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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장 천룡쌍미와의 인연
1
"그나저나 이상하게 배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군."
용해린은 차양모(遮陽帽)를 들어 강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 넓은 강에 배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양문룡과 헤어진 뒤 반 나절을 그가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동안 그는 배 한 척 구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큰 강에 어부들 하나 보이지 않으니 너무도 이상하군…… 응?"
문득 그의 눈이 무언가를 발견한 듯 반짝였을 때였다.
"이보시오, 사공!"
"사공! 강 좀 건넙시다."
강 저 멀리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용해린이 고개를 돌려보니 강 건너에 일단의 무리들이 서서 그를 부르고 있었다.
'보아하니 무림인들 같은데, 훗! 나를 뱃사공으로 착각했나 보군.'
그는 실소를 머금었으나 이내 배를 그들쪽으로 몰았다.
자신을 부르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다급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는 호기심이 일었던 것이다.
강가에 선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기를 든 무림인들이었다.
백의경장의 면사여인과 그녀보다 약간 작은 체형을 지닌 청의경장의 면사여인.
그리고 면사의 여인들을 호위하는 열 명의 장한들, 이렇게 열 두 명이었다.
'흠, 저들 십 인의 장한은 모두 일류 이상의 무공을 소유한 자들이다…… 아마도 두 여인을 호위하는 자들인가 보군.'
언뜻 보아도 일 갑자 이상의 내공을 지닌 일당백 무위의 고수들인데, 그들은 은연중 두 명의 여인들을 호위하는 진형을 펼치고 있었다.
용해린의 시선이 그들에게 둘러싸인 면사를 한 여인들에게로 향했다.
그의 안광은 면사를 뚫어 보는 것이 가능했다.
두 여인의 얼굴을 확인한 그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대단한 미색들이다!'
여인들의 용모를 확인한 용해린은 그녀들의 미모가 보기 드문 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오른쪽 백의 면사여인의 용모는 가히 경국지색이라 할만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중원에 들어서기 무섭게 홍균이나 해옥랑만한 미모를 지닌 여인들을 보게 되다니.'
좌측의 청의경장의 면사여인도 백의 면사여인에 그리 뒤지지 않는 미를 지니고 있었다.
단지 이제 십 칠팔 세 정도로 나이가 조금 어린 듯해 아직 그 아름다움을 모두 발산하지는 못하고 있을 뿐, 앞으로 이삼년 후라면 그녀의 미모도 백의 여인 못지않을 것이 분명했다.
'언뜻 보아 자매들 같군…….'
그의 생각대로 그녀들은 용모가 아주 비슷해 그녀들이 자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용해린은 이내 시선을 거두고 조용히 배를 저어 그들에게로 갔다.
강가에 배를 대자 그들은 빠르게 배에 올라탔다.
동생인 듯한 청의경장의 면사여인이 입을 열었다.
"사공! 강의 상류로 가 주세요. 대가는 후하게 줄 것이에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옥이 구르는 듯 맑은 음성이었다.
"그러지요."
용해린은 낮게 대답하고는 이내 배를 저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갔다.
'후후! 노를 저어 보기도 참 오랜만이군.'
용해린은 창룡노를 노로 사용하고 있었다.
'창룡노가 서러워하겠군.'
창룡노를 저으며 그는 내심 고소를 흘렸다.
항시 그는 내공을 써서 배를 몰았었는데, 지금은 자신의 배에 탄 이들에게 경각심을 주지 않으려 평범한 사공처럼 노를 저었다.
문득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 용해린은 고개를 돌렸다.
청의경장의 면사여인이 용해린과 배를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아직 어린 그녀의 눈에는 중원에서는 볼 수 없는 용해린의 배가 아주 신기하게 보였는지 용해린 쪽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사공! 이 배는 아주 특이하네요. 모양도 이상하고, 색도 검정색이라니…… 재질이 뭐죠? 중원에는 이런 것이 없는데……."
빠르게 내뱉는 그녀의 말에 다른 십 일 인도 용해린을 쳐다보았다.
그들도 용해린의 배는 처음 보는 것이라 궁금증이 일었던 것이다.
온통 검은 색 일색인 배의 색과, 중원에는 없는 전혀 생소한 형태를 지닌 배는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호기심이 일어도 누구 하나 물어 보지는 않았지만 이 어린 미녀만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은 것이다.
보통의 배와는 전혀 다르게 생긴 기이한 배는 어린 그녀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고도 남았다.
용해린은 조용히 대답했다.
"후훗! 이 배는 남해에서만 나는 자오단목(紫烏檀木)으로 만든 것이오. 형태가 이상한 것은 바다에서 물 위를 날아다니는 비어(飛魚)를 보고 내가 직접 만들었기 때문이오."
"자오단목이라면…… 쇠보다도 강하고, 절대 물에 젖지 않는다는 그 신비의 나무를 말하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용해린의 끄덕이는 말에 그녀의 눈이 한없이 커졌다.
"세상에…… 그런 희귀한 자오단목으로 배를 만들 생각을 하다니, 천하의 오직 대명황제만이 그 나무로 만든 침목(枕木)과 식탁 등을 가지고 있을 뿐인데……."
경악에 가까운 놀람을 발하는 소녀는 물론 용해린의 말을 들은 다른 십일 인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희귀한 자오단목으로 배를 만든 사람을 보게 될 줄이야.
그들은 배를 모는 사공을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쇠보다도 단단한 자오단목을 다듬어 이렇게 정교한 배를 만들 정도라면 보통의 인물이 아니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에는 언뜻 경계하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
하나 단 한 사람, 청의 경장여인만은 여전히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용해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경계심보다는 호기심이 더 컸고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사공은 이곳 사람이 아니죠?"
"그렇소이다. 나는 저 먼 남해에서 왔소이다. 천하를 유람하며 장강을 따라 올라오고 있는 중이오."
"와아……! 나는 바다란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부럽다는 투로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실로 귀여워 용해린은 절로 미소가 맺혔다.
"후훗! 아가씨와 난 정반대네. 난 지금까지 바다에서만 살다가 대륙으로 들어온 지 이제 이틀 정도가 지났을 뿐이오이다."
"그랬군요."
문득 용해린의 말을 듣던 백의 경장여인이 입을 열었다.
"강을 거슬러 올라왔다면 강 하구에서 벌어졌던 해왕맹과의 접전을 지켜보았겠군요."
"그렇긴 하오만."
용해린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나 같은 사람이 어디 무서워서 그런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겠소? 그냥 사람들이 떠나가는 모습만 보았을 뿐이오."
너무도 자연스레 말하는 그의 말에 백의 경장여인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배 앞쪽만을 바라보았다.
하나 청의 경장소녀는 그게 아니었다. 용해린을 보며 호기심에 가득 찬 총명한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배에 올라탄 이후로 용해린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고 말을 하면서도 용해린이 머리에 뒤집어 쓴 차양모 아래의 턱 선을 주시했다.
'차양모 아래의 턱 선으로 보면 젊은 사람이 분명한데…… 실로 묘한 분위기를 주는 사람이다.'
그녀는 차양모 안의 용해린의 얼굴이 궁금했다.
'턱 선을 보면 멋있게 생겼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얼굴을 보여 달랄 수도 없고…….'
그녀는 진한 호기심으로 용해린을 주시했고, 그런 그녀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용해린은 그저 배만 저을 뿐이었다.
츠르르르…… 촤아아……!
용해린의 배는 빠른 속도로 강 상류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의 배는 하나의 협곡을 지나치고 있었다.
헌데 그때였다.
쾅! 콰쾅!
"꺄아악!"
요란한 굉음과 함께 용해린의 배 삼 장 앞에 커다란 물보라가 일어났다. 그 여파로 용해린의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것은 포탄(砲彈)으로 일어나는 포말(泡沫)이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배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녀를 호위하는 십 인의 장한들이 일제히 천근추(千斤錘)의 신법을 사용해 배의 움직임을 멈춘 것이다.
용해린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려졌다.
그의 시선이 멈춰진 곳에 한 척의 거대한 선박을 필두로 이십여 척의 배들이 빠르게 내달려 왔다.
육중함을 보여 주는 거선들에는 실로 많은 인물들이 타고 있었다.
얼추 보이는 숫자들만도 어림잡아 사백여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크하하핫! 배를 멈추어라!"
가장 커다란 배 위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 고함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이십여 척의 배들은 용해린의 배를 빙 둘러섰고, 어느 새 용해린의 배는 커다란 배들에 둘러싸여 완전히 포위되어 버렸다.
돛대에 매달려 휘날리는 깃발에는 하나같이 장강수로맹(長江水路盟)이라고 쓰여 있었다.
2
장강수로맹(長江水路盟).
그들은 장강을 무대로 약탈질을 일삼는 수적들의 무리들이다.
일반 수적들과는 달리 장강수로맹에 소속된 자들은 모두 고도의 무공을 소유하고 있어서 그 위세가 구파일방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 용해린의 작은 배를 포위한 것이다.
'장강수로맹이라…… 저들의 목표는 나의 배에 탄 사람들이겠군. 어디 한 번 지켜볼까?'
용해린은 일단 사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가장 커다란 배의 선수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 왔다.
"크하하핫! 천룡쌍미―! 드디어 내 손에 걸려들었구나."
우렁찬 소리가 들려 온 커다란 배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용해린의 배에 탄 두 여인은 실로 유명한 여인들이었다.
-천룡일미(天龍一美) 공손화(公孫花).
-천룡이미(天龍二美) 공손혜(公孫慧).
자매인 이들은 중원제일세가로 손꼽히는 천룡보(天龍堡)의 금지옥엽들로 그녀들의 미모는 어릴 때부터 호북성 일대를 진동시켜 왔었다.
특히 언니인 천룡일미 공손화는 천하오미에 들고 있어 더욱 유명했다.
꽃에는 무수한 나비들이 달려들게 마련이나 현 무림에서 그런 그녀들을 핍박할 자들은 감히 없다고 해야 했다.
그녀들을 건드린다는 것은 중원 정도 무림의 양대 거두인 천하제일세(天下第一勢) 제왕검문(帝王劍門)과 천룡보(天龍堡)를 동시에 상대해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천룡보의 태상가주(太上家主) 공손수(公孫壽).
천룡신검(天龍神劍)이라는 명호를 지닌 그는 천하십대고수의 삼검에 드는 절대자였기 때문이다. 또한 천룡일미 공손화의 약혼자는 제왕검문의 총순찰(總巡察)의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헌데 그런 뒷배경을 지닌 천룡쌍미를 지금 장강수로맹이 포위하고 있었다.
구레나룻이 무성한 사십대의 장한이 선수에 서서 외치고 있었다.
그를 알아본 백의 면사여인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장강수룡(長江水龍)! 저 자가 직접 나올 줄이야."
내심 잔뜩 긴장했는지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나타난 자는 그녀와 일행들이 아주 잘 아는 인물이었다.
장강수룡.
그가 바로 장강수로맹의 맹주였다.
수적들의 우두머리라 하나 장강수룡은 중원 제일의 수공(水功)을 지녀 구파일방의 수뇌부들도 꺼리는 인물이었다.
"천룡쌍미, 네년들은 오늘 본좌를 따라가야겠다."
"닥쳐라!"
백의경장의 여인 공손화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흐흐! 네년이 뭘 믿고 그리 뻣뻣하게 구는 것이냐? 천룡신검은 이곳에 없고 또한 네년의 약혼자인 자전신룡이란 놈도 오천여 리 밖에 있으니 고운 얼굴 상하기 전에 순순히 내 품에 안겨라."
장강수룡의 음침한 눈이 공손화의 전신을 한 번 쓸어 보았다.
"닥쳐라! 무엄한 놈, 함부로 그 분의 이름을 올리다니…… 그 분은 너 같은 자의 입에 함부로 오르내릴 이름이 아니다."
"흐흐, 얼굴과는 달리 천룡쌍미의 입이 거칠군. 하나 네년들은 오늘 나의 손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으음……."
장강수룡을 노려보는 공손화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십여 척의 크고 작은 배에는 어림잡아도 오백여 명이 넘는 무사들이 타고 있었다.
'장강수로맹의 무사들 반수 이상이 동원된 것 같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그녀의 손에 땀이 맺히고 있었다. 수적으로 너무 열세였다.
그녀가 염두를 굴릴 때 장강수룡이 돌연 이죽거렸다.
"흐흐, 오늘밤 어차피 천룡보는 무림에서 사라질 것이다."
"흥, 마혼각(魔魂閣)과 잔혈방(殘血幇)이 마도십파(魔道十派)에 드는 강파라 해도 그따위 세력으로 무너질 본보가 아니다!"
"호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 흐흐, 그것은 두고 봐야겠지."
"……?"
그의 여운이 담긴 말에 공손화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설마, 오늘밤 본보를 공격하는 자들이 그들 외에 또 다른 이들이 있단 말인가?'
그녀가 의아해 할 때 장강수룡의 호통이 들려왔다.
"자, 실랑이는 그만 하고 결정을 해라! 이곳에서 죽을 것인지 우리를 따라가겠는지."
"흥, 어림없다. 우리가 어찌 네놈들을 따라가겠느냐? 일찌감치 꿈을 깨라!"
그녀의 음성은 단호하며 차가웠다.
"흐흐흐, 그래 어차피 그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꼭 벌주를 마셔야 정신을 차리겠다는 것이군."
그는 음흉하게 웃으며 한 손을 들었다.
그러자 이십여 척의 배 위에서 백여 명의 무사들이 나타났다.
그런 그들은 모두 손에 시위를 매긴 활을 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모두 따끔한 맛을 보여 주겠다. 어차피 살려서 데려가든 죽여서 데려가든 상관이 없으니…… 모두 준비!"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쏴라!"
핑― 피핑― 쏴아아―!
'음…… 이들이 바로 천룡보의 인물들이었다니…… 아버님이 당부하신 중원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일 중 하나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겠군.'
용해린은 그들이 천룡보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곧 아버지 천패대공이 남긴 서찰의 내용을 떠올린 것이다.
그가 폭풍군도를 떠나오기 전 들렸었던 아버지의 서고에는 한 통의 서찰과 하나의 서책이 있었다.
서책에는 중원을 돌며 힘을 얻어야 할 세력들이 망라돼 있었다. 천룡보는 그 중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용해린은 흥미 있는 눈빛으로 사태를 주시했다.
"소주님들을 보호하라!"
천룡쌍미 등을 노리고 용해린의 배로 무수한 화살들이 쏘아져 왔다.
화살이 발사되자 십 인의 장한들이 신속히 검을 빼어 들어 두 여인을 빙 둘러싸며 원진(圓陣)을 형성했고, 검들을 휘둘렀다.
그들의 검에서 백색의 검기들이 뻗어 나와 용해린의 배를 보호할 정도의 검막(劍膜)이 형성됐고 화살들은 그 검막에 부딪쳐 모두 강물로 떨어져 내렸다.
그들 십 인의 검막은 실로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십 인의 검사들은 대단한 실력들을 지니고 있었다.
천룡십위(天龍十衛)!
천룡보의 태상가주이자 십대고수의 일인인 천룡신검이 친히 기른 고수들로서 천룡보의 주력이라 할 수 있었다.
모두 백 팔 명인 천룡검위(天龍劍衛)들 중 차출돼 천룡쌍미를 항시 보호하는 일을 맡고 있는 초일류급의 고수들이다.
자신들이 쏜 화살이 천룡십위에게 막혀 모두 강물로 떨어지자 장강수룡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천룡십위! 과연 명불허전이군. 하나, 네놈들이 이곳에서 물고기 밥이 된다는 사실은 불변의 사실이다. 네놈들을 잡기 위해 저 먼 남해 바다에서 귀한 손님을 모셔 왔지."
천룡쌍미와 천룡십위 등은 긴장하며 장강수룡을 노려보았다.
"그에게서 전수 받은 강노(强弩)의 위력이라면 네놈들을 꼬치 꿰듯이 만들어 줄 것이다."
이내 그는 수하들을 향해 외쳤다.
"강노들을 준비해라!"
"예!"
대답과 함께 십여 척의 배들 갑판 위로 무언가가 무수히 나타났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천룡쌍미 등은 안색이 변했다.
"저것은, 쇠로 만든 철강노(鐵强弩)―!"
기계의 힘에 의해 발사되는 강노는 사람이 쏘는 활의 열 배 이상의 힘이 담겨 있어 일류 고수들이라도 그것을 막기가 어려웠다.
"설마, 저들이 쇠 화살까지 준비했을 줄이야……."
"으음……!"
나직한 신음을 발하던 공손혜가 고개를 돌려 용해린을 바라 보았다. 이어 무언가를 생각하던 그녀는 품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내어 용해린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여인들이 패물 같은 것을 넣고 다니는 금낭(金囊)이었다.
"받아요! 우리가 괜히 사공의 배를 타게 돼 이 귀한 배를 손상시키게 됐으니……."
"……!"
"이 안에는 보주(寶珠)가 하나 들어 있어요. 이것을 갖고 지금 빨리 물속으로 뛰어내려요.
그래야 살 수 있어요."
공손혜의 말에는 용해린을 생각하는 마음이 진하게 담겨 있었다.
자신들의 생사(生死)도 장담할 수 없는 지금 그녀는 처음 본 남을 걱정해 주는 것이다.
용해린은 차양모를 들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세심한 배려에 용해린은 그녀가 매우 사랑스럽다고 여겨져 그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어렸다.
"후훗! 낭자의 배려는 실로 고맙소."
그는 금낭을 도로 그녀의 손에 쥐어 주며 미소를 지었다.
"하나, 내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니 다시 넣으시오."
한순간 공손혜는 잠시 머리가 띵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용해린의 행동은 너무도 차분했다.
아니 오히려 미소까지 머금고 있었으니.
'이 남자, 신비하고 멋있다…….'
용해린이 차양모를 들어 그녀를 향해 보여준 햇살 같은 미소. 그 미소의 아름다움에 그녀는 눈을 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내게는 이 배가 소중한 물건이니 부숴지면 안 되오이다."
그때, 장강수룡의 목소리가 강에 울려 퍼졌다.
"흐흐흐! 권주를 마다한 네놈들은 모두 고기 산적이 되어 여기에서 고기밥이 될 것이다."
이어 그는 손을 들었다 내리며 소리쳤다.
"쏴라! 모두 물고기 밥을 만들어 주어라!"
핑! 피핑! 슈하악―!
백여 발에 달하는 쇠화살들이 그녀들에게로 빗발치듯 쏘아졌다.
천룡십위의 얼굴이 굳어졌다. 각자가 최선을 다한다면 두 개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 그 이상은 무리였다.
아무리 천룡십위가 강해도 십 인의 검막으로는 막을 수 있는 그런 유가 아니었다.
"아!"
공손혜의 얼굴에 공포감이 어렸다. 쇠로 된 화살들이 지척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피할 시간도 없었다.
하나 바로 그때였다.
"떠올라라!"
돌연 한소리 낭랑한 목소리가 강 전체를 떨어 울렸다. 그와 동시였다.
촤아아아……!
돌연 용해린의 배 주위로 물기둥이 떠올랐다.
마치 휘장을 치듯 용해린의 배를 둘러싸며 치솟은 물기둥은 삼 장 높이로 떠올랐다.
더욱 놀라운 일은 그때 일어났다.
퍼퍽! 파파팍!
용해린의 배를 부숴 버릴 듯 날아온 쇠화살들이 물기둥에 닿자 힘을 잃고 강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저, 저럴 수가……!"
장강수룡은 두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철로 만든 강판이라고 뚫어 버리는 강력한 쇠화살들이 단지 물기둥에 막혀 힘없이 떨어지다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편,
물기둥 안에 있던 천룡쌍미와 천룡십위는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것이 대체 어찌된 일인가……?"
"아……!"
그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펼쳐진 이 괴이한 광경에 모두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었다.
단지 한 번 손짓을 했을 뿐인데 물기둥이 떠올라 배를 감싸다니, 더구나 그 물기둥은 쇠로 만든 화살들을 간단히 막아내는 가공할 힘마저 지니고 있었다.
십이 인은 용해린의 가공할 내공에 말을 잃었다. 배를 보호한 물기둥이 일종의 호신강기(護身 氣)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놀라운 얼굴들을 하고 있는 열 두 사람을 돌아본 용해린은 어깨를 으쓱했다.
"후후, 난 가진 것이 없어서 말이오."
용해린은 공손혜를 향해 한 눈을 찡긋하며 입가에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런 용해린의 모습을 공손혜는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은 관옥같이 단정했으나 오랜 세월 동안 바다에서 살아 그런지 햇볕에 그을린 용해린의 얼굴은 신비한 매력으로 공손혜의 가슴을 흔들고 있었다.
잠시 용해린의 모습을 바라보던 공손화가 정신을 차리고는 용해린에게 포권을 취했다.
"소녀들이 고인(古人)을 몰라 봤군요. 도움을 주심에 일행을 대표해 감사를 드립니다."
"고인? 후후훗! 당치도 않소이다. 그리고 감사라니요, 난 단지 내 배가 손상되는 것을 막았을 뿐이외다."
용해린은 손을 흔들어 예를 사양했다.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인 용해린은 이내 물 속에 담궈두었던 창룡노를 꺼내어 들었다.
"자, 그럼 내 배를 망가뜨리려 한 자들의 낯짝들을 한 번 볼까나?"
용해린이 창룡노로 한 번 강물을 쳤다. 그러자 용해린이 탄 배가 부웅 떠올랐다.
"어어……."
"어머!"
갑자기 배가 떠오르자 열 두 사람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놀람의 연속이었다.
문득 한 무사가 배의 밑바닥을 가리켰다.
'아!'
하나의 물기둥이 배를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할 말을 잃고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계속 떠오르던 용해린의 배가 모습을 드러냈다.
3
그때였다.
돌연 장강수로맹 곳곳에서 작은 소동들이 일어났다.
용해린의 손에 들린 창룡노를 바라보던 이들 중 몇몇의 인물이 두려움에 찬 경악성을 토해낸 것이다.
"설마, 무적…… 해룡!"
"그, 그렇다! 무적해룡이다!"
"으으으, 대해의 제왕, 무적해룡이다!"
수적들의 시선에는 창룡노를 든 용해린의 당당한 모습이 투영되고 있었는데 창룡노를 확인한 몇몇 수적들이 경악스런 탄성을 발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전신을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었다.
"중원의 수적들 중 나를 알아보는 자가 있다니…… 괴이하구나."
진한 두려움에 잠긴 그들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용해린의 고개가 갸웃했다.
그러다 문득, 몇몇 수적들의 팔에 그려진 붉은 해골을 알아본 용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저들 중 몇몇은 낯이 익은 것 같군. 바로 마룡방의 잔당들이로군."
용해린은 그제서야 이해를 했다.
그들의 팔뚝에 새겨진 붉은 해골 문신을 한 자들이었다.
그 붉은 해골 문신은 전날 용해린의 손에 무너진 마룡방을 상징하던 표식이었다.
"으음…… 혹시나 했는데 진짜 무적해룡이다. 으으, 저자를 중원에서 보게 될 줄이야."
문득 장강수로맹의 배들 중 가장 뒤에 선 배의 선미에 선 애꾸눈을 한 흑의인의 안면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용해린의 시선이 마침 그 애꾸눈을 한 흑의인을 찾았고, 이채가 번뜩였다.
"호오! 이게 누구신가? 마룡방의 부방주였던 독안귀마(獨眼鬼魔)가 아니신가? 남해에서 안보인다 했더니 중원에 들어와 있었군."
"으음……!"
침음성을 삼키는 흑의인의 얼굴은 겁에 잔뜩 질린 사람처럼 주눅이 들어 버렸다.
독안귀마는 두려움에 떨며 장강수룡을 재촉했다.
"맹, 맹주! 저 자는 대해제일인 무적해룡이오. 상대해서는 절대 아니 되오."
"설마, 저 어린놈이 무적해룡이란 말이오……?"
반문하는 장강수룡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나 독안귀마는 잊었던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었다.
"저, 저 자는 절대 상대해서는 아니 되오. 어서 배를 물립시다. 우리로선 그를 당해 낼 수 없소."
"……?"
장강수룡은 이상할 정도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독안귀마의 모습에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그렇게 당당하던 독안귀마가 이리도 떨고 있다니…… 저 자가 얼마나 무서운 인물이기에…….'
독안귀마는 재차 그를 재촉했다.
"맹주! 목숨을 부지하려면 어서 이곳을 떠나야 하오."
장강수룡의 눈썹이 꿈틀댔다.
"뭣이오?"
독안귀마의 말은 실로 장강수룡의 자존심을 심히 긁는 소리였다.
그의 자존심은 독안귀마의 말에 심한 반발이 일었다.
이제는 그가 대라신선쯤 된다 할지라도 한 번 붙어보지 않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태까지 분노가 치밀었다.
장강수룡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렇다고는 해도 난 저들 십 이 인을 잡아야만 하오. 난 저 자와 직접 부딪쳐 보겠소."
그러자 이제 더 이상의 설득이 통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독안귀마는 한숨을 쉬었다.
"으음…… 맹주의 의지가 정 그렇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 하나 난 멀찍이서 지켜보기만 하겠소."
"맘대로 하시오."
"고맙소. 하나, 맹주의 고집으로 인해 장강수로맹이 붕괴될 정도의 피해를 입는다 해도 내겐 책임이 없소이다."
그 말과 함께 독안귀마가 탄 배는 저 뒷전으로 급히 물러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장강수룡은 속으로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독안귀마가 저런 겁쟁이일 줄은 몰랐군. 이제 겨우 약관의 애송이를 저리 겁내다니…….'
내심 그렇게 중얼거리던 장강수룡이 수하들에게 전음을 보냈다.
'뱃전에 있는 모든 강노들을 무적해룡의 배로 조준하라!'
그의 전음을 들은 장강수로맹의 수하들은 준비한 모든 강노들을 용해린을 향하도록 조준하고 있었다.
이전보다 세 배는 많은 쇠화살들이 용해린을 향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장강수룡은 득의의 웃음을 지었다.
'무적해룡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저 많은 강노들 속에서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자신에 찬 그는 이어 자신들의 배보다도 높이 치솟은 용해린을 향해 소리쳤다.
"네놈이 무적해룡이냐?"
"그런 것 같군."
용해린은 마치 남의 얘기를 하듯 대답했다.
"흠, 애송아! 남의 일에 끼어 들어 괜히 객사하지 말고 당장 그 년놈들을 넘겨라."
용해린은 고개를 저었다.
"흠, 미안하군. 난 내 배에 탄 손님들을 내칠 정도로 매정하지는 않다네."
그 말에 장강수룡의 입매가 잔인하게 일그러졌다.
"그렇다면 죽음밖에 없겠지. 쏴라!"
슈슈슉― 슈슈슈슉― 피잉― 핑핑―!
수백 개의 쇠화살들이 용해린을 향해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용해린은 수백 개의 구멍이 뚫려 뼈도 못 추릴 기세에 놓이게 되었다.
"아!"
'이번엔 너무 힘들겠다.'
천룡쌍미는 새까맣게 날아오는 쇠화살들을 바라보며 잔뜩 긴장했다. 이번엔 쇠화살들이 너무 많이 날아와 막기가 힘들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용해린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창룡노가 빠르게 그의 머리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커다랗게 원을 그리듯 휘둘러졌다.
휘우우웅!
바람소리가 요란했다.
돌연 회오리바람이 거세게 일어났다. 거기에 맞춰 용해린의 배 주위의 강물이 파동(波動) 쳤다. 돌연 소용돌이치던 물줄기들이 쭉쭉 일어났다. 도합 열 개의 물기둥들이 치솟아 올랐다.
물기둥들은 용해린 머리 위 오 장여의 높이에서 하나로 모아지며 거대한 용의 형상을 만들었다. 용은 쇠화살들이 까맣게 날아오는 방향으로 폭사해 갔다.
설명은 길었지만 열 개의 물기둥이 치솟고 그것이 모아져 하나의 거대한 용이 되어 폭사되기까지는 한 호흡 만에 이루어졌다.
콰앙!
거대한 폭발음이 터졌다. 물로 만들어진 용과 수백 발의 쇠화살들이 맞부딪치며 들려 온 소리였다.
더욱 놀라운 일은 그때 또 일어났다.
콰쾅! 텅! 터텅!
물로 된 거대한 용과 부딪친 쇠화살들이 모두 되퉁겨져 나가는 것이었다. 쇠화살들은 오히려 방향을 바꾸어 화살을 쏘아 보낸 장강수로맹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었다.
촤라라라락!
쇠 화살들이 방향을 바꾸어 장강수로맹의 배들 쪽으로 번개처럼 되쏘아지는 것이다.
"헉! 이…… 이럴 수가!"
장강수룡은 대경실색(大驚失色)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로 만들어진 용에 쇠화살들이 튕겨 나간 것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자신들이 쏜 쇠 화살들이 자신들에게 날아오는 것은 심장(心腸)이 튀어나올 일이었다.
"으악! 강노들이 다시 날아온다!"
"피해라!"
장강수로맹에서는 난리가 났다.
아수라장이 벌어지는 장강수로맹의 선단으로 쇠화살들이 날아와 자신들의 배에 바람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슈슈슈슉― 퍼퍼퍼퍽!
용해린의 배를 둘러쌌던 수십여 척의 배들에 수백 개의 구멍이 뚫리며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수적들이 피할 방도는 오직 하나. 물로 뛰어드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크아악!"
"커억!"
쇠화살들에는 눈이 달려 있지 있었다. 그대로 수적들의 몸도 관통해 버렸다. 푸르렀던 강물이 피로 물들었다.
"이,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장강수룡은 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광경에 그만 아연실색하여 잠꼬대를 하듯 연신 중얼거렸다.
"으으으…… 나의 자랑스런 배들이!"
장강수룡은 부숴진 배들이 가라앉은 강물을 멍하니 바라보며 갑판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의 신형은 한 작은 소선에 실려 용해린과 멀어지고 있었다.
그토록 위용을 자랑했던 그의 거선들은 모두 부서졌고 몇몇 소선에 나눠 탄 수하들 몇 십 명만이 그를 따르고 있었다.
"그러게 내 뭐라고 했소. 무적해룡과는 절대 부딪치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했거늘."
자리를 피해 화를 면했던 독안귀마가 그렇게 될 줄 알았다면서 그를 나무랬다.
"아아, 그가…… 이리도 강할 줄은 미처 몰랐소이다."
그러나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다.
문득 장강수룡의 안색이 침중하게 굳어졌다.
"으으…… 그나저나 천룡쌍미를 잡으려던 임무가 실패로 돌아갔으니 상부의 면책은 피할 수 없겠구나."
축 처진 그의 모습에서는 장강 일대를 호령하던 기개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그를 보며 독안귀마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맹주!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몇 마디 말은 들을 것이나 면책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오."
그의 말에 장강수룡의 눈이 번쩍 뜨였다.
"몇 마디 말만 들을 것이라니? 난 임무도 실패했소. 게다가 오백여 명의 수하까지 잃지 않았소?"
그러자 독안귀마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짐작이지만 무적해룡은 천룡쌍미등과 함께 천룡보로 향할 것이 분명하오."
"흠, 그렇겠지요."
생명의 은인인 무적해룡을 그냥 떠나게 할 천룡쌍미가 아니었다. 분명 천룡보로 데리고 가 후한 대접을 할 것이었다.
독안귀마는 계속 말을 이었다.
"무적해룡이 천룡보에 묵게 될 것이고 오늘밤 천룡보를 괴멸시키려는 거사는 실패로 돌아갈 것이니 맹주의 실패는 큰일도 아니라는 얘기요."
"오늘밤의 거사가 실패한다고? 설마, 그럴 리가……."
장강수룡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번 대사에는 마도십파 중 마혼각과 잔혈방이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실은 본 천의 중원단 고수들이 대거 참여할 것이오. 더욱이 본 천의 육호법과 칠호법께서도 직접 나서시는데 실패할 것이라니……."
육호법과 칠호법의 능력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장강수룡이기에 그들이 하는 일에 실패가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의 장강수룡을 바라보며 독안귀마는 계속 말을 이었다.
"마도십파의 두 곳인 마혼각과 잔혈방, 또한 그들보다 한 수 위인 총단의 고수들이 투입되고, 육호법과 칠호법이 지휘한다면야 천하의 천룡보라도 무너질 것이 당연하오. 하나 그것은 무적해룡이 없을 때나 가능한 얘기요."
"그럴 리가……."
"방금 전에 맹주가 직접 겪어 보고도 믿지 못한단 말이오?"
장강수룡이 조금씩 수긍이 가는 듯 그의 고개가 미미하게 끄덕여졌다.
"짐작컨대 현 천하에서 단독으로 무적해룡을 상대할 인물은 아마도 십대고수들 중에서도 상위의 인물 정도일 것이오. 혈성추혼마 육호법과 칠호법 강시대마(疆屍大魔)로는 힘들 것이오. 천룡보의 거사가 실패한다면 맹주도 그리 큰 면책은 당하지 않을 것이오."
이제 장강수룡은 그의 말을 완전히 믿었고 동시에 안심했다.
"그대의 말대로 된다면 걱정이 없겠소."
"내 말을 믿으시오."
"알겠소. 일단 안휘(安徽) 분타로 갑시다."
그들이 탄 배는 강 하류로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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