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에게
김순실
네 이름 참 독특하다
‘호’가 붙은 그 많은 이름 중에 괄호라니
품어주고 감싸주는 너는
커다란 양동이
무엇이든 담을 수 있지
TV 다큐 보는데
자막에 네가 30여 개 나오더라
네 안에선 마음이 놓여
쉽게 고개 끄덕여지니까
한쪽 문 열어놓고 어서 와 하니까
수학 시간
너를 열고 닫으며 공부했지
숫자에 골몰하다 보면
나무들은 자라고 열매 맺었지
헝클어진 마음 가지런해지고
팔 벌려 가슴 넓히다
나 괄호 속에 갇힌 거 아니니?
김순실_199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으로 <숨 쉬는 계단> 외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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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시
김순실/괄호에게(2024년 여름호)
양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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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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