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운다
임형신
우는 귀 붙들고 울고 있네
술 한잔 맘 놓고 마시지를 못하누나, 그대는
차떼기로 장사하던 시골 큰형
언 땅에 묻고 돌아온 날
올망졸망 조카들 눈에 밟힌다더니
그여 귀앓이를 하네 그려 오늘따라 귀가
더 운다고 하소연이네
지난봄 담임반 아이들
패싸움했대서 경고 당한 날부터
귓속엔 사물놀이패가 진을 친다네
삼대가 함께 사는 집
방 한 칸 더 마련하려고
허둥지둥 뛰어다녀도
다락같이 올라버린 집들 쳐다만 보고
홧술이나 마시고 온 날은 밤새도록 귓바퀴에
기차가 지나간다네
그 기차 따라 하루 한번 멈춘다는 태백 고원의
추전역(杻田驛) 근처 토방에 군불 지피고
죽음처럼 깊은 잠 자고나도
귓속 깊은 터널을 지나는 기차는
멈추지를 않는다네
청등도(靑藤島)
소중간군도 가는 배가
섬들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맹골도, 죽항도, 독거도*
봄날 서남 해상 국립공원
섬을 버리고 꿈꾸는 바다에 들면
수백 마리씩 솟구쳐 오르는 쇠물돼지
사라진 암각화를 바다는 그리고 있다
청보리 물결치는 청등도를 향해
춤사위 가파른 쇠돌고래
중모리 중중모리 휘모리로 넘어온다
암각화 속 투창을 든 사내들 걸어 나와
바다의 급소를 찌른다
상괭이들이 끌고 오다 놓친 바다가
가라앉는다
폐교된 분교장에서 바라보는
헛손질의 바다, 소중간군도 끝머리에
쑥대머리로 웅크리고 있는
청등도는
칠산 앞바다 황금 조기떼의
날아다니는 비늘만
무문토기에 쓸어담는다
* 조도군과 남단에 있는 소중간군도(小中間群島)의 섬들
―계간 『시에』 2013년 겨울호
임형신
전북 정읍 출생. 2008년 『불교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