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해설 외연과 이미지의 시적 조화 그 진실 --김하영 제3시집 『세상에 머물러 있기』 김 송 배 (시인. 『한국시원』 발행인) ‘허공’과 ‘허무’에서 생성한 기원의식 김하영 시인이 제3시집 『세상에 머물러 있기』를 상재한다. 시집 『진흙탕에 핀 연꽃』과 『새는 나는 길을 안다』에서 보여주었던 삶의 현장에서 절실하게 감지(感知)한 존재의 문제들이 그의 내면에서 더욱 숙성하여 인생적인 진실과 시적인 인식이 지성미를 가미한 인생론으로까지 승화하는 지향성의 시법을 접하게 된다. 그가 삶과 존재의 애환에서 세월(시간성)의 복합적인 감응(感應)으로 직조(織造)된 그동안의 사유(思惟)나 정서의 행간(行間)에는 허공을 응시하면서 ‘바람 되어 어느 곳 이 세상 / 한 마리 새가 되어 사람이 머물지 않는 곳에 / 태양은 하루도 몇 번씩 구름에 가리어 / 반복해서 저 멀리 바람과 뜬구름과 함께 / 허공 속에 사라진다.(「나 어느 곳에서도」 전문)’는 의식의 향배(向拜)는 그가 이제 중견 시인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체득(體得)한 시혼(詩魂)의 메시지가 ‘한 마리 새’로 자유롭고 유유자적하는 심저(心底)의 내면의식을 잘 현현하고 있다. 그의 시집 『새는 나는 길을 안다』에서도 ‘하늘과 새, 별과 인간의 대칭적인 구도의 설정(제2집 해설 중에서)’으로 자연 친화와 더불어 존재의 성찰과 인생론적인 시적인 탐색으로 의인화한 ‘새’의 애환을 적시한 바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바람과 뜬구름’이 ‘허공’과 시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구름처럼 흘러가는 인생人生 새처럼 날아가는 인간사 밀물과 썰물이 서로 부딪치며 파도 일고 오랜 세월 서로 마음 교감 없는 세상 너무 짧은 인생사 서로 보듬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만 더해 간다. --「허무虛無」 전문 김하영 시인은 다시 이러한 ‘허공’에서 관조하는 것은 그의 심적 변화인 ‘허무’라는 고차원의 주제를 창출하게 된다. 일찍이 파스칼은 그의 「팡세」에서 ‘자연 속의 인간 존재는 무한에 비하면 허무하고 허무에 비하면 일체이니 무와 일체 사이의 중간물이다’라고 해서 ‘새처럼 날아가는 인간사’와 ‘너무 짧은 인생사’라는 존재의 무한에 대한 허무를 축약(縮約)하고 있다. 그는 작품 「공허한 마음」에서 ‘아무도 비길 수 없는 세월 / 내게도 드리워져 오롯이 구르듯 달려가고 / 있음을 느끼며 또 하루가 간다’는 어조와 같이 ‘세월’을 대입(代入)해서 심리적인 공허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오랜 세월 / 서로 마음 교감 없는 세상’이 바로 그가 추구하려는 공허나 허무의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쓸쓸한 계절에 가려 텅 빈 들녘 한들거리는 들국화 성근 햇살을 사이에 두고 섬섬한 몸짓 서걱이는 억새꽃 허허虛虛한 웃음 할 말을 잊어 내 옷은 물들 생각조차 바람 비우고 조촐한 웃음 내 속에는 오욕칠정 자리하고 있어 외진 곳 아쉽게 한들거리는 저 나는 새와 같이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내 마음의 안주安住」 전문 다시 그의 의식에는 이를 타개(打開)하거나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외진 곳 아쉽게 한들거리는 / 저 나는 새와 같이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는 ‘안주安住’의 기원으로 변전(變轉)하고 있어서 스스로 허무의 관념을 일소하려는 시법을 유념하게 된다. 또한 작품 「진실한 벗이 있다면」에서도 ‘마음 쓸쓸할 때 저녁 강물 / 날이 저문 산그늘 어두워질 때 / 달빛 그림자 안고 조용히 내 곁에 / 12줄 악기처럼 고요히 울려퍼질 때 / 그대 함께 노래 되어 / 달빛으로 찾아와 내 어깨 쓰다듬어주는 친구 / 잠잠한 밤길 동행하는 친구였으면 좋겠네.’와 같이 ‘좋겠네’라는 소망과 간구(懇求)의 염원이 그의 정서를 생동감으로 유로하고 있다. 김하영 시인에게서 특이한 시법은 먼저 번 시집과 같이 그의 불심(佛心)이 내재된 작품을 많이 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간과(看過)하지 못할 것이다. 다음과 같이 압축할 수 있다. - 밤하늘 연등불 장관 이루어 / 밤마다 무명의 맑음으로 / 중생들 구제 해주시는 부처님 / 밤하늘 바람에 연등 춤을 춘다.(「조계사 연등」 중에서) - 미소를 머금은 부처님 / 한해의 끝자락 눈물어린 희한도 있고 / 뼈저린 반성 겨울이 가고 봄이 오니 / 해 바뀐 듯 무엇이 달라졌는가 / 중생들은 항상 어리석은 꿈속에서 사네.(「부 처님 전에 향 사르옵고」 중에서) - 안개비 젖은 초록빛 향기 / 밀물처럼 밀려와 / 보살님 더위 잊은 채 땀으로 흠뻑 젖어 // 기도로 마음도 젖는다 / 부처님 가피 입고 안 입었다고 느끼는 사람 / 부처님은 사람을 차 별하지 않는다(「적멸보궁」 중에서) - 불가에서 연꽃은 더러운 흙탕물 속에서도 / 속세에 물들지 않는 / 청정심 불러 일으켜 / 제철 만난 듯 꽃으로 만개 / 연꽃처럼 청정심으로 살라하네.(「세미원」 중에서) 그렇다. 김하영 시인은 이렇게 그에게 엄습(掩襲)하는 공허의식과 허무감의 심연(深淵)을 다스리고 있다. 그의 불성(佛性)이나 불심의 감도(感度)는 그의 인생에 있어서 지대한 안내자와 강건한 버팀목으로서 그 자신과 시를 동행(同行)시키고 있는 것이다. 2. 친자연적 사물이미지의 형상화 김하영 시인은 친자연적인 아니 자연 친화의 서정성을 발현하는 서정 시인이다. 그가 착목(着目)하거나 조응(照應)하는 사물들은 다양하다. 그가 자신의 앞에 펼쳐지는 사물의 현상은 우선 시각적으로 천착하지만, 우리 육체가 간직한 기능의 오관(五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공감각적인 이미지를 동원하고 있어서 그의 시세계는 광활하다. 따가운 아침 햇살과 해맑게 핀 코스모스꽃 가을은 봄보다 아름답다 붉은 단풍잎 나뭇잎 바람에 춤을 추어 아름다운 가을이란 계절 속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길 양옆 코스모스 붉은 꽃 피어 꽃들이 바람에 흔들려 형형색색 조화 이루어 꽃들로 활짝 안긴다. --「아침 햇살」 전문 우선 아침마다 대할 수 있는 ‘햇살’에 대한 그의 관념은 ‘아침 햇살’이 ‘해맑게 핀 코스모스꽃’과 어우러지면서 ‘가을은 봄보다 아름답다’는 시간성으로 전환하여 서정적으로 생성하는 미감(美感)이 그의 작품에서 안온한 감정을 흡인시키고 있다. 이러한 미적 감응은 작품 「갈대」 전문에서도 읽을 수 있는데 ‘사람의 몸으로 느끼지 못했던 / 바람의 갈대가 춤을 춘다 / 진녹색 갈대들 부대끼며 // 사각거리는 바람 수줍어 / 고개 숙여지지만 / 누가 먼저라고 재촉하지 않는 길 / 갈대는 말없이 춤을 춘다.’는 어조로 자연 서정을 만끽(滿喫)하는 정황(situation)을 음미(吟味)할 수 있게 한다. 숲이 있어 지상 낙원 새들의 안식처 동물의 보금자리 산은 골이 있어 물이 흐르고 풀, 나무 공생하는 산 우리에게 건강 주는 비타민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공생 관계. --「숲」 전문 이 ‘숲’은 동일한 개념의 서정성을 만유(萬有)의 자연에서 ‘새들의 안식처 / 동물의 보금자리’일 뿐만 아니라, 물, 풀, 나무 등이 우리 인간들에게 ‘숲’이 제공하는 ‘지상 낙원’에서 ‘공생’의 관계는 자연의 혜택을 누리는 건강 비타민이다. 이러한 자연 사물은 ‘고목’과 ‘백일홍’, ‘할미꽃’, ‘무궁화’, ‘나무와 연못’, ‘갯벌’, ‘쑥국새’ 등등 자연에 시각이 유착(癒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시야에는 ‘비오는 지하철역’, ‘목로주점’, ‘초우(草(友)’, ‘추억 속의 내 고향’ 등의 실재(實在)하는 지명에서서도 시적 감응은 지속된다. 또한 ‘봄이 와 푸른 나뭇가지 / 새들의 낙원 / 새들이 각자 한마디 한다 / 나무야 우리를 위해 고맙다( 「나무와 연못」 중에서)’라거나 ‘맑은 눈 그윽한 꽃결 미소 / 무럭무럭 잘 자라라 소나무 / 나를 향한 그 마음 / 영원토록 그대 모습 잊지 않으리.(「그대 생각」 중에서)’ 그리고 ‘저 소나무처럼 / 묵언에 잠시 머문다(「머물러 있기」 중에서)’는 그가 자연으로 향하는 시정(詩情)이 곳곳에서 넘치고 있다. 아름다운 말 새들만 안다 다툼이 없고 새소리 아름다움 서로 부리로 입맞춤 사랑을 속삭인다 새들은 살 집 걱정 안 하고 산다 나무가 제공하고 있기에 새는 입술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먹이를 쪼고쪼아 사람들은 하루하루 치솟는 전셋값 걱정 새들은 걱정 없고 지상의 낙원에서 산다. --「새는 말을 하며 산다」 전문 김하영 시인의 자연 이미지에는 동류의 생활공간에서 서식(棲息)하는 새들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게 투영하고 있다. 제2시집에서도 작품 「새는 나는 길을 안다」에서 ‘인간도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될 / 분별심 있어야 한다’는 의인법으로 의미를 적시한 바가 있는데 여기에서도 ‘아름다운 말 새들만 안다’는 암묵적인 유추로 그가 여망하고 지향하는 묵상(默想)의 세계에서 새들과 조우(遭遇)하고 있다. 그는 ‘나무 무료 제공 그들의 안식처 / 살기 싫으면 옮겨 살아 / 마음대로 집 짓고 눈치 안 봐 // 새끼 부화 키워서 독립시켜 / 그들만의 자유를 만끽 / 자본주의 시대 물질에 어두워 / 민초들 고통 속에 산다.(「새들은 돈이 필요 없다」 전문)’는 작품에서도 새와 ‘민초들’과의 상관적인 이미지로 ‘자본주의 시대 물질’이 바로 ‘새들은 돈이 필요 없다’라는 주제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3. 여행의 멋, 기행시 묘미의 함의(含意) 김하영 시인은 여행을 즐긴다. 그곳에서 착목하는 지역의 생경한 삶의 정경이나 생기가 솟는 자연 풍경에 매료(魅了)되어 작품과 융합시키는 특징을 읽을 수가 있는데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는 그의 광적인 여행의 취미는 다양한 사유의 시적원류로 작용하고 있어서 많은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멋이 돋보인다. 수많은 세월 바위틈 노송(老松) 걸터 자태를 뽐내고 있고 그 옛날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던 선녀탕 두타산 높은 골짝 용추폭포 흘러내려 그 위의 물 두 갈래 흘러내려 쌍 폭포 장관을 이루어 닳고 닳은 바윗돌 역사를 증명 삼화사 범종 소리 새벽하늘 가른다. --「무릉계곡」 전문 우선 그가 탐방한 곳은 ‘무릉계곡’이다. 우리들의 여행 목적은 단순하게 즐기면서 그냥 방문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접하는 새로운 산수(山水)나 그곳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인간들의 모습에서 발견하는 다채로운 이미지의 생성이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묘미를 탐색하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이다. 김하영 시인도 이 ‘무릉계곡’에서 감지하는 정감은 ‘세월’과 ‘노송’과 ‘선녀탕’ 그리고 ‘용추폭포’와 ‘삼화사 범종소리’가 작품의 상황으로 구성하면서 의식의 흐름을 정리하고 있다. 이러한 장관(壯觀)들은 그가 이입(移入)하려는 시적인 메시지가 바로 정관(靜觀)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섬에선 소박한 자유가 있어 춤사위 펼쳐진다 석양의 일몰 무의舞衣가 춤을 추고 있어 물리적 거리감 함께 심리적 고달픔 유발하는 때문일까 그리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주저하게 되어 이 섬 예외는 아니야 소박한 춤사위 내 마음 포근하게 해준다 섬은 섬으로써 자유를 만끽한다. --「무의도」 전문 다시 그는 ‘무의도’에서 무의(舞衣)의 옷처럼 아름다운 섬을 발견하고 ‘소박한 춤사위’에서 ‘석양’과 융합하는 평화로운 정경에서 그는 ‘내 마음 포근하게 해준다’는 어조로 ‘섬’의 이미지를 투사하고 있다. 그는 ‘인천광역시 중구 앞바다에 떠있는 섬. 170여 세대, 400명의 주민이 살고 있음’이라는 주(註)를 붙여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어서 섬사람들의 애환의 중심에는 그리움이 주축으로 남아있으나 ‘섬은 섬으로써 자유를 만끽한다.’는 안온의 이미지가 공감을 유로하고 있다. 김하영 시인의 기행은 ‘압해도’, ‘정동진’, ‘아차산’, ‘동막골’, ‘충의사’, ‘청령포’, ‘남이섬’, ‘소양호’, ‘소매물도’, ‘가야산’, ‘정수사’, ‘파로호’ 등이며 ‘천문사 유리길’의 중국 장가계 정상까지 다녀온 여행애호가로서 산천경개(山川景槪)를 탐닉(耽溺)하면서 작품을 구상하고 창작하는 멋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세월 주름살만 쌓여 / 흘러가는 세월 여유 찾아 / 식지 않고 마르지 않는 심성 // 가슴 흥건히 적셔오는 / 아쉬웠던 지나온 삶 / 참회의 날로 새 삶 산다.(「해남의 꽃」 중에서)’는 절실한 어조가 ‘육지의 최남단 땅끝 해남’에서 감응하는 시적 의식은 ‘세월’과 ‘참회’와 ‘새 삶’이라는 그의 진정한 인생론도 여행(혹은 기행)을 통해서 발현되고 있다. 그리고 감하영 시인은 ‘오월 신록의 계절 / 온 산 아카시아 진동 / 인제 박인환박물관’과 ‘백담사 만해마을’을 찾아가는 「청시 봄 문학기행」과 ‘경의선 열차 그 시간 달려 / 나즈막한 산 소나무 숲 이루어 / 길가 야생화 우리를 반긴다’는 「삼강시인회 문학기행」 등 문학기행에 참여하고 그곳의 풍광(風光)이나 회원들의 대화를 통해서 작품의 소재나 주제를 탐색하는 경우도 엿보게 한다. 4. 사계절을 적시하는 시적 시간성 김하영 시인은 사계절에 대한 계절적인 시간성에 민감한 정감을 동화시키고 있다. 그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각각 적시하는 변화에 따라 감응하는 이미지와 시적 발현에 다변적으로 해법을 탐색하고 있다. 일찍이 톨스토이도 그의 어느 글에서 ‘시간은 한 순 순간도 쉬는 일이 없는 무한의 움직임이다’라고 했듯이 시간의 변전(變轉)은 우리 인간들의 생활과 정서의 순환에 많은 무한의 흡인을 유로하고 있다. 또한 어느 글에서는 ‘봄은 사과꽃의 입김보다 짧고 여름은 너무 아름다워 지체할 수 없고 낙엽의 화롯불처럼 빠른 가을, 죽음의 잠처럼 즐거운 겨울’이라는 춘하추동 사계절을 읊은 것을 보면 우리가 겪는 사계절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신비한 의미들이 새삼 새롭게 조응하는 심리적인 정감을 느끼게 한다. 봄을 찾아 나서도 봄을 찾을 수가 없어 산봉우리 구름 덮인 그토록 찾아 나서건만 향기 가득한 집 뜰 매화 나뭇가지 봄은 왔네. --「봄을 찾는 사람」 전문 우선 봄에 대한 그의 감성(感性-감각적 인식)은 봄을 맞이하는 보편적인 일상의 표현이지만 그가 봄을 탐구(혹은 탐닉)하는 잔잔한 시흥(詩興)에 도취하고 있다. 봄의 이미지는 대체로 새 생명의 탄생으로 시작하여 희망, 환희의 광장 등으로 만유의 생물들이 활기를 내뿜는 출발점으로 투사하는 시법을 많이 대하게 된다. 1년을 절반 보내고 다시 반을 시작하는 7월 의미있게 보내야 행복한 1년을 준비 웃으며 보내고 마중 나온 8월 만남보다 빨리 오는 이별 앞에 삶은 가끔 눈물겨워도 아름답다고 고백하는 해질 무렵 어느 날 애틋하게 물드는 내 가슴 노을빛 빈집. --「7월의 시詩」 전문 여름은 어떠한가. 이 ‘7월의 시’에서는 특히 여름을 투영하지는 않지만, ‘1년의 절반’이라는 시간성에서 그는 ‘삶은 가끔 눈물겨워도’라는 인생론이 ‘해질 무렵 어느 날 / 애틋하게 물드는 / 내 가슴 노을빛 빈집.’이라는 시(詩)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있다. 아스팔트 달구웠던 폭염 단련된 습관 더위 견뎌냈던 인내 가을이 찾아왔네 조석으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푸른 하늘 보면 몸 마음 다 맑다 또 한 번 찾아온 가을 모든 사람에게 웃음과 기쁨 주는 가을 기다려진다. -「가을편지」 전문 여기 가을에서는 ‘폭염’을 견뎌낸 여름이 가고 가을을 맞이하는 소품이지만 그의 진한 정감이 흐르고 있다. 가을은 풍요의 이미지를 제공하지만 ‘하얀 그리움 활짝 피워놓고 / 애달픈 삶 넋을 잃고(「가을로 가는 길」 중에서)’라는 어조는 애달픈 그리움도 동행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 밖에도 「가을날」 「추석 보름달」 「가을이 오는 소리」 등에서 가을의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어서 그가 전하는 추성(秋聲)의 진정의 의미를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얀 눈 덮인 은백의 강 살포시 눈이 내리면 그 위 순백의 하얀 편지 물은 보이지 않지만 얼음 밑 흐르는 절규의 소리 겨울 강 눈보라쳐도 고즈넉한 저녁노을 몸 쓰러져도 꿋꿋이 서있는 나목裸木 강물 흘러 어딘가 머물 곳으로 말없이 떠나갈 뿐이다. --「겨울 강」 전문 김하영 시인은 겨울을 상당히 좋아한다. 그는 ‘은백의 강’과 ‘저녁노을’, ‘순백의 하얀 편지와 ’‘나목’이 동절(冬節)의 이미지를 함축시키고 있다. 겨울은 안온한 휴식의 이미지가 많은 작품에서 현현되지만, 여기에서는 어떤 삶의 반성이나 성찰의 고차원의 이미지도 내포하고 있음도 간과하지 못한다. 그는 이러한 겨울에 대한 시적 상황은 「겨울밤」 「겨울 강가에서」 「첫눈」 「눈 내리는 벌판」 「고드름」 등등에서 그가 응시하면서 감응하는 이미지를 시적인 그의 진실로 발현하고 있어서 겨울과 상응하는 인생의 메시지가 감상적으로 잘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김하영 제3시집 『세상에 머물러 있기』에서 살펴본 그의 시적 주제와 시 정신은 대체로 허무와 기원이라는 관념이미지에서 그가 지향하는 인생적인 진실을 탐구하는 주지적인 주제가 그의 인생과 시학의 궁극적인 의식으로 현현되었고 다음은 친자연적인 사물이미지에서 외연(外延)과 내포(內包)의 심리적 또는 철학적인 속성이 그의 시적인식이 투사되었으며 또다른 그의 모습은 여행의 멋을 통해서 기행시를 많이 창작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사계절의 신비스러운 시간의 변화에서 인생과 상응하는 이미지를 포착하고 있음에 유념하게 된다. 그는 ‘우울할 땐 별을 본다 / 기쁠 때 슬플 때 밤하늘 별을 보고 / 저 멀리 저 별 // 눈빛이 시려올까 / 멀고도 먼 저 별 / 또다시 본다(.「밤하늘 별」 중에서)’는 그의 심연에는 ‘영혼의 소리’를 경청(傾聽)하는 시적진실은 더욱 그의 시세계를 빛나게 할 것이다. 시집 출간을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