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에 관한 시모음 6)
찔레꽃 /허친남
고향 길 언덕 위에
하얗게 고독이 내려와 앉았습니다
초여름 달빛은 꽃잎 위에 그리움을 뿌렸습니다
잔잔한 바람에 퍼져나는
그윽한 향기는
온 가슴에 그리움을 채웠습니다
어젯밤에는 무수한 별들이
흰 꽃 위에 내려와
찔레의 슬픈 사연을 이야기했습니다
달래를 찾아, 아버지를 찾아
산과 들을 헤매다 끝내 숨진 찔레 아가씨
하얀 꽃으로 슬프게 피어났습니다
오월의 파란 하늘 아래
그리움으로 몸부림치는 외로움에
서러운 님의 얼굴로 가슴 가득 다가옵니다
찔레꽃 /小山. 문재학文載學
허기진 고통으로 다가오던
오월의 상징 꽃
지천으로 피던
그 세월이
이제는 아련한 추억 이였다.
날아드는 봉접은
이를 아는지 ?
우리삶에
새로운 채찍이 되는구나.
찔레꽃 피는 오월이면 /권경희
봉긋이 차오르는 속살을 드러내며
촉촉이 봄비가 맺히는 날이면
가슴에 빚은 작은 섬에도
그리움의 찬비가 촉촉이 맺힙니다
텅빈 고향집 뒤뜰의 과실나무는
올해도 소담스러운 꽃들을 피웠습니다
연분홍 꽃비가 뒤란으로 남실거리면
풍금 같은 어머니의 음성이 그립습니다
봄 햇살에 보송한 빨래를 걷으며
구성지던 할머니의 소리가 그립고
들마루에 둘러앉아 얘기꽃 피우던
시절의 웃음소리가 그립습니다
들꽃 향기 은은한 오월이 돌아오면
파란 하늘 어딘가에 햇살 같은 미소로
바라보실 것만 같은 내 어머니 아버지
고향 집 앞마당에 카네이션 한 바구니 놓아봅니다
찔레를 보면 /최두석
찔레열매를 보면 찔레꽃 떠오르네
절로 자라 피우는 아름다움이
얼마나 생생하며
얼마나 그윽한 향내 풍기는지 보이네
꽃향기의 축제가 열린
무르익은 봄날의
잉잉대는 음악소리가 들리고
너울거리는 춤사위가 보이네
찔레꽃을 보면 찔레열매 떠오르네
서리 맞고 눈 맞으며
추위와 허기를 견디는 새들에게
기꺼이 양식이 되는
열매가 품고 있는 여문 씨앗이 보이고
까치 뱃속을 통과한 씨앗이
볕바른 언덕을 움트는
찔레의 일생이 보이네.
찔레 /김언희
내 기다림의 지뢰를 밟은
내 그리움의 뇌관을 건드린
......보라, 가청권 밖의 이 폭음
수습할 길 없는 이 참사를
슬로 비디오로 찢어지고 있는
당신 넋의 눈부신 사지를
찔레꽃 /박용규
모두가 온통
녹색 그늘에 숨는데
찔레꽃 혼자서
처절하게 붉다.
철책 울타리 덮어
핏빛처럼 섬뜩하다.
붉은 선혈
초조(初潮)의 빨간 설렘도
철부지 싸움에
코피 먼저 나면
울어 버린 기억,
모두가 뇌리에 박힌
빨간 두려움이다.
야문 넝쿨
잡고 기댈 곳 찾아야
더 소담한 꽃송이들.
울타리가 제격이다.
도도한 요염에도
범접(犯接)에는 냉혹한
가시 돋친 절개(節槪)였다.
담장 밖 넘보며
기다림에 피 말라
빨간 피멍의 가슴
조각조각 바람에 찢어질 때
쓸쓸히 혼자 떠나신
고향 할미 생각에
지루한 염천 하늘엔
먹구름만 남는다.
찔레꽃 /김수잔
유난히 매섭던 칼바람에
폭우 폭설 동반한
지독히 춥던 지난겨울을
가냘픈 몸 움츠리며
굳건히 이겨낸
초여름의 산책길
한 모퉁이에
다소곳이 피어난
청초 淸楚한 모습
행여나
임 지나실까
순결의
하얀 속마음을
수줍은
미소로
순백 향 그리움 안고
하얗게 피어난 찔레꽃.
찔레꽃 /김귀녀
찔레꽃 피는 오월
낙산사 가는 길
날 건드리지 마세요. 가시 도친 말
나를 부른 건가요?
오월 고개를 넘는 찔레꽃 향기
하얗게 피우는 봄밤에
나도 당신에게 가시 도친 말
당신에게 서운하게 한 말
날 건드리지 마세요
먼 바다에서 불어오는 슬픔 툭툭 흘리며
달빛 받으며
미안타
미안타
찔레 /손정모
시냇물 굽이
바람결에 허리 잘려
휘도는 곳
달뜬 찔레
진한 향기로
숲을 잔득 홀리다가
튼실한 줄기로는
사방을 휘감아
품안에 다독인다
행여 그 뉘
향기의 근원을 캐며
몸살 앓을지라도
햇살의 유혹에 떠밀려
얼굴 붉힌 찔레
뽀얀 속옷을 벗는다.
찔레꽃 /김소미
오월이 오면
누런 황소 한가로이
풀 뜯던 언덕빼기
하얀 찔레 꽃
무더기 속에서
꿈 꾸는 유년이 시작 되었네
맑은 시냇물에
찔레 꽃 배 동동 띄우면
버들치들 촐랑촐랑 물장구 쳤네
찔레꽃 향기 /이경옥
가까운듯 멀리 있어도
너의 향기는 언제나 내 마음속을 헤집어드네
문득 네 향기가 그리워 고개를 들면
진하게 밀려오는 그리움
눈 감아 아른거리는
너의 모습에 휘청거리는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 봐도
어느새 너의 곁으로 달려가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