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연지성과 기질지성을 혼재하고 있다
인간의 성정(性情)은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여기서 성이란 본연지성이고 정은 기질지성을 의미한다. 오래전부터 쓰여오고 있는 한자적 의미의 인간성은 두 가지 의미를 한 단어 속에 포함하고 있다. 본연지성은 우주 본래의 성질이다. 그것은 무한히 선하고 무한히 만능하고 모든 섭리의 근원이다. 이것이 곧 성(性)이다. 이 성은 인간에게 본래부터 주어져 있는 성품의 근간이다.
그러나 여기에 곁들여 인간이 세상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태아의 몸에서 작동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정(情)이다. 이것은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성질을 갖게 되는 즉, 오욕칠정의 근간이 되는 기질지성을 말한다. 인간은 이 두 가지, 즉 천연 그대로의 성품인 성과 인간으로서의 성질을 부릴 수 있는 정을 동시에 구유(具有)하고 태어난다.
본연지성의 세계는 인간이 가지는 혼(魂)의 세계일지 모른다. 곧 인간이 가지는 영의 세계의 인간적 변용일지 모른다. 그러나 기질지성의 세계는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자유의지를 행사하는 신체의 세계인 백(魄)의 세계일지 모른다. 혼이 본연지성의 원류요 고향이라면 기질지성은 백의 원류요 고향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 둘이 혼재하는 것이 인간이다. 이 문제는 바로 성리학의 가장 핵심적인 요체라고 할 수 있다. 또 오행의 근원을 탐구하는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위의 두 가지 요소 중 하나인 기질지성이 어떻게 인간의 몸에서 구체화하느냐 하는 문제다. 그것은 곧 인간 성격의 탄생에 대한 규명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일보 2015년 10월 10-11일(토-일요일)의 ‘Why?’란에는 “59세에 ‘몸짱’ 도전한 가수 인순이”란 인터뷰 기사가 통단 2면으로 대문짝만 하게 실려있었다.(아래 그림 참조) 그녀가 보디빌딩 대회에 나갔을 때의 세미-누드 사진까지 곁들여서….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이 사진이야말로 그녀의 모든 것, 그녀의 체형, 체질, 성격, 생리적 특징, 그녀의 인간행동학적 패턴 등 모든 것을 한눈에 읽을 수 있게 하는 사진이었다. 이 사진은 그녀의 인간적 정체성을 나타낼 뿐 아니라 그녀와 똑같은 체질 유형을 가진 적어도 우리나라 인구의 5%(또는 그 이상)인 인구유형의 체질적 정체성을 나타내주는 그림이었다.그리고 이번 회에서 필자가 얘기하려는 다소 길고 복잡한 기사의 내용을 한마디로 압축해줄 수 있는 사진이었다. 이 체형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다음회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니까 부디 그 앞부분 기사를 먼저 접하고 나서 다시 읽어주길 바란다.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동물행동학자들은 인간 체형의 모든 특징, 특히 2차 성징을 포함해서 모든 신체적 표현양적 특징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다.옛날 체형학자인 하버드 대학의 윌리엄 쉘든 교수와 영국의 해브록 엘리스 그리고 독일의 크래츠머 교수 같은 사람들은 인간의 머리털과 음모(陰毛)의 길이에 대해서까지도 세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것은 체형이 갖는 그 기호적인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가를 웅변적으로 말해주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그런 면에서 보면 인간의 전신사진 특히 여자의 벗은 전신사진은 인간 체형의 숨겨진 비밀을 알아낼 수 있는 말할 수 없이 귀중한 산 자료다. 참고로 인순이와 같은 체질형은 미국 대통령 후보로 나온 휼렛 패커드의 전 회장 칼리 피오리나와 똑같다. 그리고 농구선수 출신인 서장훈, 가수 이문세, 쇼트트랙의 김동성 선수와 빙상의 이상화 선수 그리고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 등등….프랑스의 대 생리학자인 끌로드 베르나르는 인간의 생리작용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순 결정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을 아리아드네의 끈으로 비유했다. 한 가지 실마리를 잡음으로써 많은 타래로 얽히고설킨 생리적 미궁을 헤어나올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얘기였다. 계절의 24절기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판별할 수 있을 때 계절의 순환성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듯 소우주인 인간도 인간의 체질적인 패턴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한 사람, 한 사람 알 수 있을 때 그에게 생기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의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이유를 앞장에서 설명한 바 있다.<②편에 계속>
사랑 없는 정욕은 가능해도 정욕 없는 사랑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의학적 논의이지만 오행이 가지는 사유의 근간이 연역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그 연역성에서 파생된 사유(思惟)의 잎과 가지 하나하나를 짚어 나가는 것은 따라서 인문학적 또는 사회과학적 사유의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 역시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몸의 체질을 감별해 낼 수 있고 그 체질을 가진 사람을 외형적 특징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것은 이미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생리적 미궁의 심연을 빠져나올 수 있는 구원의 밧줄을 잡게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여기서 이제 본격적으로 김연아 유형(①형)이 가지는 생리적 기제를 논의할 수 있는 바탕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김연아 선수형의 체질적인 특징, 그중에서도 신체적인 특징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논의한 바 있다. 그리고 체질에서 파생하는 ①형의 성격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가끔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궁금히 여겨야 할 문제는 인간의 성정(性情)이 왜, 어떻게 생겼는가 하는 것이다. ‘생각의 기원’보다 더 미묘하고 복잡한 것이 ‘성격의 기원’이다. 인간이 가지는 성격은 흔히 오욕칠정(오욕:수면욕, 식욕, 색욕, 명예욕, 재물욕. 칠정: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망)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그리고 이것은 두뇌의 인지작용을 통해서 발현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관련 장부에서 허락을 내려야 비로소 정(情)의 내용은 발동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두뇌에서 화를 낼 수 있다는 판단 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관련 장부에서 여기에 부응하지 않으면 화를 내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미인을 보아도 예쁘다 하는 생각만 일어날 뿐 어떤 실체의 작용-예컨대 홍채 평활근의 흥분-이 일어나지 않는 한 사랑의 감정은 싹트지 않는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사랑 없는 정욕은 가능해도 정욕 없는 사랑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것이 윌리엄 제임스가 이야기하는 체화(embodied)된 감정이다. 화가 날 일이 있어도 뇌가 아니라 장부의 일환인 내분비 기관 부신수질에서 아드레나린이 분비되지 않는다면 노여움은 생각에서 끝날 뿐 행동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서양의학적으로는 희로애락은 뇌의 변연계의 기능을 통해 생겨나지만 그런 감정을 생겨나게 하는 기능은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작용을 거친 연후에야 가능해진다.
심리학자이자 의사였던 빌헬름 라이히의 책에서 인용된 교감ㆍ부교감신경계에서 일어나는 자극과 억지 기능이 장부에서 어떻게 작용해서 일어나는가 하는 것을 아래 <표A>에서 볼 수 있다. 주의해서 볼 것은 교감신경이 어떤 때는 자극(stimulation)의 역할을 하고 또 어떤 때는 억지 또는 억제(inhibition)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부교감신경도 어떤 때는 억지의 역할을 하지만 또 어떤 때는 자극의 역할도 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아래 표에 방광을 보면 교감신경이 배뇨작용을 억제하는 한편으로 부교감신경은 그 반대로 방광을 이완시켜 오줌 줄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나의 기관이 자극과 억제라는 동시작용을 수행하는 것이다. 눈물샘을 보면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부교감신경이지만 또 그것을 억제하는 것은 교감신경이다.하나의 기관이 자극과 억제의 기능을 동시에 통괄하고 있다. 눈물이란 신체변화의 표징은 곧 슬픔이란 감정의 전 단계적 작용이다. 슬픔이란 인간의 감정은 눈물이란 신체 변화의 산물이라는 말이다. 아래 <표A>에는 이런 감정을 수반하게 되는 신체변화의 구체적 징표가 하나하나 예시되어 있다. 그 구체적 징표는 곧 감정적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신체 속 작용의 산물을 말한다.위의 <표A>에 효과로 나타나는 몸의 표징은 그것이 곧 인간의 감정 대역(帶域)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입사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 인터뷰를 앞두고 소변이 자주 마렵다는 것은 방광근의 회음근이 자극받는다는 증거고 그 증거는 곧 마음이 초조하다는 심리적 움직임, 다른 말로 인간의 감정 대역이 자극받고 있다는 증거에 다름없다. 서양의학적으로 보아서도 옳고 오늘날의 상식으로 봐서도 수긍이 간다. 그런데 이 얘기를 하는 것은 똑같은 신체의 현상을 동양의학 특히 오행적 입장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동양의학에서는 교감신경의 역할을 오행의 상생이 수행하고 부교감신경의 역할을 상극이 각각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③편에 계속>
첫댓글 ‘생각의 기원’보다 더 미묘하고 복잡한 것이 ‘성격의 기원’이다. 인간이 가지는 성격은 흔히 오욕칠정(오욕:수면욕, 식욕, 색욕, 명예욕, 재물욕. 칠정: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망)의 구체적인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