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장소 : 봉화 낙동강 세평하늘길 (경북 봉화군)
산행일시 : 2024. 02. 18.(일) 06:10 사당역 #4 출구 앞에서 출발.
산행코스 : 분천역에서 백두대간 V-train으로 승부역까지 이동하여 트레킹 시작.
승부역 ~ 낙동강 비경길 ~ 양원역 ~ 체르마트길 ~ 비동 ~ 분천역 (약 12.1km, 3시간 소요)
산행참석 : 14 백두.
<산행지도>
끌고 다니던 차가 낡아 신차 구입을 하면서 다른 용도로도 쓸 수 있는 카니발 하이브리드를 예약해 놓았는데, 신차 개발 과정에서의 난항과 코로나로 인한 생산차질 등으로 2년이나 지연되어 지난 12월 말경에서야 출고되었다. 그래서 새로 뽑은 차가 정원을 꽉 채우고도 잘 굴러가는지 테스트도 할 겸, 오래전 인터넷에서 산행기를 뒤적이다가 기억의 책갈피에 끼워 놓았던 '백두대간 V-train 타고 가는 봉화 세평하늘길' 트레킹을 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정기 산행이 아니어서 회원들의 일정 조정이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었고, V-train 열차 예약도 쉽지 않아, 한 달여나 지연되어 겨우 승차권 예매를 하고는 함께 할 분들의 신청을 받아 트레킹을 진행하게 되었다.
지난해 '낙동강 세평하늘길' 전구간이 폐쇄되어서 그런지 V-train 열차편도 줄어서 하루에 두 번만 운행을 한다. 그래서 서울에서 새벽에 출발하여 분천역에 주차를 하고, V-train을 타고 승부역으로 이동하여 낙동강 세평하늘길을 따라 분천역으로 원점회귀 하기로 한다.
<백두대간협곡열차 V-train>
철암역에서 승부, 양원, 비동을 경유해서 분천역까지 27.7km 구간을 왕복운행하는 국내 최초 개방형 관광열차로, 열차명 V는 'valley(협곡)'의 약자이며, 협곡의 모양을 의미한다. 특히 개방형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어, 좁은 협곡사이로 절벽과 바위산 등 창 밖 풍경을 자연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낙동강 세평하늘길>
문화체육관광국 선정 한국 관광의 별에 빛나는 분천 산타마을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 역사인 양원역을 거처 석포면 승부역에 이르는 총길이 12.1km인 봉화의 대표적인 힐링 트레킹 길이다. 그런데 낙동강 세평하늘길은 전 구간이 한번에 개설된 것이 아니라 부분 부분이 다른 이름으로 따로 개설되었으며, 각각의 명칭을 가진 소구간을 합쳐서 분천역에서 승부역까지의 전구간을 '낙동강 세평하늘길'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2년 전 홍수로 일부 구간이 유실되어 현재는 전 구간이 복구를 마칠 때까지 폐쇄되어 있는데, 겨울철 낙동강이 얼게 되면 진행이 가능하여 일부 애호가들이 트레킹을 시도하기도 한다.
※ 분천역에서 승부역까지 총 12.1km : 도보 4시간 소요
- 분천비동 구간 : 분천역∼비동승강장 4,3km
- 체르마트 구간 : 비동승강장∼양원역 2.2km
- 양원승부비경 구간 : 양원역∼승부역 5.6km
새벽 6시 반쯤에 사당역을 출발하여 서서히 밝아오는 세상을 고스란히 느끼며 트레킹 일정의 시작 지점인 분천역이 있는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산타마을 주차장을 향한다.
캄캄한 어둠을 뚫고 백두대간 준령을 향하는 평택제천고속도로를 달려 남한강대교쯤을 지나는데,
옅게 드리운 겨울 안개를 걷어내며 떠오르는 아침해가 곤히 잠들어 있던 분들을 깨워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 오로지 카페
고속도로를 벗어나 36번 국도로 접어들어 달리다가, 분천역 도착 얼마 전쯤인 봉화군 소천면에서 도로 우측 편에 '카페 오로지'라는 건물이 보이는데, 절벽 위에 자리한 카페에서 내려다보는 '낙동강 뷰!'가 멋질 것 같아 잠시 들러보고 싶었지만, 시간 약속을 해 놓은 터라 들르지 못한 게 아쉬웠다. 혹여 나중에 다시 이쪽으로 오게 될 기회가 있다면 그곳에 들러 차 한잔하고 가야겠다.
예정했던 휴게소에서의 아침식사를 않은 탓에 예정보다 30여분 일찍 '분천산타마을'이란 대형 조형물 아래를 통과하여 분천2리 산타마을로 들어서서,
<소천면 분천2리 산타마을/역전마을/능호(凌湖) 마을>
소천면 분천2리 능호(凌湖) 마을의 역사는 깊지 않으며, 1956년 12월 31일 영동선 철도개통 후 내륙지방과 동해안 울진을 연결하는 매개역할을 하는 지역으로 철도와 육로를 이어주는 연계지점으로 발달하게 되어 역을 중심으로 상업지역을 형성하였으나, 현재는 도로사정이 좋아지고 차량 보유율의 증가로 정체되고 있는 부락이다. 철도 개통 이후에는 역전마을로 불리고 있으나, 예전에는 마을 주위를 낙동강이 감돌아 호수 같다고 하여 '능호'라고 불리었으며, 대부분이 상업에 종사하며 타지에서 이주하여 온 각 성이 거주하고 있다.
백두대간협곡열차, 낙동강세평하늘길, 분천역 주변 경관자원 등을 연계한 차별화된 관광아이템 발굴 필요에 따라, 2014년 12월 경상북도, 봉화군, 한국철도공사, 산림청, 마을주민의 협업을 통한 봉화 산타마을을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요즘은 능호나 역전마을이라는 원래의 이름은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기 힘들고, 그 내력을 알 수 없는 '산타마을'이라는 이름만이 내걸려 있다.
분천역이 있는 산타마을 주차장(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2리)에 도착하여 낙동강 세평하늘길 트레킹을 준비한다.
수원에서 출발한 분들이 우리보다 20여분 늦게 도착할 것이라 하여,
먼저 아침식사를 예약해 놓은 식당으로 향하는데,
분천역 주변은 산골마을 같은 분위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마치 외국에라도 온 듯한 분위기로,
<사시사철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분천산타마을>
2014년 12월 문을 연 분천 산타마을은 2016년 ‘한국관광의 별’(문화체육관광부)로 선정, 2015~2016년 ‘겨울 여행지 선호도 조사 2위’(한국지역진흥재단)에 오르는 등 겨울철 대표 관광명소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핀란드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로바니에미 산타마을을 본뜬 것으로, 2014년 12월부터 매년 겨울과 여름 두 차례 운영된다.
분천 산타마을은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분천역이 위치한 곳으로, 백두대간이라는 자연 자원과 동심을 자극하는 산타클로스 이미지를 접목해 1년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됐다. 입구에서부터 아기자기한 산타 조형물들이 반기고 있으며, 곳곳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며진 포토존이 있어 예쁜 사진들을 남겨볼 수 있다. 특히 분천산타마을 내 산타우체국에는 관광객들을 위해 산타옷과 모자가 마련돼 있어 산타로 변신해 사진을 찍어볼 수 있으며, 크리스마스에 받아볼 수 있는 엽서쓰기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이곳 분천역 주변에는 십여 곳의 식당, 슈퍼, 카페가 있는 반면에 양원역이나 승부역에는 없으므로 백두대간협곡열차나 세평하늘길 트레킹을 떠나는 분들은 이곳에서 필요한 물품을 준비해야 할 듯하고,
우리도 아침식사를 예약해 놓은 조고집에 도착하여 길 떠날 준비를 한다.
따뜻한 해장국 덕분인지, 아니면 따사로이 비춰오는 아침햇살이 겨울바람조차 잠재운 덕분인지, 우려와는 달리 다소 포근하게 느껴지는 산타의 사슴썰매가 다니는 길을 따라,
산타의 고향이라도 되는양 온통 산타 관련 조형물이 즐비한 분천역에 도착하니,
<분천역(汾川驛)>
경북 봉화군 소천면에 위치한 영동선의 철도역으로, 여우천(분천리천)에서 내려오는 냇물이 갈라져 낙동강으로 흐른다 하여 부내, 분천이라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 백두대간 깊은 협곡을 짜릿하게 즐길 수 있는 백두대간협곡열차 V-Train의 백미구간인 분천역~석포역 구간의 출발역이다. 한국과 스위스 수교 50주년(2012년)을 기념해 2013년 5월에 스위스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을 맺고, 2014년 12월 분천역 일대를 산타마을로 조성해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눈사람 등이 어울려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또한 분천역은 스위스 체르맛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길 이름도 체르마트길이라고 했는데, 이 두 곳은 기차로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체르맛은 산타와는 전혀 관계가 없고 분천역도 체르맛과 전혀 닮지 않았다고 한다.
산타의 빨간 옷과 같은 색깔의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가 플랫폼에서 우리의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이 중부내륙순환열차와 동시에 기차 여행을 활성화시키고자 2013년에 개설 운영하는 야심작 중 하나이다. 국내 최초 개방형 관광열차로 열차명 V는 'valley(협곡)'의 약자이며, 협곡의 모양을 의미한다. 특히 개방형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어 좁은 협곡 사이로 절벽과 바위산 등 창 밖 풍경을 자연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영동선 구간 중에서도 가장 오지인 심산유곡을 달리는 열차라서 산과 골짜기를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이 빚어놓은 풍광을 감상할 수 있으며, 낙동강이 빚어놓은 협곡을 달린다 하여 'V-train'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분천에서 철암 가는 방향 기준으로, 분천역부터 석포역까지는 30km/h로 주행한다. 이 때는 창문을 열고 주변 풍경을 직접 볼 수도 있으며, 승무원이 직접 주변 경관이나 역사 등에 대해 설명해 준다. 이 구간에서 열차는 승부역에서 10분 정차하고, 양원역에서 6~10분 정차한다. 특히 양원역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과 막걸리, 떡볶이, 돼지껍데기볶음 등을 판다.(지금은 중단되었음) 비동역은 2022년 8월 17일부로 무정차 통과하고 있다. 석포역 이후 석포~철암 구간(영주행 열차의 경우 분천역 이후 분천~영주 구간 포함)은 정상 속도인 60km/h로 달린다. 이 때는 진동이 심해지므로 움직이거나 사진을 찍을 때 주의해야 한다.
중부내륙의 가장 아름다운 구간인 영주, 봉화, 춘양, 분천, 양원, 승부, 철암 구간(27.7km)을 운행하며 백호무늬 외관디자인은 백두대간 호랑이의 기상을 표현하고, 실내는 천장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큰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숲속과 협곡의 청정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철암 가는 방향 기준으로 분천역부터 석포역까지는 시속 30km로 천천히 이동해 태백준령의 비경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고 승무원이 직접 주변 경관과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기도 한다. 또한 승부역과 양원역에서는 정차하는 10분 동안 주변 마을 주민들이 판매하는 간단한 먹거리와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지금은 승부역에서만 판매)
2023년 여름 발생한 수해로 인해 현재 낙동강세평하늘길 전 구간이 폐쇄됐지만, 절벽과 바위산으로 둘러싸인 백두대간 협곡 사이를 달리는 기차 V트레인을 타고 낙동강세평하늘길을 즐길 수 있는데, 2024년 1월부터 관광열차인 백두대간 협곡열차(V-train)의 운행을 재개하였다.
열차는 1.3호차는 전망석, 2호차에는 카페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분천역에서 승부역 방향으로 우측으로 낙동강 조망이 펼쳐지므로 선택이 가능하다면 우측을 바라보는 전망석으로 예약하는 게 좋아 보인다.
분천역에서 사람들을 테운 열차가 출발하는데, 열차에는 빈자리도 여러개 보인다. 우리는 한달 전에서야 겨우 예매했었는데 빈자리가 많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여행사에서 무더기로 예약했다가 미쳐 모객을 못하여 남겨진 자리인 듯하다.
2022년 8월 17일부터 정차하지 않는 비동역을 그냥 지나쳐서 터널을 통과하면,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역사인 양원역에 도착하여 10여 분간 정차하게 되는데, 마을 주민들이 특산물과 간단한 먹거리를 판다고 하였는데 오늘은 아무도 나와있지 않아 시골장터 분위기를 기대한 여행자에게 살짝 아쉬움을 남긴다.
<양원역(兩元驛)>
영동선의 철도역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역사인 양원역은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원곡마을과 울진군 서면 전곡리 원곡마을 사이에 있어 양원역으로 이름 지었다. 본래는 원곡이라 하였는데, 일제강점기 때 강을 경계로 원곡마을을 봉화와 울진으로 나누어서 양쪽의 원곡이라 하여 양원이라 한 것이다. 기차역이 없어 승부역에서 내려 걸어가던 중 여러 사고가 나자 주민들이 대통령께 탄원서를 제출해 1988년 간이역 허가를 받고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작은 시골 간이역을 지었다.
2011년 10월 5일 전라선 KTX 개통과 동시에 이루어진 열차 시간표 개정에 의해 정차역에서 제외될 예정이었으나, 해당 지역이 열차가 아니면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무궁화호 취급역으로 계속 남게 되었으며, 중부내륙순환열차 역시 2015년 6월 2일 경로 변경 및 시각표 개정에 맞춰 무정차 통과로 전환될 예정이었으나 이 마저도 무산되었다.
역 구내의 바로 옆에 낙동강 상류가 위치해 있으며, 낙동강을 기준으로 서측은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동측은 울진군 금강송면 전곡리 원곡마을이다. 이곳은 철도 이외에는 다른 대중교통수단이 없고, 도로 교통이 열악하여 두 마을 주민들의 요구로 영주역 기점 65.5km 지점에 임시승강장이 개설되었다. 역 시설을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역이며, 임시승강장 중 시설을 갖춘 얼마 안 되는 역에 속한다. 이러한 이유로 앞서 언급했던 정차역 제외 계획이 무산되었다.
양원역은 KBS의 다큐멘터리 3일 프로그램에 두 번이나 등장했는데. 2014년 5월 25일 "바람이 쉬어가는 간이역 - 원곡마을 양원역" 편과 2017년 1월 8일 "176.5km 시간을 달리는 기차 - 영동선 겨울여행"에서 소개되었다.
영원역에서의 10여분을 보내고는 다시 출발하는 열차에서 뒤로 미끄러져 가는 멋진 풍경을 조망하는데,
거북 형상을 한 바위인 구암(龜巖)쯤이 내려다 보이고,
제법 긴 터널을 통과하여 지나면,
세평하늘길 트레킹을 시작하는 승부역에 도착한 백두대간협곡열차에서 내리는데,
<승부역(承富驛)>
경북 봉화군 석포면 승부리에 위치한 영동선의 철도역으로, 옛날 전쟁이 났을 때 승부(勝負)가 난 마을이라 하여 붙은 승부마을의 이름을 땄다. 지금은 ‘부를 잇는다’(承富)는 한자를 사용하는데, 일설에는 옛날 이곳이 다른 마을보다 잘 살았고 부자 마을이라고 해서 불리게 된 이름이라 한다.
역 인근에 작은 마을만 있을 뿐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어 역 이용객은 사실상 전무했으나, 1999년 환상선 눈꽃순환열차가 운행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로는 접근할 수 없는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오지역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어 신호장에서 보통역으로 다시 승격되었으나, 2021년 무인역으로 격하되었다. 승부역은 역무원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역으로 열차 내에서 표를 발권해야 한다.
역의 승강장 중앙에는 과거 역장이 지었다는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라는 산골 오지임에도 의미심장한 글이 비석으로 새겨있다.
세평하늘길이 폐쇄된 상태라서 그런지 다른 승객들은 승부역 내의 특산물과 간단한 먹거리 판매대 앞으로 몰려가고,
세평하늘길이 폐쇄된 상태라서 그런지 우리 일행만 V-train에서 하차하여 아무도 지키는 이 없는 승부역 개찰구를 나선다.
<낙동강 세평 하늘길 안내도>
10여 킬로미터 남짓밖에 되지 않는 걷기길에 이름도 가지가지인데, 동서고금 좋은 이야기와 의미는 있는 대로 다 가져다 붙여놓았다. 조그마한 안내판에 이리도 거창하고도 많은 걷기길 이름들이 붙여진 것은 처음인 듯하다. 낙동강 세평하늘길, 체르마트길, 낙동정맥트레일, 분천 비동길, 양원 승부 비경길 등등, 분명 모두가 나름 아름다운 걷기길이겠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언제 붕어가 낚일지 몰라 막 던져놓은 낚싯대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찔할 수 없다.
봉화군의 본심이야 어찌되었던, 어떻게든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려고 한 흔적들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담당자가 이 길을 구상하며 노심초사하여 만들어 놓은 스토리텔링인 12선경(仙景)을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우리는 폐쇄된 12.1km의 낙동강 세평하늘길 전구간을 어떻게든 걸어보기로 한다.
<낙동강 세평하늘길 12선경(仙景)>
낙동강 세평하늘길을 걷다 보면 신선이 즐겨 보았다는 12선경(仙境)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제1선경 승부역의 용관바위, 제2선경 은병대, 제3선경 관란담, 제4선경 구암, 제5선경 연인봉과 선약소, 제6선경 선문, 제7선경 양원, 제8선경 암징대, 제9선경 비동, 제10선경 월원, 제11선경 와우곡, 제12선경 융화동천이 그것인데, 봉화군에서는 낙동강 세평하늘길 내 12선경에 이야기와 설화를 바탕으로 스토리를 입혀 트레킹을 즐기는 관광객들에게 흥미를 주고 있다.
먼저 용이 갓을 쓴 듯 우뚝 솟은 바위인 '용관(龍冠)바위'를 지나면 깊은 골짜기에 세월과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암벽인 '은병대(隱屛臺)'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관란담(觀瀾潭)'에는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이 바위를 휘감아 돌며 못에 고인다.
거북 형상을 한 바위인 '구암(龜巖)'에는 재밌는 설화가 담겨 있다. 거북은 달에 살고 있어 월섬이라 불렸는데 신선(神仙) 세계에서 유람하며 선녀들에게 장난치던 거북은 신선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설홍선녀를 꾀어 인간 세상으로 보낸다. 그 죄로 거북바위가 돼 세상에 남게 됐지만 달과 선계를 잊지 못하고 곤륜산을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사랑에 빠진 설홍선녀가 연인의 손을 잡고 달빛이 놓은 길을 따라 올라갔다는 한 쌍의 아름다운 봉우리 '연인봉(戀人峰)과 선약소(仙藥沼)', 신선들이 살던 곤륜산이 보인다는 선계로 가는 문인 '선문(仙門)'이 골짜기에 우뚝 서 있다.
12선경 중 일곱번째 선경인 최초의 민자역사가 자리 잡은 오지마을 '양원(兩院)'을 지나 산수가 가는 길과 철길, 사람의 길이 만나는 곳인 '암징대(暗澄臺)'가 나온다. 이어서 강을 따라 내려오면 마음이 살찌는 마을 '비동(肥洞)'을 만날 수 있는데, 비동은 낙동강의 절경이 철교와 만나 고즈넉하고 아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철길을 지나 달의 정원이라 이름 지은 '월원(月園)'이라는 연못에는 와탑산이 거울처럼 비친다. 분천역을 1.7km 남겨두고는 가만히 누워 마음으로 유람하는 골짜기 '와유곡(臥遊谷)'이 나오며, 분천역에 다다르면 신선들이 노닐던 별천지인 '융화동천(融和洞天)'이 마을을 품는다.
승부역에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잠시 내려오다가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암봉이 제1선경인 용관바위인데,
승부역에서 봐야 제대로 된 용관바위로 보인다고 하고,
<제1선경 용관바위(龍冠) - '용이 쓴 갓바위'>
전주이씨 7대조인 절충장군이 간신들의 모함을 받아 귀양을 오게 되어 재를 넘으려다가 천둥과 번개가 심하여 주막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자 꿈에 용이 나타나, "나는 여기 굴통소(窟筒沼)에 살고 있는 용이니라. 이 재는 나의 등이고 재 너머 바위는 나의 것이니 감히 이 재를 넘어 바위를 만지고 지나가는 자는 모두 살아가지 못할 것이니, 재를 넘지 말고 낙동강으로 돌아서 가라!"라고 하자 그대로 행하여 무사하였다고 한다. 그 후 절충장군은 이 바위를 용관바위라 부르고 매년 제를 올려 자자손손 큰 복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세평하늘길 전구간이 홍수피해 복구를 위해 폐쇄되었다는데, 가다가 도중에 갈 수 없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낙동강 동안으로 이어진 포장도로를 따라 철길 아래를 지나면,
이정표까지 있는 승부역 역사로 이어지는 도로 갈림길을 지나,
맑고 청아한 낙동강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걷노라면,
제2선경인 은병대(隱屛臺)가 나타나며 낙동강에 놓인 토관 다리를 건너게 된다.
<제2선경 은병대(隱屛臺) - '몸을 숨기고 병풍으로 선 바위'>
은병대(隱屛臺)는 깊은 골짜기로 찾아들어 몸을 감추고 병풍처럼 선 암벽으로, 우뚝한 바위 틈새마다 깃든 생명들을 품고 바위는 서있다. 비바람이 분 그 많은 세월, 해와 달이 뜨고 진 그 많은 시간만큼, 쪼개지고 갈라지고 무너져 내리며 허물을 벗었다. 그렇게 올곧게 남은 가슴으로 산새가 날아들고 안개가 스며들어 갈라맨 시간의 파편물로 은병대의 때가 벗겨진다.
다리를 건너 낙동강 서안으로 들어서면 따르던 도로에 철망문이 설치되어 있는데, 사유지라 출입을 금지한다며 좌측 강변으로 우회하여야 한다는 문구와 함께 강변과 철도시설 주변을 걸을 때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으니 주의하라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안내판에 적힌 대로 도로를 두고 좌측 강변으로 이어진 오솔길로 들어서면,
이내 최근에 개설된 듯 보이는 도로가 강바닥으로 이어지며,
중장비가 다닌 흔적이 있는 비포장 도로가 이어지며 혹시 유실된 길을 복구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하더니,
제3선경인 관란담(觀瀾潭)에 도착하여 맑고 깊은 소를 바라보며 잠시 멈췄다가 가기로 한다.
<제3선경인 관란담(觀瀾潭) - '흐르는 물결의 마음을 보는 못'>
란(瀾:물결)은 물결이고 흐름이다. 담(潭:못)은 고임이고, 멈춤이며 깊음이다. 잔잔한 물결이 바위를 감싸고 돌고돌아 흘러흘러 못에 고인다. 포말(泡沫)을 안은 물결은 숨을 돌리고 자신을 돌아보며 깊이를 다듬는다. 하늘을 담고 구름을 품고 바람을 타고 흘러온 물력의 푸른 심연을 본다. 물의 결이 주는 맑고 투명한 소리의 향연을 잠시 곁에 두고 흘러온 삶과 흘러간 생을 본다. 관(觀: 봄)은 바라봄이다. 물결의 흐름과 못의 고임을 보고 깊이를 본다. 이제 다시 흘러야 한다. 어디로 갈 것인가? 누구에게로 갈 것인가? 가야만 하는가? 인간의 숙명이다.
"이제 다시 흘러야 한다!"
햇살이 따스한 관란담에서의 쉼을 뒤로하고,
따뜻한 남쪽을 향해 잰걸음을 하는 낙동강 물길을 따르면,
관란담까지 이어지던 넓은 도로는 좁은 오솔길로 바뀌며 '뱀 주의" 경고판도 걸려있고,
양원역이 3.2km 남았다는 '세평하늘길' 이정표를 지나면,
길은 철길 옆 시멘트 옹벽으로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며, 어느 전쟁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적의 후방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특공대가 된 듯한 기분으로 철로 옆 옹벽 위로 개설된 난간 길을 따르다가,
오래되어 밑판이 부서지지 않을까 염려되는 작은 출렁다리를 지나는데,
지나온 낙동강 상류 방향 하늘에 걸린 특이한 모양의 구름이 시선을 끌고,
잠시 더 옹벽 난간길을 따르면,
절벽 잔도길로 들어서게 되는데,
절벽 잔도길 입구에는 제4선경 구암(龜巖) 안내판이 있어서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사진의 바위가 보이지 않아,
절벽 잔도길로 들어서서 좌측의 낙동강 바닥을 살피며 진행하다보니,
좌측 시퍼런 낙동강 강물이 휘감아 도는 강바닥에 두 덩이의 커다란 바위가 보이더니,
조금 더 진행하여 하류로 내려서니 완연한 거북 형상의 제4선경 구암(龜巖)이 드러나 보인다.
<제4선경 구암(龜巖) - '거북 형상을 한 바위'>
'꽤나 멀리서도 거북의 형상임을 알아볼 수 있는 바위가 있다. 구암(龜巖)이다. 거북은 아득한 산 너머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신선들의 세상이다. 거북은 원래 두꺼비로 달에 살고 있어서 월섬(月蟾)이라 불렸다. 가끔씩 선계로 유람을 다니며 선녀들을 놀라게 하거나 장난을 치는 재미로 세월을 보냈다. 어느 날, 신선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설홍선녀를 꾀여 인간세상으로 보낸다. 그 죄로 거북바위가 되어 이 세상에 남게 되었지만 자신이 살던 달과 선계를 잊지 못하고 곤륜산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관련 설화 : 제5선경 연인봉과 선약소)
거북바위를 뒤로하고 다시 시멘트 옹벽 난간길을 따르는데 시멘트 옹벽을 덮고 있는 이끼가 눈길을 끌고,
우측 철로가 철교로 이어져 낙동강을 건너가는 지점에서 강바닥으로 내려서서,
철교 아래를 지나 강바닥으로 이어진 발자국 흔적으로 따르면,
세평하늘길 구조목과 진행방향으로 출렁다리길이 이어진다는 이정표를 지나게 되고,
이내 낙동강 우측 벼랑으로 이어진 데크목 잔도길로 들어서게 된다.
잔뜩 걸린 표지기들이 일말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려주는 데크목 잔도길을 따르면,
앞쪽으로 선약소(仙藥沼)가 시야에 들어오며,
이내 그리 많이 출렁이지 않는 출렁다리를 지나게 되고,
흰 눈이 살짝 덮인 데크길을 잠시 더 따르면,
우측으로 산양삼 제배단지이므로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판을 지나게 되고,
아직 얼음이 남아 있어서 미끄러운 데크길을 조심조심 진행하면,
좌측에 데크목 전망대가 있는데, 세평하늘길 제5선경 연인봉(戀人峰)과 선약소(仙藥沼)를 볼 수 있는 전망대다.
<제5선경 연인봉(戀人峰)과 선약소(仙藥沼) - '한쌍의 아름다운 봉우리'>
설홍선녀와 남달(남다른 아이)은 첫눈에 서로를 알아보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남달이 설홍의 손을 잡고 달빛이 놓은 길을 따라 선계로 올라간 곳이 이곳 연인봉이다. 선계로 간 설홍과 남달은 일 년에 한 번, 둘의 추억이 깃든 소(沼)를 찾아 함께 목욕하고 연인봉에 올라 서로의 몸을 닦아준 후, 다시 선계로 돌아간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소를 선약소(선녀와 약초꾼의 소)라 불렀고 설홍과 남달이 몸을 닦아주던 곳을 연인봉이라 불렀다. 그 후, 연인봉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약을 나눴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선약소 풍경.
전망대에서 본 연인봉 모습.
전망대를 돌아나와 다시 데크길을 따르면,
이내 나타나는 'T'자 갈림길에서,
우측 앞서간 분들이 올라가는 데크목 계단길은 도중에 막혀있어서 되돌아 나와야 하는 길이라고 하며,
양원역 방향 세평하늘길은 좌틀하여 아래로 내려서야 하는데,
좌측 아래로 이어진 계단길을 내려서서 철길 울타리 옆에 세워진 이정표의 양원역 방향으로 진행하여야 하지만,
이태 전 홍수로 유실되어 길이 끊어져 진행할 수가 없어서,
(단, 강물이 얼어 있으면 강으로 내려서서 갈 수 있겠다.)
이정표가 있는 철길 울타리를 밀어보니 한쪽이 고정되어 있지 않아 철로 안으로 들어설 수가 있고,
기차가 오는지를 잘 살피며 50m쯤 진행하다가 좌측 울타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족적을 따라 숲으로 들어서,
낙동강 강바닥으로 내려서면 쉬어가기 좋은 너럭바위가 나오는데,
길이 폐쇄된 원인 지점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안도감에 너럭바위에서 낙동강 푸른 물을 바라보며 긴 배낭털이를 한다.
낙동강 상류 심산유곡에서 따스한 햇살과 함께한 쉼을 뒤로하며 기념촬영만 남기고는,
철길 옆 옹벽길을 따라 낙동강물과 함께 내려가면,
길은 강섶으로 이어지다가,
양원역이 1.2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있는 소나무숲 쉼터를 지나게 되고,
이내 표지기들이 잔뜩 걸린 자갈망 옹벽길을 지나,
다시 철길 옆 시멘트 옹벽 난간길로 들어서게 되는데,
비스듬한 시멘트 옹벽에는 다양한 벽화와 글귀가 적혀 있어서 과객의 무료해지려는 잠깐조차도 순삭 시킨다.
낙동강 푸른 물을 내려다보며 철길 옹벽 난간길을 따르다가 절벽 잔도길로 들어서면,
눈사람 인형이 수문장인양 지키고 있는 제6선경 선문 전망대를 지나게 되고,
<제6선경 선문(仙門) - '선계로 가는 문'>
양쪽의 암벽이 미닫이문처럼 열려 있는 곳이다. 저 멀리 선계의 산인 곤륜이 보인다. 선문은 그 곤륜으로, 아득한 이상향으로 가는 문이다. 물을 건너 문을 열어 산으로 가는 길이고, 하늘로 가는 길이며, 비 내린 뒤 안개가 가는 길이다. 신선이 되고자 하는 자는 선문을 열고 곤륜으로 가면 된다. 생과 삶을 살면서 삶과 생에서 벗어나 살아가고픈 꿈. 선문의 문을 열고 닫는 열쇠는 누구에게 있는가?
데크목 계단길을 내려서서,
되돌아보면 양쪽 절벽이 마치 낙동강 물줄기가 내려오는 선계로 이어진 길의 문(仙門) 처럼 느껴지기도 하겠다. 행여!
'강물이 조금이라도 불어나면 이곳도 지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며 강기슭을 따라,
다시 철길 옆 옹벽 아래 시멘트길로 들어서고,
앞쪽으로 양원역 건너편의 전곡마을이 바라다 보이는 지점의 돌출된 바위를 지나,
철길 옹벽 아래 시멘트길을 따르다가,
우측 철길로 오르는 계단을 오르면,
두어 시간 전에 V-train을 타고 가다가 잠시 멈춰섰던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역사인 양원역에 도착하는데,
양원역 옆 세평하늘길 난간에는 '제7선경 양원(兩院)' 안내판이 걸려있다.
<양원역(兩元驛)>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역사인 양원역은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원곡마을과 울진군 서면 전곡리 원곡마을 사이에 있어 양원역으로 이름 지었다. 본래는 원곡이라 하였는데 일제강점기 때 강을 경계로 원곡마을을 봉화와 울진으로 나누어서 양쪽의 원곡이라 하여 양원이라 한 것이다. 기차역이 없어 승부역에서 내려 걸어가던 중 여러 사고가 나자 주민들이 대통령께 탄원서를 제출해 1988년 간이역 허가를 받고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작은 시골 간이역을 지었다.
2011년 10월 5일 전라선 KTX 개통과 동시에 이루어진 열차 시간표 개정에 의해 정차역에서 제외될 예정이었으나, 해당 지역이 열차가 아니면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무궁화호 취급역으로 계속 남게 되었으며, 중부내륙순환열차 역시 2015년 6월 2일 경로 변경 및 시각표 개정에 맞춰 무정차 통과로 전환될 예정이었으나 이 마저도 무산되었다.
역 구내의 바로 옆에 낙동강 상류가 위치해 있으며, 낙동강을 기준으로 서측은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동측은 울진군 금강송면 전곡리 원곡마을이다. 이곳은 철도 이외에는 다른 대중교통수단이 없고 도로 교통이 열악하여, 두 마을 주민들의 요구로 영주역 기점 65.5km 지점에 임시승강장이 개설되었다. 역 시설을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역이며, 임시승강장 중 시설을 갖춘 얼마 안 되는 역에 속한다. 이러한 이유로 앞서 언급했던 정차역 제외 계획이 무산되었다.
양원역은 KBS의 다큐멘터리 3일 프로그램에 두 번이나 등장했는데. 2014년 5월 25일 "바람이 쉬어가는 간이역 - 원곡마을 양원역" 편과 2017년 1월 8일 "176.5km 시간을 달리는 기차 - 영동선 겨울여행"에서 소개되었다.
<제7선경 양원(兩院) - '최초의 민자역사가 자리 잡은 오지마을'>
봉화군의 원곡마을과 울진군의 원곡마을 주민들이 함께 거주하는 마을로 1988년 교통이 없던 시절 2개의 산골오지 마을 주민들이 대통령에게 간이역사를 지어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2개의 '원'자를 따서 양원이라 불렸다. 양원은 이렇게 온 하늘과 산과 물과 길로 길손들에게 말합니다.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을 생각해보심이 어떠신지요"라고 말이죠.
양원역은 코로나19 전에는 주민들이 뭔가 팔았다는데 지금은 개미 한마리 보이지 않는다.
주변을 둘러보니 '양원비경전망대'라고 쓰인 곳이 있어 올라가보기로 한다.
양원비경전망대를 내려서서 낙동강 동쪽의 전곡리 원곡마을과 분천리 원곡마을을 잇는 건설 중인 대형 교량 우측의 체르마트길을 따라 비동마을을 향하면,
<양원역에서 비동마을로 이어지는 체르마트길>
비동역에서 양원역까지 총 2.2km의 산을 넘어 철길을 따라 걷는 길이 세평하늘길의 두번째 구간인 체르마트길이다. 2013년 5월 한국-스위스 수교 50년을 기념해 분천역이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을 맺어 체르마트길이 되었다. 체르마트는 스위스의 알프스산맥에 위치한 마을로, 체르마트역에서 다섯 개의 호수를 따라 걷는 트레킹이 유명하다. 이런 스위스 빙하 특급열차가 출발하는 체르마트역의 이름을 따 체르마트길이라 불렀다고 한다. 예전에는 몇 안 되는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던 한적한 시골길로, 자그마하게 올려다 보이는 하늘을 머리에 이고, 낙동강물이 협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소형 차량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시멘트 포장도로가 이어지다가,
철교 아래를 지나면 분천역까지 5.6km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나게 되고,
철로가 이어지는 강 건너편으로 이어진 잠수교를 건너면,
우측으로 제8선경인 암징대(暗澄臺)가 건너다 보이고,
<제8선경 암징대(暗澄臺) - '명암대(明暗臺)와 명징대(明澄臺)'>
명암은 밝음과 어둠으로, 우리들 모두가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살아내는 방식의 세상이다. 나의 '명(明: 밝음)'을 위하여 타인의 '암(暗:어둠)'이 힘이 되기도 하는 그런 세상, 세속이고 속세이다. 나의 '밝음'을 위하여 애써 타인을 '어둠'으로 밀어 넣기도 하는 세상. 타인의 장애를 빌미로 나의 밝음을 더욱 밝게 하는 세계. 속인들의 삶이며 곧 너희들이 보고 안고 풀어야 하는 세상이다. 명암은 헤아려야 할 것이다. 어둠을 어둠으로 품든 밝음으로 품든 명과 암이 둘이 아님을 헤아려서 보듬어야 할 것이다.
마침 지나가는 빨간색의 V-train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암징대가 건너다 보이는 철교 교각 옆에서 라면과 어묵국물을 곁들여 흐르는 강물처럼 점심식사를 한다.
세평하늘길이 폐쇄된 원인이 두 가지로, 첫째는 비동역 옆 철교 통행이 불가능해진 것과, 홍수로 태극물길전망대 옆 철교 아래의 데크길이 유실되어 끊어진 것인데, 홍수로 유실된 부분은 지났고 이제 비동역 옆 철교를 우회하는 임시교량만 건너면 되는 상태라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짐작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배낭을 메고 다시 잠수교를 건너 낙동강 서안으로 이어진 길을 따르면,
세평하늘길 전구간이 폐쇄되어 정적만이 흐르는 용골쉼터를 지나게 되는데,
커피, 컵라면 등이 2,000원, 특산품인 목청꿀이 5만원이라는 용골쉼터 메뉴판이 언제쯤 다시 가능해 질지가 궁금하다.
이어지던 널찍한 도로는 용골쉼터에서 끝나고,
강기슭 사면으로 이어진 좁은 비탈길을 따르다가,
지능선 마루를 향해 제법 가파른 비탈을 지그제그로 올라,
분천역이 4.7km 남았다고 표시된 세평하늘길 11번 구조목이 있는 고갯마루를 지나게 되고,
가드로프가 설치된 내림길을 10여 미터 진행하면 양쪽 모두 진입금지를 알리는 막대가가 걸쳐진 'ㅏ'자 갈림길이 나오는데,
원래의 세평하늘길은 우틀하여 비동철교 방향으로 이어지지만 지금은 비동철교 도보통행로가 막혀있다고 하여, 직진의 등로를 따라 진행하여 임시 교량이 부설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혹여 임시교량이 없으면 얕은 곳을 찾아 맨발로 낙동강 도강을 시도해 보기로 한다.
빼꼭한 소나무숲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내림길을 따라 내려서는데,
대전에서 왔다는 한 무리의 산객들이 서성이고 있길래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도강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려 내려간 산행대장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하여,
우리 일행에게도 기다리라 하고는 강으로 내려가는데 맞은편에서 대전에선 왔다는 산행팀의 대장이 올라오며
겨우내 설치되어 있던 임시교량이 방금 전에 철거되어 강을 건널 수 없으니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만약 도강이 불가능해지면 다시 양원역으로 돌아가서 도로를 따라 우회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어림잡아도 분천역까지 13km 남짓이나 될 듯하여 어려운 노정이 예상되기에,
맨발로라도 건널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 임시 교량이 있던 곳으로 내려와 보니,
잠시 전에 임시교량을 철거한 것으로 보이는 포클레인이 건너편 강가에서 떠나려 하고 있고,
임시교량이 있던 곳은 깊이도 무릎 정도 수준이고 상대적으로 물살이 강하지 않은 듯하여,
맨발 도강을 결정하고는 위에서 기다리던 분들께 내려오시라 연락을 해 놓고,
신발을 벗고 바짓가랑이를 걷어올리며 도강 준비를 시작한다.
그런데 작업을 마치고 떠나려던 포클레인이 방향을 돌려 이쪽으로 건너오기에,
뭔가 더 할 작업이 남았나 생각하며 강으로 들어서지 않고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강을 건너온 포클레인의 기사님이 발을 벗고 막 강으로 들어서려던 우리에게 포클레인에 타라고 한다.
오늘밤부터 호우가 예보되어 겨우내 설치해 놓았던 임시교량을 철거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방금 작업을 마쳤는데,
마침 우리 3명이 건너편 기슭에 도착하기에 태워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잠깐의 틈을 내어 호의를 베플려던 포클레인 기사님께 우리 일행이 아직 많이 남았다며
몇차례 더 왕복하며 남은 일행 모두를 도강시켜 주십사 간곡히 부탁드리자,
잠시 망설이다가 도움을 주겠다며 이후 낙동강을 세 차례나 더 왕복하여
뒤이어 기슭에 도착한 우리 일행과 대전 산악회 분들을 모두 도강시켜 주게 된다.
기슭에 도착한 포클레인에 오르니 보기와는 달리 포클레인 위에는 사람이 탈 수 있는 공간이 많고,
세 사람이 타기에는 공간이 많이 남아 있지만 아직도 다른 일행들이 도착하지 않아
커다란 포클레인이 울퉁불퉁한 자갈바닥에 뒤뚱거리며 낙동강을 건너기 시작하여,
이내 건너편 강기슭에 도착한 포클레인에서 내리며 '한겨울 맨발 낙동강 도강'이라는 난관을 쉽게 해결하는데,
참으로 난감한 상황을 생각지도 못했던 도움의 손길로 난생처음 포클레인에 승차하여 낙동강을 건너는 경험을 한다.
잠시 후 위에서 기다리던 우리 일행과 되돌아가던 대전의 산악회 사람들이 강기슭에 도착하여,
포클레인 기사님의 도움으로 모두가 무사히 낙동강 도강을 완료하게 된다.
'낙동강 포클레인 도강'이라는 추억을 가지고 널찍한 도로를 따르자 앞쪽으로 비동철교가 보이는 원두막 쉼터를 지나,
<비동(肥洞)>
능호(산타마을)에서 6km 떨어진 분지로서 옛날 화전민에 의해 개척되었다고 하며, 땅이 기름지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나무숲이 우거지고 산과 산 사이로는 낙동강이 굽어져 흐르는 지형이며 대추, 고추, 약초 등이 주로 생산된다.
따르던 도로가 비동철교 아래로 지나게 되는데,
좌측에 지금은 폐쇄된 비동역 방향 갈림길 이정표(비동임시역.체르마트길→)가 세워져 있다.
이곳 갈림길에서 분천역으로 가려면 철길 아래를 지나 도로를 따르면 되고, 양원역 방향 세평하늘길은 좌측 비동임시역으로 올라 비동철교 철길 옆 도보길을 따라야 하지만, 지금은 비동철교 도보통행로가 폐쇄된 상태다.
비동임시승강장에 있다는 '비동' 안내판.
<제9선경 비동(肥洞) - '마음이 살찌는 마을'>
비곡을 그리며 산길을 걷다 내리면 비동에 이른다. 비동의 비는 살찔 비(肥)이다. 전해지기로는 이 산골에 먹거리가 많아서 살이 찌는 동네이기 때문에 비동(肥洞)이라고 하였다. 비곡에서 비동으로 가기 위해서는 철교를 건너야 한다. 지금까지 흘러온 낙동강을 가로 지르는 철교의 육중한 소리를 들으며 건너면 바로 비동이라는 작은 푯말 하나를 만나게 된다. 간이역도 역무원도 없는 자그마한 텅 빈 승강장에 우두커니 서 있는 푯말. 아담하다 못해 허하다. 비동은 이렇게 허함(비어있음)으로 살쪄있다. 욕심을 줄이고 비동의 소박한 절경을 담아 가심이 어떨까 싶다.
좌측 비동임시승강장 철망 펜스를 따라 이어진 도로를 따르면,
우측으로 제법 넓어진 낙동강을 건너는 잠수교가 나오고,
대전에서 오신 분들이 손과 발을 닦고 있는 강기슭을 지나 잠수교를 건너는데,
우측 상류 방향으로 제10선경인 월원 즉 '달의 정원' 풍경이 시야에 들어오고,
<제10선경 월원(月園) - '달의 정원'>
월원은 넓은 거울 같은 영지(影池:그림자 연못)와 영지에 반쯤 잠긴 와탑암(臥塔巖:옆으로 누운 탑처럼 생긴 바위)이 있다. 영지에는 하늘 길을 걷는 달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다. 비경길을 걷는 사람과 하늘 길을 걷는 달이 하나가 되는 곳이 이곳이다. 옛날 이 마을에 '달을 먹고 산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달을 사랑한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밥보다 달을 더 좋아한 그를 사람들은 달바보[월치(月癡: 달에 미친 사람)]라고 불렀다. 월치가 사랑했던 네 가지 달이 있다.
연월(戀月:그리움을 품은 달), 소월(笑月:웃음을 머금은 달), 누월(漏月:눈물을 흘리는 달), 고월(孤月:외로운 달).
잠수교를 건너면 'T'자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곳이 승부역 앞에서 갈라졌던 낙동정맥트레일과 낙동강 세평하늘길이 합쳐지는 지점으로, 낙동정맥트레일은 우측 비동마을을 지나 배바위고개로 이어지고 우리는 좌틀하여 분천역 방향으로 진행한다.
낙동강 서측 강변길을 따라 분천역으로 향하는데, 잠시 전에 우리를 건너준 포클레인이 우리를 앞질러 가고,
철교 아래를 지나면 영동선 개통의 애환과 낙동강가의 가호(佳湖) 마을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아름다운 봉화의 낙동강 그리고 가호(佳湖)>
"상락(上洛, 옛 상주의 지명)의 동쪽에 흐르는 강"이라 하여 이름한 낙동강은 태백 황지에서 발원하여 봉화~대구~부산을 거쳐 남해로 흘러간다. 총길이는 525km로서 남한에서 가장 긴 강이고, 예로부터 영남지방의 젖줄이요, 유역에 사회, 문화, 정치, 경제의 중심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봉화의 낙동강 줄기는 석포면 석포리부터 명호면 관창리까지 86.8km이다. 봉화의 낙동강은 강섶에 기암괴석이 신비를 더하고, 울창한 숲과 더해져 비경을 연출한다. 낙동강과 어우러진 이곳의 지명이 가호(佳湖 )이다. 한자를 풀어서 직역하면 "아름다운 호수"로 낙동강과 그 주변의 경관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하게 한다.
우측 가호마을 방향 갈림길쯤을 지나면,
지난해 발생한 홍수 피해 복구공사의 일환으로 비동2교를 새로이 건설하는 현장을 지나게 되고,
비동2교를 건너니 우측 오솔길이 나 있는 금강송 솔숲 건너편의 제11선경 와유곡(臥遊谷)을 지나게 된다.
<제11선경 와유곡(臥遊谷) - '가만히 누워 마음으로 유람하는 골짜기'>
와유는 누워서 눈을 지그시 감고 그 모습을 그리며 노닒이다. 그저 마음을 보내보는 것이다. 그런데 모자란다. 마음을 보내기보다 산과 물을, 산수를 품은 하늘과 땅을, 하늘과 땅의 사이를 채운 것들을 가져오고 싶다. 그래서 그림을 그린다. 그저 그 산과 나무와 숲과 새와 물과 소리와 바람과 구름이, 보이거나 보이지 않았던 존재들이 있음만 품은 그림이면 된다. 이제 되었다. 그림이 그려졌으니 벽에 걸어두고 눈을 감고 심안(心眼)을 열고 자유롭게 물의 흐름 아래로 위로 허(虛)와 공(空)을 노닌다.
와유곡을 지나자 이제는 2차선의 아스팔트포장도로가 이어지다가,
비동1교를 건너기 전에 낙동강물에 손발을 씻기로 하는데,
강물에 손을 담그니 맨발로 건너기에는 너무도 차가워서 만일 포클레인이 없었더라면 한겨울 얼음물 입수의 매운맛을 봤을 듯하여 사뭇 뜻밖에 다가온 도움의 손길에 다시한번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고,
트레킹 막바지에 손발까지 깨끗이 하고는 비동1교를 건너,
도로를 따라 차를 세워둔 분천역으로 향하는데,
낙동정맥트레일길로 가면 승부역까지 8.8km라는 이정표가 낙동강을 수없이 건너는 12km의 세평하늘길을 따라온 우리에게 약간의 허탈감을 안겨주고,
잠시 더 도로를 따르면 분천역이 있는 산타마을(분천2리)로 들어서게 되는데,
아직 세평하늘길 12선경 중에서 마지막 제12선경 융화동천(融和洞天)을 찾지 못한 터라,
주변을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고 인터넷을 뒤져도 사진이나 그 의미에 대한 자료를 찾지 못해 아쉬움을 가진채,
<제12선경 융화동천(融和洞天)>
일반적으로 ‘동천(洞天)’이란 말은 '신선이 사는 동네’로 불릴 만큼 경치가 좋은 장소를 일컫는다. 하늘과 통하는 신선이 사는 세계, 즉 산과 내(川)로 둘러싸인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이란 뜻으로, 신선들이 노닐던 별천지인 융화동천(融和洞天)이 소천면 분천리 마을을 품고 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산타마을을 휘감아 도는 낙동강이 빚어놓은 아름다운 경치를 말함이 아닌가 짐작한다.
분천역 산타우체국 앞을 지나,
분천역을 배경으로 세평하늘길 완주를 기념하고는,
흰 눈으로 덮여 있었더라면 조금 어울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분천2리 산타마을 주차장에 도착하여 낙동강 세평하늘길 트레킹을 마감하고 귀경길에 오르는데,
도중에 저녁을 하려다가 차가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아 하는 수 없이 과천역 인근 족발집에서 조촐한 뒤풀이 시간을 가진다.
2023년 홍수와 비동철교 도보통행금지로 낙동강 세평하늘길 전구간이 폐쇄되어 있다.
분천역에서 승부역까지의 세평하늘길은 낙동강을 여러 번 건너게 되는데,
대부분이 낮은 잠수교를 건너게 되므로 비가 내려 물이 불어나면 건널 수가 없다.
또한 일부 유실된 부분과 비동철교 우회 도강도 낙동강이 꽁꽁 얼면 전혀 문제 될 게 아니다.
혹여 세평하늘길 트레킹을 가시려거든,
낙동강이 꽁꽁 얼었다는 소식이 들러오는 겨울철에 가시옵서예!
아무리 상류라도 낙동강은 낙동강이다.
보기도다 물살이 세고 거칠어서 만만히 봐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