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7일 화요일
새벽부터 목이 몹시 아프기 시작했고 열도 났다.
어제 모임에서 밤늦도록 술을 많이 마셔서 몸살이 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과 점심을 거의 먹지 못하고 누워있었다. 오후에 아내가 약국에서 사 온 해열진통제를 먹었지만 증상은 계속 악화하였다. 인후통은 심해졌고 물과 침을 삼키는 일이 무척 힘들었다. 몸살이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비드-19)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간이진단키트로 자가 검사를 하였으나 음성이었다.
밤에 되자 열이 더 올라 38.5도를 오르내렸다.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밤을 새웠다.
다음 날(1.18.) 아침에 다시 간이진단키트로 검사를 하자 양성이 나왔다.
즉시 백병원 코비드-19 선별진료소로 가서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양성 판정이 나왔다.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가서 약을 지어왔다.
지어온 약을 이틀 동안 먹었으나 차도가 없었다. 열은 떨어지지 않았고 인후통이 심해 식사하는 일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기침은 자주 하지 않았으나 가래를 뱉는 일은 무척 고역이었다.
1월 20일 아침에 다시 선별진료소로 가서 진료받으며, 팍스로비드 치료제 처방을 요청하였더니 내 요청대로 처방을 해주었다. 팍스로비드를 취급하는 지정 약국으로 가서 그 치료제를 받았다.
점심과 저녁에 걸쳐 팍스로비드를 2회 복용하자 코비드-19 증상이 급속히 개선됨을 느낄 수 있었다. 인후통은 감소하고 체온은 37도 안팎으로 떨어졌고 기침도 줄어들고 가래를 뱉는 일도 한결 나아졌다. 이 치료제를 개발한 연구팀에게 감사했고, 6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약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시스템도 고마웠다.
설날 차례를 지내기 위해 제주도에서 금요일에 서울로 올라온 아들은 친구와 친척집을 전전하며 집에 들어오지 않도록 했고, 딸도 격리기간이 끝날 때까지 집에 오지 않도록 했다. 동생 가족들도 설날에 우리 집에 오지 말도록 부탁했고, 올 설날 차례는 생략하기로 했다.
아내도 19일부터 증상이 조금씩 나타나더니 21일에 선별진료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나와 함께 집안에서 격리 생활을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증상이 그리 심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아주 크기에 미안한 마음이었다.
코로나감염증 증상은 점점 좋아졌고 격리기간의 끝인 1월 25일이 지나자 증상 대부분이 사라졌다. 하지만 미각과 후각이 현저히 감퇴하였고, 가래와 기침이 아직 조금 남아 있었다. 호흡도 예전과 달리 수월치가 않았다. 체중도 2kg이 감소하였지만 1주일이 지나자 원상태로 돌아왔다.
이런 후유증은 격리기간이 끝나고도 약 2주간 계속되다가 그 이후로는 거의 사라졌다. 입맛도 제대로 돌아왔다.
그 후(2.2.) 국제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백신도 맞고 코로나19에도 감염된 하이브리드 면역을 가진 사람이 백신을 접종한 미감염자보다 면역력이 8개월 이상 오래 유지된다는 연구결과가 게재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좀 심하게 앓으며 고생은 했지만 내게도 강력한 항체가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어느 정도 보상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