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자료[1405]이상은시 모음
이상은(李商隱;812-858)
晩唐(만당)의 시인. 자 義山(의산). 호 玉谿生(옥계생). 河南省 沁陽(하남성 심양) 사람.
25세에 令狐楚(영호초)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進士(진사)가 되고 校書郎(교서랑),
東天節度書記(동천절도서기), 檢校工部郎中(검교공부낭중) 등 높지 않은 벼슬을 역임했다.
영호초의 반대파인 王茂元(왕무원)의 사위가 되어 두 정파 사이를 내왕하여 절조를 비난받기도 했다.
그의 시는 서정적인 작품이 많고 修辭(수사)를 중히 여기어 정밀하고 화려하다고 하며,
典故(전고)를 많이 인용했고 시를 지을 때는 참고 서적이 자리를 꽉 차지해 물개가
물고기를 늘어놓은 것 같았다고 한다. 당 나라 말기와 五代(오대)를 통하여
그의 시는 크게 유행했고 溫庭均(온정균)과 함께 ‘溫李’로 불리웠으며
이들의 시파를 西崑體詩派(서곤체 시파)라 했다. 그는 일생을 불우하게 지냈지만,
杜甫(두보)의 전통을 이은 만당의 대표적 시인으로 높이 평가받으며
저서에 ‘義山詩集(의산시집 6권)’과 ‘西崑唱酬集(서곤창수집)’이 있다.
조기(早起)
일찍 일어나서-李商隱
風露澹淸晨(풍로담청신) 찬 이슬 바람 이는 이른 봄 아침
簾間獨起人(염간독기인) 발새에 혼자서 일어나 보면
鶯花啼又笑(앵화제우소) 꽃 피고 꾀꼬리도 울어 예는데
畢竟是誰春(필경시수춘) 아무리 생각해도 내 봄은 아니구나.
무제이수지이(無題二首之二)
-이상은(李商隱;812-858)
颯颯東風細雨來,(삽삽동풍세우내),
한들한들 봄바람에 보슬비 내리고
芙蓉塘外有輕雷.(부용당외유경뇌).
부용 연못 밖에서는 천둥소리 들린다
金蟾齧,燒香入,(금섬교쇄소향입),
두꺼비 금향로 입 굳게 다물어도 불사른 향기는 들어가고
玉虎牽絲汲井回.(옥호견사급정회).
옥호랑이 우물난간 두레박은 우물이 깊어도 물을 깃는다
賈氏窺簾韓,少,(가씨규렴한연소),
가씨는 주렴 속으로 한련의 젊음 엿보아 부부 되고
宓妃留枕魏王才.(복비류침위왕재).
복비는 베개 주어 위왕을 모시었다
春心莫共花爭發,(춘심막공화쟁발),
춘심이여 꽃과 함께 다투어 피어나지 말아라
一寸相思一寸灰.(일촌상사일촌회).
한 치의 그리움이 한 치의 재가 되니라
무제-이상은(李商隱;812-858)
來是空言去絶蹤,(내시공언거절종),
온다는 말 빈 말이요, 가고는 종적 없고
月斜樓上五更鐘.(월사누상오갱종).
누대 위에 달은 기울고 오경의 종소리 들려온다
夢爲遠別啼難喚,(몽위원별제난환),
꿈에서 먼 이별하여 울어도 대답하기 어렵고
書被催成墨未濃.(서피최성묵미농).
깨어나 글을 쓰려니 마음 바빠 먹물이 짙지 못하네
蠟照半籠金翡翠,(납조반농금비취),
초의 불빛, 금비취 병풍에 반쯤 비치고
麝熏微度繡芙蓉.(사훈미도수부용).
사향 향기, 수 놓은 부용 휘장을 넘어 스미어든다
劉郎已恨蓬山遠,(류낭이한봉산원),
유량은 이미 봉산이 먼 것을 한탄했는데
更隔蓬山一萬重.(갱격봉산일만중).
나는 더욱 봉산 너머 일만 겹 봉우리를 넘어간다
수궁(隋宮)
수나라 궁전-이상은(李商隱;812-858)
紫泉宮殿鎖煙霞,(자천궁전쇄연하),
자색 샘에 둘러쌓인 궁전은 안개에 잠겨
欲取蕪城作帝家.(욕취무성작제가).
무성을 빼앗아 서울을 만들려 했다네
玉璽不緣歸日角,(옥새부연귀일각),
옥새가 인연 따라 당 고조에게 가지 않았다면
錦帆應是到天涯.(금범응시도천애).
비단배는 응당 하늘 끝까지 닿았으리
於今腐草無螢火,(어금부초무형화),
지금은 썩은 풀에 반딧불 없었을 것을
終古垂楊有暮鴉.(종고수양유모아).
끝내 옛 수양버들에 갈까마귀 날아드네
地下若逢陳后主,(지하야봉진후주),
죽어 지하에서 진나라 후주를 만난다면
豈宜重問后庭花,(개의중문후정화),
어찌 마땅히 후정화 다시 물을 수 있으리
무제(無題)
무제-이상은(李商隱;812-858)
昨夜星辰昨夜風,(작야성신작야풍),
어제밤의 별, 어제밤의 바람
畵樓西畔桂堂東.(화누서반계당동).
화려한 누각의 서쪽 둔덕, 계당의 동쪽
身無彩鳳雙飛翼,(신무채봉쌍비익),
내 몸엔 고운 새, 채봉의 쌍 날개 없으나
心有靈犀一點通.(심유령서일점통).
마음에는 신령스런 동물, 영서의 한 점 통함이 있다
隔座送鉤春酒暖,(격좌송구춘주난),
떨어져 앉아 송구놀이, 봄날의 술은 따뜻하고
分曹射覆蠟燈紅.(분조사복납등홍).
편을 나누어 사복놀이 촛불은 붉어라
嗟余聽鼓應官去,(차여청고응관거),
아! 새벽 종소리, 나는 관아에 가야한다네
走馬蘭臺類斷蓬.(주마난태류단봉).
난대로 말 달려가니 흡사 떨어진 쑥과 같아라
금슬(錦瑟)
-이상은(李商隱;812-858)
錦瑟無端五十弦,(금슬무단오십현),
금슬은 까닭 없이 그 줄이 오십 줄인데
一弦一柱思華年.(일현일주사화년).
한 줄, 한 기둥이 젊은 날을 생각나게 하네
庄生曉夢迷蝴蝶,(장생효몽미호접),
장자는 새벽꿈에 나비로 헤매었고
望帝春心托杜鵑.(망제춘심탁두견).
망제는 봄마음을 두견새에 부치었네
滄海月明珠有淚,(창해월명주유누),
푸른 바다에 달 밝아 구슬이 눈물인 듯
藍田日暖玉生煙.(남전일난옥생연).
남전산 햇살은 따뜻하여 옥돌에 안개기운 서린다
此情可待成追憶,(차정가대성추억),
이러한 내 마음 어찌 추억되기 바랄까
只是當時已망然.(지시당시이망연).
다만 당시에도 이미 마음 빼았겼다오
북청라(北靑蘿)
-이상은(李商隱;812-858)
殘陽西入崦,(잔양서입엄),
지는 해 서쪽으로 넘어가고
茅屋訪孤僧.(모옥방고승).
띠 집으로 스님을 찾아왔다
落葉人何在,(낙엽인하재),
낙엽은 지는데 사람은 어디 있는지
寒雲路幾層,(한운노궤층),
찬 구름 떠가는데 길은 몇 층이나 되나
獨敲初夜磬,(독고초야경),
혼자 초저녁 경쇠를 치고
閑倚一枝藤.(한의일지등).
한가히 등나무 가지에 몸을 기대고 있네
世界微塵里,(세계미진리),
세상은 작은 티끌 동네이거니
吾寧愛與憎.(오녕애여증).
나 어찌 사랑하고 미워하리
양사(涼思)-쓸쓸한 마음
-이상은(李商隱;812-858)
客去波平檻,(객거파평함),
객은 떠났는데 파도는 잔잔하고
蟬休露滿枝.(선휴노만지).
매미 소리 그치고 이슬은 나뭇가지에 가득 내렸다
永懷當此節,(영회당차절),
이 계절에 오랫동안 그대를 생각하며
倚立自移時.(의립자이시).
난간에 기대니 절로 시간이 흘러가네
北斗兼春遠,(배두겸춘원),
북두성은 봄과 같이 멀어지고
南陵寓使遲.(남능우사지).
남릉 땅은 너무 멀어 심부름꾼도 늦게 오는구나
天涯占夢數,(천애점몽삭),
하늘 저 먼 곳 일, 꿈을 자주 점쳐보며
疑誤有新知.(의오유신지).
새 친구 생겨서라고 의심하고 오해도 해본다
낙화(落花)-떨어지는 꽃잎
--이상은(李商隱;812-858)
高閣客竟去,(고각객경거),
높은 누각엔 객은 이미 떠나고
小園花亂飛.(소원화난비).
작은 동산에는 꽃이 어지러이 난다
參差連曲陌,(참치련곡맥),
들쭉날쭉 날려가 굽은 길은 이어지고
迢遞送斜暉.(초체송사휘).
멀리 지는 햇빛을 전송한다
腸斷未忍掃,(장단미인소),
마음이 아파 차마 다 쓸지 못하고
眼穿仍欲歸.(안천잉욕귀).
뚫어지게 바라보며 떨어진 꽃잎이 가지로 다시 돌아갔으면
芳心向春盡,(방심향춘진),
꽃다운 내 마음 봄을 향해 다하여도
所得是沾衣.(소득시첨의).
얻는 것은 눈물이 옷을 적시는 것뿐
풍우(風雨)-비바람
-이상은(李商隱;812-858)
淒涼寶劍篇,(처량보검편),
처량하다, 곽진의 보검편 같은 내 처지여
羈泊欲窮年.(기박욕궁년).
떠돌다가 또 한해가 지나간다
黃葉仍風雨,(황섭잉풍우),
낙엽 진 나무에는 비바람 치고
靑樓自管弦.(청누자관현).
화려한 누대엔 절로 음악소리 넘쳐난다
新知遭薄俗,(신지조박속),
새 사람 알수록 각박한 풍속 만나고
舊好隔良緣.(구호격양연).
옛 친구 좋은데 인연이 멀어진다
心斷新豊酒,(심단신풍주),
고향 술인 신풍주를 보니 창자 끊어질 듯
銷愁斗幾千.(소수두궤천).
나의 근심 삭히려면 몇 천 말의 술을 마셔야 하나
선(蟬)-매미
-이상은(李商隱;812-858)
本以高難飽,(본이고난포),
본래 청고하여 배부르기 어려운데도
徒勞恨費聲.(도노한비성).
헛되이 수고하여 한스럽게 소리만 허비한다
五更疏欲斷,(오경소욕단),
오경에는 드문 소리 끊어질 듯 이어지지만
一樹碧無情.(일수벽무정).
나무는 무정하여 푸르기만 하다
薄宦梗猶泛,(박환경유범),
낮은 벼슬아치 대개 떠도나니
故園蕪已平.(고원무이평).
돌아오니 고향의 동산은 이미 황폐하다
煩君最相警,(번군최상경),
번거롭게도 그대 나를 깨우쳐주지만
我亦擧家淸.(아역거가청).
나 또한 온 집안이 청고하다오
한비(韓碑)-한비
-이상은(李商隱;812-858)
元和天子神武姿,(원화천자신무자),
원화 천자의 신무한 자태여
彼何人哉軒與羲.(피하인재헌여희).
그분은 어떤 분인가! 헌원씨와 복희씨라
誓將上雪列聖恥,(서장상설렬성치),
맹세하여 장차 여러 대의 성군의 부끄러움을 씻고자
坐法宮中朝四夷.(좌법궁중조사이).
법궁의 중앙에 앉으니 사방 오랑캐가 조회를 하네
淮西有賊五十載,(회서유적오십재),
서진에 도적이 있어 이제 오십 년인데
封狼生貙貙生羆.(봉낭생추추생비).
이리가 너구리를 낳고 너구리가 곰을 낳았도다
不據山河據平地,(부거산하거평지),
산도 물도 아닌 평지에 웅거하여
長戈利矛日可麾.(장과리모일가휘).
긴 창 과 날카로운 창을 갖고 날마다 도둑을 모은다
帝得聖相相曰度,(제득성상상왈도),
황제님 어진 재상 얻었으니 재상은 배도라고 하네
賊斫不死神扶持.(적작부사신부지).
도적이 찍어도 죽지 않으니 신이 돕는다네
腰懸相印作都統,(요현상인작도통),
허리엔 상인 차고 도통이 되어
陰風慘澹天王旗.(음풍참담천왕기).
음풍이 참담한데 천왕의 깃발 드높인다
愬武古通作牙爪,(소무고통작아조).
네 무장인 이삭, 한공무, 이도고, 이문통을 선봉으로 삼고
儀曹外郎載筆隨.(의조외낭재필수).
의조랑과 원외랑은 붓을 들고 따라간다
行軍司馬智且勇,(항군사마지차용),
행군사마는 지혜롭고 용감하고
十四萬衆猶虎貔.(십사만중유호비).
십 사만 군사들은 더욱 호랑이와 비휴같이 용맹하다
入蔡縛賊獻太廟,(입채박적헌태묘),
채 땅에 들어가 도적을 포박하여 태묘에 바치오니
功無與讓恩不訾.(공무여양은부자).
공이 없거나 사양한 사람도 황제님 은혜 한량없다
帝曰汝度功第一,(제왈여도공제일),
황제는 “너 배도의 공이 제일이니
汝從事愈宜爲辭.(여종사유의위사).
너의 종사관 한유가 글을 지어야한다“고 하신다
愈拜稽首蹈且舞,(유배계수도차무),
한유는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뛰고 춤추며
金石刻畫臣能爲.(금석각화신능위).
금석에 새길 글을 신이 능히 하리라하네
古者世稱大手筆,(고자세칭대수필),
옛날에는 “대수필”이라 하는데
此事不系于職司.(차사부계우직사).
이 일은 직위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네
當仁自古有不讓,(당인자고유부양),
인에 이르러는 예부터 양보함이 없다하니
言訖屢頷天子頤.(언흘누함천자이).
말이 끝나자 황제님은 몇 번이나 끄덕끄덕 하시었네
公退齋戒坐小閣,(공퇴재계좌소각),
한공이 물러나 목욕재계 하신 후 작은 전각에 자리 잡고
濡染大筆何淋漓!(유염대필하림리)!
큰 붓에 덤뿍 적시니 어찌 그리 힘이 넘치는지
點竄堯典舜典字,(점찬요전순전자),
요전 순전의 글자도 하나하나 고쳐야하고
涂改淸廟生民詩.(도개청묘생민시).
청묘생민 시도 고쳐야하네
文成破體書在紙,(문성파체서재지)
,문장은 남 다른 문체로 종이에 적어야 하는데
淸晨再拜鋪丹墀.(청신재배포단지).
맑은 새벽 두 번 절하고 섬돌 위에 붉은 종이 펼쳐놓는다
表曰臣愈昧死上,(표왈신유매사상),
표하여 이르기를, “신 한유는 우매하여 죽어 마땅하나
詠神聖功書之碑.(영신성공서지비).
신의 성스런 공을 입어 이를 비에 새기려합니다“ 하네
碑高三丈字如斗,(비고삼장자여두),
비의 높이는 삼 장이며 글자의 크기는 북두 같아
負以靈鰲蟠以螭.(부이령오반이리).
신령스런 거북에 업히어서 용으로 서리었다
句奇語重喩者少,(구기어중유자소),
비문의 구절은 기굴하고 말은 심오하여 깨닫는 다 적어
讒之天子言其私.(참지천자언기사).
이를 천자께 사사롭다고 참소하니
長繩百尺拽碑倒,(장승백척예비도),
백 척 긴 밧줄로 비를 당겨 넘어뜨리고
粗沙大石相磨治.(조사대석상마치).
거친 모래 큰 돌로써 갈아버렸네
公之斯文若元氣,(공지사문야원기),
그러나 한공의 이 문장이 원기가 있는 듯
先時已入人肝脾.(선시이입인간비).
먼저 사람의 몸에 들어갔네
湯盤孔鼎有述作,(탕반공정유술작),
성당왕의 반과 공씨의 정에 새긴 글이 있어
今無其器存其辭.(금무기기존기사).
이제 그 그릇은 없어져도 그 글은 남아있다네
嗚呼聖皇及聖相,(오호성황급성상),
아! 옛 성스런 황제와 어진 재상들
相與烜赫流淳熙.(상여훤혁류순희).
서로 더불어 그 밝음이 흘러 후세를 밝히네
公之斯文不示后,(공지사문부시후),
한공의 이 문장을 후세에 보이지 못한다면
曷與三五相攀追.(갈여삼오상반추).
어찌 세 다섯 재상들과 나란히 쫓을 수 있겠는가
愿書萬本誦萬過,(원서만본송만과),
원하노니, 일만 번을 베껴 쓰고 일만 번을 암송하여
口角流沫右手胝.(구각류말우수지).
입에 흘러 마르고 ,오른손에 굳은 살 져도 좋습니다
傳之七十有二代,(전지칠십유이대),
이 글을 전하기 칠십 이대
以爲封禪玉檢明堂基.(이위봉선옥검명당기).
왕 봉선시와 옥검 명당기의 글이 되게 하소서
벽성삼수3(碧城三首3)-
-이상은(李商隱)
七夕來時先有期(칠석내시선유기)
: 먼저 약속이 있어 칠석날 찾아오니
洞房簾箔至今垂(동방렴박지금수)
: 동방에는 주렴이 지금까지 처져있네.
玉輪顧ꟙ初生魄(옥륜고토초생백)
: 밝은 달 속 토끼 돌아보니 혼백이 생겨나고
鐵網珊瑚未有枝(철망산호미유지)
: 철망 속의 산호는 아직 가지도 나지 않았네.
檢與神方敎駐景(검여신방교주경)
: 신묘한 처방 살려주며 빛이 머문다 사주하며
收將鳳紙寫相思(수장봉지사상사)
: 금색 봉황 종이에다가 소망함을 적으라 하네.
武皇內傳分明在(무황내전분명재)
: 한무제의 내전이 분명히 있는데
莫道人間總不知(막도인간총부지)
: 세상 사람 모두가 모른다 말하지 말라.
벽성삼수2(碧城三首2)-
-이상은(李商隱)
對影聞聲已可憐(대영문성이가련)
: 그림자 대하고 목소리만 들어도 사랑스럽고
玉池荷葉正田田(옥지하섭정전전)
: 옥빛 연못의 연꽃잎이 지금 남실거린다.
不逢蕭史休回首(부봉소사휴회수)
: 소사를 만나지 않거든 고개를 돌리지 말고
莫見洪崖又拍肩(막견홍애우박견)
: 홍애를 보면 또다시 어깨도 두드리지 말라.
紫鳳放嬌銜楚佩(자봉방교함초패)
: 자색 봉황새 자태를 뽐내고 옥패를 물고
赤鱗狂舞撥湘弦(적린광무발상현)
: 붉은 어룡은 미친 듯 춤추며 비파를 탄다.
鄂君悵望舟中夜(악군창망주중야)
: 악군은 배 속의 밤을 슬피 바라보며
繡被焚香獨自眠(수피분향독자면)
: 비단 이불에 향 피워놓고 홀로 절로 잠든다.
벽성삼수1(碧城三首1)-벽성삼수
이상은(李商隱)
碧城十二曲闌干(벽성십이곡란간)
: 벽옥으로 지은 성, 열두 구비 난간
犀辟塵埃玉辟寒(서벽진애옥벽한)
: 무소뿔로 먼지 막고 옥으로 추위 막네.
閬苑有書多附鶴(랑원유서다부학)
: 낭원에 전하는 편지 학 편으로 부치고
女床無樹不栖鸞(녀상무수부서난)
: 여상에는 나무 없어 난새가 살지 않네.
星沉海底當窗見(성침해저당창견)
: 별 잠긴 바다 밑을 창문으로 보고
雨過河源隔座看(우과하원격좌간)
: 비 지난 강 언덕 자리 건너 바라보네
.若是曉珠明又定(야시효주명우정)
: 새벽녁의 구슬이 밝은 채로 정해 있다면
一生長對水晶盤(일생장대수정반)
: 일생 동안 길이 수정 쟁반을 바라보려네.
무제(無題)
-이상은(李相隱)
相見時難別亦難(상견시난별역난)
: 어렵게 만나 이별하도 어려워
東風無力百花殘(동풍무력백화잔)
: 봄바람 무력하니 온갖 꽃 다 시든다.
春蚕到死絲方盡(춘천도사사방진)
: 봄 누에 죽어서야 실뽑기 다하고
蜡炬成灰淚始干(사거성회누시간)
: 밀초는 재가 되어야 눈물이 마른다
.曉鏡但愁雲鬢改(효경단수운빈개)
: 아침 거울에 다만 수심에 백발 되어
夜吟應覺月光寒(야음응각월광한)
: 저녁에 시를 읊어도 달빛이 차가우리라.
蓬山此去無多路(봉산차거무다노)
: 봉래산 여기서 멀지 않으니
靑鳥殷勤爲探看(청조은근위탐간)
: 파랑새야 은근히 날아가 살펴주어라.
우제(偶題)-우연히 짓다
-이상은(李商隱)
水亭閑眠微醉消(수정한면미취소)
: 물가 정자에서 한가한 잠에 술이 깨어
小榴海柏枝相交(소류해백지상교)
: 작은 석류나무와 측백나무 가지가 엉겨있다.
水紋簟上琥珀枕(수문점상호박침)
: 물결 무늬 대자리, 호박으로 만든 베개
傍有墮釵雙翠翹(방유타채쌍취교)
: 곁에 떨어진 비녀, 한 쌍의 비취빛 취교 비녀.
월석(月夕)-달 뜨는 저녁
-이상은(李商隱)
草下陰蟲葉上霜(초하음충엽상상)
: 풀 아래에는 이름 모를 풀, 나무 위엔 서리
朱欄迢遞壓湖光(주난초체압호광)
: 붉은 난간에는 아득히 번갈아 드는 호수의 물빛
兎寒蟾冷桂花白(토한섬냉계화백)
: 토끼는 춥고 두꺼비는 차갑고 계수나무는 희다.
此夜嫦蛾應斷腸(차야항아응단장)
: 이러한 달밤, 상아는 반드시 애간장 끊어질 것이다.
방은자불우(訪隱者不遇)-은자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하고
-이상은(李商隱)
城郭休過識者稀(성곽휴과식자희)
: 성곽에서 쉬노라니 아는 사람 드물고
哀猿啼處有柴扉(애원제처유시비)
: 원숭이 슬피 우는 곳에 사립문이 하나 있다.
滄江白石漁樵路(창강백석어초로)
: 푸른 강, 깨끗한 바위, 어부와 나무꾼 길
日暮歸來雨滿衣(일모귀래우만의)
: 저물어 돌아오니 비에 옷이 흠뻑 젖어있었다.
과초궁(過楚宮)-초궁을 지나며
-이상은(李商隱)
巫峽迢迢舊楚宮(무협초초구초궁)
: 아득한 무협의 초나라 옛 궁궐
至今雲雨暗丹楓(지금운우암단풍)
: 지금 비구름에 단풍이 어둑하다.
浮生盡戀人間樂(부생진련인간락)
: 덧없는 인간들 모두 쾌락을 바라서
只有襄王憶夢中(지유양왕억몽중)
: 오직 양왕의 꿈속 일만 생각하며 산다.
궁사(宮詞)
-이상은(李商隱)
君恩如水向東流(군은여수향동류)
: 임금의 은헤는 물처럼 동으로 흘러가고
得寵憂移失寵愁(득총우이실총수)
: 은총 얻으면 옮아갈까 걱정, 잃으면 근심
莫向尊前奏花落(막향존전주화락)
: 술통 향해 꽃이 진 것을 아뢰지 말라
凉風只在殿西頭(양풍지재전서두)
: 서늘한 바람은 다만 궁전 서쪽에 있는 것을.
유감(有感)-느낌이 있어
-이상은(李商隱)
非關宋玉有微詞(비관송옥유미사)
: 송옥의 미사가 있어서가 아니라
自是襄王夢覺遲(자시양왕몽각지)
: 양왕의 꿈이 늦게 깬 것에서 부터이다.
一自高唐賦成後(일자고당부성후)
: 한번 고당부가 지어진 뒤에야
楚天雲雨盡堪疑(초천운우진감의)
: 초나라 하늘의 비구름이 모두 의심되었다.
원화갑오세조서진징강상축객
(元和甲午歲詔書盡徵江湘逐客
-원화 갑오년에 조서로 강상의 축객을 모두 불러들이다
-이상은(李商隱)
雷雨江湘起臥龍(뇌우강상기와룡)
: 천둥과 비에 강상에서 누운 용이 일어나
武陵樵客躡仙縱(무릉초객섭선종)
: 무릉의 나무꾼이 신선의 자취를 밟는다.
十年楚水楓林下(십년초수풍림하)
: 십년 초수가, 단풍나무 숲 아래에 있다가
今夜初聞長樂鐘(금야초문장락종)
: 오늘 밤에야 처음 장락궁의 종소리를 듣는다.
사호묘(四皓廟)-사호의 사당
-이상은(李商隱)
本爲留侯慕赤松(본위유후모적송)
: 본래 유후가 적송자 사모하여
漢庭方識紫芝翁(한정방식자지옹)
: 한나라 조정에서 자지옹을 알게되었다.
蕭何徒解追韓信(소하도해추한신)
: 소하는 한신 뒤를 쫓을 줄만 알았으니
豈得虛當第一功(기득허당제일공)
: 어찌 헛되이 제일의 공덕을 얻을 수 있나.
오궁(吳宮)-오나라 궁궐
-이상은(李商隱)
龍檻沈沈水殿淸(용함침침수전청)
: 난관은 침침하고 물가 궁궐은 맑은데
禁門深掩斷人聲(금문심엄단인성)
: 궁궐문 굳게 닫히고 사람의 소리 끊기었다.
吳王宴罷滿宮醉(오왕연파만궁취)
: 오왕의 연회 끝나자 궁에 가득 취객들
日暮水漂花出城(일모수표화출성)
: 저물자 물에 뜬 꽃잎 성밖으로 떠내려간다.
함양(咸陽)-함양에서
-이상은(李商隱)
咸陽宮闕鬱嵯峨(함양궁궐울차아)
: 함양 궁궐은 높고도 성대하고
六國樓臺艶綺羅(육국누대염기라)
: 육국의 누대는 아름답게 늘어서있다.
自是當時天帝醉(자시당시천제취)
: 이로부터 당시에는 천제도 취하여
不關秦地有山河(불관진지유산하)
: 진나라 땅에 산하가 있음 관계하지 않았다.
선(蟬)-매미
-이상은(李商隱)
木以高難飽(목이고난포)
: 나무는 높아서 배부르기 어려워
徒勞恨費聲(도로한비성)
: 공연히 소리 낭비한 것 한탄하노라
五更疎欲斷(오경소욕단)
: 새벽엔 이따금 끊어지려하는데
一樹碧無情(일수벽무정)
: 무정하게도 나무는 푸르기만 하구나
薄官梗猶汎(박관경유범)
: 낮은 벼슬 나무처럼 떠내려 보내니
故園蕪已平(고원무이평)
: 고향의 논밭은 이미 거칠어 졌구나
煩君最相警(번군최상경)
: 번거롭게도 그대가 깨우쳐주니
我亦擧家淸(아역거가청)
: 나도 또한 온 집안이 맑아졌다오
야우기북(夜雨寄北)-밤비에 북으로 부치며
-이상은 (李商隱)
君問歸期未有期(군문귀기미유기)
: 그대는 돌아올 날짜 물으나 기일을 답할 수 없다네
巴山夜雨漲秋池(파산야우창추지)
: 그곳 파산은 밤비에 가을 못물 불어나겠지.
何當共剪西窗燭(하당공전서창촉)
: 어느 때라야 같이 서창의 촛불심지 자르며
卻話巴山夜雨時(각화파산야우시
) : 파산의 밤비 내리던 때를 이야기 하게 될까.
교아시(驕兒詩)-개구쟁이의 노래
-이상은(李商隱)
袞師我驕兒(곤사아교아)
: 곤사는 우리 개구쟁이 녀석
美秀乃無匹(미수내무필)
: 예쁘고 뛰어나 적수가 없도다
文葆未周睟(문보미주수)
: 배두렁이 차고 돌도 안되었지만
固已知六七(고이지륙칠)
: 이미 여섯과 일곱은 알아차렸다
四歲知名姓(사세지명성)
: 네 살 때는 성명을 알고
眼不視梨栗(안부시리률)
: 눈은 배와 밤은 쳐다보지 않았다
交朋頗窺觀(교붕파규관)
: 친구들은 자못 쳐다보고는
是丹穴物(위시단혈물)
: 이놈이 단혈의 봉황이라 했다
前朝尙器貌(전조상기모)
: 재기와 용모를 숭상한 지난 조정에서라면
流品方第一(유품방제일)
: 유품 제일품일 것이다
不然神仙姿(부연신선자)
: 아닐세, 신선의 자질이지
不爾燕鶴骨(부이연학골)
: 아니야, 귀신의 풍골이도다
安得此相謂(안득차상위)
: 어찌 이처럼 말하는가
欲尉衰朽質(욕위쇠후질)
: 늙고 병든 나를 위로하는 것이겠지
靑春姸和月(청춘연화월)
: 청춘은 달처럼 아름답고
朋戱渾甥侄(붕희혼생질)
: 놀이 친구는 모두가 사촌들이다
繞堂復穿林(요당복천림)
: 집을 돌아다니고 숲 속을 다녔지
沸若金鼎溢(비야금정일)
: 끓어오름이 마치 솥에 물 끓는 것 같았다
門有長者來(문유장자내)
: 대문에 어른이 오시면
造次請先出(조차청선출)
: 아차할 사이에 먼저 나가고
客前問所須(객전문소수)
: 손님이 문 앞에서 필요한 것 물으면
含意下吐實(함의하토실)
: 생각은 간절하나 말을 하지 못했다
歸來學客面(귀내학객면)
: 손님이 돌아가면 손님 얼굴 흉내내고
䦱敗秉爺笏(위패병야홀
) : 열어놓고 아비 홀을 집어든다
或謔張飛胡(혹학장비호)
: 장비같은 수염이라 놀리고
或笑鄧艾吃(혹소등애흘)
: 등애처럼 더듬는다고 비웃는다
豪鷹毛崱屴(호응모즉력)
: 날랜 매의 깃털처럼 쭈뼛하게
猛馬氣佶僳(맹마기길속)
: 날랜 말의 기운처럼 헌걸차게
截得靑篔簹(절득청운당)
: 푸른 왕대를 꺾어서
騎走恣唐突(기주자당돌)
: 말 타고 마구 덤벼든다
忽復學參軍(홀복학삼군)
: 갑자기 다시 참군을 흉내고
按聲喚蒼鶻(안성환창골)
: 목소리를 가다듬어 또 창골을 부른다
又復紗燈旁(우복사등방)
: 또 사등롱 곁에서
稽首禮夜佛(계수례야불)
: 머리를 조아리며 밤 예불을 한다
仰鞭罥蛛網(앙편견주망)
: 채찍을 들어 올려 거미줄을 친다
俯首飮花蜜(부수음화밀)
: 머리를 숙여 꽃의 꿀을 마신다
欲爭蛺蝶輕(욕쟁협접경)
: 호랑나비와 빠르기를 다투고
未謝柳絮疾(미사류서질)
: 버들솜의 바르기에지지 않는다
階前逢何姊(계전봉하자)
: 섬돌 앞에서 어떤 누나 만나
六甲頗輸失(륙갑파수실)
: 쌍륙치다가 자못 많이 잃었구나
凝走弄香奩(응주농향렴)
: 몰래 가서 화장대 만지며 놀고
拔脫金屈戍(발탈금굴수)
: 황금 고리를 잡아당겨 뽑아낸다
抱持多反側(포지다반측)
: 끌어안으면 여러 번 몸을 뒤치고
威怒不可律(위노부가률)
: 위협하고 성내어도 이길 수가 없다
曲躬牽窗網(곡궁견창망)
: 몸을 굽혀 창의 건물을 잡아당기고
衉唾拭琴漆(객타식금칠)
: 침을 뱉아 거문고의 칠을 닦아본다
有時看臨書(유시간림서)
: 때때로 붓글씨 쓰는 것을 보고
挺立不動膝(정립부동슬)
: 곧게 서서 무릎도 안 움직인다
古錦請裁衣(고금청재의)
: 오래된 비단으로 옷을 만들자 하고
玉軸亦欲乞(옥축역욕걸)
: 두루마리 축도 같고 싶어간다
請爺書春勝(청야서춘승)
: 아버지에게 청하여 춘승을 써달라 하니
春勝宜春日(춘승의춘일)
: 춘승은 봄날에 좋다고 한다
芭蕉斜卷箋(파초사권전)
: 파초잎은 종이처럼 말리고
辛夷低過筆(신이저과필)
: 목련 꽃봉오리는 붓처럼 스치는 구나
爺昔好讀書(야석호독서)
: 아버지는 옛날 독서를 좋아하여
懇苦自著述(간고자저술)
: 고생하여 스스로 책을 지으셨다
憔悴欲四十(초췌욕사십)
: 초췌하게 마흔을 바라보는데
無肉畏蚤蝨(무육외조슬)
: 이와 벼룩을 겁낼 살점조 없으시다
兒愼勿學爺(아신물학야)
: 이놈아 제발 애비 닮아
讀書求甲乙(독서구갑을)
: 책 읽어 벼슬을 구하지 말라
穰直司馬法(양직사마법)
: 양저가 전했다는 사마법
張良黃石術(장량황석술)
: 장량이 배웠다는 황석술이면
便爲帝王師(변위제왕사)
: 임금의 스승도 될 수 있단다
不假更纖悉(부가갱섬실
) : 자질구레한 것들은 빌리지 말라
況今西與北(황금서여배)
: 더구나 지금은 서쪽과 북쪽에
羌戎正狂悖(강융정광패)
: 오랑캐가 마구 창궐하였다
誅赦兩未成(주사량미성)
: 전쟁과 평화 모두 이루지 못하여
將養如痼疾(장양여고질)
: 고질처럼 키워가고 있으니
兒當速成大(아당속성대)
: 이놈아, 속히 크게 자라나
探雛入虎穴(탐추입호혈)
: 호랑이 새끼 찾아 굴로 들어가라
當爲萬戶侯(당위만호후)
: 마땅히 만호의 벼슬하리니
勿守一經帙(물수일경질)
: 하나의 경전만 지키지 말라
무제(無題)-제목 없이
-이상은(李商隱)
颯颯東風細雨來(삽삽동풍세우래)
: 살랑살랑 봄바람에 가랑비 내리고
芙蓉塘外有輕雷(부용당외유경뢰)
: 연못가 연꽃 밖에 가벼운 우뢰소리
金蟾齧鏁燒香入(금섬설쇄소향입)
: 황금 뚜꺼비 자물쇠 물고 향을 태우고
玉虎牽絲汲井回(옥호견사급정회)
: 백옥 호랑이는 비단실 끌며 물 긷는다
賈氏窺簾韓掾少(가씨규렴한연소)
: 가씨가 발을 엿보니 한연은 젊었었고
宓妃留枕魏王才(복비류침위왕재)
: 복비가 베개를 남겼으니 위왕의 재주로다
春心莫共花爭發(춘심막공화쟁발)
: 춘심에 덩달라 다투어 꽃피는 다투지 말라
一寸相思一寸灰(일촌상사일촌회)
: 그리워하는 마음마다 재가 되리라
등락유원(登樂遊原)-락유원에 올라
-이상은(李商隱)
向晩意不適(향만의부적)
: 저물녘 울적하여
驅車登古原(구거등고원)
: 수레 몰아 옛 언덕에 올랐다
夕陽無限好(석양무한호)
: 지는 해 한없이 아름다우니
只是近黃昏(지시근황혼)
: 지금은 황혼에 가까운 시간이구나
무제(無題)-무제
-이상은(李商隱)
八世偸照鏡(팔세투조경)
: 내 나이 여덟 살에는 몰래 거울 비춰보고
長眉已能畵(장미이능화)
: 긴 눈썹도 이미 잘 그릴 수 있었다네
十歲去踏靑(십세거답청)
: 열 살이 되어서 봄 나들이 나가며
芙蓉作裙衩(부용작군차)
: 부용으로 치맛자락 만들어 입었다네
十二學彈箏(십이학탄쟁)
: 열 두 살이 되어서는 쟁 타기 배웠는데
銀甲不曾捨(은갑부증사)
: 일찍이 쟁 타는 골무를 손에서 놓지않았다네
十四歲六親(십사세육친)
: 열 네 살이 되어서는 육친이
懸知猶未嫁(현지유미가
) : 아직 시집 못간 것 멀리서 알까 주려웠다네
十五泣春風(십오읍춘풍)
: 열 다섯 살이 되어서는 봄바람에 눈물지며
背面鞦韆下(배면추천하)
: 눈을 돌려 그네에서 내려왔다네
무제(無題)-무제
-이상은(李商隱)
來是空言去絶蹤(내시공언거절종)
: 온다던 말 거짓이요 떠난 뒤엔 종적 없고
月斜樓上五更鐘(월사루상오경종)
: 달빛 어린 누각 위에 새벽 종소리 울려온다
夢爲遠別啼難喚(몽위원별제난환)
: 꿈 속에서 먼 이별하니 소리쳐 울어도 부르기 어렵고
書被催成墨未農(서피최성묵미농)
: 편지를 쓸려니 서둘러도 먹이 갈아지지 않는구나
蠟照半籠金翡翠(납조반롱금비취)
: 촛불은 금비취 등갓을 반쯤 비춰들고
麝熏微度繡芙蓉(사훈미도수부용)
: 연꽃 수 놓은 휘장에 사향 연기 스며든다
劉郞已恨蓬山遠(유랑이한봉산원)
: 한무제는 이미 봉래산이 먼 것을 한스러워했지만
更隔蓬山一萬重(갱격봉산일만중)
: 내 님 계산 봉래산은 일만 배도 더 멀어졌다오
항아(嫦娥)-항아
-이상은(李商隱)
雲母屛風燭影深(운모병풍촉영심)
: 운모 병풍에 촛불 그림자 깊고
長河漸落曉星沈(장하점락효성침)
: 은하수 넘어가니 새벽별도 흐려진다
嫦娥應悔偸靈藥(항아응회투영약)
른 하늘 파란 바다에서 외로움에 밤마다 수심겹다
상월(霜月)-서리내리는 달밤에
-이상은(李商隱)
初聞征雁已無蟬(초문정안이무선)
: 기러기 소리 들으니 이미 매미 소리 들리지 않고
百尺樓南水接天(백척루남수접천)
: 백 척 높은 누대 남쪽은 강물이 하늘과 맞닿아있다
靑女素娥俱耐冷(청녀소아구내냉)
: 천녀와 소아는 서로 차가움을 견뎌내며
月中霜裏鬪嬋娟(월중상리투선연)
: 저 달 속 서리 안에서 아름다움을 다투고 있구나
등낙유원(登樂遊原)-낙유원에 올라
-이상은(李商隱)
向晩意不適(향만의부적)
: 날은 저무는데 기분이 울적하여
驅車登高原(구거등고원)
: 수레 몰고 높은 언덕에 올라본다.
夕陽無限好(석양무한호)
: 석양은 한없이 좋기만 한데
只是黃昏近(지시황혼근)
: 다만 아쉽나니 황혼이 가까워라.
야우기내(夜雨寄內)-밤비 내리는 중에 아내에게 부치다
-이상은(李商隱)
君問歸期未有期(군문귀기미유기)
: 그대는 내가 올 기약을 묻지만 돌아갈 기약은 없어
巴山夜雨漲秋池(파산야우창추지)
: 파산의 밤비는 가을 못에 넘치는구나.
何當共剪西窓燭(하당공전서창촉)
: 어찌해야 마땅히 서창 등불 심지 함께 심지 자르며
却話巴山夜雨時(각화파산야우시)
: 파산에 밤비 내리던 그때 그 시절을 이야기해보자구나
곡강(曲江)-곡강
-이상은(李商隱)
望斷平時翠輦過(망단평시취련과)
: 평소의 비취색 고운 수레 보아도 보이지 않고
空聞子夜鬼悲歌(공문자야귀비가)
: 초저녁 귀신의 서글픈 노랫소리 부질없이 들려온다
金輿不返傾城色(금여불반경성색)
: 황금의 임금 수레도 기우는 성빛은 돌리지 못하고
玉殿猶分下苑波(옥전유분하원파)
: 백옥의 전각도 아래 동산의 물결을 가르는구나
死憶華亭聞唳鶴(사억화정문려학)
: 화려한 정각을 죽도록 기억하며 학의 울음 들었고
老憂王室泣銅駝(로우왕실읍동타)
: 왕실을 늙도록 근심하여 낙타 동상에 눈물짓는다
天荒地變心雖折(천황지변심수절)
: 하늘이 황폐하고 땅이 변해 마음마저 꺾이어도
若比傷春意未多(약비상춘의미다)
: 봄을 여윈 슬픔에 비하면 내 마음 아무것도 아니어라
이화(李花)-오얏꽃
-이상은(李商隱)
李徑獨來數(이경독래수)
: 오얏꽃 길을 홀로 온지 여러번
愁情相與懸(수정상여현)
: 수심에 잠긴 마음 서로 달려있어서네
自明無月夜(자명무월야)
: 달 뜨지 않아도 스스로 밝고
强笑欲風天(강소욕풍천)
: 바람부는 날에도 억지로 웃는구나
滅粉與園籜(멸분여원탁)
: 꽃가루 덜어서 정원의 대순에 주고
分香沾渚蓮(분향첨저연)
: 향기는 나누어 못가의 연꽃을 적시네
徐妃久已嫁(서비구이가)
: 서비가 시집간 것 오래 전인데
猶自玉爲細(유자옥위세)
: 손수 옥을 다듬어 섬세한 장식물 만드네
서정(西亭)-
-이상은(李商隱)
此夜西亭月正圓(차야서정월정원)
: 이밤, 서정에는 달이 막 둥글어져
疏簾相伴宿風煙(소렴상반숙풍연)
: 성긴 발을 짝하여 안개와 바람 속에 잠든다
梧桐莫更飜淸露(오동막갱번청로)
: 오동나무야 다시는 맑은 이슬 틀지말아라
孤鴻從來不得眼(고홍종래부득안)
: 외로운 학이 전부터 다시 잠 못 이루노라
강동(江東)강동에서
-이상은(李商隱)
驚魚潑剌燕翩翸(경어발랄연편분)
놀란 물고기 팔팔, 제비는 펄펄
獨自江東上釣船(독자강동상조선)
홀로 강동에서 낚싯배에 오르네
今日春光太漂蕩(금일춘광태표탕)
오늘 봄빛은 더무 화창해
謝家輕絮沈郎錢(사가경서침낭전)
: 집 떠난 가벼운 버들솜 느릅꼬투리에 앉네
낙유원(樂遊原)-즐거워 노는 언덕
-이상은(李商隱)
向晩意不適. (향만의부적)
驅車登古原. (구거등고원)
夕陽無限好. (석양무한호)
只是近黃昏. (지시근황혼)
*날이저무니 마음이 울적해서.
수레를 몰고 옛언덕에 올랐네.
석양은 한없이 좋기만 한데.
이미 저물고 있는 나의 인생아.
*(樂遊原.) 락유원
*李 商 隱 詩*
向晩意不適(향만의부적)
: 황혼에 기분이 울적하여
驅車登古原(구거등고원)
: 수레 몰고 옛 언덕에 오른다
斷無消息石榴紅.(단무소식석류홍).
소식은 끊어져 석류꽃만 붉구나
斑騅只系垂楊岸,(반추지계수양안),
얼룩무늬 말은 수양버들 언덕에 매여 있고
何處西南任好風,(하처서남임호풍),
어느 곳에서 좋은 바람맞아 어를 찾아갈까나
춘우(春雨)-봄비
-이상은(李商隱;812-858)
悵臥新春白겁衣,(창와신춘백겁의),
새봄에 흰 내의 입고 쓸쓸히 누워
白門寥落意多違.(백문요낙의다위).
백문의 쓸쓸한 일 생각하니 마음마다 어긋나네
紅樓隔雨相望冷,(홍누격우상망냉),
홍루 너머 비 내리는데 바라보니 날은 차가워
珠箔飄燈獨自歸.(주박표등독자귀).
주렴에는 흔들리는 등불 나 혼자 돌아온다
遠路應悲春완晩(원로응비춘완만),
먼 길, 이 봄날 저녁에도 그대는 슬퍼하리
殘宵猶得夢依稀.(잔소유득몽의희).
잠못자고 남은 밤을 꿈꾸어 그대를 본 듯하여라
玉당緘札何由達,(옥당함찰하유달)
구슬 귀고리와 나의 편지 어떻게 보낼까
萬里雲羅一雁飛.(만리운나일안비).
만리 긴 구름 비단에 기러기 한 마리 날아간다
주필역(籌筆驛)-
주필역에서-이상은(李商隱;812-858)
猿鳥猶疑畏簡書,(원조유의외간서),
원숭이와 새들은 아직도 장군의 군령을 두려워하고
風雲常爲護儲胥.(풍운상위호저서).
바람과 비는 언제나 전위부대가 된다
徒令上將揮神筆,(도령상장휘신필),
상장군 제갈량으로 좋은 계책을 쓰게 하였으니
終見降王走傳車.(종견강왕주전거).
끝내 후주의 항복하려 달려가는 역마를 보는구나
管樂有才原不忝,(관락유재원부첨),
관중과 악의가 가진 재주 원래 욕되지 않았는데
關張無命欲何如.(관장무명욕하여).
관우와 장비가 무명하니 어찌해야 하는가
他年錦裏經祠廟,(타년금리경사묘),
어느 다른 해에 금관성의 제강사당 지나면
梁父吟成恨有餘.(량보음성한유여).
양보음을 다시 불러 남은 한을 풀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