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행을 꿈꾼다.
지치고 힘든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꾼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간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여행에서 지쳐서 돌아오기도 한다. 온갖 술수로 현혹해 놓고 현지에서 우릴 패대기쳐버리는 저질 여행상품에 호되게 한 번 당하기라도 해 보라. 그 순간 여행은 여행이 아닌 고행으로 돌변한다.
떠나고 싶다. 남들 다 가는 데 줄 서서 따라다니는 깃발부대나 고만고만한 일정으로 숨막히게 하는 패키지는 벗어나고 싶다. 항공권과 숙소만 해결하고 내키는 대로 맘껏 돌아다닐 수 있는 말 그대로 자유로운 일탈을 이룰수 있는 자유여행을 가고 싶다.
하지만 걱정은 끊이지 않는다. 자유여행을 선택하자면 직접 모든 걸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과 두려움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이 없으면 두번째도 없다. 언젠가 한 번은 떠나야 두 번째도 떠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알고보면 준비해야 할 것은 약간의 용기, 그것 하나 뿐이다. 나머지는 어떻게 해결하냐고? 그러니까 지금부터 자유여행 10년 차 나름 전문가이신 본인이 완전 초보 당신을 위한 자유여행의 ABC를 알려주려는 것 아닌가. 나의 숱한 실패가 당신의 성공적인 자유여행의 밑거름이 되리니.
따라 오시라. 오늘은 자유여행 준비 편이다.
자유여행을 떠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중요한 순서대로 한번 점검해 보자.
비용은 얼마나?
안타깝지만 아무리 일탈일지라도 여행에서도 일상과 똑같은 법칙이 적용된다. 숨쉬는 한 먹고 살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그 놈의 돈이다. 돈을 어떻게 마련하는가 하는 문제는 내가 해결해 줄 수 없지만 어느 정도의 예산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조언은 가능하겠다.
인터넷에서 여행 경비를 아끼고 아껴 불과 200만원으로 한 달 동안 유럽을 쏘다녔다는 무용담, 심심치 않게 떠 돈다. 다들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는 거다. 하지만 내 의견을 물으신다면, 여행은 즐기러 가는 것이지 고생을 하러 가는 건 아니잖느냐는 말이다.
한 접시에 7유로짜리 점심
수 많은 여행객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 중에 하나는 순간 순간 돈 때문에 하고 싶은 걸 하지 못 하는 거다. 물론 눈에 띄는 모든 걸 먹고 사고 할 순 없겠지만, 기껏 베르사유 궁전 앞까지 가서 생각보다 비싼 입장료 때문에 "안에 별 거 뭐 있겠어?" 하며 바깥에서 기념 사진 한 방 달랑 찍고 터벅터벅 돌아오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9유로를 주면 이런 저녁식사도 먹을 수 있다
"꿈 꾸는 여행에 필요한 돈을 마련할 것인가, 마련된 돈에 여행을 맞출 것인가."
시대를 불문하고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의 최대 고민일 것이다.
아쉽지만 나의 이상과 현실은 타협이 필요하다. 그래도 자유여행을 선택한다면 아쉬운대로 근사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 패키지 라는 이름 하에 (안 그런 여행사도 많다만)여행사 네 멋대로 정해놓은 엉터리 상품에 내 이상을 구겨 넣는 잔인한 일은 당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돈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고? 만들어라. 당신이 바쁘게 사는 그 시간보다 낯선 곳에서 보낼 시간이 훨씬 더 가치있을 테니까.
시간이 짧다면, 일본, 홍콩, 방콕, 중국, 타이베이 등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곳을 정하자. 특히 일본과 타이베이는 비행시간이 두 시간 남짓밖에 안 걸린다는 사실!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로 가는 것보다 짧은 시간이다.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마련된다면? 과감히 유럽이나 호주에 도전할 수 있다. 몇 달 일정의 긴 배낭여행이 아니라면 동남아 여행이나 유럽, 호주 여행이나 비행기 삯에서 다소의 차이가 생길 뿐 전체 경비에선 큰 차이가 없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여행? 분명히 아니다. 그러므로 어렵게 만든 천금같은 시간을 쓸 장소라면 조금이라도 멋진 곳을 찾는 것이 당연하다.
누구나 한 번쯤 가 보고싶어하는 앙코르와트
해외 여행을 한 번이라도 계획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 있다. 꼭 내가 필요한 날짜와 좌석은 어렵단다. 사실 항상 그렇다.
가장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볼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한항공의 유럽행 여름 성수기 일반 가격이 150만원이다. 이걸 사람들이 잘 안 간다는 겨울 비수기에 이용하면? 2004년 겨울엔 불과 65만원에 출시된 적도 있다. 당시 처음으로 대한항공 마일리지 카드를 만든 내겐 12,000마일이라는 가공할 만한 마일리지가 쏟아졌더랬다.
내친 김에 좀 더 쇼킹한 요금의 예를 들어볼까? 세계 최상급 항공인 독일의 루프탄자 항공의 여름 성수기 일반 가격은 140만원이다. 내가 무슨 부자라고 유럽을 그리 자주 들락거리겠는가. 바로 요런 정보에 밝기 때문이다. 관심을 가지면 당신에게도 기회가 찾아온다.
이처럼 가격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뭐냐고? 들어는 보셨는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고. 그토록 엄청난 가격차의 이유가 간단하듯, 그대가 최대한 저렴한 여행을 즐길 방법 또한 간단하다. 가능한 남들이 안 갈만한 날짜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 다 안다. 그런 시즌을 괜히 비수기라고 하겠는가. 불가피하게 남들 다 가는 휴가철, 설날, 추석 때밖에 도저히 시간을 만들수가 없다면, 나에게 그날 출발할 수 있는 항공좌석을 내려달라고 기도라도 해야 하나? 그 전에 되도록 계획을 빨리 잡아서 남보다 먼저 예약을 하자.
내년 여름 휴가철에 떠나는 여행? 그럼 올 가을부터 여행사직원과 친해두자. 나의 내년 여름 휴가철 항공좌석을 마련할 특명을 미리내려주는 거다. 막상 날짜 닥쳐서 구하려면 평소 100만원도 안 되는 항공권을 아무리 두 배 준다고 해도 못 구한다.
그리고 비행기는 웬만하면 가리지 마시라!
모든 여행객의 소망이라면 일단 무조건 싸면서 내가 원하는 일정에 맞출 수 있는, 그러면서도 편한 항공기일 거다. 하지만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마음이 편해질지니. 그래 봐야 항공도 교통 수단에 불과하다. 그저 좀 비싸고 약간 오래 탈 뿐. 몇 번 갈아타는게 대수랴. 오히려 장거리 비행의 피곤, 잠깐 잠깐 쉬어가면 더 나을 수도 있다. 체류시간이 길면 어떠랴. 차라리 왕창 늘여서 아예 스탑오버를 해 버리자. 장담하는데, 비행기 갈아타는 건 서울 시내버스를 갈아타는 거보다 쉽다. 단지 입출국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상황에서 괜한 위축감이 있을 뿐이지 그저 화살표대로 이동하다가 내가 갈아탈 비행기 탑승구만 잘 찾아가면 오케이다.
암튼 비행기는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는데 이용하는 수단일 뿐이며, 편한 건 편한대로 다소 번거로운 건 그것 대로의 매력이 있다. 그러니 무슨 전자제품 브랜드 따지듯 가리지 말고 일단 떠날 수 있는 좌석이 되는 것 중에서 신중히 고르는 습관을 들여 보자. 뭐 아는 게 있어야 고르든 말든 할 거 아니냐고?
그런 여행사가 대충 가격 깎아주는 척 하면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매출 1위 어쩌고 하는 어설픈 애덜보다 백 배 천 배 훌륭한 여행사다. 그리고 선택은 본인이 하는 거다. 가능한 것 중에 내 이상에 맞는 걸 고르는 거다.
숙소
자유여행을 꿈꾸는 이에게 또 빼놓을 수 없는 고민거리일 것이다. 그리고 숙소 예약이야 말로 내 이상적인 여행계획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일단 자유여행을 가장 많이 가는 유럽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크게 호텔, 호스텔, 민박이 있다. 당연히 나열한 순서대로 저렴하다.
민박은
돈을 아끼려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데, 이것도 무턱대고 싸다고 좋은 건 아니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싸다는 것 외에도 우리나라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인터넷 사용도 가능하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단점? 사람 많은 날은 일단 내 개인 침대가 확보가 쉽지 않고, 거실 바닥이나 식탁밑에서라도 잘 각오가 되어있는지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결정적으로 그 날 따라 유독 여자들이 많다면... 다음과 같은 사소해보이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겨울이라면 그나마 낫겠지만, 땀 좀 흘리는 봄, 여름, 가을에는 하루 한 번 정도는 샤워를 해 줘야 최소한의 인간적인 자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게다. 그런데 깔끔한 여성의 1인 평균 세면 시간? 대략 30분 쯤일 거다. 민박은 기본적으로 방이 많은 가정집의 환경이다. 씻을 수 있는 곳이 많아야 한두 개. 이제 무슨 말인지 아시겠는가들?
프로방스의 멋진 노을
호스텔은
영어가 좀 되고, 영어로 이야기할 준비만 되어 있다면, 외국인들과 같이 숙박을 하며 문화적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민박보다야 비싸지만 호텔보다는 싸기 때문에 세계적인 자유 여행객들의 주류 숙소는 호스텔이다.
최악의 상황이란 이런 거다. 대부분의 그것도 초보인 여성 자유여행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여자인 당신이 숙소에 들어갔는데 당신 외의 모든 숙박객이 다 남자인 거다. 근데 그 남자들, 나름 므흣한 꽃미남 부대면 또 괜찮겠는데(괜찮은 것 이상이겠지) 표정 험악한 아저씨스러운 남자들이 음흉한 눈빛을 번들거린다. 잠도 다 잤고 어쩌면 두려움에 떨며 눈물로 밤을 지새울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이미 치른 숙박료가 아까우니 방을 뛰쳐 나가는 것도 망설여진다...
하지만 그런 상황 대부분은 당신의 느낌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많다.
호텔은
가격차로 따지자면 대략 민박:호스텔:호텔이 3:4:5 정도의 비율이다. 허름하고 오래된, 도대체 왜 호텔이라 부르는지 이해되지 않는 여인숙 수준의 방도 호텔이라고 부른다는 사실.
민박과 호스텔은 대부분 시내에서 벗어나 있다. 시설 좋은 호텔들도 마찬가지. 가이드 따라 깃발부대에 몸을 던질 거라면 어차피 차량 제공도 되니 공기 좋고 물 좋은 외진 곳에서 편히 쉬셔도 좋겠지만, 낯선 곳에서 교통편도 마땅찮은 곳에 홀로 떨어지면 난감하기만 할 뿐이다.
호텔의 장점이라면 워낙 예약시스템이 잘 되어있고, 공증된 인포메이션과 조건들을 손 쉽게 확인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하루 종일 다리품을 팔아서 지치고 피곤한 몸을 뉘어 잠이라도 편하게, 남의 시선에 신경쓸 것없이 개인 공간에서 샤워도 마음껏 하고 싶다면 고민하지 말고 호텔이다.
특히 여행 기간이 일주일 남짓 짧은 일정이라면 다른 숙박 수단에 비해 비용 차이도 얼마 없다. 다시 말하지만, 여행은 고행이 아니니까.
일정과 현지 교통편
이젠 일정을 짜보자.
말했듯이 남들 하는대로 할 거라면 그냥 여행사에서 모든 코스를 지정한 배낭여행이나 에어텔 상품을 이용하면 된다. 가고 싶어하던 곳이 잘 들어가 있는 상품을 발견한다면 전화 한 통 걸어 예약하겠다고 말만 하면 나머진 다 알아서 해준다. 현지에서는 그 정해진 동선 안에서 내 맘대로 움직이면 되는, 간단하고 편리한 선택이다. 어쨌거나, 여행사 직원과 친해두면 하나라도 더 챙길 수 있다.
보다 특별한 나만의 여행을 꿈꾼다면, 일정 짜는 법에 대해 몇 가지 꼭 알아둬야 할 것들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이 무엇인가?
개인마다 취향이 있어서 박물관, 미술관에 관심이 높을 수도 있고, 뮤지컬이나 오페라와 같은 공연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 할 수도, 근사하게 쇼핑도 할 수도 있다. 여기저기 신기하고 특별한 것을 보고 듣고 체험할 건지, 아니면 조용한 곳에서 산수를 감상하며 편안하게 휴식을 할 것인지 진짜 내가 여행을 다녀와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라.
어디 어디를 갈까?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
당신이 여행을 떠남으로 해서 얻는 특권이란 월드컵을 안방이 아닌 경기장에서 볼 때 느낄 수 있는 현장감과 같은 것이다. 아무리 TV 기술이 발달해도, 경기장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선수들의 거친 호흡과 땀 방울을 느낄 수 있을까? 열광하는 관중들의 함성을 귀가 아닌 몸으로 들을 수 있을까?? 그럴 수는 결단코 없다.
여기까지 갔다고 루브르를 봤다고 할 순 없잖은가?
정녕 이탈리아의 본젤라또는 부라보콘 보다 월등히 맛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건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스페인 광장에 앉아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처럼 아이스크림을 맛보았다는 기억이 그것을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어주는 것 뿐이다. 그 곳에서의 현장감을 조금이라도 더 생생하게 느끼고,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이것이 포인트다. 거창하게 뭘 준비해 가란 건 아니다. 일단 누구나 느끼는 분위기나 가이드 북에 나오는 유명 관광지를 감상하는 건 기본이니 접어두기로 하고. 다른 관심거리, 나만의 여행을 디자인할 방법을 생각해 보자.
순서는 상관없다. 어디를 먼저 가고 나중에 가느냐는 중요치 않다. 일단 항공편이 결정되면 그에 따라 순서만 다시 정하면 된다.
하지만 보다 효율적인 일정이란 건 있다.
그러려면 현지에서 이동할 교통편을 알아봐야 한다. 이동하는데 버스가 좋을지 기차가 좋을지. 만약 행선지가 유럽이라면 따로 기차를 끊는 것이 유리한지, 유레일패스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한지. 이동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골치 아픈가? 사실 매우 간단한 해결책이 하나 있다. 일단 마음 내키는 대로 무조건 동선을 짜라. 가고 싶은 곳을 대충 가까운 순서대로 배정 한 번 해보고, 뭔가 아쉬움이 있을까 보완할 점이 있을까라는 것만 체크해 두자. 그 다음엔?
어쨌든 여행 일정을 짤 때 이동 순서만 잘 배열해도 비용과 시간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당신의 여행이 좀 더 여유로워진다는 뜻이다.
그 다음에 확정된 일정에 맞는 교통편을 선택하면 된다.
인생이 여행이고 여행이 곧 인생이다. 여행은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진짜 모습과 내가 알지 못하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경험, 그리고 나와 다르면서도 결국 다 같은 사람임을 깨닫게 해 주는, 낯선 경험을 선사한다.
그 먼 곳까지 가서 여태까지 살아왔던 것과 조금도 다를 것 없이 궁상떨고, 걱정하고, 티격태격해야 한다면 그냥 조용히 집에서 쉬자. 쓸데 없이 외화 낭비 말고 그 돈 모아 부모 형제 친구한테 투자하면 좋은 사람 대접 받을 수 있을테니까.
신개념여행미디어 노매드(www.nomad21.com) 자유여행전문가 김상현(9178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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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보기 : http://blog.daum.net/ddubuk/56885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