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동백나무
전남 보성군 문덕면에 있는 대원사 납골당에 시아버님을 모셨지요. 대원사는 생전에 아버지가 좋아하셨어요.
오래 전, 어머니와 남은 자손들은 아버지를 잘 지켜달라고 돌집 양 옆으로 동백나무를 심었습니다. 어머니는 맨손으로 흙을 다듬으시며 오랫동안, 동무에게 당부하듯 동백나무의 가지를 잡고 말씀하시더군요.
"우리 영감, 쓸쓸하지 않게 잠 못 들거든 말동무 쪼까 잘 해다오."
어머니는 동백나무 잎마다 가만가만 손길을 얹으시며 당부하셨습니다.
지금쯤이면 그곳은 찬바람 끝에 햇살도 쉬다가고 가는 비도 고요히 오고 가지요. 꽃이 피면 피어서, 더우면 더워서, 바람이 불면 불어서, 날이 추우면 추워서, 저는 아버지 계신 그 곳에 가곤 합니다.
대원사 길은 국토해양부에서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힌 길이기도 합니다. 대원사 가는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물이 흐르고 길 양 옆으로 벚나무가 늘어서 있습니다. 가다보면 오른쪽으로는 보성군립 백민 미술관이 있습니다. 미술관을 옆에 두고 벚나무 길을 사브락사브락 산책하듯 올라가면 오른편에는 대원사 경내, 중앙 티벳 박물관 옆으로 아버지가 계십니다.
어제는 날이 푹해 네 가족은 아버지 뵈러 대원사에 다녀 왔습니다.
“아가, 동백나무는 효도하는 나무란다.”
아버지 말씀 들으며 싹이 자란 애기 동백 한 그루 캐 안고 돌아 왔습니다.
첫댓글 그 길 저도 좋아하지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같은장소인데 계절의 모습은
다르게 저에 눈에 가득 들어온답니다.
소중한 효심의 길, 소중한 동백나무군요..^^