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Cause 原因
원인(原因)은 어떤 사물이나 상태를 변화시키거나 일으키게 하는 근본이다. 원인 A로 인하여 결과 B가 되는 것이 인과의 기본구조다. 인과(因果)는 원인과 결과의 선적(linear) 관계를 강조하는 것이고, 원인(原因)은 원인 자체를 강조하는 것이다. 원인과 유사한 어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유(reason, 理由)는 어떤 것이 일어나는 원인과 근거, 원인(cause, 原因)은 어떤 사물이나 상태를 변화시키거나 일으키는 직접적인 근원, 근거(ground, 根本)는 어떤 사건, 사물, 현상, 이론, 의견의 바탕이 되는 토대, 조건(condition, 條件)은 어떤 일이 이루어지려면 갖추어져야 할 상태나 요소다. 이것들은 모두 존재론과 인식론의 중요한 개념이다. 그중에서 원인은 ‘원인(A)으로 인하여 결과(B)가 생겼다’라는 시간적 종결로 표시할 수 있다. 원인은 원인과 결과 중에서 원인(A)을 강조하지만, 일어나게 될 결과(B)를 함의하고 있다.
원인은 무원인론(無原因論)과 원인론(原因論)으로 나누어진다. 무원인론은 원인이 없는 결과다. 종교, 신화, 형이상학에서는 원인 없는 결과인 무원인(無原因)이 가능하지만, 현실과 과학에서 무원인은 불가능하다. 원인 없는 결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인간의 한계로 인하여 과학적 원리를 모르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 원인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다. 일반적 원인과 결과의 관계는 (그 자체로만 보면) 독립적 원인과 종속적 결과로 드러난다. 하지만 ‘어떤 원인이 어떤 결과가 되고, 그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어 다른 결과를 낳으며, 그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어 다른 결과를 낳는다’라고 보면 원인과 결과는 상호순환의 관계다. 그것은 ‘A(원인) → B(결과) → A(원인) → B(결과) → A(원인) →B(결과)...’로 순환 반복하는 인과의 연속이다. 따라서 원인과 결과는 범주를 나눌 수 없다.
원인과 결과의 관계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것은 ‘첫째, 하나의 원인과 하나의 결과: 하나의 원인(A) → 하나의 결과(B) 둘째, 다수의 원인과 하나의 결과: 다수의 원인(A, B, C, D) → 하나의 결과(B) 셋째, 하나의 원인과 다수의 결과: 하나의 원인(A) → 다수의 결과(B, C, D, F) 넷째, 다수의 원인과 다수의 결과: 다수의 원인(A, B, C, D) → 다수의 결과(B, C, D, F)’다. 원인이 결과로 전개하는 과정에서 시공간적 변이 등 여러 가지 양상이 나타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원인은 언제나 선행하고 결과는 언제나 후행한다. 이전의 원인이 있어야만 이후의 결과가 있다. 이것이 시간 순차적 인과론이다. 원인은 과거 – 현재 – 미래의 시간 구조에서 결과보다 앞선 시간에 놓여 있다. 결과가 앞선 시간이고 원인이 뒤에 있는 시간은 과학과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방정식으로 만든 민코프스키의 시공세계(Minkowski's space-time world)에서도 결과가 원인에 선행하는 것은 모순이다. 따라서 빛의 속도보다 빠르지 않은 한 인간은 과학과 현실에서 원인과 결과를 해석해야 한다. 한편 존재론적(ontological)으로 보면, 원인론은 무엇이 독립적인 원인이 될 수 있고 종속적 결과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론이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원인은 부모에 해당하고 결과는 자식에 해당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인론은 존재론적 원인론이다. 4원인은 물질과 감각의 자료인 질료원인(ὕλη, húlē), 보편적 형상과 틀인 형상원인(εἶδος, eîdos), 힘과 노력의 작용인 작용원인(κινοῦν, kinoûn), 궁극적이고 필연적인 목표인 목적원인(τέλος, télos)이다. 인식론적(epistemological) 원인론은 인간의 인식에 작용하는 원인이다. 인식론적 원인은 객관적 증거와 인지 과정에 관한 원인론이다.
원인은 조건과 마찬가지로 필요와 충분을 충족해야 한다. 필요 원인은 ‘만약 A가 B의 필요한 원인이라면, B는 필연적으로 선행하는 A를 함의한다’로 표현할 수 있으며 충분 원인은 ‘만약 A가 B의 충분한 원인이라면, A의 현존은 B의 발생을 함의한다’로 표현할 수 있다. 필요한 원인도 충족하고 충분한 원인도 충족한 것은 필요충분 원인(necessary and sufficient cause)이다. 불교에서는 원인과 결과가 분리되지 않는 상호의존 관계로 본다. 원인과 결과의 다른 시간 위상을 이시인과(異時因果)라고 하며 원인과 결과의 같은 시간 위상을 동시인과(同時因果)라고 한다. 그리고 우주의 모든 존재는 장엄 광대한 화엄의 바다처럼 하나로 동시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스스로 존재할 수 없는 무자성(無自性)의 일시적 존재다. 불교의 존재론은 파르메니데스의 영원불변한 하나의 세상과 같은 원인론이다.★(김승환)
*참고문헌 Aristoteles, Physics, Metaphysics.
*참조 <4원인론[아리스토텔레스]>, <가능세계>, <개연성>, <결정론>, <나비효과⦁카오스이론>, <무한퇴행>, <시간>, <시공간>, <양상논리>, <양자역학>, <인식정당화>, <일반상대성이론>, <조건>, <증거론>, <카르마>, <영원불변한 세상[파르메니데스]>, <인과>, <충분근거율>, <필연⦁우연>, <화엄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