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삼성 그리고 우리나라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이란 책에서 삼성과 노키아의 발전과정에서 닮은 점과 다른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같은 점은 공격적인 방향설정이다. 노키아가 GSM방식을 선점함으로서 우위를 점했듯이 삼성은 CDMA를 선점함으로서 발전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유럽의 GSM방식을 따라갈 경우 따라올 기술 종속을 우려해서 한국정부는 과감히 CDMA를 채택하였는데, 이것이 성공하여 1996년 1월 세계 최초로 CDMA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덕에 삼성은 CDMA방식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노키아 올리라 회장과 비견되는 이건희라는 탁월한 CEO를 가졌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핸드폰 생산도 한국에는 프리미엄 핸드폰을 생산하는 구미공장 만을 남기고 나머지 중저가 핸드폰은 외국거점에서 생산하는 체제를 갖추었다.
기타 유연성을 주기 위해 조직을 지속적으로 바꿔왔다는 것도 닮았다.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R&D투자에 적극적이었다는 것도 닮았다. 그러나 특허에 대한 질에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노키아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가치는 2013년도에도 이미 50억 유로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고 하는데, 삼성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첫 번째로 노키아가 핸드폰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에 삼성은 사업 다각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삼성은 핸드폰(IM)이외에도 백색가전(CE),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부분(DS)으로 다각화하였다.
두 번째로 부품공급 차이이다. 삼성은 제조원가내 자기부품 비율이 56%정도인데 비해 노키아는 거의 없다고 한다. 세 번째는 지배구조에 대한 것이다. 노키아는 90%이상이 외국투자자인데 비해 삼성은 2014년 기준으로 이건희 일가와 삼성계열사의 지분이 약 29%, 국민연금이 7.8%, 외국인지분이 50.7%로서 노키아와는 다른 지분구조를 보이고 있다.
노키아는 대부분의 지분이 외국투자가들이 보유하고 있어 핀란드에 미친 영향이 적었다고 한다. 그러나 삼성은 국내지분이 많기 때문에 국내에서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노키아는 미국적 경영시스템이지만, 삼성은 총수일가 지분이 4.69%임에도 순환출자를 통한 개인지배구조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이재용은 삼성전자의 부회장임에도 등기임원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사회의 제재를 받지 않는 황제경영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삼성몰락의 가능성을 몇 가지로 이야기하고 있다. 첫 번째는 창조적 파괴를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금까지 새로운 제품 개발에서 속도감을 높였던 수직적 계열화가 나중에는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고, 여러 부분에서 아웃소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고 있다. 특히 시장변화에 대응차원에서 R&D부분의 아웃소싱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삼성은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이런 다각화가 기존사업을 대체하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휴대폰시장의 부침 주기가 짧다는 것이다. 노키아도 부진 2년을 극복하지 못하고 2010년부터 급속하게 몰락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IT의 부침은 급속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핸드폰 부분에서 급속한 몰락을 다른 부분이 벌충해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핀란드에서 노키아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한국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삼성 몰락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삼성의 수직계열화와 순환출자라고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삼성은 많은 부품을 국내에서 조달한다. 그리고 계열사 간의 순환출자로 엮어져 있어 삼성전자의 몰락이 삼성전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때 많은 하청업체가 몰락하고,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몰락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금융부분과 가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주식을 7.8% 가지고 있는데, 현재 18조 5천억 정도라고 한다. 삼성전자가 몰락할 경우 이 금액이 모두 사라진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하청업체의 생산규모는 100조 정도고, 하청업체에 고용된 사람이 15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몰락하면 하청업체도 동반 몰락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실업률이 7%증가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이 역시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고 한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삼성이 무너지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삼성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하기 때문에 삼성이 망하지 않게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선도 기업이 단절적 혁신에 의해 도태되는 것은 경제법칙이므로 망하지 않게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인 대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삼성을 비롯하여 과도한 경제력이 집중되어 있는 재벌문제에 대처하지 않으면 심각한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경제 집중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의사결정에 기업집단이 개입하여 의사결정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금세기초 이런 기업집중의 폐해를 겪어 반트러스트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그런 상황이 있었음에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도 국민연금은 주주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했고 이것 때문에 많은 손해를 보았다. 그럼에도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었다.
보험업법에는 보험회사가 특정회사의 주식을 3%이상 보유하는 것을 금지한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이 법 내용에 허점이 있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에 대해 과도한 출자를 하고 있다. 이런 것을 바로 잡기 위해 보험업법을 개정하는 발의가 있었음에도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이 소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7.2%를 3%로 줄여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지배구조에 심각한 타격이 오기 때문에 삼성오너들이 결코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재벌해체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 예를 이스라엘에서 찾고 있다. 2013년 12월 9일 이스라엘 의회는 만창일치로 ‘경제력집중법’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핵심내용은 세 가지인데 첫 번째는 ‘지주회사-자회사’의 2층 구조를 지주회사체제 기업집단만 허용하고, 2019년까지 이 체제로 완비하게 하였다.
두 번째는 주요 금융기관과 중요 비금융회사를 동시에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세 번째는 민영화, 공공입찰 등에 경제력집중우려 기관의 참여여부를 관리하는 위원회를 설립했다. 특이한 것은 경제력집중우려기관에 일반 기업 외에도 미디어기업도 포함되는 것이다. 재벌이 언론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도 방지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경제력 집중에 대해 이스라엘이 제동을 걸게 된 것은 1990년 공기업 민영화 이후 급속히 재벌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0년 초에 이미 10대기업집단의 시가총액이 41%에 달했다.(우리나라는 2015년 8월 기준으로 10재벌 시가총액이 43.4%라고 한다./176쪽) 이에 경제력 집중을 우려한 정부가 나서서 문제점을 검토하였고 그 결과로 위와 같은 법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것을 주도한 것이 우파 정부였는데 이때 정부와 지식인들은 “경제력 집중이 재벌의 정치적 영향력 및 미디어에 대한 영향력을 과도하게 증가시켜 국가적, 사회적 의사결정이 재벌총수의 이해에 따라 왜곡될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력 집중이 궁극적으로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과 검증되지 않은 2세로의 경영권 승계 및 내부거래를 통한 재벌총수 일가의 이익극대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221쪽)
이런 상황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일반화되었다. 다행히도 이스라엘은 일찍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법을 만들어 대비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재벌체제가 고착되어 매스컴은 물론이요, 정부나 입법부도 재벌 이익을 대변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문제는 저자가 지적했듯이 이런 상황이 오면 아르헨티나와 같이 경제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로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쩌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절박함으로 재벌개혁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재벌의 입김이 곳곳에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과연 이스라엘과 같은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아마도 20세기 초 미국이 겪었던 극한 상황까지 가서야 가능할 것이 아닌가 한다.
* 저자는 삼성이 망해도 노키아가 했던 직원재취업프로그램인 브리지프로그램(Bridge program)을 시행할 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두뇌의 외국유출만 더 심해질 것이라고 한다. 국내대기업 중 이런 프로그램을 시행한 예가 없으니 그렇게 추측 하겠지...
첫댓글 삼성이 망한다...휴대폰 계열에 종사하는 입장으로서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이지만, 한편으론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독주는 성장의 시기에는 긍정적 모습이 잘 드러나지만 정체 또는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부정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말씀하신대로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는 망했지만 특허를 이용하여 새로운 사업을 펼칠 수 있지만 특허가 부족한 삼성은 시장지배율이 떨어진다면 덩치큰 제조업체로 전락할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좀 더 높이고, 중소 또는 벤쳐기업에 대한 성장기반을 좀 더 국책으로서 뒷받침해 주는게 나라와 국민을 위한 좋은 방향이 아닌가 싶습니
그제 정부에서 알파고와 같은 슈퍼컴퓨터를 만들겠다고 100억씩 10년간 1000억을 투자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사를 보니 반대가 심한 것 같습니다. 이유가 첫번째로는 지금 국내에 있는 슈퍼컴퓨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뭘 새로 만드는가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알파고와 같은 것을 만들려면 수조가 들어가는 것인데 100억씩 투자해서 슈퍼컴퓨터를 만들 수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10년동안 편안히 지낼 공무원을 위한 자리를 만들려는 수작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수준인데 정부와 공무원에게 무엇을 기대하겠습니까.
@최성호 나무는 좋은 흙에 뿌리를 잘 내려야 그 수명이 길고 제대로 된 과실을 맺을 수 있는데, 뒷산 나무가 이쁘니 앞마당에도 그냥 뽑아다 심으려 드는 격이네요...중장기적인 안목이 있어야 하는데...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