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꽃처럼
최 병 창
예쁜 마음 젖을까봐
마음을 감춘다
해풍하나 없이도 피어난 해당화 꽃이다
등 돌리고 주저앉은
자유롭지 못한 산골짜기
한구석에서
제 한 몸 그대로를 잘 지켜냈구나
산골짝이나 바닷가나
사람 귀하기는 마찬가진데
좀처럼 어둠을 밝히기에는
지독한 고집으로 일어서며
말을 잘라낸 해당화 꽃이란다
밟히거나
밟혔다고 말하는 자들이어,
우두둑 경련을
일으키며 진지하게 묻는다
해당화 꽃처럼 한 뼘이라도
일어서서 뒤뚱거려보았느냐고,
뒤쪽에서 나타난 바람이
한바퀴를 돌아나가며
붉지 않고는 말하지도 말라며
시간을 이리저리 옮겨놓는데
만지면 금세 부서질 것 같은
상처가 된 꽃잎들도
붉은 흔적을 함부로 잠적하지 않았다
이젠 마음 감추지 마라
서로가 젖거나 사라지기 위해
어디론가 흘려보낼 뿐
서로를 잊을만 하면
막막하면서도
막막하지 않은 기구한 꽃잎이기에.
< 2003. 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