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지옥(地獄)
(1)
석비룡의 옷은 시커멓게 재로 변해 있었다.
"젠장! 조금만 늦었으면……."
굉마뢰의 위력은 끔찍할 정도로 놀라웠다.
한 발만 늦게 몸을 뺐더라도 뼈조차 남지 않았으리라.
석비룡은 죽은 듯 누워 있었다.
폭발의 여파로 짜르르 하는 통증이 전신을 헤집듯 몰려오고 있었다.
전신 구석구석 하나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정말 지독하군. 그런 식으로 자폭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어…… 꼭 그렇게 자결을 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단순히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보기엔 납득이 가질 않아…….'
만취공자의 마지막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것이 천리(天理)이거늘 어찌하리.'
결국 알아낸 건 그 수수께끼 같은 말 한 마디뿐이었다.
석비룡은 한참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가만……그건 그렇고 내게 전음성으로 경고를 한 게 누구지? 매우 귀에 익은 여자 음성이었는데……?"
그때였다.
"누구긴 누구야? 바로 이 누님이시지."
"으잉?"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칠채월화 벽소운……
석비룡은 입을 쩍 벌리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납치된 걸로 아는데…… 어떻게 풀려났지?"
벽소운은 씨익 웃었다.
"누가 감히 날 납치해? 그 옷 조각에 남긴 글은 내가 쓴 거야."
"뭐? 뭐라고!"
석비룡은 흥분해 말까지 더듬었다.
"으으…… 그, 그러니까 하, 한 마디로 말해서 날 날……."
똥개 훈련시키지 않았냐고 묻고 싶었다.
허나 벽소운이 먼저 흥! 코웃음을 치며 싸늘하게 쏘아붙였다.
"집어치워! 만약 그때 그 자리에 당신이 내 앞에 있었다면 패 죽였을 거야."
"그, 그건 또 무슨……?"
도통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으니, 석비룡은 자신이 갑자기 바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객잔에 날 죽이려고 자객들이 나타났는데…… 정체를 알아보니 금의위 위사들이었어. 그 오 대인이라는 자도 포함해서 말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석비룡은 온몸이 뻥 뚫린 것처럼 꼼짝 못한 채 눈 눈뜬 송장이 되었다.
벽소운은 그의 표정이 싹 변한 것을 못 보고 혼자 입을 나불거렸다.
"오 대인이라는 작자가 당신을 소군이라고 친밀하게 불렀던 걸 기억하는 내가 어찌 생각했겠어? 날 죽이려 한 배후로 당신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지."
"아직도 날 의심하나?"
"그거야……."
벽소운은 생각 없이 대답을 하다가 석비룡의 표정을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석비룡이 저렇게 근엄하고 무서운 표정을 짓는 것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벽소운은 헤헤 웃으며 말을 얼버무렸다.
"얼굴 근육 풀어. 뭐 그 정도 일로 그렇게 이상한 표정을 짓는 거지?"
석비룡에게는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어금니를 꽉 악다문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제 대충 알만해…… 애초에 그렇게 된 거였어……."
이 말만 남기고 휙 몸을 날렸다.
벽소운은 예기치 못한 석비룡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자, 잠깐!"
손을 뻗어 잡으려 했을 땐 이미 석비룡의 신형이 까마득히 멀리 사라진 후였다.
"이봐! 난 아직 할 말이 남았어!"
벽소운은 발을 동동 굴렀으나 떠나간 님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는 입을 삐죽거렸다.
"젠장 이미 쫓아가기엔 늦었어. 정말 더럽게 빠르네."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벽소운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그가 어디로 갔는지 대충 알만해.'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한 줄기 미소가 언뜻 비쳤다가 사라졌다.
* * *
조공공의 저택은 자금성 외곽에 또 다른 하나의 성을 이루었다.
성곽은 아주 견고했고 성루와 성곽 귀퉁이에는 활을 든 파수꾼들이 빈틈없이 배치되어 있었다.
석비룡은 수리개처럼 몸을 솟구쳐 대저택 안에 사뿐 내려앉았다.
저택 안에는 넓은 정원이 있었고 사방에 켜 놓은 불빛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석비룡은 잽싸게 바닥의 돌 몇 개를 주워 손바닥으로 쓱쓱 비벼 돌가루를 만들어 휙 뿌렸다.
쉐에엑……!
후르륵!
순식간에 등롱의 불빛이 모두 꺼져 버렸다.
"누구냐?"
고함과 함께 우람한 체구의 무사들이 칼을 빼들고 우르르 뛰쳐나왔다.
그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마음을 놓고 돌아갔다. 등롱을 켤 불씨를 구하러 간 것이다.
그 틈에 석비룡은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웅장하고 커다란 전각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탁! 탁!
조공공의 처소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벽에는 중원 전체가 그려져 있는 커다란 모형도가 걸개그림으로 걸렸고, 탁자 위에는 원통 모양의 나무가 올려져 있었다.
탁! 탁! 소리는 조각칼로 나뭇조각을 뜯어낼 때 나는 소리였다.
조공공의 손길이 훑고 지나가면 나무는 지붕이 되고, 망루가 되고, 성곽이 되었다.
창 너머 어둠 속에는 자금성이 있었고 조공공의 손에 의해 또 하나의 자금성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스스……!
조공공의 등 뒤에 안개와 같은 한 줄기 기류가 어렸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을 열었다.
"수백 개의 이목(耳目)이 거미줄처럼 깔려있는 금의위 내부에 이렇게 쉽게 들어오다니…… 소군! 과연 대단하외다."
석비룡이 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가.
그의 말대로 흰 기류가 점점 뚜렷해지며 검게 탄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석비룡의 모습이 선명히 드러났다.
"이유를 듣고 싶어서 왔소, 조공공!"
조공공은 조용히 조각칼을 자금성 옆에 내려놓으며 돌아섰다.
"편치 않은 모습이군요. 곤란한 일이라도 겪으신 겁니까?"
조금의 동요도 느낄 수 없는,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였다.
석비룡은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자금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내가 좋아했던 사람은 불과 몇 명밖에 되지 않았소. 물론 그 중 한 명이 조공공 당신이었고……."
조공공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딴소리를 했다.
"어려운 걸음을 하셨으니 차라도 한 잔 대접해 올려야 할 터인데……."
석비룡은 계속 말을 이었다.
"채무량이 자금성의 환관을 통해 용봉배를 황실로 상납했다는 말을 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이 누군지 아시오?"
조공공은 차를 가져가기 위해 몸을 돌리다가 멈칫하고 섰다. 그러나 여전히 얼굴에 미소는 잃지 않았다.
"이 늙은이였습니까?"
"아니길 바라고 또 바랐지만 이젠 모든 게 너무나 확실해졌소. 모든 음모의 주모자는 당신이었소! 현현교를 끌어들여 등룡왕부를 짓밟은 원흉은 어이없게도 내가 가장 믿고 좋아했던 조공공…… 바로 당신이었던 거요!"
여기까지 숨도 쉬지 않고 말을 쏟아 낸 다음 석비룡은 조공공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조공공은 잔잔한 미소만 띠고 있을 뿐 조금도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석비룡은 반 족장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 양 눈썹을 잔뜩 치켜세우고 조공공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이유가 뭐요? 잠자는 현현교를 두들겨 깨워서 그런 끔찍한 피보라를 일으킨 이유가 대체 뭐란 말이오?"
조공공은 슬그머니 눈길을 돌리더니 창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소군을 정말 좋아했소. 그래서 두 번 다시 자금성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었고……."
드르륵!
조공공은 창문을 활짝 열었다.
"등룡왕부의 멸망은 이미 지나간 일이오. 따라서 그 사건은 누구도 다시 파헤칠 수도 없거니와 또한 파헤쳐서도 안 되는 일이외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석비룡은 입가에 냉소를 띄우며 말을 받았다.
"그럴 테지요. 그것이야말로 황제의 입에서 떨어진 하늘같은 황명(皇命)일 테니 마땅히 그래야 하겠지요."
그는 마음속으로부터 치밀어 오르는 격한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소군……!"
조공공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황명! 그 단어가 동요를 일으키게 한 것이 틀림없다.
석비룡은 단정을 내리고 거침없이 말을 뱉었다.
"내가 알기로 등룡왕부의 주인이자 외삼촌인 이황야(二皇倻)께선 인품이 후덕하여 누구와도 원한을 맺을 줄 모르는 분이었소. 그런 까닭에 무림과의 관계 따윈 더욱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분이었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룡왕부의 멸망에 현현교가 개입되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야 비로소 모든 게 명확해졌소. 그 사건은 바로 당금 황제이자 당시 대황야(大皇倻)였던 남천왕(南天王)의 주도면밀한 계획 하에 자행되었던 거요."
"……."
조공공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입가에 드리워졌던 침착하고 잔잔한 미소는 사라진 지 오래됐고, 표정이 마치 돼지껍질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평소부터 대황야의 인품 됨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선황(先皇)께선 원래 차기 보위를 이황야께 물려줄 생각이었소. 하지만 선황의 그러한 후계구도는 갑작스런 선황의 승하(昇遐)와 함께 고스란히 물거품이 되고 말았소."
"……."
"선황의 유지대로라면 마땅히 이황야께서 보위에 오르셔야 했지만 선황의 죽음을 한 발 앞서 감지한 대황야가 이를 은폐한 뒤 현현교를 끌어들여 등룡왕부를 궤멸시키고 자연스럽게 황제의 보위를 차지해버렸던 것이오."
석비룡은 손가락으로 조공공의 얼굴을 가리켰다.
"그 과업을 선두에서 가장 충실히 도와준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조공공 바로 당신이었고!"
"……."
"물론 등룡왕부가 무너진 이후에도 내가 무사했던 건 조공공 당신이 도와준 덕분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내가 다시 자금성에 돌아와 그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 바람에 당신도 적잖게 곤혹스러웠을 것이오."
"……."
"그래서 결국 날 제거할 결심을 굳히고 금의위 고수들과 만취공자를 보냈던 것이고……."
혹독한 추궁과 질책이 계속되는 동안 조공공은 줄곧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사실 그는 석비룡의 말을 듣고 놀랐다.
관자놀이에는 땀이 배어났다. 어떻게 소군은 이런 말을 추측해냈을까.
석비룡은 잠깐 입술을 깨물고 나서 단도직입(單刀直入), 정면을 치고 들어왔다.
"어떻소? 지금 내가 얼토당토않은 헛소리를 멋대로 꾸며서 지껄이고 있는 거요?"
그의 목소리는 분노에 차 쇳소리처럼 쨍쨍 울렸다.
(2)
조공공은 줄곧 어둠 속으로 향하고 있던 얼굴을 돌려 석비룡을 쳐다봤다.
"정확하게 보셨소."
굳게 다물어져 있던 그의 입술이 떨어졌다.
"확실히 등룡왕부의 멸망 뒤에는 남천왕 전하의 가공할 음모가 숨어 있었소. 허나…… 내가 그 엄청난 사실을 알아냈을 때 남천왕 전하께선 이미 황제에 즉위한 뒤였소."
조공공의 입가에는 무척 쓸쓸하게 느껴지는 미소가 배어나왔다.
"순식간에 천하의 주인이 바뀐 것이며…… 그 순간 나는 어쩔 수 없이 대세에 순응해야만 했소. 황제에게 등을 돌린다는 건…… 곧 역모를 의미하며 그것은 또한 천하의 분란을 가져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내가 아는 모든 것을 가슴 속에 묻어야만 했던 것이오."
석비룡은 싸늘하게 그의 말을 받아쳤다.
"그래서 졸지에 배를 바꿔 타고 황족들을 은밀히 제거하는 작업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던 것이구려. 그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오늘날 금의위 대영반이라는 권력의 노른자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 테고……!"
조공공은 비난에는 대답하지 않고 손을 들어 벽에 걸린 지도를 가리켰다.
"소군, 이게 뭔지 아시오?"
"내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중원대륙의 축소판인 것 같소만……."
조공공은 탁자 위에 올려놓은 절반쯤 완성된 자금성의 모형을 들어올렸다.
"이것은 자금성이오."
석비룡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어 가만히 있었다.
조공공은 자금성 모형을 원래의 자리에 다시 내려놓으며 판결을 내리는 재판관처럼 엄숙하게 말했다.
"자금성을 중심으로 대륙 수 만리가 황제의 것이니 자금성의 주인은 곧 천하의 주인인 것! 당금 황제가 비록 인품면에선 이황야보다 뒤떨어지나 뛰어난 경략가임은 인정해야 하오."
"그래서……?"
"소군도 알다시피 작금의 중원천하는 어느 때보다 평안하게 안정되어 있소. 그렇기에 이 평화를 깨뜨리는 또 다른 혼란이나 도전세력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황제 폐하의 확고부동한 소신인 것이오."
석비룡의 눈이 싸늘해졌다.
"등룡왕부는 어떡하고? 황제의 소신은 변하지 않는 것이니 죽은 이들이 그만한 죄가 있든, 아니면 억울하게 죽었든 상관없이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 역시 역사의 뒤쪽으로 소리 없이 사라져야만 한다는 거요?"
조공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천리요."
석비룡은 어처구니없었다.
"천리?"
만취공자가 그에게 했던 소리와 같았다.
조공공은 도끼날로 후려패듯 단호하게 말했다.
"잊으시오. 어렵더라도 가능한 빨리……!"
석비룡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그의 심정은 비통하기 이를 데 없었다.
분하고 원통하고 억울했다.
쾅!
내리치는 주먹에 탁자 위의 자금성 모형이 유리로 만든 것처럼 박살나버렸다.
"뭐가 천리고 뭘 잊으라는 거요? 권력에 눈이 멀어 멋대로 죽이고 짓밟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모든 걸 잊으라면 그만이요? 그게 소위 위정자들이 목 터지게 부르짖는 천리요?"
석비룡은 눈을 지그시 내리깔고 서 있는 조공공에게 거의 울부짖듯 소리쳤다.
조공공은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소군은 계란에 부서지는 바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시오? 이것은 마치……."
석비룡은 그가 계속 말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없어도 상관없소! 두고 보시오. 한 줌 숨결이 붙어있는 한 내 쪽에서 이 싸움을 먼저 끝내는 경우는 때려죽여도 없을 테니까!"
입술이 경멸하듯 비뚤어졌다.
"잘 아시잖소? 이 석비룡이라는 놈…… 워낙 속 좁은 위인이다 보니 한 번 한다면 반드시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놈이라는 거……!"
석비룡은 이것으로 자신의 말은 끝났다는 듯 몸을 홱 돌렸다.
쾅!
문이 부서질 듯 거세게 닫혔다.
조공공은 다시 못 올 사람을 보듯, 물끄러미 석비룡의 뒷모습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석비룡이 문을 열고 뜨락에 발을 내려놓는 순간,
스스슷……!
반원 형태로 늘어선 채 앞을 막아선 수십 명의 무사들은 하나같은 검은 옷에 검은 두건을 쓰고 있었다.
석비룡은 냉소를 터뜨렸다.
"재미있어. 언제부터 금의위가 검은 고양이 소굴로 변했는지 모르겠군."
그의 목소리만 들릴 뿐 장내에는 괴이한 정적이 감돌았다.
우두머리쯤으로 보이는 건장한 체구의 대한이 오른 손을 스윽 올렸다.
스르릉!
챙!
검은 인영들은 일언반구도 없이 검, 도, 창 등 각각 다른 무기를 뽑아들었다.
석비룡은 그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천천히 그들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럴 테지. 어차피 등을 진 이상 내가 살아서 여기를 나가는 건 눈꼽만큼도 원치 않을 테지."
흑의 대한이 뒤에 있던 부하들에게 살며시 손가락을 까닥 움직였다.
그러자 앞에 있던 두 명이 창을 팽이처럼 빙글빙글 휘두르며 석비룡을 덮쳐왔다.
"육문오가 중 산서(山西) 혁련가(赫連家)의 청강수라창법(靑綱修羅槍法)인가?"
석비룡은 냉소를 지으며 꼼짝하지 않고 있다가 그들이 코앞에 이르렀을 때 가볍게 손가락을 튀겼다.
"끄아악!"
두 명은 석비룡의 일격에 나는 듯 튕겨져 나갔다.
"아하압!"
복면 인영들 몇몇이 즉각 기합을 지르며 다시 덮쳐왔다.
상단, 중단, 하단의 각기 다른 자세를 취한 채 품(品)자 형태로 검을 정면으로 찌르며 날아왔다.
석비룡은 단박에 그들의 수법을 파악했다.
"숭양파(崇陽派)의 곤오검법(昆伍劍法)……!"
먼저 상단의 자세로 머리를 향해 들어오는 놈의 발을 후려쳤다.
빠각!
발목뼈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고 놈은 공중에서 한 바퀴 원을 그리며 머리부터 땅에 처박혔다.
석비룡은 중단으로 들어오는 놈의 가슴으로 손바닥을 쭉 내밀었다.
으드득!
"아악!"
갈비뼈가 모두 부러져 나간 놈은 짤막한 비명을 토한 채 입으로 피를 뿜으며 나뒹굴었다.
석비룡은 쳐다보지도 않고 마지막 하단으로 들어오는 놈의 검을 발꿈치를 옆으로 틀어 피하는 동시에 팔꿈치로 관자놀이를 찍었다.
"커억!"
놈의 얼굴은 완전히 피투성이가 되어 그 자리에서 푹 고꾸라졌다.
우두머리가 소리를 질렀다.
"퇴로를 봉쇄하고 전원 천문연환진(天門連環陳)을 전개하라!"
파파팟!
파파파팟!
석비룡의 주변에 있던 수십 명의 복면 인영들이 일제히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화라라락!
공중에서 인간 그물을 짜듯 회전하며 어지럽게 엇갈렸다.
석비룡은 고개를 흔들며 나직이 탄식을 터뜨렸다.
"대충 알만하군. 구파일방과 육문오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남천왕과 손을 잡고 있었으니 당연히 그들의 무공을 금의위에 전수했을 테지."
그는 잠시 멈췄던 걸음을 다시 앞으로 움직였다.
"생각 같아서는 일일이 구경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는 게 유감이군.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내고 다음에 내가 날을 잡도록 하지."
쉐쉐쉐……쉑!
검, 도, 창과 사람이 거대한 수레바퀴가 되어 무시무시한 기세로 석비룡을 향해 덮쳐갔다.
석비룡의 입가에 냉혹한 미소가 떠올랐다.
"청성파(靑城派)의 자랑 천문연환진인가? 거기다 철저하게 훈련된 일류고수 수십 명이 한꺼번에 펼친다면 때려죽여도 막아낼 방도가 없지."
그의 모습이 스스슥! 좌우로 흔들리면서 한 순간에 그의 모습이 여러 개로 분화(分化)되었다.
"그렇다고 피할 방도까지 없는 건 아니지만!"
콰콰콰콰쾅!
천문연환진이 덮친 자리는 마치 일백여 개의 벽력탄이 한꺼번에 터지듯 커다란 구덩이가 파였다.
그러나 정작 석비룡은 그곳에 없었다.
우두머리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쫓아라!"
복면 인영들은 즉시 명을 쫓아 지붕과 담 위로 뛰어올랐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지만 어둠과 그들의 와와! 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석비룡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병신 같은 새끼!"
쫙, 쫙!
언제 지붕 위에 올라왔는지 우두머리가 주변에 서있던 수하들의 뺨을 후려갈겼다.
복면 인영들은 복면 속의 양 볼을 감싸며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떤 놈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지붕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우두머리는 주위를 둘러보며 수하들을 재촉했다.
"뭣들 하고 있는 게냐? 당장 넘을 쫓아가잖고! 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흩어져서 쫓아!"
수하들은 아픔을 느낄 사이도 없이 허둥지둥 일어서서 사방으로 몸을 날렸다.
우두머리는 사라져가는 수하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절망에 가까운 허탈감에 고개를 푹 숙였다.
"멍청한 놈들! 그토록 주의하라고 누누히 일렀거늘……!"
이미 일이 틀어져 버렸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애꿎은 수하들만 탓할 일도 아니지."
석비룡이 마치 유령처럼 그의 등 뒤에 나타난 것이다.
우두머리는 위기를 느꼈지만 함부로 몸을 돌릴 수 없었다.
검 끝이 자신의 명문혈을 지그시 누르고 있는 것이다. 한 치의 힘만 가해져도 살아나기를 바랄 수는 없으리라.
"안 그래?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도망치기로 마음먹는다면 천하에 누가 감히 천리무영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겠나?"
"……."
우두머리는 칼자루를 슬며시 고쳐잡으며 발 앞축을 옆으로 살짝 틀었다.
'잘만 하면…… 몸을 숙여 피하는 것과 동시에 공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계산은 명문혈이 쿡! 충격을 받자 곧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해보겠다는 건가?"
소리와 함께 석비룡이 검을 반치 남짓 앞으로 들이민 것이다.
"당신과 나 사이는 정확하게 한 걸음 반…… 마음만 먹으면 당신의 목숨은 아주 순식간에 내 손에 들어오게 되지."
우두머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땅!
지붕 위로 칼이 떨어졌고, 퉁그랑! 소리를 내면서 지붕 아래로 떨어졌다.
석비룡이 말했다.
"가서 네 주인께 전해라. 기분 같아선 당장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지만 개떡 같은 옛정을 생각해서 이번 한 번만 눈감아주는 거라고……!"
석비룡의 모습이 뿌우옇게 흐려져 가고 있었다.
"아울러 다시 돌아오면 지금처럼 그냥 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는 말까지도……."
등 뒤에 닿은 검의 예기가 사라졌다.
우두머리는 즉시 몸을 돌렸지만 이미 석비룡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복면을 쭉 잡아당겼다.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은 방곡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어이가 없군. 세상천지에 이 방곡을 말 한 마디로 꼼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위인이 있다니……."
방곡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천리무영 석비룡!
어쩌면 저런 친구를 진작 제거하지 못한 건 어르신 생애 최대의 실수로 남게 될지도 모를 일이라는 것을!
(3)
십만대산으로 가는 길……!
겨우내 쌓인 눈이 채 녹지 않아 희끗희끗한 백발을 한 채 고고하게 서 있는 봉우리 위로 피빛 노을이 진다.
석비룡과 벽소운, 두 사람은 자금성을 떠나 십만대산을 향하고 있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석비룡은 내내 무겁고 침울한 표정이었다.
간간이 억지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지만, 얼굴에 깔린 그늘은 쉬 가시지 않았다.
'그 정도면 등룡왕부에 얽힌 음모는 대부분 밝혀진 것 같은데…… 다만 한 가지! 혈음신장을 익힌 그 자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풀리지 않는 난제였다.
"십만대산으로 가서 만박신승을 만나보게. 그는 이 땅의 마지막 현자(賢者)…… 천하 겁난의 모든 미래가 그의 머릿속에 있으니 어쩌면 자네의 행로에 한줄기 빛이 되어줄지도……"
채무량으로 변장했던 백면귀라가 한 말이었다.
만박신승은 어쩌면 그의 의문을 풀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 줄지도 모른다.
석비룡은 이런 일말의 희망을 품고 십만대산까지, 장장 천 이백 리 길의 장도(長途)에 오른 것이다.
만불교(萬佛敎)!
십만대산 인근에서 교세를 날리고 있는 밀교(密敎)의 한 분파(分派).
믿을 수 없게도 만불교는 창교 이래 십 년 만에 십만 대산 일대에서 가장 큰 종파가 되었다.
그러나 그보다 만불교가 더 유명한 것은 교주(敎主)가 만박신승이기 때문이다.
만박신승의 본래 이름은 서문휘(西門輝)!
서문세가가 배출한 두 명의 귀재 중 한 명이었다.
무림맹의 반미치광이 맹주로 잘 알려진 서문화의 친형이 되는 셈이다.
서문휘가 미치기 전, 그러니까 십 년 전만 해도 서문휘의 천재적인 능력은 강호의 화젯거리였다.
열 살이 채 되기 전에 제자백가를 깨우쳐 세상을 놀라게 했고, 불과 열 다섯의 나이엔 무공으로 서문세가를 통틀어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
당시 서문세가의 가주인 서문학은 그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재화를 쏟아 부으며 천하의 무공비급들을 끌어모았다.
서문휘로 인해 서문세가 최고의 전성기(全盛期)가 도래하리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그러나 가문의 바램도 헛되이, 서문휘는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서찰 한 장만 남기고 느닷없이 머리를 깎고 출가(出家),
곧장 천축(天竺)으로 떠나버렸다.
그리고 그는 십 년이 지나서 돌아왔다.
중원을 떠날 때의 영민했던 모습은 간 곳 없이, 밀교(密敎)의 교리에 젖어 미치광이처럼 변해있었다. 밀교의 교리를 제멋대로 해석, 궁극적인 해탈이 음양교합(陰陽交合)에 있다는 해괴한 논리를 앞세워 온갖 엽색행각을 일삼았다.
결국 서문세가에서 쫓겨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서문휘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곳 십만대산으로 와 만불교를 창건했던 것이다.
석비룡의 얘기를 다 듣고 난 후, 벽소운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괴상한 작자로군. 미치광이인데도 능력은 뛰어나다는 건가?"
석비룡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중요한 건 실력을 가늠할 수 없는 무공의 고수라는 점이야.“
* * *
석비룡과 벽소운은 푸른 옷을 입은 두 소녀의 안내를 받고 십만대산의 만불교 성지(聖地)로 향했다.
두 소녀는 선녀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하얀 살결에 꽃이 시샘할 정도의 수려한 용모를 하고 있었다.
삼백 개가 넘은 계단을 올라가자 커다란 동굴 입구가 나타났다.
동굴 입구는 십여 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동굴 양쪽에 도열한 소녀들이 손에 든 횃불은 통로를 대낮처럼 밝혔다.
어느 한 군데 울퉁불퉁 튀어나온 곳 없이 대리석처럼 맨질맨질할 것이 꽤 오랜 시간 공들여 다듬은 흔적이 역력했다.
일 각 정도를 걷자 족히 사오백 명을 일시에 수용할 수 있는 널은 광장이 드러났다.
수백 명의 교도들이 콩나물시루처럼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둥!
"옴마니반메훔……!"
둥!
"옴마니반메훔……!"
그들은 북 소리에 맞춰 주문을 외웠는데, 그들이 지르는 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석비룡과 벽소운은 귀가 멍멍했다.
안내역을 맡았던 두 소녀는 석비룡과 벽소운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석비룡은 주위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제 정신이 아닌 듯한 신도들은 연신 '옴마니반메홈!' 이라는 주문을 외우며 절을 하였고, 그들의 전면에는 커다란 제단이 놓여 있었다.
제단 위에는 수천 개의 황금촛대가 세워져, 조그만 불꽃들이 바닷물결처럼 일렁거렸다.
그 위에 교주의 자리인 듯 커다란 태사의가 놓여져 있는데, 지금 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
석비룡과 벽소운은 어치구니 없는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데, 붉은 옷을 입은 여인 둘이 옆으로 다가왔다.
푸른 옷을 입은 여인들보다 이 여인들의 지위가 높은 듯 미모가 더욱 뛰어날 뿐 아니라 행동거지에 근엄함이 배여 나왔다.
"교주님께선 선락전(仙樂殿)에 계시옵니다. 그쪽으로 자리를 옮기시지요."
여인들은 합장하며 정중하게 말했다.
"무, 물론이지요."
석비룡은 황홀한 표정으로 두 여인을 쫓아가려 하는데 벽소운이 그의 팔을 꽉 움켜잡았다.
"흥! 우리는 여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어."
그녀는 괜한 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어두웠던 안색이 언제 그랬냐는 듯 석비룡의 얼굴은 활짝 개어져 있고, 입가에는 침까지 질질 흘리고 있지 않은가.
석비룡은 얼굴을 외로 꼬아 앞의 여인들이 보지 못하게 하고 험악하게 인상을 구겼다.
그러나 말은 나긋나긋 했다.
"헤헤헤! 이봐 왜 그래? 우리는 이미 만불교에 귀의(歸意)하기로 결심을 하지 않았느냔 말야. 그렇게 생떼를 쓰면 곤란하다구."
하지만 이 정도 협박에 굴복할 벽소운이 아니다.
"귀의 좋아하고 앉았네! 사이비에도 정도가 있지, 무슨 놈의 절간에 화냥끼가 철철 넘치는 계집들이냔 말야?"
두 여인의 눈가에 싸늘한 냉기가 감돌았다.
"그러면 여시주께서는……."
석비룡이 불쑥 나서서 말을 가로챘다.
"왜 좋잖아. 당신은 다 좋은데 그 점잖은 척하는 것이 가장 나빠! 어서 함께 교주님 앞으로 가서 지상극락을 누려보자구."
그녀의 팔목을 잡았지만 벽소운은 탁 뿌리쳤다.
"난 싫어! 갈 테면 혼자 가!"
몹시 토라진 듯 입을 샐쭉거리는데,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석비룡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입이 귀 밑까지 찢어졌다.
십만대산까지 오는 동안 줄곧 그녀가 귀찮도록 졸졸 따라붙어 어떻게 하면 떼어버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스스로 떨어져 나가 주겠다니 마치 길거리에서 돈이라도 주운 것처럼, 때 아닌 횡재를 한 기분이었다.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잘 가라구."
몹시 아쉬운 듯 입맛을 쩝 다시며 얘기했지만 몸을 홱 돌리자마자 방긋방긋 웃으며 두 여인 옆에 붙어 아양을 떨어대는 것이다.
"자자! 아름다운 두 선녀께서는 어서 절 교주님께 안내해 주십시오. 전 교주님을 뵈려고 열흘 밤낮을 마다 않고 달려왔답니다."
홍의미녀들은 함박꽃 같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합장했다.
"저희들을 따라오시면 됩니다."
여인 둘과 석비룡이 작당을 해 벽소운을 따돌리는 것이다.
앞장을 선 홍의미녀들은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요염하게 걸어갔고 석비룡은 헬렐레, 넋이 빠져 여인들의 엉덩이
뒤에 바싹 붙어 따라갔다.
벽소운은 이를 빠드득! 갈았지만 결국 제 가슴만 쿵쿵 치며 쫓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두고 보자! 이 지저분한 색마 같으니라구.'
문을 몇 개 지나자 동굴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듯 석비룡과 벽소운의 눈앞에는 넓은 꽃밭이 펼쳐졌다.
낙원이 따로 없었다.
교교히 내리는 별빛 아래 꽃송이들은 서로 시샘하듯 살랑살랑 키돋음을 하고 있었다.
이 얼마나 호젓하고 아늑한 곳인가?
어느 누구도 만불교의 성지인 동굴 안쪽에 이런 곳이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꽃밭 속에는 아름답게 지은 집들이 드문드문 서 있었는데, 여인들은 그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정자로 석비룡을 안내했다.
현판에는 선락전(仙樂殿)이라는 석 자가 선명했다.
벽소운은 현판을 힐끔 쳐다보더니 흥! 콧방귀를 뀌었다.
"선락전이라고…… 신선처럼 즐기고 재미보는 집이라 이거야?"
도도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계속 주절거렸다.
"정말 여기 절간 맞어? 혹시 우리가 사창가나 기루에 잘못 들어온 거 아냐?"
홍의미녀들이 노여움에 얼굴을 붉혔다.
"시주께선 말씀을 삼가해 주시는 게 좋겠군요. 이 선락전은 교주님이 계시는 성소랍니다."
벽소운은 도끼눈을 뜨며 주먹을 치켜세웠다.
"이것들이……!"
홍의미녀들은 찔끔하며 눈을 감았다.
그때 석비룡이 바보처럼 헤헤 거리며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아아, 이러지 말라구. 어디까지나 객(客)은 주인의 풍습에 따르는 게 예의라는 거 몰라?"
크르릉!
정자 문이 저절로 열리고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두 선랑(仙郞)은 손님들을 모시고 안으로 들라!"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