세수를 하려다가도 샤워를 하려다가도 주민들은 시도 때도 없이 푸른 물을 뒤집어 쓰며 신경이 곤두선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 에스더(아파트 주민): "세수도 못하고 이건 사람사는 게 아니더라구요. 사는 게 아냐...."
3백여 세대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 곳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데요, 주민들을 황당하게 한 이 푸른 수도물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충격적이게도 이 물은 '화장실 변기물'이었습니다.
게다가 화학약품인 세정제를 풀어 푸른 빛을 띄는 거라고 하는데요, 어찌된 일인가 알아보니, 각 가정의 화장실 변기 물통 물이 역류해 아파트 배관 전체로 타고 들어갔고, 그게 다시 주방 수도와 화장실 세면대 등을 통해 흘러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화장실 물로 밥먹고, 씻고 했단 얘긴데요, 이곳 주민들, 찜찜한 기분은 물론이고 건강에 이상이 생길 법도 합니다.
<인터뷰> 박행진(아파트 주민): "아기도 나도 피부가 심하게 가렵다."
<인터뷰> 권유민(아파트 주민): "이걸로 얘기 분유까지 타 먹이고 생각만해도 끔찍해요. 저는 이사온 뒤로 계속 설사하구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문제는 배관에 있었는데요, 배관에서 물의 역류를 막아주는 고무 부품에 결함이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인터뷰> 김영태(경남 통영시 공동주택 담당): "이 부분이 꽉 막히지 않고 비스듬해지거나 아예 옆으로 누워버리면 역류가 발생합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부품 제조회사 측도 뒤늦게 제품의 결함이 있을 수 있다고 해명에 나섰는데요,
<인터뷰> 변기부품회사 관계자: "정압 때는 어떤 경우라도 역류할 수 없고 부압 때는 이물질, 부품 고장으로 역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이런 문제가 이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단 겁니다.
이런 결함이 있는 부품이 사용된 변기는 전국적으로 해마다 14만개나 시공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미 지난 8년 동안만도 백만여 가구에 설치됐다고 합니다.
그나마 앞서 보여 드린 아파트처럼 변기물에 세정제를 풀어 푸른빛이라도 띄면 발견이라도 빠를텐데요, 이번 기회에 아파트 관리관계자분들, 주민들 건강위해서라도 수도 배관, 확인 한번 해보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