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경남에 있는 합천은 동·남쪽은 창녕군·의령군, 서쪽으론 거창군·산청군, 북으론 경북 고령·성주군과 접하고 있다. 합천 동부는 낙동강이 흐르고, 그 외 지역은 높고 험한 산이 중첩하고 있다. 가야산(1430)과 매화산(954.1m), 비계산(1125.7m), 두무산(1083.4m), 오도산(1133.7m), 황매산(1108m) 등 크고 작은 수많은 산이 제각기 정기를 자랑하고 있다.
합천은 조선 태종 13년(1413) 행정구역 개편 때 주가 군으로 강등되면서 합천이라 했다. 합천은 좁은 내라는 뜻으로 산이 많고 들판은 없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좁은 계곡이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1914년 3월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분지인 ‘초계’와 ‘삼가’가 합천군으로 편입되면서 좁은 계곡 또는 좁은 내라는 뜻은 맞지 않다 해 세 고을이 합해 이루어진 ‘합천’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한문식 표기방식은 그대로 두고 말할 때와 읽을 때는 ‘합천’이라고 했다.
국립공원 가야산 / 경남 합천군 가야산은 합천 제1경이다. 가야국이 있던 지역에서 가장 높고 훌륭해 ‘가야산’으로 불리게 됐다.
경상남도의 금강산, 가야산 국립공원
합천군 가야산은 해발 1430m, 전체면적 77.063㎢로 경남과 경북이 서로 잇대어 있는 곳에 있다. 남북으론 경북 성주군, 경남 합천군의 경계를 이룬다. ‘우뚝 솟은 상왕봉이 소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우두산(牛頭山)으로 불리고 있다. 가야국이 있던 지역에서 가장 높고 훌륭해 ‘가야산’으로 불리게 됐다. 1966년 6월24일 사적 및 명승지 제5호, 1972년 10월 13일 국립공원 제9호로 지정됐다. 매년 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해동의 10승지 또는 조선팔경의 하나로 산세가 웅장하고 수려해 대가야의 시조신화가 전해지고 있다. 소나무뿐 아니라 활엽수가 많이 우거져 있다. 한국 화엄종의 근본 도량,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법보종찰 해인사가 있다.
주요 공원 내 볼거리는 ‘홍류동 계곡’이 있다. 가야산 입구부터 해인사까지 약 4km에 이른다. 가을에는 단풍에 물이 붉게 변한듯 보인다 하여 ‘홍류동’이라고 불리며, 여름에는 금강산의 옥류천을 닮았다 해서 ‘옥류동’으로 불린다. 가야산에는 국보 1점, 보물 6점, 기타 문화재 4점이 있다.
한국 대표 사찰, 해인사
해인사 / 경남 합천군 제2경인 해인사는 통일신라시대 화엄 10찰의 하나이다. 해인사는 한국 대표 사찰로 올해 창건된 지 1000년을 맞이했다.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가야산 자락에 있는 해인사는 통일신라시대 화엄 10찰의 하나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2교구 본사다. 해인사 일원 면적은 18.66㎢, 한국을 대표하는 사찰로 2011년 현재, 창건된 지 1000년을 맞이했다.
1995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과 ‘경판전’을 봉안하고 있어 법보종찰로 불린다. 과거 1398년(태조 7)에 강화도 선원사에 있던 팔만대장경과 경판전이 지천사로 옮겨졌다가 이듬해 해인사로 옮겨져 왔다. 과거에는 호국신앙의 요람, 근대에는 항일운동의 근거지가 됐다. 해인사는 창건 이후 일곱 차례의 대화재를 겪으며 몇 번씩 중창됐으며, 현재 건물들은 대개 조선 말엽에 중건됐다. 신기한 일은 일곱 차례의 대화재를 겪으면서도 팔만대장경과 장격각만은 그대로 보존됐다.
해인사는 팔만대장경판 외에도 해인사 석등, 해인사 3층 석탑 등 국보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들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문화재로 원당암 다층석탑·석등, 보물 제128호인 반야사 원경왕사비이 있다. 말사(末寺)는 150여개, 부속 암자로 백련암, 홍제암, 약수암, 원당암 등이 있으며 현재 불교학원인 해인총림이 있다.
오르면 오를수록 기운이 차는 ‘황매산’
황매산 모산재 / 경남 합천군 제8경 황매산 모산재. 바위산에 산이나 봉이 아닌 ‘높은 산의 고개’라는 뜻의 재라는 글자가 붙은 것이 특이하다.
합천군 대병면에 있는 황매산(해발 1108m)은 소백산맥에 속하는 고봉이다. 700~900m의 고위평탄면과 함께 드넓은 목초지가 펼쳐져 있다. 1983년 합천군 황매산군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합천 8경 가운데 제8경에 속한다. 무학대사가 수도를 한 산으로도 알려졌으며 모산재(767m)와 황매평원으로 유명하다.
모산재는 황매산 자락의 하나로, 돌산으로 이뤄져 있다. 풍수학자들은 해인사 가야산에서 시작한 산줄기가 황매산을 지나 거침없이 뻗으면서 그 기백이 모인 곳이라 한다. 하늘 높이 솟아있는 암봉을 엉금엉금 기어오르는데도 지치지 않고, 오히려 기운이 차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황매산 정상의 황매평원은 봄이 되면 거대한 철쭉 군락을 이루고 가을이면 억새도 장관이다. 조선 천하의 명당자리라는 ‘무지개터’와 순결한 사람을 가려낸다는 전설을 가진 ‘순결바위’가 있다.
옛 서울로 떠나는 시간여행, 합천영상테마파크
합천영상테마파크 / 합천 영상테마파크에는 1920년대 경성 거리 풍경과 건물들, 1980년대 서울 거리, 1960~70년대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영상테마파크는 합천군 합천읍에서 합천댐 관광지 쪽으로 15분, 황매산에서 20분 정도 걸린다. 2004년 4월 처음 개장해 면적은 약 7만 5000㎡다. 2003년에 개봉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평양시가지 전투 세트장에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자 합천에서 본격적으로 테마파크로 조성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220억 정도 사업비가 투자됐다. 연간 약 22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영상테마파크에는 과거의 모습이 정교하게 재현돼 있다. 1920년대 경성(서울)의 거리 풍경과 건물들, 1980년대 서울 거리, 1960~70년대 모습 그대로인 시외버스터미널 등의 옛 건물 150채 정도이다. 또한 폐허가 된 평양시가지, 조선총독부, 경성역, 반도호텔, 세브란스병원, 파고다극장, 동화백화점 등도 섬세하게 재현됐다. 경성역 앞에서 출발 일제강점기 시가지를 한 바퀴 도는 ‘전차’가 즐길 거리이다. 건물은 외형뿐 아니라 내부까지 사용 가능하도록 지어졌다. 관광객을 위한 찻집이나 전시관, 영화관 등도 마련돼 있다. 영상테마파크에서는 영화 뿐 아니라 CF 촬영과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도 활용된다.
바람도 쉬어가는 곳 합천호
합천호 / 경남 합천댐은 1988년 12월 준공된 인공호수다. 수상 스포츠·레저, 낚시를 즐길 수 있다.
합천호는 1988년 12월 준공된 다목적 댐 합천댐이 준공되면서 생긴 호수이다. 면적 2595만㎡, 댐 높이 96m, 길이 472m, 만수위 176m, 총 저수량 7억 9000만t의 인공 호수다. 합천호는 치어 방류 사업으로 최근 조과가 좋은 곳이다. 향어, 잉어, 송어, 붕어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는 천혜 낙시터로, 수상 스포츠·레저도 즐길 수 있다. 주요 관광 포인트는 술곡리 마을 어귀 ‘옥계서원’, ‘합천댐 물 문화관’, 주변 둘레길 등이다.
특히 합천호 둘레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합천호수로’와 ‘합천호반로’로 불린다. 합천호와 산허리를 끼고 도는 길이 약 40㎞에 걸쳐있다. 동서로 길게 황강을 끼고 병풍처럼 이어진 그림 같은 능선을 감상할 수 있다. 봄이면 벚꽃과 호반이 함께 어우러지고, 가을이면 붉은 단풍이 즐겁다. 합천호 인근에는 특산물인 빙어와 합천댐에서 잡히는 물고기 요리를 내 놓는 음식점이 많다.
합천은 황강의 땅, 황강은빛백사장길
황강수중마라톤대회 은어잡기 / 매년 경남 합천군 황강에서 열리는 수중마라톤대회에서는 은어잡기가 펼쳐진다.
한강이 서울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합천을 가로지르는 황강은 합천의 역사와 주민 생활의 바탕을 이루는 젖줄이다. 100리에 이르는 맑은 물과 깨끗한 모래사장을 갖추고 있어 야영과 수상레저(바나나보트·웨이크보드·모터보트)를 즐길 수 있다. 여름철 경남권의 대표적인 피서지로 인기가 높다. 매년 7월 말에는 전국 유일의 수중마라톤대회가 개최돼 흐르는 강물에 발을 담근 채 첨벙첨벙 집단으로 뜀박질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져,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까지도 시원하게 만든다. 전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 합천에서 펼쳐지는 여름철 황강마라톤대회는 ‘뜨겁게 놀고, 멋지게 쉬는’ 합천의 도시 색깔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벤트이다.
마음을 가다듬어 주는 정양늪생명길
정양늪생명길 / 경남 합천군 대양면 정양늪은 황강 지류 아천천의 배후습지로 생태학적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
합천에도 습지가 있다. 합천군 대양면 정양늪은 황강 지류 아천천의 배후습지로 다양한 동·식물 서식지로 생태학적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 최근 정양늪생명길로 새롭게 단장한 이곳은 나무 갑판과 황토 길이 있어 습지의 생태를 관찰하며 산책을 하기에 좋은 장소로 다시 태어났다. 무리지어 자라는 줄, 갈대, 마름, 노랑어리연꽃, 검정말, 각시붕어 참몰개, 금개구리, 천연기념물 붉은배새매, 말똥가리 등이 깃들어 있는 아늑한 습지를 따라 걸으면 습지의 정화 작용에 마음속 티끌마저 씻겨 나가는 기분이 든다.
하늘을 날다…대암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합천군 초계면 대암산은 산행 자체로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특히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다양한 기상조건 속에서도 활공할 수 있는 활공장은 경남권에서는 합천과 진주에만 있다. 인기 방송 SBS 예능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 출연진들이 패러글라이딩 미션 장면을 촬영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경남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가야산국립공원, 시인들이 풍류를 즐겼다는 합천호와 황강 등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한 수려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 대표하는 천 년의 맛, 대장경밥상
2011년은 고려대장경이 간행된 지 천 년이 되는 해다. 대장경 밥상은 이를 기념해 9월23일부터 11월6일까지 해인사 일대에서 열린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을 위해 개발됐다. 대장경 밥상은 도토리비빔밥, 채식나물 밥상, 대장경 한정식의 3가지로 구성됐다. 도토리 비빔밥은 외국인에게도 알려진 비빔밥을 담백한 도토리묵과 버섯나물, 달래부추 비빔장으로 재구성한 식단이다. 채식나물밥상은 해인사 일원에서 생산되는 산채, 버섯, 장아찌로 이루어져 있다. 대장경한정식은 향긋한 송이버섯으로 만든 신선로와 쇠고기 육전, 칡물로 찐 흑돼지 수육의 풍미를 더한 풍성한 한정식이다. 전통 유기를 사용해 대표 밥상의 멋을 살린 것은 물론, 자연 재료 그대로의 향을 살려 특히 입맛을 돋우는 합천의 별미다.
황토 먹고 자란 합천 황토한우
합천황토한우 / 합천황토황우는 경남 합천군에서 개발한 고유 브랜드다.
황토황우는 합천군에서 개발해 브랜드화한 품목이다. 합천군과 대산농촌문화재단이 1997년 7월부터 1년간 체계적인 사양관리프로그램에 의거 공동 연구, 한우사료에 신비의 흙인 황토(0.5% 내외)를 첨가했다. 이 사료를 먹고 자란 합천 한우는 잔병치레를 하지 않아 위생적이고 건강한 것이 특징이다. 육질이 부드러우며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합천 황토황우는 199년8월14일 특허청에 상표등록(제312호) 됐다. 합천 한우본점과 부산 황토한우 프라자에서 판매되고 있다.
임금님 진상 특식…해인사 전통사찰음식
해인사 겨울전경 / 경남 합천군 제2경 해인사의 겨울전경.
해인사 전통사찰음식은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1937년6월25일~2000년5월14일) 전 일본 총리가 1999년 3월21일 해인사를 방문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팔만대장경을 관람하고, 해인사내 ‘정수당’에서 오찬한 음식이다. 팽이와 표고버섯, 석이, 당근을 섞어 만든 구절판, 미나리, 숙주나물, 청포, 묵 등에 참기름을 부린 탕평채는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옛 임금님께 진상한 특식이다.
또 산채한정식은 가야산에서 자생하는 산나물을 채취해 요리해 먹으면 산채 각각 마다 특유의 맛과 향을 지니고 있어 해인사를 찾는 관광객들의 별미로 꼽힌다. 산나물을 무치거나 볶을 때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다.
글 김정훈 / 경향신문 기자
황매산 억새 / 경남 합천군 황매산 정상의 가을 억새가 장관이다.
황매산 철쭉 / 봄이면 경남 합천군 황매산에 거대한 철쭉 군락이 생긴다.
황강수중마라톤대회 / 매년 경남 합천군 황강변에선 수중마라톤대회가 열린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고 / 경남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판고에 경판이 봉안돼 있다.
가야산 홍류동 계속 / 경남 합천 가야산 홍류동 계곡은 가야산 입구부터 해인사까지 약 4㎞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