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연령기준 70세로 ◈
2018년 네덜란드 정치인이자 방송인 에밀 라텔반트가
자기 생년월일을 1949년 3월 11일에서 1969년 3월 11일로
정정해 달라는 소송을 냈어요
또래보다 20세 이상 젊어 보이고 힘도 넘치는데
69세라는 법적 연령이 발목을 잡고 있으니
나이를 낮춰 달라고 요구한 것이지요
그는 “이름과 성별도 바꿀 수 있는 시대에 나이는 왜 못 바꾸냐”며
따졌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생물학적 나이’라고도 불리는 생체 연령은
2013년 스티브 호바스 UCLA 교수가 세포에서 추출한 DNA로
그 사람의 노화 정도를 정밀 측정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널리 알려졌지요
그는 여러 연령대에서 채취한 표본을 분석한 결과
메틸기라는 원자 집단이 DNA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데,
이 ‘DNA 메틸화’ 유형이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이를 통해 신체 조직의 노화도를 추정하는 방법을 개발했지요
이것이 바로 ‘호바스 시계’로 불리는 생체 연령 판별법이지요
베스트셀러 ‘노화의 종말’로 유명한 데이비드 싱클레어
미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노화는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필연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첨단 과학의 ‘역노화’ 기술을 활용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하지요
미국의 괴짜 부자 브라이언 존슨은 연간 200만달러를 쓰며
자신의 신체 나이를 되돌리는 실험을 하고 있어요
46세인 그는 의료진의 철저한 관리 아래
매일 111알의 보충제를 먹는 등의 요법으로
18세의 폐활량과 28세의 피부, 37세의 심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요
노화 억제 물질과 요법을 둘러싸고 수많은 이론이 나와있지만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가장 검증된 것은 소식(小食)이지요
미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열량을 25% 줄인 식사를 2년간 한 사람은
노화 속도가 2~3% 느려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이에따라 시중엔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을 비롯한 각종 노화 억제 약물
리스트도 돌고 있지요
젊은 사람 피를 수혈하면 노화가 늦춰진다는 가설도 있지만
미 FDA는 임상 증거가 없다고 밝혔어요
그러다 보니 체내 연령 36세로 측정된
94세 일본인 사토 히데 할머니가 화제가 됐지요
일본 이와테현에 사는 그녀는 60세 어린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로
‘이웃과 즐겁게 살자’란 인생관을 꼽았어요
노화를 초래하는 다양한 생물학적 원인이 있지만
사회·심리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지요
그래서 그런지 장수 마을을 연구한 일본 연구자들은
‘삶은 가치가 있다는 마음가짐’을
장수 요인 중 하나로 꼽고 있어요
결국은 온화하고 너그러운 마음씨가 장수의 요건이란 뜻이지요
아무튼 오래살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하나하나 실현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나이 70은 청춘으로 분류되고 있지요
그런데 서울시가 각종 노인 복지 혜택을 주는 기준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요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올해 안에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인구 20%가량이 65세가 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것이지요
통계청 인구 추계로는 2050년 65세 이상 인구가 40%를 돌파한다고 하지요
복지 의존 인구가 이렇게 늘어나면 국가 재정이 견뎌낼 수 없어요
그래서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불가피한 일이지요
지금의 노인 연령 기준은 사회 상황과도 맞지 않아요
노인 기준이 65세가 된 것은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의
경로 우대 조항에서 부터이지요
이를 계기로 기초 연금, 버스·지하철 무임승차 등
여러 복지 혜택이 이 기준에 맞춰져 왔어요
하지만 법 제정 당시 한국인 기대 수명은 66세 정도였는데
지금은 82.7세이지요
과거엔 60세만 넘어도 노인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70세가 돼도
노인으로 분류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요
국민 절반 이상(52%)이 노년이 시작되는 나이를 70세로 봤다는
정부 조사 결과도 있어요
이 기준으로 보면 65~70세인 400여만 국민은 ‘노인 아닌 노인’인 셈이지요
43년 된 노인 기준을 유지하는 자체가 비합리적이지요
물론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요
현재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39.3%)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아요
급격하게 노인 기준 연령을 올리면 반발이 생길수도 있지요
노인 연령을 70세로 높이면 60세 정년 이후 10년간
기초 연금이나 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어요
결국 정년 연장도 함께 논의해야 하는데 기존 임금 체계를 함께 바꿔야 하지요
정년을 늘릴 경우 청년 일자리가 줄어 ‘세대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설계를 잘해야 하지요
역대 정부가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흐지부지된 것도
이런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지요
빨라지는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이미 늦었어요
노인 연령 기준은 대한노인회도 2015년 상향 조정을 제안한 바 있지요
2년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5년부터 10년마다
노인 연령을 1년씩 높이자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어요
정치 문제가 아니니 사회적 합의점을 찾을 수 있지요
지자체 차원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해야 하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6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노인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어요
▲ 나이는 94세, 건강검진 몸은 36세... 60년을 되돌린 일본인 사토 히데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